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조 재벌-52화 (52/300)

# 52

월가(Wall Street)를 컨트롤 하다

“역시 스몰츠 씨의 메뉴선택은 탁월하시군요.”

“과찬이십니다.”

스몰츠가 쑥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스몰츠의 겸손함과 다르게 그가 우리를 위해 추천한 지중해식 메뉴.

그중에서도 그리스 요리는 독특한 맛과 풍미를 갖고 있었다.

지중해식 요리의 대표라면 이탈리아 요리와 그리스 요리가 유명했다. 다만 이탈리아 요리의 경우에는 피자나 파스타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그리스의 경우에는 해산물을 기본으로 만드는 요리가 일품이다.

또한 한국에서 그리스식 요리는 낯선편이다. 그러나 여기 미국과 뉴욕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그리스 요리는 꽤 인기다.

올리브향이 그윽하게 곁들여진 생선과 해산물 요리를 음미하면서 스몰츠가 넌지시 말했다.

“처음에 당신들을 만났을 때 설마 이 정도까지 일을 크게 벌릴 줄은 몰랐는데 지금까지 만난 어떤 사람들보다 대단하군요. 특히 미스터 강. 당신의 능력은 나의예상을 뛰어넘었습니다.”

스몰츠의 표정이 흥분으로 바뀌었다.

역시 눈치 빠른 사람이다.

실제로 그에게 슈퍼배터리에 대한 것은 꺼내지도 않았다. 하지만 월가에서 잔뼈가 굵었고 조금의 이변이라도 감지해내는 능력이 뛰어났던 것이다.

만약에 이런 인재를 미리 스카웃하지 않았다면 나중에 우리 쪽에서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스몰츠 씨의 판단능력은 탁월하군요. 당신의 예상대로 지금 유명 일간지등에 헤드라인으로 장식되는 슈퍼배터리의 오프닝과 셀럽 마케팅은 우리 쪽에서 하고 있는 작전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슈퍼배터리를 통해 뉴욕의 월가와 증권시장을 한바탕 뒤흔들 생각이군요.”

“혹시 그것에 대해 거부감이 있으신 겁니까? 뭣보다 월가는 당신이 한때 청춘을 보냈던 곳이고 뉴욕의 증권시장이 흔들리는 것에 대해 불만이 생길 수도 있을 건데.”

직설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에 대해 스몰츠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지금까지 월가에서 20년 동안 지내면서 수많은 혼란과 사건을 목격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월스트리트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혼란에 빠지고 어떤 경우에는 호황기를 타기도 합니다. 그리고 저 같은 월가의 인간에게 최대목표는 그런 장세의 상황변화에 따라 이득을 취하는 것입니다. 월가의 혼란을막고 지킨다는 것. 그것은 제대로 된 월가인의 자세가 아니고 저 혼자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지요.”

“솔직한 답변에 감사드립니다.”

스몰츠의 대답과 태도가 마음에 든다.

나를 향해 어설픈 거짓말을 하려고 했다면 아쉽지만 그는 탈락이다.

그를 없앨 생각까지는 아니지만 그가 우리일에 방해가되지 않도록.

그리고 딴소리를 못하게 최소 3개월에서 6개월정도는 바깥세상을 구경하지 못하도록 만들수는 있다. 어차피 그 때쯤이면 상황은 끝났을 테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지금 월가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일단 슈퍼배터리의 이슈때문에 상당한 투기자금들이 월가에 상장된 10대 배터리 메이커들의 주식에 몰린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얼마 전에 벌어졌던 LA에서의 슈퍼배터리 오프닝 이벤트. 그것도 헐리우드의 탑스타들이 참가했고 그것이 언론매체를 강타하면서 상당한 혼란에 빠졌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투기자금들은 일단 지켜보자는 관망세에 있지만 며칠 전 뉴욕에서 2번째의 오프닝 행사가 터지면서 이제는 저마다 눈치를 보는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그 말은 즉 10대 배터리 메이커들의 주식에 몰렸던 기관투자가들. 그리고 메이저 투자은행과 대규모의 펀드와 기금들이 손실을 줄이기 위해 매도에 나설 수도 있다는 뜻이군요.”

“그렇습니다. 다만 지금은 누가 먼저 스타트를 끊느냐가 중요합니다. 어쩌면 월가에서 10대 배터리 메이커들에 몰렸던 투기자금들이 빠진다는 소문만 생겨도 저마다 매도에 나서기 시작할 것입니다.”

