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조 재벌-56화 (56/300)

# 56

코리아 타운(Korea Town)

“저기가 리틀도쿄입니다.”

파일럿인 램버트가 말했다.

잠시 아래쪽을 내려다 보았다.

“좀 더 저공으로 날아갈 수 있습니까? 일단 리틀도쿄의 모습을 제대로 살펴보고 싶군요.”

“알겠습니다.”

램버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조종솜씨는 뛰어났다.

곧바로 기수를 낮추면서 내려갔고 리틀도쿄의 다운타운부터 크게 원을 그리면서 나아갔다.

“실장님. 저기가 리틀도쿄라니? 하늘에서 보니까 완전히 다르군요.”

송재동도 약간은 놀라고 있었다.

서부의 중심도시인 LA에는 이전부터 아시아계의 이민자들이 모여들었다.

그 역사는 100년이 넘어간다.

아시아계 이민자들 중에서 가장 먼저 발을디딘건 중국인이다.

그래서 LA에서도 차이나타운의 역사는 상당히 깊다. 그 뒤에는 일본계의 이민자들이 들어왔지만 특정한 장소에 모여살지는 않았다. 세 번째로 한국인들이 들어왔고 <코리아타운>이라는 한국인들의 집단거주 구역을 형성한 것이다.

그 뒤에 베트남 전쟁후의 베트남인들.

이후에는 인도인들이 들어오기도 했다.

LA-쪽 코리아타운의 역사만 해도 족히 80년은 될 정도로 오래되었다.

하지만 LA에서 <코리아타운>의 위상은 차이나타운이나 일본인들이 모여있는 리틀도쿄-보다 한참이나 떨어졌고 이후에는 베트남타운, 인도타운 보다도 아래다.

현재 LA에서 급속하게 그 위상이 높아지는 곳은 리틀도쿄(Little Tokyo)-다.

일본이 갖고 있는 막대한 자본과 기술이 리틀도쿄의 성공을 뒷받침 하였고 일본계 기업들의 지원도 활발한 편이다.

“리틀도쿄는 조금 전에 지나쳐왔던 코리아타운에 비해서는 엄청나게 발전해 있군요. LA의 뉴스나 미디어에서 리틀도쿄를 주목하는 이유를 알 거 같습니다.”

“그리고 일본정부와 일본기업들은 미국서부에서 자신들의 영역과 세력을 넓히는데 리틀도쿄를 거점으로 삼아서 활동합니다. 즉 서로 간에 주고받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지요. 현재 리틀도쿄의 가치는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높아졌습니다.”

나의 대답을 듣자 송재동이 고개를 끄덕인다.

리틀도쿄의 개발은 일본이 과거에 경제 호황기를 누렸을 때부터 진행되었다.

한때 일본은 경제에서 미국을 능가할 거라는 평가까지 있었지만 그 뒤에는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시기가 오면서 경제성장이 정체되거나 떨어졌다.

그럼에도 일본정부와 일본기업은 리틀도쿄에 대한 투자는 계속했다.

그리고 이후에 리틀도쿄는 LA를 대표하는 장소중에 하나가 되었고 현재는 막대한 가치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또한 리틀도쿄의 성장은 일본정부와 일본기업이 미국서부에서 비지니스를 하고 성장하는데 중대한 역할도 담당했다.

“실장님의 말씀대로 코리아타운을 리틀도쿄처럼 성장시키고 키운다면 그것은 엄청난 수익과 대박이 될 수는 있겠는데,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거 같습니다.”

“물론입니다. 하지만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뭣보다 지금까지 코리아타운이 리틀도쿄만큼 성장하지 못한 이유 중에 하나가 코리아타운에 대규모의 자본이 투입될 기회가 없었던 것도 있습니다. 또한 코리아타운 자체와 그곳에 살고 있는 한인들도 영세하기 때문입니다.”

“그 말도 충분히 맞는 거 같군요. 미국의 한인사회 그리고 백인들 사회에서 성공한 한국인 사업가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그래봐야 중견기업의 수준에 불과했으니 말이지요. 그리고 코리아타운 내의 한국인들이 갖고 있는 자본력이나 세력도 LA의 중국인들이나 일본인들에 비해 상당히 열악한 것도 사실입니다.”

송재동의 평가는 타당했다.

현재 미국내에서 한류를 포함해서 한국의 위상은 꽤 높아지는 중이다.

LA의 코리아타운을 제대로 활성화시키고 그것으로 붐을 일으킨다면 단기간에 막대한 가치창출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또한 내가 코리아타운을 활성화 시키려는 목적은 다른 것도 있었다.

