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조 재벌-54화 (54/300)

# 54

워렌버핏의 기자회견

“카운트다운 시작합니다. 10, 9, 8......”

“엄청 긴장되네.”

박광석이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는다.

오늘 하루 박광석과 후배들 두 명은 살아있는 송장과도 같았다.

그야말로 좀비상태.

정확히는 어제밤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단 한숨도 못잔 것이다.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애써 냉정함을 유지했지만 오늘 마신 에스프레소 커피만 해도 20잔 이상이다.

온몸이 카페인 범벅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2억 5천만 달러.

한화로 2500억을 투자해서 지금까지 펼친 작전. 그것이 오늘 하루를 통해 승패가 결정나는 것이다.

나와 박광석은 가장 큰 대박을 터뜨릴 옵션에 대해 선물과 옵션의 만기날짜가 같이 겹치는 쿼드러플 위칭데이(Quadruple Witching Day)를 선택한 것이다.

미국 월가에서는 보통 <네 마녀의 날>로도 불리며 금융시장의 거대한 이변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오늘이 그날이고 주인공은 우리가 된다.

모든 작전을 완벽하게 준비하고 상황을 주도했지만 상황이 무조건 순탄하게 흘러간 것은 아니다.

증권시장이 오픈하자마자 어제까지 주가가 빠졌던 배터리 메이커 2위인 바이덩의 주가가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어제까지 바이덩의 주가가 -34%까지 빠진 상태기 때문에 목표치인 -30%에서 4% 정도의 여유가 있기는 하였다.

긴급하게 확인해본 결과 바이덩에서 자사주식을 매입하면서 주가폭락을 막으려는 시도였다. 그리고 어제까지 주식을 투매하며 포기했던 싱가포르의 국부펀드도 일부 가세하는 상황.

1위였던 도시칸은 확실하게 제압해놓은 상태인데 2위인 바이덩이 돌발변수로 올라온 것이다. 박광석팀은 이것을 신속하게 파악해냈다.

먼저 발견했다면 대응할 시간은 충분했다.

뭣보다 바이덩이 주가폭락을 막으려고 자사주식을 매수하면서 발버둥 치는 건 결정적인 약점이다.

곧바로 스몰츠에게 현재 상황에 대해 정보를 전달했고 물밑 작업을 개시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중국기업이 몰래 자사의 주식을 매수하면서 주가를 버틸려고 한다는 정보가 퍼졌고 장세의 오프닝부터 오르던 바이덩의 주가는 조금씩 둔화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을 위해 마지막 결정타를 준비해 놓은게 있었다.

전세계 금융가들과 투자자들에게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존재가있다.

미국 네브라스카주 오마하 출생이고 세계 최대의 투자회사들 중에 하나인 버크셔 해서웨이의 CEO.

그리고 최대 지분소유주인 워렌버핏.

그에게 붙은 명성은 투자의 신.

또는 투자의 천재.

그리고 오마하의 현인이다.

지금까지 워렌버핏은 미국과 전세계를 강타한 슈퍼배터리의 이슈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었다.

꽤 많은 기자들이나 미디어에서 그를 향해 슈퍼배터리에 대해 멘트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또한 워렌버핏은 미국 서부 LA-나 동부인 뉴욕에서 벌어진 슈퍼배터리의 오프닝 행사에 초대받은 인물은 아니었다.

애초부터 헐리우드 스타와 팝스타들을 주 구성원으로 했기에 기업가들이나 투자가들은 철저하게 제외한 것이다.

대신에 워렌버핏에 대해서는 뉴욕에서 진행된 슈퍼배터리의 오프닝과 같은날에 5개의 슈퍼배터리를 보냈다.

워싱턴에서 능력 좋은 로비스트인 맥퍼슨을 활용했고 워렌버핏의 반응도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었다.

그 뒤에 맥퍼슨을 이용해 워싱턴의 기자들에게 워렌버핏이 슈퍼배터리를 받았고 테스트하고 있다는 소스를 흘렸다.

지금쯤이면 워렌버핏을 향해 유명 언론사의 기자들이 상당부분 모여들었을 것이다.

예상대로 오후 1시가 되었을 때 워렌버핏이 수많은 기자들 앞에서 회견을 하였다.

[슈퍼배터리의 기술력은 저로서도 놀라울 정도입니다. 우리 버크셔 해서웨이는 이후 슈퍼배터리에 대한 투자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워렌버핏의 기자회견과 답변.

그것이 확실한 결정타를 만들었다.

워렌버핏이 슈퍼배터리에 대해 관심이 있는만큼 이후에 KR-전지에 대한 투자와 참여하는 부분은 나중에 논의될 문제다.

나로서도 워렌버핏이 이 분야에 참여한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생각이다.

그리고 지금은 워렌버핏의 대답을 통해 슈퍼배터리가 이후 배터리시장의 주역이 될 것을 확인한 것이다.

오후 1시에나온 워렌버핏의 뉴스가 터지면서 상승세를 그리던 바이덩(Baidung)의 주가는 급락했다.

“실장님. 설마 워렌버핏 마저도 손을 써놨을 줄이야?”