스몰츠가 대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의 말대로 월가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같은 곳이다.

슈퍼컴퓨터를 사용한 정교한 금융공학의 계산식과 이론을 도입해서 월가를 분석하고 시장을 예측하려고해도 제대로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왜냐하면 월가에 들어가있는 엄청난 자금들은 돈이라는 수량으로 계산되지만 정작 그 돈을 움직이는 건 숫자로 계산되지 않는 사람의 심리와 마음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처럼 투자예측이 완전히 빗나가는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그 혼란은 점점 커진다. 10대 배터리 메이커들의 주식에몰린 투기자금들은 대부분이 IT-전문가들의 주장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즉 슈퍼배터리는 현재의 기술로서 실현 불가능이다.

이것을 바탕으로 그들은 슈퍼배터리의 실패에 배팅을 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완전히 반대로 되었다.

KR-전지의 슈퍼배터리는 빅쇼를 통해 공개되었고 헐리우드의 탑스타들과 미국의 팝스타들이 든든한 후원자가 된 것이다.

그리고 전세계의 수많은 IT-유저들과 네티즌들은 슈퍼배터리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며 공개적인 출시일만 기다리는 상황.

이제 10대 배터리 메이커들의 주식에 몰린 투기자금들은 더 큰 손해가 나기전에 빠져나갈 타이밍만 노리는 중이다. 그것에 불을 당기는 건 조그마한 불씨만으로 충분했다.

“지금부터 스몰츠 씨의 활약이 필요할 때군요.”

“알겠습니다. 월가, 즉 메이저리그의 등판기념으로 화려하게 시작해볼까 합니다.”

“필요한 경비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말씀해 주십시요. 여기 있는 두 사람이 적극적인 지원을 할 겁니다.”

“감사합니다.”

스몰츠가 주먹을 쥐었다.

20년 동안 월가에서 산전수전 다겪으며 잔뼈가 굵은 스몰츠다. 월가의 습성과 투자자들의 심리를 누구보다 잘 꿰뚫고 있었다.

그리고 상황은 우리 쪽에 훨씬 유리하다.

그가 월가에서 쌓은 인맥과 노하우 그리고 경험을 통해 잔잔한 호수같은 표면에 한차례 파문만 일으키면 된다.

자그맣게 시작된 파문은 점점 더 커지면서 나중에는 거대한 해일로 바뀌는 것이다.

***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CNN 토크쇼의 빌리핸슨입니다. 오늘은 저번에 예고 드린대로 미국과 전세계를 강타한 슈퍼배터리의 등장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는 이전 슈퍼배터리 문제에 대해 한창 이슈가 되었을 때 나오셨던 요다 마스터인 팀버톤 씨를 모시도록 하였습니다.]

펜트하우스의 넓은 거실과 벽걸이 TV에서는 CNN-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100인치 이상의 대형화면이 꽤 인상적이다.

고화질의 HDTV-였고 박광석팀의 후배들은 여기에 게임기인 플스(플레이 스테이션)를 연결해서 RPG-게임을 하는데 쓰기도 하였다. 나도 몇 번 정도 해봤는데 확실히 100인치의 초대형 화면으로 하는 RPG-게임은 화면의 웅장함이 상당했다.

박광석의 후배들이 게임하면서 엘프가 실물크기로 나온다고 하면서 환호성을 지르던게 지금도 기억난다.

“실장님. 저 요다마스터라고 하는 팀버톤녀석. 표정이 완전히 똥씹은 모습인데요.”

“저 녀석이 슈퍼배터리에 대해 가장 적극적으로 비난하고 디스를 건 놈이잖아요.”

박광석 팀원들의 말대로 지금 CNN 토크쇼에 나온 요다마스터인 팀버톤은 미국에서 제 2의 스테판잡스라고 불리면서 명성이 높았다. 그리고 팀버톤이 슈퍼배터리에 대해 CNN에서 맹비난을 하면서 상당수의 IT-전문가들도 그의 주장에 동조했다.

나로서는 팀버톤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팀버톤 씨. 당신은 슈퍼배터리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주장을 내놓았고 그것을 선두에서 이끈 인물입니다. 이번에 벌어진 사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금도 슈퍼배터리는 불가능하고 전세계적인 사기극이라고 믿고 있습니까?]

[그건.... 하지만 슈퍼배터리는 앞으로 좀 더 두고봐야 합니다. 현재의 배터리 기술력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기에 뭔가 대중을 속이는 계략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팀버톤이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그래도 자존심은 남아서 순순히 인정하기 싫다는 뜻이군.