이후 코리아타운의 성공을 발판으로 미국서부에서 진행할 다른 분야와 산업의 비지니스에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거점확보와 굳히기라는 부분에서 코리아타운의 발전과 개발은 반드시 필요한 것중에 하나였다.

“로버트 강. 헬기의 연료부족 때문에 더 이상은 비행이 불가능 합니다. 근처에 있는 드와이트 필드에 착륙해서 재공급을 받아야 할 거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램버트씨.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램버트를 향해 대답했다.

얼마 후 램버트는 우리들이 조금 전에 지나쳐왔던 코리아타운에서 좀 떨어진 소형 비행장으로 향했다.

헬리콥터는 긴 활주로가 필요없기 때문에 LA같이 크고 복잡한 도시라도 적당한 공간만 있다면 착륙이 가능하다.

그리고 산토리에어는 LA에서 연료 재급유를 위해 이런 식의 소형 비행장들과 연계해서 사업을 진행 중에 있었다.

얼마 후 램버트가 헬기를 착륙시킨 뒤에 나와 송재동은 내렸고 택시를 부른뒤에 코리아타운으로 향했다.

코리아타운에 대해서는 조금 전 헬리콥터를 통해 전체적으로 둘러보았다. 이를테면 숲을 보는 것이고 이제는 내부적으로 들어가서 나무를 볼 차례다.

***

“그런데 실장님.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혹시 발해컨설팅이라고 들어보신 적 있습니까?”

“글쎄요. 저로서는 처음듣는 이름이군요. 다만 컨설팅업체에 발해라는 이름을 붙인 걸 봐서는 오너가 한국인이라는 느낌이 드는군요.”

“맞습니다. 오해성이라는 인물인데 나름 인상깊은 논설을 낸 적이 있더군요.”

테블릿-PC로 인터넷을 켠뒤에 송재동에게 보여주었다. 그러자 송재동이 받아서 확인을 시작했다.

지금 우리들이 타고 있는 택시는 오해성의 발해컨설팅이 있는 장소를 향해 가는 중이었다.

코리아타운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곳을 개발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한 뒤에 먼저 한 것이 LA-코리아타운에 대한 인터넷 사이트와 기타 정보를 찾아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코리아타운에는 한국타임즈(Hankook Times)라는 교포신문이 있었다.

신문사는 코리아타운내에 사무실을 두고 있었고 주로 LA를 포함해서 캘리포니아와 미국 서부에 살고 있는 한국인 교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신문이다.

LA-데일리나 캘리포니아 뉴스-같은 메이저급에 비해서는 발행부수나 영향력이 큰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미국서부의 한인들 사이에서는 제법 인기 있는 신문에 속했다.

한국타임즈의 기사내용들을 보다가 오해성이란 사람이 올린 논설을 보았다.

현재 LA의 코리아타운이 갖고 있는 문제점과 이미 상당한 성장을 거듭한 차이나타운과 리틀도쿄와의 비교.

그리고 앞으로의 발전방향에 대해서도 제법 심도 있는 주장을 펼치고 있었다.

“실장님. 오해성이란 친구 제법인데요. UC 버클리대학의 도시공학과를 졸업했고 현재 나이는 30대 초반. 그리고 코리아타운에서 컨설팅분야의 일을 하고 있군요. 주된 업무는 상권분석부터 시작해서 도시개발에 대한 것. 그 외에도 다양하군요.”

UC 버클리 대학이라면 미국서부에서 UCLA와 더불어 명문에 속한다. 명문대 출신이라해서 실력이 다 좋은 건 아니다.

다만 그가 한국타임즈에 실은 논설과 주장은 상당한 통찰력을 갖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리고 지금부터는 직접 상대를 만나서 그 실력을 평가해볼 차례다.

***

오해성이 오너로 있는 <발해컨설팅>은 코리아타운에서도 변두리에 속하는 트라팔(Trapal)에 있었다.

5층의 허름한 건물이고 위층의 한쪽 구석에 발해컨설팅이란 자그마한 간판이 보인다.

“생각외로 소박하군요.”

“저로서는 그것이 더 마음에 드는데요. 요란하고 잘나가는 인물이라면 그만큼의 거품도 많을 테니까 말이지요.”

“실장님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송재동이 고개를 끄덕인다.

UC 버클리의 명문대 출신이라면 LA를 포함해 서부지역의 유명한 컨설팅업체에 입사해서 활동하는 것도 가능했다.

그곳에 들어가면 연봉만도 기본으로 2~30만 달러는 충분히 받을 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오해성이란 인물은 코리아타운의 변두리에 사무실을 차리고 독립적인 활동을 진행 중에 있었다.

편안한 길을 가기보다는 야망과 꿈이 가득한 인물이란 느낌이다.

허름한 정문을 통과해 5층으로 향했다.

