소설리스트

1000조 재벌-62화 (62/300)

# 62

적을 제거하는 방법 (02)

“빈롱은 누구입니까?”

“돌아가신 응우옌짜빈님의 집에서 일하던 여자입니다. 그날 테트사건에서 집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몰살을 당했는데 빈롱은 운 좋게 전날 가족들을 만나러 간다고 해서 목숨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군요.”

정삼택과 요시다는 자신들이 증거도 남기지안고 모두 죽였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착각에 불과했던 것이다. 우리들이 잠시 기다리고 있을즈음 문이 열리며 50대의 여자가 나타났다.

순박하게 생긴 베트남 여성이다. 그녀가 나타나자 쩐흥티오가 질문했다.

“빈롱씨. 저 사진에 있는 놈이 정삼택이란 녀석인데 혹시 알아보실수 있습니까?”

“좀 생각해보니, 그전에 비해 머리카락이 좀 긴편이긴 하지만 확실해요. 응우옌짜빈님의 집에 몇 달 동안 자주 찾아왔던 남자예요. 한국에서 무역업을 한다했고 응우옌짜빈님과 함께 LA와 캘리포니아쪽에서 같이 유통과 무역업을 할 거라고 했는데.”

빈롱이란 여자가 대답하며 눈물을 머금었다.

이제 정삼택이 어떤 식으로 응우옌짜빈에게 접근했는지 짐작되었다.

지도자였던 응우옌짜빈은 베트남인들의 복지를 위해 더 큰 비지니스를 계획하고 있었고 그것을 파악한 정삼택이 미끼를 던지며 접근한 것이다.

“고맙습니다. 빈롱씨. 당신의 덕분으로 테트사건의 진범을 알게 되었군요.”

“설마 그렇다면 저 사람이?”

“그것은 좀 더 조사를 해봐야겠지만 가장 유력한 용의자인 건 사실입니다.”

쩐흥티오가 빈롱을 향해 대답했다.

일부러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쩐흥티오의 눈에서는 강렬한 살기가 발산되고 있었다.

일본 야쿠자 조직인 시와자키파의 상급간부인 요시다가 관련된 상황이니 말이다.

“쩐흥티오님. 비극적으로 돌아가신 응우옌짜빈님과 가족들의 복수를 반드시 해주세요. 그분이 아니었으면 저는 오래전에 거리에서 굶어 죽었을 건데, 응우옌짜빈님의 도움으로 지금까지 살아있는 겁니다.”

“알겠습니다. 빈롱씨.”

쩐흥티오가 대답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얼마 후 빈롱은 같이왔던 간부들과 함께 떠났다.

그녀의 조금 전 말과 반응을 보며 살해당한 응우옌짜빈이란 인물이 베트남인들에게 얼마나 큰 지도자였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

“쩐흥티오님. 이대로 그냥 당할 수 없습니다.”

“맞습니다. 복수를해야 합니다.”

“개 같은 놈들. 요시다와 야쿠자 놈들이 감히 우리를 향해 이따위 짓거리를 하다니.”

조직의 간부들이 분노를 터뜨렸다.

당장에라도 옆에 있는 도검을 들고 리틀도쿄로 달려갈 기세다. 그에 반해 찐흥티오의 표정은 침착했다.

눈에서는 강렬한 살기가 흘러나오지만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이유를 짐작했다.

이것은 김태천과 프리먼이 조사해온 정보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쩐흥티오와 베트남인들이 갖고 있는 복수심과 분노. 하지만 상황은 그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상당히 불리했기 때문이다.

리틀도쿄를 기반으로 한 요시다와 시와자키 조직의 세력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쩐흥티오도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

방어전이라면 베트남타운은 천혜의 요새다. 미로처럼 펼쳐진 지하통로와 은신처들이 그들에게 전술적인 이점을 제공할 테니 말이다.

그러나 복수를 위해서는 상대진영으로 가야했고 무기나 장비 세력에서도 차이가 많았던 것이다.

“찐흥티오씨. 당신의 표정을 보니 이대로 그냥 포기할 생각은 없는 거 같군요.”

“물론입니다. 응우옌짜빈님을 죽인 놈들에 대한 복수를 반드시 해야합니다. 다만....”

쩐흥티오가 말끝을 흐렸다.

조금 전까지 분노하던 간부들도 하나둘씩 조용해졌다. 그들도 요시다의 조직이 얼마나 강한지 충분히 체험하고 있었던 것이다.

응우옌짜빈의 죽음이후 베트남조직은 상당히 약화되었고 그것으로 베트남타운도 리틀도쿄에 먹혀가고 있었다.

요시다는 자신의 야쿠자조직만 이용한 것이 아니다. 베트남타운의 주위에는 흑인들의 구역과 라티노인들의 구역이 존재했다. 그곳에 있는 갱단들은 돈만준다면 뭐든지 할 정도로 개판이다.