어쩌면 저 팀버톤도 10대 배터리 메이커들의 주식에 투자했을 가능성도 있겠다. 이미 승패가 결정된 상황인데도 고집을 피우는 걸 보니까.

하지만 그것까지 내가 상관할바는 아니다.

느긋하게 CNN-토크쇼를 지켜볼 때 노트북을 살펴보던 박광석이 외쳤다.

“실장님. 드디어 월가의 증권시장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정도 입니까?”

“10대 배터리 메이커들의 주식에 대해 서서히 투매현상이 벌어지면서 주가가 1~2% 씩 빠지고 있습니다.”

“이제 시작이군요. 우리 쪽에서 공매도 옵션으로 설정해놓은 기준값은 얼마입니까?”

“각각의 10대 배터리 메이커들의 주식에 대해 30%씩 다운된 가격입니다.”

“지금부터 투매현상이 시작되었으니 앞으로 더 떨어지겠군요.”

“물론입니다. 처음에는 서서히 움직이지만 이후에는 연쇄반응처럼 급격한 매도가 진행될 것이 분명합니다.”

“역시 스몰츠 씨가 본실력을 발휘했군요.”

“조금 전에 연락이 왔는데, 월가의 투자자들 사이에 떠도는 인포(Info)에 손을 쓴 거 같더군요. 한국의 증권가에서 소액주주들 사이에 떠도는 찌라시와 비슷한 것입니다.”

“먼저 소액주주들을 동요시키고 그 뒤에는 좀 더 큰 기관투자자들과 메이저 투자은행, 그리고 펀드회사들을 움직이게 하는 수법이군요.”

“맞습니다. 아무리 대량의 자금을 굴리는 월가의 큰손들이라 해도 전반적인 상황이 불리하고 벌써 시장에서 주식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손실을 줄이기 위해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리고 비미국계 투자은행중에 스위스의 UBS, 그리고 영국의 HSBC가 10대 배터리 메이커들의 주식을 던지고 있습니다.”

박광석의 대답을 듣자 충분히 납득되었다.

뉴욕의 월스트리트가 세계금융의 중심지인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존재한다.

첫 번째로 월가에는 미국만이 아니라 전세계의 유명한 기업들의 주식들이 상장되어 있다.

NYSE(뉴욕 증권거래소)만이 아니라 나스닥(NASDAQ)에 상장된 수많은 기업들 중에 비미국계의 기업들만 해도 30%가 넘어갈 수준이다.

미국과 함께 G-2 로 떠오른 중국의 초대형 기업들과 공기업 그리고 일본의 대기업들 그리고 유럽과 영국까지.

유명 경제잡지인 <포츈(Fortune)-500>에 들어가는 세계적인 대기업들은 모두 월가의 증권시장에 상장된 상태다.

그리고 이런 월가를 향해 전세계의 수많은 투자 및 투기자금들과 펀드들도 활동하는 중이다. 그중에는 영국의 HSBC 스위스의 UBS 같은 세계적인 투자은행들.

싱가포르의 국부펀드와 중동의 연기금 펀드들. 그 외에도 셀수없이 많은 전세계의 금융기관들이 활동하면서 투자행위를 진행 중에 있었다.

그중에서도 유럽과 영국의 대형 투자은행들은 월가에서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실리위주로 활동한다.

상당히 보수적인 스탠스이고 자신들이 돈을 투자한 부분에서 조금이라도 헛점이 발견되거나 이상징후가 감지되면 신속하게 이탈하거나 매도한다.

박광석의 설명대로 10대 배터리 메이커들에몰린 투기자금들 중에서 영국의 HBSC와 스위스의 UBS가 먼저 반응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10대 배터리 메이커들의 주식에 대해 영국의 HBSC와 스위스의 UBS 쪽에서 투매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스몰츠에게 전달해 주십시요.”

“안그래도 조금 전 긴급하게 전송했습니다.”

스몰츠도 현재는 정보망을 통해 월가의 움직임을 체크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서는 박광석과 팀원들이 실시간으로 주가와 월가의 상태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렇게 이중으로 팀을 가동시키면 조그마한 정보와 상황변화등도 신속하게 감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쪽에서 먼저 얻은 정보와 상황을 다른 쪽에 실시간으로 전달하면서 효과를 극대화 시키는 것이다. 드디어 내 쪽에서 월가를 주도적으로 컨트롤 할 수 있는 단계에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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