건물이 낡아서인지 엘리베이터도 없었고 때문에 계단을 이용해야 했다.

복도를 따라 걸어가자 작은 사무실에 <발해컨설팅>이라고 붙여진 한국어/영어 간판이 문앞에 걸려있었다.

벨을누르자 안에서는 머리를 더벅하게 기른 30대의 사내가 나왔다.

“오해성씨 되십니까?”

“그런데요.”

“우리들은 MCU-펀드에서 왔습니다. 그리고 저는 전략실장인 강민입니다. 여기는 우리 쪽 MCU의 법률자문인 송재동씨입니다. 당신과 이야기를 좀 하고 싶은데 가능하겠습니까?”

“......”

나의 말에 오해성이 당황했다.

얼마 후 그의 안내를받아 사무실로 들어갔다.

예상대로 <발해컨설팅>은 오해성 단독으로 이루어지는 자그마한 곳이었다.

하지만 크기는 상관없었다.

어차피 그런 것은 겉으로 드러난 것일 뿐 중요한 것은 내실이니까.

“갑자기 찾아오셔서 뭘 드려야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두분다 한국분이시니 쌍화차 같은 거라도 어떻습니까?”

“그걸로 충분합니다. 그런데 말투를 보니 오해성씨 당신은 한국에서 태어나신 분은 아니군요.”

“그렇습니다. 제가 태어나기전에 부모님이 여기 LA로 오셨습니다. 그래서 여기 코리아타운은 저에게 고향같은 곳입니다.”

차를 준비하면서 오해성이 대답했다.

잠시 사무실 내부를 둘러보았다.

구형의 노트북과 데스크탑 컴퓨터.

그리고 중고로 구입한 작업테이블과 소파등이 전부였다.

하지만 벽에는 UC 버클리의 도시공학과 출신답게 자신이 구상해놓은 여러 가지 컨셉의 구조도와 도시개발에 대한 조감도등이 그려져 있었다.

도시공학과를 전공했지만 그 외에 상경계의 분야에도 나름 공부를 한 것이 분명했다. 단순하게 도시공학과의 지식만으로 컨설팅업무를 할 수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이것들은 모두 당신의 작품입니까?”

“부끄럽지만 시간이날 때 틈틈이 해온 것들입니다.”

오해성이 쌍화차를 건네면서 고개를 반쯤 숙였다. 이윽고 오해성이 맞은 편에 앉았다.

그가 가져온 쌍화차를 음미했다. 코리아타운내의 한인마트 등에서 파는 간단한 티벡형식의 쌍화차인데 맛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먼저 MCU-펀드라는 회사는 처음 들어봤는데 뭣 때문에 저를 찾아오셨는지 궁금하군요.”

“현재 뉴욕에 본사를 두고 미국내의 여러 곳에 투자를 진행할 종합펀드사 입니다.”

“그렇다면 여기 LA, 그중에서도 코리아타운에 오신 것은 여기에 어떤 투자목적이 있다는 뜻입니까?”

“예. 하지만 그것은 먼저 당신과의 면담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토론을 한 뒤에 결정할 문제입니다.”

나의 대답에 오해성이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까지 만나본 평가로는 괜찮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가 코리아타운의 개발과 발전을 위해 어떤 비젼과 계획을 갖고 있느냐는 것이다.

“여기로 오기전에 잠시 여기 있는 법률자문님과 함께 헬리콥터를타고 LA를 항공으로 둘러봤습니다.”

“그것이 정말입니까? 헬리콥터의 한시간 대여비만 해도 상당할 정도인데.”

“물론 비용이 들어가는 건 사실이지만 대신에 LA를 전체적으로 크게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나름대로 가성비가 좋았습니다.”

오해성의 입이 벌어지고 있었다.

처음에 내 쪽에서 MCU-펀드라고 소개를 했을 때에 그의 표정은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그도 여기서 컨설팅업무를 하다보니 미국내에서 유명한 투자은행이나 기금, 펀드회사에 대해서는 좀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중에 MCU-펀드는 처음 들어본 것이니 말이다. 잠시 후 오해성의 표정이 호기심을 나타내며 질문했다.

“전략실장님께서 헬리콥터로 둘러본 소감은 어떻습니까?”

“LA에 있는 아시아계 이민자들의 구역인 차이나타운부터 시작해서 리틀도쿄 그리고 코리아타운과 베트남타운, 인도타운까지 봤는데, 코리아타운은 그 역사가 오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차이나타운이나 리틀도쿄, 그리고 인도타운에 비해서도 개발이나 위상이 한참이나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역시 그렇군요.”

오해성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자신도 여기에 대해 알고 있었고 얼마 전에 한국타임즈에 쓴 논설을 통해 주장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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