박광석팀의 후배 두 명은 경악하고 있었다.

솔직히 로비스트인 맥퍼슨의 접근이 통하지 않는다면 예비인 플랜-B 도 있었다.

조사해보니 워렌버핏은 현재 헐리우드를 대표하는 탑스타이자 IT-프린세스(Princess)로 불리는 스칼렛 위버와도 아는 사이었다.

워렌버핏의 손녀인 아만다가 캘리포니아의 UCLA 대학에 다닐 때에 둘이 친했고 스칼렛 위버가 워렌버핏의 집에도 자주 방문할 정도다.

만약에 로비스트인 맥퍼슨이 실패한다면 스칼렛 위버를 이용해서 워렌버핏에게 슈퍼배터리를 전달하는 방법도 생각했지만 일단은 맥퍼슨이 제몫을 잘 해주었다.

쿼드러플 위칭데이를 타겟으로 한 오늘의 상황.

미국 뉴욕의 증권거래소와 나스닥 그리고 미국의 금융시장이 클로징을 해야 승부가 나는 것이다.

금융시장이란 건 폐장 한시간 전이라도 돌발상황이 발생한다.

따라서 결코 안심할 수 없었다.

박광석과 팀원들은 폐장시간의 카운트 다운을 개시하고 있었다.

그들의 표정은 어느때보다 흥분했다.

앞으로 몇초후면 월가를 상대로 펼친 엄청난 작전이 성공하는 것이다.

“실장님. 역시 쿼드러플 위칭데이의 악몽은 이번에도 재현되고 있군요. 옵션시장에서 이변을 눈치챈 사람들이 마지막까지 발악하고 있지만 이미 승부는 결정된 상태입니다.”

“2억 5천만 달러의 자금을 30개의 프런트(Front)-들을 이용해서 분산했고 닌자펀드(Ninja Fund)의 형식으로 은밀하게 움직인 것이 제대로 효과를 본 것 같군요.”

“맞습니다. 만약에 우리 쪽 자금이 씨끄럽게 움직였다면 다른 이들도 대응책을 마련했을 겁니다.”

박광석이 대답했다.

슈퍼배터리의 빅 오프닝과 그로인해 떠들썩한 이슈. 그 후에 10대 배터리 메이커들의 주가가 떨어지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10대 배터리 메이커들의 주가가 폭락하면서 월가가 흔들렸고 그로인해 관련뉴스가 월스트리트 저널과 블룸버그 뉴스에서 계속 나왔다.

하지만 월가의 누구도 우리들이 그 배후에서 은밀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은 눈치채지 못했다.

그리고 선물과 옵션이 만기되는 오늘 쿼드러플 위칭데이를 통해 몇몇 투자가들과 펀드들이 이상징후를 감지하고 방어를 시도했지만 이미 늦어버린 것이다.

“카운트다운, 3, 2, 1...... 제로!”

“드디어 해냈다.”

“우와아아앗!”

박광석팀의 후배 두 명이 울부짖는다.

너무나도 감격해 눈물까지 찔금거릴 정도다.

그것은 선배인 박광석도 마찬가지.

나의 경우 하루종일 20잔의 에스프레소를 마시면서 온몸에 쌓였던 카페인들이 한순간에 증발해버릴 지경이다.

세계금융의 중심인 월가를 상대로벌인 대결.

그 승부에서 완전히 승리한 것이다.

펑! 갑자기 샴폐인이 터지는 소리가 나왔다.

“송재동 형님은 센스가 끝내주십니다.”

“사실은 어제부터 최고급 샴폐인을 준비해 놨는데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몰라서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었지.”

송재동이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도 박광석팀과 함께 펜트하우스에서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우리 쪽의 승리로 금융시장이 페장하자 곧바로 샴폐인을 터뜨렸다.

“이 샴폐인 엄청나게 비싼거야. 한 병에 2500달러나 한다구.”

“그게 정말입니까?”

“당연하지. 샴페인 중에서도 최상인 돔페리뇽. 그중에서도 빈티지급에 속하는 것이니까.”

송재동의 대답을 듣자 후배두 명이 손에 흘린 부분까지 핥아먹는다.

한 병에 250만 원짜리 샴페인.

하지만 오늘같은 날은 제대로 그 가치를 하고 있었다.

송재동이 따라준 샴페인잔을 음미할 때 나의 스마트폰이 울린다.

잠시 확인하니 김태천에게서 온 것이다.

“김태천 씨. 지금 어디입니까?”

“프리먼과 함께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변이 꽤 떠들썩 하군요.”

“대화가 좀 안통하는 녀석들이 있어서요.”

김태천이 대답했고 잠시 후 수화기 너머에서 퍽퍽! 하는 둔탁한 굉음이 들려왔다. 아무래도 프리먼이 나름 실력을 발휘하는 거 같다.

지금 두 사람은 내가 따로시킨 임무를 위해 잠시 뉴욕을 벗어난 상태다.

두 사람이 임무를 위해 사용하는 경비나 기타 장비의 구입등에는 돈을 아끼지 말라고 해놓았다.

