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조 재벌-59화 (59/300)

# 59

엄청난 거물

“해성 오빠. MCU-쪽은 돈이 얼마나 많길래 이 정도로 엄청난 일을 벌이는 건가요? 아무리 민간용이라지만 10대의 헬리콥터를 동시에 동원하는 건 상당한 비용이 들어갈 건데.”

김유선이 오해성을 향해 질문했다.

20대 중후반의 나이를 지닌 그녀는 안경을 쓰고 갸름한 인상에다가 지적인 이미지였다. 오해성과 마찬가지로 UC 버클리대의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했고 부모가 코리아타운에 온 뒤로 태어난 경우다.

어릴 때부터 코리아타운의 같은 동네에서 지내던 오해성을 오빠처럼 따랐고 사이도 좋았다. 오해성이 <발해컨설팅>의 일을 할 때에 그녀가 여러 가지로 도와줬다.

그리고 오해성이 K-타운과 K-프로젝트를 구상할 때에 그녀가 옆에서 디자인을 포함해서 여러 가지 부분에서 지원해준 것이다.

때문에 오해성은 강민의 지시에 따라 K-프로젝트를 진행할 한성개발(Hansung Development)를 설립하고 시작할 때 가장 먼저 김유선을 조력자로 선택했다.

지금 그녀는 오해성의 비서겸 파트너로서 능력을 선보이고 있었다.

그녀의 말대로 강민은 처음부터 상대를 기세로 압도할 계획이었다.

그 전략에 따라 산토니에어를 통해 10대의 민수용 헬리콥터를 동원했고 드와이트 비행장에서 단번에 비버리힐스의 골든하우스까지 이동시키는 작전을 쓴것이다.

이미 그것은 상당한 효과를 보았다.

오해성을 따라온 코리아타운의 주민들은 헬기를타고 비버리힐스까지 간다는 사실에 압도당하고 있었다.

그들 중 대부분이 헬기를 한번도 못타본 경우도 많았다. 여행한다고 상업용 항공기야 자주 이용해 봤겠지만.

김유선의 말에 오해성이 미소를 지었다.

“MCU-펀드가 지닌 능력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뭣보다 내가 K-프로젝트에 대해 브리핑을 하면서 최소 2~3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했는데도 눈조차 깜짝하지 않았으니까.”

“그게 정말이에요? 대체 얼마나 돈이 많길래.”

김유선이 고개를 내저었다.

그사이에 일행들이 탑승한 10대의 헬기들은 힘차게 날아올랐다.

선두헬기에는 산토리에어에서 가장 뛰어난 조종실력을 지닌 램버트가 인솔을 하였다.

코리아타운 주민들과 김유선까지 놀라게만든 지금의 상황.

그것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투덜거리는 정삼택과 패거리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정상택과 패거리들은 오해성과 다른 헬기에 탑승하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이런 초대를 거절하고 싶었지만 그것도 쉽지 않았다.

주위에는 코리아타운을 대표하는 수십명의 인원들이 있었고 자신은 한인회장이다.

만약에 여기서 깽판을 친다면 자신의 입지는 순식간에 떨어질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정삼택은 리틀도쿄의 지원을 받으면서 코리아타운을 잠식하는 작전을 펼치는 중이다. 그것에 방해자들이 나타났으니 상대를 확인하는 게 뭣보다 중요했다.

정삼택은 애써 침착함을 유지했지만 그의 패거리들은 그러지 못했다.

“회장님. 이거 MCU인지 뭔지 하는 놈들. 엄청난 거물인 거 아닙니까?”

“맞습니다. 그리고 단기간에 오해성을 이용해서 한성개발이란 회사도 세워버리고 말이지요. 오늘 초대받은 주민들이 상당히 동요하고 있습니다. 이거 잘못하면 회장님과 우리들이 세웠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수도 있겠습니다.”

“멍청한 녀석들. 겨우 이 정도에 동요하지마라. 돈만있으면 민간회사를 통해 이런 헬리콥터 50대, 100대든 동원할 수 있어.”

“그래도 진짜로 헬기를 타본 것은 난생 처음이라 엄청나긴 하네요.”

“병신 같은 놈이 뭐라 지껄이는 거야?”

정삼택이 간부 중에 한 명을 째려보았다.

부하들을 향해 말은 그렇게 했지만 지금 정삼택도 당황하고 있었다.

‘제길, 이거 진짜로 잘못 걸린 거 아냐?’

불안감이 밀려왔지만 정삼택은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시도했다. 그사이에 일행들을 태운 10대의 헬리콥터들은 LA의 도심위를 크게 회전하며 비버리힐스로 날아가고 있었다.

***

“집이 완전히 궁궐일세.”

“TV에서나 보던 호화저택이 여기에 있네요.”

“헬기 착륙장에다 대형 수영장까지. 이런집은 엄청나게 비싸겠죠.”