그에 따라 흑인갱단과 라티노 갱단들이 베트남타운을 향해 습격해온 사건도 종종 벌어졌다.

그과정에서 민간의 베트남인들이 사망하는 사건도 불과 1달전에 벌어졌다.

이처럼 쩐흥티오의 베트남 조직은 자신들의 구역을 지키는 것만도 벅찰정도다.

잠시 후 쩐흥티오가 내 쪽을 바라보았다.

그의눈빛이 여러 차례 변한다.

만약에 쩐흥티오가 영리하고 상황판단이 있다면 내가 여기온 목적을 짐작할 것이다.

단순히 응우옌짜빈의 죽음에 대한 범인을 알려주는 것만이 아니라 다른 것도 있다는 걸 말이다. 얼마 후 쩐흥티오가 입을 열었다.

“내가보기엔 요시다와 정삼택이 당신에게 방해가 되는 존재인 거 같군요.”

“그렇습니다.”

“솔직하시군요. 하지만 지금까지 당신들이 보여준 능력을 봤을 때에 그쪽에서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었을 거 같은데 말이지요.”

“그것도 사실입니다.”

쩐흥티오를 향해 대답했다.

요시다와 야쿠자조직 그리고 정삼택이 골치아픈 방해자들이긴 하지만 내 쪽에서 작정하고 나서면 충분히 가능하다.

뭣보다 나에게는 녀석들의 상상을 초월할 자금 동원력은 물론이고 인원도 동원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직접적인 원한관계가 있는 베트남조직이 나서는 게 더 보기에도 좋다는 것이다.

물론 뒷처리도 간편하고.

“먼저 우리 쪽에서 나서면 쩐흥티오와 베트남조직은 응우옌짜빈씨의 죽음에 대해 복수할 기회를 갖지못할 겁니다. 제가 알기로 당신들 베트남인들은 자부심이 강하다고 들었습니다. 설마 남이 대신해준 복수에 만족하실 생각입니까?”

“그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야기는 더 쉽겠군요. 우리 쪽에서는 앞으로 한달 뒤. 요시다와 그의 심복들 그리고 정삼택을 제거할 예정입니다. 그것을 위해 필요한 준비는 언제든지 가능합니다. 인원 장비, 자금까지 모든 것은 단번에 가능합니다. 하지만 쩐흥티오 당신이 원한다면 우리 쪽에서는 당신의 조직에 대해 필요한 지원을 해줄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요시다와 정삼택은 제거됩니다. 그걸 누가 하느냐의 문제일 뿐입니다.”

“......”

나의 말에 쩐흥티오의 눈빛이 흔들렸다.

복수의 기회는 앞으로 한달이다.

그것을 남에게 넘기지는 않을 것이다.

뭣보다 자긍심강한 쩐흥티오와 베트남인들에게 그것은 치욕일 테니까 말이다.

***

“정삼택 녀석이 비열을 수법을 쓰고 있습니다.”

오해성이 주먹을 쥐었다.

아침부터 골든하우스로 찾아온 오해성이 먼저 꺼낸 말이다.

<한성개발>의 CEO로 임명된 뒤에 오해성은 주기적으로 골든하우스에 방문해 코리아타운과 K-프로젝트에 대한 상황보고를 하였다.

그리고 필요할 때에는 내 쪽에서 <한성개발>이 위치한 코리아타운으로 가기도 했다.

K-프로젝트를 책임진 인물로서 오해성은 여러 가지 업무들을 깔끔하게 처리했다.

현재 오해성은 K-프로젝트에서도 중핵을 담당하는 K-타운 건설에 대한 부분을 집중하고 있었다.

K-타운은 지상 110층짜리 고층건물 3개를 하나의 패키지로 짓는 대규모 공사다.

지상 1층부터 60층까지는 하나의 패키지로 통합되고 61층부터 110층까지가 3개의 빌딩으로 나뉘어진다.

이 공사를 담당할 설계회사와 건설회사를 선정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부분에 있어 오해성은 충분히 많은 자료를 검토했고 대략 3-4개의 후보군으로 압축하고 있었다. 그리고 업무보고를 끝낸 뒤에 오해성이 정삼택에 대해 한말은 결코 심상치 않다는 뜻이다.

“정삼택이 순순히 물러나지는 않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뭔가 계략을 꾸미고 있었군요.”

“그렇습니다.”

오해성이 대답하며 전단지를 내밀었다.

그것은 정삼택이 코리아타운 한인회장으로서 주민들에게 발송한 것이다. 장황하게 이런저런 말들을 써놓기는 했는데 핵심은 하나였다.

“다음 주 금요일에 코리아타운에서 대규모 집회를 하겠다는 것이군요.”