김태천과 프리먼은 내가 운 좋게 손에넣은 뛰어난 현장요원(Field Agent)들이다. 따라서 약간의 푼돈보다는 그들의 안전과 생명이 뭣보다 중요했다.

“전에 실장님이 말한 월가작전이 오늘 결판나는 날이기에 확인 차 전화를 해봤습니다.”

“저의 대답은 미션 컴플리티드(Mission Completed)입니다.”

“역시! 대단하시군요. 그런데 프리먼! 저 녀석 설마 죽은 거야?”

“그 정도는 아니야. 워낙에 맷집이 없는 놈이라서 그런지 몇대맞더니 기절해 버렸네.”

수화기 반대편에서 프리먼의 대답이 들려왔다.

역시 두 명한테 맡겨놓으니 잘 해내고 있었다.

“김태천과 프리먼은 어떻습니까?”

“좀 떠들썩한 상황이긴 한데 아직까지 별문제는 없는 거 같습니다.”

“하긴 두 명의 실력은 확실하니까요.”

송재동이 미소를 지었다.

뉴욕월가를 상대로 이겼다는 감격.

그리고 성취감 때문에 박광석팀의 후배들은 옷도 벗지 않고 펜트하우스의 풀장으로 뛰어들었다. 서로 물을뿌리며 장난치는 모습이 완전히 어린시절로 돌아간듯 보였다. 하긴 그들에게는 일생일대 최대의 사건일 테니까.

그것은 나에게도 마찬가지.

후배들을 바라보던 박광석에게 넌지시 말했다.

“오늘같은 날은 제대로 파티를 해야겠군요.”

“실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저도 찬성입니다. 그러고 보니 저 두녀석들 뉴욕에 온 뒤부터 어비스(Abiss)을 가보고 싶어하던데.”

박광석이 대답했다.

어비스-라면 뉴욕의 핫클럽들 중에서 현재 No-1 을 자랑하는 곳이다. 그리고 박광석의 표정을 보니 그자신도 꽤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그러고 보니 저번에 개최된 뉴욕의 슈퍼배터리 오프닝때 유명 래퍼인 에미넴이 핫클럽인 어비스(Abiss)의 오너하고 잘 알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 사람이 저한테 개인번호를 준 것이 있는데 이 번호로 연락하면 언제든지 백도어(Back Door)입장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것이 정말입니까?”

박광석의 입이 귀에까지 걸린다.

어비스는 현재 뉴욕최고의 핫클럽이다. 저녁시간 오프닝부터 엄청난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곳이고 입장조차 못하고 돌아가는 사람들도 꽤 많다.

하지만 클럽오너나 셀럽들과 친분이 있다면 줄을 서지 않고 후문을 통해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기왕에 핫클럽인 어비스를 간다면 제대로 노는 것도 필요하다.

오늘은 충분히 그럴만한 날이니까.

스마트폰을 검색해 레퍼인 에미넴이 나에게 준 어비스의 오너 지미 트레버의 전화번호를 검색했다.

이것은 오너인 트레버와 다이렉트로 연결되는 번호다. 어비스 오너인 트레버는 과거에 뉴욕에서 유명 DJ로 활동했다.

본래는 브롱크스의 가난한 흑인동네에서 태어났는데 어릴 때부터 음악적 재능이 뛰어났고 그 자신의 노력을 바탕으로 성공할 수 있었다. 전화를걸자 에미넴을 통해 나에 대한 것을 미리 들은 듯 반가운 목소리였다.

오너인 트레버는 DJ로서의 명성도 뛰어났지만 클럽사업에도 탁월한 재능이 있는 듯 보였다.

그는 어비스를 뉴욕에서 최고의 클럽으로 성공시킨 것 외에도 시카고나 애틀란타에도 본인의 클럽을 열었고 그것도 꽤 잘나가는 중이었다.

오늘 어비스를 가게 되면 오너인 트레버를 통해 클럽 비지니스에 대한 것을 알아보는 것도 괜찮을 거 같았다.

실제로 클럽 비지니스에 들어가는 자본이 큰 것은 아니다. 대신에 제대로 컨셉을 잡아서 성공하면 그것도 상당한 수익이 나오는 황금알과 같은 것이다.

“이 녀석들 물장난 그만하고 나와라. 오늘은 실장님과 함께 어비스로 간다.”

“선배님 그것이 정말입니까?”

“예- 어비스의 오너인 트레버 씨에게 부탁해서 VIP-룸으로 예약을 해놓았습니다.”

“그 말은 줄도 안서고 백도어로 들어가는 겁니까?”

“이거야말로 대박입니다. 어비스의 VIP-룸은 웬만해서는 잡기도 힘든데.”

물론 가격도 제법 쎄다.

하지만 박광석의 후배들이 어비스 클럽의 인터넷 사이트에서 동영상으로 나오는 VIP-룸의 모습을 보여줬는데 그만큼의 가치는 충분할 거 같았다.

그리고 뉴욕최고의 핫클럽이란 명성에 맞게 어비스에는 뉴욕을 대표하는 수많은 미녀들이 찾아온다. 그 때문인지 박광석 팀원들은 벌써부터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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