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조 재벌-53화 (53/300)

# 53

대세는 이미 기울었다

“영국의 HSBC와 스위스의 UBS가 배터리 메이커들의 주식을 던지기 시작했어.”

“그게 정말이야?”

“조금 전 익명으로 들어온 정보야.”

“예상대로네. 언제쯤 배터리 메이커들에몰린 투기자금이 빠져나가고 누가 먼저 시작할까 생각했는데 유럽쪽의 투자은행들이 먼저 움직였군.”

“손실을 최대한으로 줄이겠다는 생각이지. 서둘러 게시판에 올려.”

“당연하지.”

“조금 전에 들어온 제보에 따르면 도이체방크(독일투자은행)도 던지기 시작했어.”

“유럽놈들. 행동이 빠르네.”

두 명의 표정은 흥분으로 상기되었다.

월가를 포함해 미국의 투자자들 사이에서 http://www.invest.com은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었다.

여기서는 매일 라고 불리는 투자관련 가이드와 해설서를 내놓기도 했고 인베스트 닷컴 사이트에는 매 순간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접속해서 글을 남긴다.

즉 미국에 있는 개인투자자들이 모여서 만든 인터넷 커뮤니티인 동시에 수많은 사람들에게 월가의 금융시장과 상황을 신속하게 전달하는 역할도 담당했다.

여기를 통해 10대 배터리 메이커들의 주식을 갖고 있는 큰손들.

그중에서도 영국과 유럽쪽의 대형 투자은행들이 매도를 시작했다는 소식이 퍼져나가자 그 충격은 상당했다.

소액주주들은 손실을 줄이기 위해 곧바로 매도를 시작했고 대형 투자기관들은 관망세를 유지하려고 시도했지만 쉽지 않았다.

뭣보다 유럽쪽의 큰손들인 영국의 HSBC와 스위스의 UBS 그리고 도이체방크-까지 매도를 개시하는 상황에서는 주가가 더 급락했던 것이다.

***

일본수도인 도쿄의 중심인 롯본기.

그곳에 본사를 두고 있는 도시칸(Dosikan)-

이 회사는 일본 배터리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이었고 세계최대의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었다.

구형의 니켈-카드늄 배터리 시절부터 시작해서 이후의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에서도 선두를 유지했다.

도시칸이 세계 배터리 산업을 주도하고 지배하면서 일본의 전자산업은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이후에 중국의 바이덩(Baidung)이 저가용 배터리를 공급하면서 2위로 치고 올라오고 추격을 시작했지만 도시칸의 아성을 무너뜨릴 만큼은 못되었다.

도시칸(Dosikan)은 세계 최대의 배터리 생산업체 및 다국적 기업이었고 미국의 월가를 포함해서 영국의 증권거래소.

그리고 홍콩과 상하이등에도 주식이 상장된 상태다. 물론 도시칸의 주식이 가장 많이 거래되는 곳은 본국인 도쿄의 증권거래소다.

미국의 월가에서 시작된 동요와 충격.

그것은 단번에 일본의 도쿄 증권거래소까지 미치고 있었다.

“큰일이다. 긴급사태다.”

“무슨 일이야?”

“어서 TV를 켜봐. 미국의 블룸버그 뉴스에서 우리 도시칸(Dosikan)에 대한 속보가 나오고 있어.”

도시칸 본사에서도 엘리트들만이 모여있는 기획부. 그곳에 있는 직원들이 당황했다.

한 명이 부서에 있는 TV를켰고 화면에서는 블룸버그 뉴스의 속보가 나오는 중이다.

블룸버그 뉴스는 뉴욕월가를 포함해서 금융시장 그리고 미국의 경제뉴스와 세계의 경제뉴스를 주로 다루는 유명한 방송채널이었다.

리포터를 통해 나오는 뉴스를 본 직원들은 당황했다.

“설마 저런 상황이 벌어지다니?”

“어서 회장님께 알려라.”

“이거야말로 도시칸(Dosikan) 최대의 재앙이다.”

기획부 직원들이 얼굴을 감싸쥐었다.

얼마 후 도시칸의 중역회의실에서는 긴급회의가 소집되었다.

도시칸의 회장인 노부키가 참가했고 각부서의 이사들이 고개를 들지못했다.

“네놈들은 이런 사태가 생길 때까지 뭘하고 있던 거냐?”

“미국에서 벌어지는 슈퍼배터리의 이슈에 대해 주시를 하고 있었지만 상황이 이 정도로 급격하게 변할 줄은 몰랐습니다.”

“뭣보다 미국의 수많은 IT-전문가들은 슈퍼배터리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었고 우리 도시칸의 주가도 그동안 상승세를 그리고 있었습니다.”

임원들이 변명을 했지만 회장인 노부키의 분노는 더 크게 올랐다. 설마 한국의 기업에게 당할 줄이야?

그것도 미국이란 세계 최대의 시장이자 큰무대에서 완전히 패배한 것이다.