“당연하지. 엄청난 갑부나 이런 곳에서 지낼 수 있으니까.”

10대의 헬기에서 내린 코리아타운 주민들은 저마다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들 중에 소수는 비버리힐스의 호화저택을 방문해본 경우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이런 곳이 처음이다.

그리고 이들을 맞이하는 건 매끈하게 차려입은 웨이터들과 안내 도우미 들이다.

강민에게 연락받은 퍼시픽 PR의 인원들과 기획팀장인 에스더가 이번에도 솜씨를 제대로 발휘한 것이다.

그것만이 아니다.

행사장으로 향하는 곳에는 모형으로 만들어진 건물들과 조감도들이 있었다.

오해성이 구상한 K-프로젝트와 K-타운의 초고층 빌딩들과 그 주변의 상가와 시설에 대한 것들을 퍼시픽 PR에서 준비한 것이다.

“이번에도 에스더 당신과 퍼시픽 PR에서 만반의 준비와 진행을 해줘서 고맙군요.”

“아닙니다. 로버트 강. 우리 쪽에 이런 큰일을 계속 의뢰해 주셔서 저야말로 감사할 뿐입니다.”

에스더가 미소를 지었다.

상대를 압도한다는 나의 전략.

그것은 제대로 먹혀들고 있었다.

헬기를 타고온 코리아타운의 주민들은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그리고 방해가 되는 정삼택과 그 패거리들도 당혹함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이다. 초대받은 주민들을 향해 연회가 준비되었다. 이것도 퍼시픽 PR을 통해 의뢰한만큼 최고급이다.

한동안 분위기가 무르익었고 오해성에게 신호를 보내었다. 이번에 진행할 K-프로젝트와 K-타운에 대한 설명회는 오해성에게 맡기기로 하였다.

얼마 후 오해성이 앞으로 나섰다.

“어르신들. 그리고 코리아타운의 주민대표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기계신 분들은 모두들 저를 알고 계실 겁니다. 그리고 저도 여기계신 분들과 동고동락을 하였습니다. 저의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혼자였을 때 코리아타운에 계신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오해성의 음성이 약간 떨렸다.

하지만 그의 말에는 짙은 호소력이 있었다.

조금 전 소개를 통해 오해성이 코리아타운에서 <발해컨설팅> 사무실을 두고 지금까지 일해온 이유를 알 거 같았다.

“저는 여러분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제 코리아타운과 주민들에게 보답하고 싶습니다. 저는 이전부터 코리아타운을 발전시키고 미래를 열수 있는 K-프로젝트에 대해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이번에 그 꿈을 실현시켜 줄 수 있는 분들을 만나게 되었고 그분들의 도움으로 K-프로젝트를 수행할 한성개발을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오해성의 발표와 반응.

솔직담백한 그의모습과 내용이 참석한 주민대표들을 사로잡고 있었다.

“해성 오빠는 오늘을 위해 수많은 난관에도 굴복하지 않고 준비해온 거 같아요.”

지켜보던 김유선이 울먹거렸다.

오해성을 통해 들은 바로는 어릴 때부터 한동네에서 커온 오빠 동생같은 사이라고 했다. 어쨌든 오해성이 좋은 파트너를 얻은 거 같다.

“와아! 대단하네.”

“정말로 해성이 자네 말대로 된다면 우리의 코리아타운은 제대로 번성하는 것이구만.”

“드디어 우리도 뭔가 해볼날이 온 것이네.”

“짝짝짝!”

힘찬 박수소리가 연달아 터져나왔다.

오해성이 참석자들을 향해 감사의 인사를 하였다.

조금 전 오해성은 K-프로젝트의 목표와 진행과정 그리고 K-타운을 통한 재개발이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부분을 설명했다.

특히 재개발이라고 하면 기존의 주민들이 강제로 쫓겨난다는 두려움이 있다.

하지만 K-프로젝트와 K-타운의 건설은 오히려 해당 주민들에 대한 보상과 혜택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부분에서 많은 사람들은 감명을 받았다.

오해성의 발표가 끝나고 난 뒤 참석자들의 한쪽에서 웅성거리는 소음이 흘러나왔다.

예상대로다.

정삼택과 그 패거리들이 그냥 물러나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역시나군.

“여러분. 조금 전 저 오해성이란 애송이가 한말은 모두 사기극에 불과합니다.”

“맞습니다. 회장님의 말씀이 지당합니다.”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나머지 패거리들이 동조한다. 저 패거리들도 현재 코리아타운 한인회에서 간부자리를 맡고 있는 놈들이다. 정삼택이 깽판치고 나서자 참석한 주민대표들도 혼란에 빠졌다.

오해성을 향해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오해성이 나서며 말하기 시작했다.

“주민대표 여러분들. 오늘의 초대와 설명회는 어디까지나 여러분들에게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실 시간을 드리는 것입니다. 결정은 여러분들에게 달려있는 것이고 앞으로도 많은 조율과 협상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하게 말씀드릴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조금 전 정삼택 한인회장께서 주장한 것처럼 이것은 결코 사기극이 아니고 우리에게 주어진 엄청난 기회입니다.”