“그렇습니다. 단순히 전단지만 돌린 것이 아니라 한인회 간부들을 동원해서 집회에 참석하겠다는 서약까지 받고 있습니다. 다음 주 집회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정삼택과 간부들의 압박이 세다보니 쉽게 거부못하는 주민들이 상당수 있습니다. 그리고 집회에 참가하겠다는 약속을 해버리면 그 때문에라도 반강제로 나올 수밖에 없을 겁니다.”

“만약에 정삼택의 계획대로 된다면 어느 정도 규모가 될 거 같습니까?”

“최소 15000명. 많게는 20000명에서 30000명까지도 가능할 수 있습니다.”

“그 정도면 상당한 숫자인데. 그리고 정삼택은 그날의 시위현장에 언론사의 기자들을 불러놓고 이슈화를 시킬 속셈이군요.”

“그렇습니다.”

오해성이 대답했다.

정삼택이 잔머리를 굴리고 있다.

녀석은 나의 호화저택인 골든하우스를 본뒤에 깨달은 것이다.

돈과 자금으로서는 나에게 비벼볼 상황도 아니라는 사실.

대신에 녀석은 자신이 갖고 있는 한인회장이라는 지위와 언론플레이를 계획한 것이다.

뭣보다 코리아타운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다면 언론에서는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언론집중을 받는 것이 좋은 쪽으로 된다면 날개를다는 것이지만 주민들이 반대하고 난리치는 쪽으로 인식된다면 K-프로젝트는 시작부터 삐그덕 거리는 셈이다.

‘정삼택 제법인데. 하지만 이걸로 네놈이 사라져야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에스프레소 커피를 음미하며 미소를 지었다.

오해성이 고개를 갸웃했다.

분명히 지금 상황은 다급할 지경인데 내가 이런 반응을 보이고 있으니 말이다.

“오해성씨. 정삼택이 다음 주 금요일에 계획하고 있는 집회는 중간에 무산될 것입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하지만 어떻게?”

“그 부분은 우리 쪽 MCU-펀드의 상부에서 결정하는 사업상의 비밀입니다.”

“그렇군요.”

오해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원하는 건 오로지 K-프로젝트의 실현. 그것을 위해 지금까지 달려왔다.

따라서 오해성도 자신이 어디까지 알아야하고 어디까지 관여해야 하는지쯤은 눈치 빠르게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름대로 상황판단이 괜찮은 인물이다.

“오해성씨는 K-프로젝트의 진행을 위해 지금처럼 계속 매진해 주십시요. 그리고 코리아타운 주민들에 대한 설득에도 힘써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현재 코리아타운 주민들은 당신에게 호감을 갖고 있고 친분도 두터운 편이니까요. 처음에 기획한 대로 K-프로젝트와 K-타운 건설이 주민들에게 큰 혜택이 된다는 것. 그리고 주민들의 권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진행 중이란 사실도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물론입니다.”

오해성이 대답했다.

그도 K-프로젝트의 진행에서 코리아타운 주민들이 제외되는 상황이라면 처음부터 반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계획은 코리아타운 주민들을 최대한 참여시켜 K-프로젝트를 실행하는 것이다. 그것이 더 많은 가치를 만들고 몇 배나 더 큰 이익을 내는 것이다. 얼마 후 오해성은 같이왔던 파트너이자 비서인 김유선과 함께 코리아타운으로 돌아갔다.

그에게 우리들이 준비 중인 정삼택에 대한 작전을 알려줄 수는 없었다.

이것은 극비작전이고 뭣보다 오해성처럼 전면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알아야할 필요는 없었다.

내가 그에게 원한 것은 <한성개발>의 CEO로서 K-프로젝트를 진행시키고 코리아타운의 주민들을 설득하고 참가시키는 것이다.

잠시 후 스마트폰을 꺼내었다.

수화기 맞은 편에서 김태천이 나왔다.

“현재 상황은 어떻습니까?”

“요시다와 부하들이 있는 덴시(Densi)빌딩에 대한 감시는 이상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요시다의 세력이 좀 더 많은 편이긴 하지만 이쪽도 나름대로 그에 대한 준비를 하는 상황이라서 충분히 가능할 거 같습니다.”

“그렇군요. 다만 예정보다 작전을 좀 더 일찍 시작해야 할 거 같습니다. 정삼택이 잔재주를 부리고 있습니다.”

“정삼택 녀석. 스스로 죽음을 재촉하다니. 어차피 제거대상인 상황이라 시간문제일 뿐이지만 말이지요.”

“쩐흥티오와 베트남 조직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복수심에 불타고 있습니다. 오히려 단독으로 허튼짓 못하도록 말린다고 좀 고생했습니다. 하하!”

“그래도 쩐흥티오가 잘 컨트롤하고 있군요.”

“조직원들이 그에 대해 갖고 있는 충성심과 신뢰는 대단한 거 같습니다. 지금은 몰라도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과거의 응우옌짜빈같은 거물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김태천이 대답했다.

상황은 순조로운 편이다.

예정보다 작전을 좀 더 앞당겨야 하지만 준비는 완료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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