“우리 쪽 도시칸의 주가가 어느 정도나 급락한 것인가?”

“월가에서는 벌써 10%까지 내려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본국인 도쿄의 증권거래소에서도 주가들이 동반하락중에 있습니다.”

“......”

임원의 보고에 노부키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회장님. 지금은 서둘러 진화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먼저 우리 도시칸에서 서둘러 성명을 발표하고 투자자들이 더 이상 이탈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합니다.”

“맞습니다. 뉴욕에 있는 타테모리 지사장에게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이 개발한 슈퍼배터리에 대한 반격을 해야합니다.”

“그리고 이번에 한국기업은 슈퍼배터리의 공개행사에 헐리우드의 스타들과 미국의 팝스타들을 동원하는 비겁한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일단 한국의 슈퍼배터리에 대해 후원하는 헐리우드 스타들에 대해 항의를 해서 더 이상 SNS-등에서 헛소리를 못하도록 막아야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하면 역풍을 당할 수 있지 않습니까? 우리 도시칸의 기업 이미지에 타격이 올 수도 있는데.”

“지금은 찬밥 더운밥을 가릴 때가 아닙니다.”

임원들이 저마다 소리쳤다.

그들 중에는 이번사태의 원인과 과정, 그리고 대책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다만 회장인 노부키가 참가한 긴급회의였고 여기서 아무말도 안하고 있다면 퇴출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얼마 후 중역회의를 통해 몇 가지의 대응책들이 나오기는 하였다.

하지만 그것은 거대하게 몰아치는 해일을 향해 조각배로 막겠다고 덤벼드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

“실장님. 도시칸(Dosikan) 녀석들이 서둘러 진화에 나서는 상황이네요.”

“만약에 도시칸이 무너지면 그 뒤로 나머지 10대 배터리 메이커들은 도미노처럼 쓰러질 수 있겠군요.”

박광석을 향해 대답했다.

도시칸은 10대 배터리 메이커들 중에서도 핵심이 되는 타겟이다.

중국의 대형 배터리 메이커인 바이덩(Baidung)이 추격을 시도하고 있지만 도시칸은 전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에서 바이덩보다 2배나 많았다.

그만큼 배터리 시장에서 도시칸이 치지한 위치는 압도적이다. 또한 기술력에서도 2위인 바이덩을 월등하게 앞섰다.

슈퍼배터리를 통한 월가의 충격과 쇼크.

그리고 10대 배터리 메이커들 중에서 하위권 회사들의 주가가 먼저 영향을 받았다.

이미 5위부터 10위권에 속한 회사들은 먼저 폭락을 시작했고 나와 박광석이 처음에 설정한 목표인 -30% 이하로 떨어진 상태다.

그에 반해 1위인 도시칸부터 시작해서 5위까지의 회사들은 나름대로 버티고 있었다.

이부분도 어느 정도 예상한 것이다.

박광석이 노트북으로 블룸버그 뉴스의 영상을 오픈했다.

거기에는 도시칸의 미국 지사장인 타테모리가 나와서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월가에서 떨어지는 주가.

그리고 본국인 도쿄의 증권거래소에서도 타격을 당하자 대응을 위해 나온 것이다.

“이미 대세는 우리 쪽 아니 슈퍼배터리쪽으로 기울었는데 저런 기자회견 따위로 바꿀 수는 없을 거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문제를 더 크게 만들거 같군요.”

이런 나의 예상은 적중했다.

기자회견장에 모인 리포터들의 질문이 예리하게 퍼부어 지면서 도시칸의 미국 지사장인 타테모리는 땀을 뻘뻘흘리고 있었다.

회견장에모인 기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도시칸이 KR-전지의 슈퍼배터리에 대항할 기술과 제품을 갖고 있느냐는 것이다.

만약에 그것이 있다면 승부는 박빙이다.

하지만 도시칸의 미국 지사장인 타테모리는 오히려 이미 논파가 끝나버린 미국내 IT-전문가들이 슈퍼배터리에 대해 떠들던 주장을 반복했다.

변명거리를 찾고 투자자들을 달래기 위한 것이지만 그것이 역풍을 가져온 것이다.

도시칸 미국 지사장이 시도한 기자회견에 대한 논평은 매서웠다.

그리고 세계최대의 배터리 회사인 도시칸에 대해 일말의 가능성을 믿었던 투자자들은 급격하게 실망했다. 얼마 후 블룸버그 뉴스에서는 특집으로 헤드라인 뉴스가 나왔다.

<도시칸의 완벽한 패패>

<대세는 이미 슈퍼배터리로 기울었다.>

“실장님. 이제 남은 시간은 1주일. 그 안에 모든 것이 결판 나겠군요.”

“아마 내일부터는 도시칸(Dosikan)부터 시작해서 바이덩(Baidung) 그리고 5위안에 들어가있는 기업들의 주가에도 투매현상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입니다.”