오해성의 말과 주장이 훨씬 더 잘 먹히고 있었다. 뭣보다 정삼택과 그 패거리들은 한인회를 자기들 마음대로 한 것도 있었고 공금을 착복했다는 혐의까지도 받는 중이다. 다만 지금까지는 자신들의 세력을 바탕으로 눌러왔지만 이제는 든든한 후원자가 나타났으니 주민대표들도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분위기가 불리하게 돌아가자 정삼택이 더욱 깽판을 쳤다.

“우리가 이따위 헛소리나 들으려고 온줄 알아? 코리아타운의 한인회 여러분. 저는 한인회장으로서 이전부터 생각해둔 코리아타운 개발계획이 있습니다. 이미 그것을 위해 지금도 상당한 준비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한인회장인 저의 말을 신뢰합니까? 아니면 저렇게 어디서 듣도보도 못한 오해성과 한성개발이니 뭐니 하는 이상한 놈들의 말을 더 믿습니까? 여러분들은 한인회장인 저의 말을 믿고 따라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들이 살길입니다.”

정삼택이 지위를 내세워서 압박했다.

하지만 조금 전 녀석이 말한 계획이란 건 뻔했다. 지금의 코리아타운을 일본의 리틀도쿄에 넘기는 게 정삼택의 속셈이니까 말이다.

“여러분 일어나십시요. 더 이상 여기에서 헛소리 들을 필요가 없습니다.”

정삼택과 패거리들이 선동을 시작했다.

얼마 후에 참석자들 중에 2/3 정도가 마지못해 일어났다. 아직도 정삼택 패거리들이 갖고 있는 위세는 상당했던 것이다.

녀석의 선동에 의해 초대받은 주민대표들이 떠나려고 하였다.

반쯤은 예상했던 상황이다.

이제부터 내 쪽에서 슬슬 나서볼까?

“벌써 떠나신다고 하니 좀 섭섭하군요. 오해성 사장이 설립한 한성개발을 후원하는 MCU-펀드의 로버트 강입니다. 저로서는 한인회장이신 정삼택 씨께서 우리와 손잡고 코리아타운의 개발과 K-프로젝트의 실현을 위해 힘써 주시기를 바랬는데 말이지요.”

“생각보다 꽤 어린 친구로군. 운 좋게 돈이 많아서 이런데서 지내는지 모르지만 오해성을 내세워 우리들의 코리아타운을 어떻게 해볼 생각은 버리는 게 좋을 거야. 당신 같은 애송이 따위에게 한인회장인 나 정삼택이 굴복할 거 같은가?”

“글쎄요. 저로서는 협조를 요청하는 것입니다.”

“개소리마. 어디서 주제도 모르고 나서?”

정삼택이 식식거렸다.

녀석은 내가준 마지막 기회를 스스로 걷어찬 셈이다. 어차피 나로서는 이쪽이 더 편하지만.

정삼택을 한차례 쏘아보았다.

“뭐야? 한번 해보겠다는 거야?”

“가신다고 하니까 끝까지 붙잡을 필요는 없겠군요. 그런데 당신을 여기로 초대할 때에 그냥 했을 거 같나요? 그전에 당신에 대해 좀 조사를 해봤습니다. 그리고 과거에 좀 더러운 짓을 한 것도 있더군요. 아마도 여기 사람들은 그것을 모르고 있겠지만.”

“지금 뭐라고 지껄였어?”

“하하. 농담입니다.”

나의 대답에 정삼택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이미 미끼는 던져진 상태다.

녀석의 표정을 보니 제대로 걸려들었다는 예감이다.

뭣보다 정삼택처럼 뒤가 구린 녀석은 조금만 자극을 주어도 스스로 헛점을 드러낸다.

“어린놈이 헛소리 지껄이지마. 퉤!”

정삼택이 바닥에 침을 뱉었다.

일부러 내 구두를 향해 노렸고 녀석의 뱉어낸 더러운 침이 구두위에 떨어졌다.

그러자 옆에 있던 에스더가 당황하며 손수건을 꺼내서 닦으려고 시도했다. 일부러 손을 들어 그녀를 멈추었고 정삼택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예상대로 한성깔 하시는군요. 그게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말에 녀석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뒤쪽의 패거리를 향해 신호했다. 얼마 후 녀석의 선동에 의해 참석자들 중에 2/3가 떠나기 시작했다.

“행사가 이런 식으로 끝나게 되서 미안해요.”

“당신의 책임이 아닙니다.”

에스더를 향해 대답했고 그녀가 안심했다.

패거리를 데리고 떠나는 정삼택의 뒷모습을 보았다. 얼마 후 내 눈앞에 메시지가 떠오른다.

[스내쳐 프로그램 작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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