“도시칸이 스스로 무덤을 팔줄이야. 물론 가만있어도 어차피 도시칸의 주가는 폭락하게 되는 상태지만 그것을 가속화시키고 말았군요.”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밑천이 들어난 것입니다. 또한 도시칸 스스로 슈퍼배터리에 대해 패배했다는 선언을 해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라서.”

박광석을 향해 싱긋 미소를 지었다.

후배중에 한 명이 에스프레소 잔을 가져왔다.

원두커피의 진한 맛이 혀끝으로 느껴졌다.

오늘따라 에스프레소 맛이 더 좋다.

***

“본격적으로 떨어진다.”

“이대로 쭉쭉 내려가라.”

“우리가 월가를 마음껏 주무르고 있다니? 이거야말로 꿈같은 일이잖아.”

박광석팀의 후배 두 명이 외쳤다.

그렉 스몰츠의 실력은 탁월했다.

증권시장에는 호재와 악재가 있다.

주식이 상장된 회사들은 호재는 최대한으로 공개하고 퍼뜨리면서 악재는 감출려고 한다.

그에 반해 투자자들은 회사의 이런 기대와는 다르게 숨겨진 악재를 최대한으로 발굴하려고 하는 것이다.

1위인 도시칸부터 시작해서 10대 배터리 메이커들은 KR-전지가 개발한 슈퍼배터리의 등장이란 충격과 악재로인해 정신 못차릴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월가에서 활동하는 스몰츠는 20년간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 그리고 인맥등을 이용해서 악재를 더욱 퍼뜨리는 역할을 하였다.

처음에는 영국과 유럽계의 투자은행들과 기관들이 매도를 시작했고 이후에는 월가를 터전으로 하는 미국계의 대형 투자은행들도 하나둘씩 포기를 시작했다.

골드만삭스나 모건스탠리, 메릴린치등이 갖고 있던 10대 배터리 메이커들의 주식이 대량으로 시장에 풀리면서 주가는 급락했다.

그리고 도시칸은 스스로 역풍 맞을 짓거리를 했다.

슈퍼배터리를 옹호하는 미국 헐리우드의 스타들과 미국의 팝스타들을 향해 항의한 사건이다.

원래 대중들에게 우상으로 숭배되는 스타들의 자존심은 월등하게 강하다.

그리고 이미 슈퍼배터리의 성능과 품질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증명된 상태인데도 도시칸이 정신을 못차리고 슈퍼스타들에게 시비를 건것은 무덤을파는 짓이었다.

엄청난 역풍을 맞은 뒤에 도시칸의 회장인 노부키가 기자회견을 열어서 사과를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그것을 보면 2위인 중국의 바이덩은 나름대로 처신을 잘하긴 했지만 그래도 자사의 주가가 급락하는 걸 막을 수는 없었다.

대신에 도시칸의 기업 이미지가 망신창 당한 것에 비해 바이덩은 그런대로 본전은 건진 셈이다.

“현재까지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모든 것이 실장님의 작전대로입니다. 10대 배터리 메이커들 중에서 1위인 도시칸의 주가는 목표치인 30%에서 더 급락해서 48%까지 내려갔습니다. 내일이면 추가로 5%가 더 내려갈것 같습니다. 그리고 2위인 바이덩의 주가는 28% 수준이고 목표치에서 2%가 남았는데, 이것은 아무래도 1위인 도시칸이 급락하면서 2위인 바이덩에 대해 기대심리가 모여서 버티고 있는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지금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들이 계속해서 손절매를 시도하고 있기 때문에 바이덩도 더 이상 버티기는 힘들겁니다.”

“실장님. 선배님. 굿뉴스입니다.”

“어떤 것입니까?”

“드디어 바이덩의 주가를 버티고 있던 싱가포르의 국부펀드가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하면서 탈락했습니다.”

“하긴 싱가포르 국부펀드가 아무리 같은 중국계라지만 주가가 28%까지 폭락하는데도 손해를 감수하면서 버틸 수는 없겠지요.”

“바이덩에 대해서는 싱가포르 국부펀드가 신경 쓰였는데 이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었습니다.”

박광석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전세계의 투기자금들 중에서 국부펀드가 차지하는 비중도 결코 만만치 않았다.

특히 싱가포르 국부펀드는 중동의 오일펀드들과 함께 금융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미친다.

싱가포르 국부펀드에서도 배터리 메이커중 랭킹 2위인 바이덩의 주식에 일부 자금을 투자해두고 있었다.

다만 바이덩의 주식이 흔들릴 때에도 제법 버티고 있더니 드디어 손을놓은 것이다.

싱가포르 국부펀드가 포기를 하자 바이덩의 주식은 단번에 -34%까지 떨어졌다.

“드디어 내일이군요.”

“지금까지 해온 모든 작전이 내일의 상황에 따라 결판납니다.”

박광석을 향해 대답했다.

특별한 변수만 없다면 내일의 승자는 우리 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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