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
빅 이벤트(Big Event)
“지금 차에서 내린 스타는 헐리우드의 IT-프린세스(Princess)인 스칼렛 위버잖아. 그녀가 이 행사에 초대를 받았다니! 이거야말로 특종이다.”
고급 리무진에서 스칼렛 위버가 매니저와 함께 내리자 사방에서 카메라 플레쉬가 터졌다. 이번행사가 슈퍼배터리의 빅 오프닝 행사인만큼 그녀에 대한 관심은 몇 배로 증폭된 것이다.
“스칼렛 위버양. 당신은 헐리우드의 IT-프린세스로 명성이 자자한 인물인데. 오늘 진행될 슈퍼배터리의 오프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 개인적인 생각은 지금까지 슈퍼배터리의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인 편이었고 그것이 실현되었다는 사실에 기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오늘 공개될 슈퍼배터리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슈가 된 것처럼 그만큼의 성능과 품질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할 거 같습니다. 그것을 위해 저는 제가 알고 있는 IT쪽의 관계자들과 함께 오늘 공개될 슈퍼배터리에 대해 치밀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할 예정입니다.”
IT-프린세스이면서 UCLA 컴퓨터공학과 출신답게 딱 부러지는 대답이다.
그녀가 기자들에게 대답한 뒤에 저택안으로 들어갔고 얼마 후에 다른 리무진들이 도착했다. 문이 열리면서 푸근한 인상을 풍기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조지 루카스 감독과 함께 내렸다. 두 명다 현재는 SF-장르의 영화를 촬영중에 있었고 그것 때문에 서로 간에 교류가 많았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이후에 개봉할 아바타-3에 모든 것을 집중했고 조지루카스 감독은 제 2의 스타워즈 시리즈라 불리우는 <갤럭시 레전드>의 촬영으로 언론에 관심을 받고 있었다.
“이거 엄청난데.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 조지 루카스 감독까지 오다니.”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촬영중에는 일체 외부행사에 안나오기로 유명한데 오늘은 그것을깨고 나왔어.”
“그만큼 카메론 감독도 슈퍼배터리에 대한 관심이 엄청나다는 뜻이겠지.”
“이거야말로 제 2의 아카데미 시상식 수준이잖아.”
취재를 위해 모여든 기자들과 리포터들이 놀라고 있었다. 고급 리무진과 롤스로이스가 도착할 때마다 헐리우드의 톱스타나 LA의 셀럽들이 내렸고 그 때마다 기자들의 취재열기는 높아져갔다.
***
양볼을 간지럽히는 따사로운 햇살.
그리고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
50미터 대형 풀장에 있는 파라솔과 선베드에 누워서 즐기는 칵테일 한잔은 어젯밤의 피로를 한꺼번에 씻어내리고 있었다.
이대로 여기 골든하우스에서 몇 달, 아니 1년내내 느긋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지만 나에게 주어진 상황은 그렇지 못했다.
예상수익 250억 달러에서 375억 달러.
그것을 위해 지금까지 작전을 진행해왔고 이제부터 클라이막스를 지나 결말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첨벙- 물보리를 튀기며 수영복을 입은 에스더가 풀장으로 다이빙했다. 잠수를 하며 10미터 이상을 쭉 뻗어나갔고 그 뒤에는 자유형으로 물찬 제비처럼 헤엄치고 있었다.
수영실력이 제법 괜찮다.
LA에는 유명한 해변가가 많기 때문에 여기 LA의 시민들 중에 수영을 못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야~ 에스더양의 수영실력이 끝내주네요.”
“그것만이 아니야. 몸매는 또 어떻고. 진짜로 저 정도 미모와 몸매라면 어제밤에 본 헐리우드 스타들과 비교해서도 결코 꿀리지 않을 수준이네요.”
박광석팀의 후배 두 명이 넋을잃은 표정이다. 두 명의 평가대로 에스더의 매력은 헐리우드 여배우들만큼 뛰어났다.
다만 헐리우드에서 스타가 된다는 건 단순히 미모나 몸매만으로 되는 건 아니다.
연기력도 있어야 되지만 운도 따라줘야 한다.
얼마 후 50미터 풀장을 한바퀴 왕복한 에스더가 내 쪽으로 다가왔다.
“로버트강은 물에 들어가지 않나요?”
“지금은 일단 따사로운 햇살을 감상하는데 만족하고 있습니다.”
“재밌는 분이시네요.”
에스더가 대형타월로 머리를 말리더니 맞은 편에 앉았다. 그녀의 시선이 내 쪽을 향해 잠시 멈칫하더니 수줍은 표정을 지었다.
“로버트 강. 어떤 운동을 하시길래 그런 근육을 가지신 거에요? 혹시 단골로 다니는 헬스클럽이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헬스클럽보다는 그냥 아침마다 달리기를 합니다.”
“정말로요? 어쩐지 거짓말 같은데.”
그녀가 의심어린 눈초리를 보내었다.
얼마 후 케이터링(Catering)을 담당하는 웨이터가 칵테일 두잔을 가져왔고 그녀가 잔을 받았다.
“어제는 당신과 퍼시픽-PR 덕분에 슈퍼배터리의 오프닝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었습니다.”
“우리 쪽에서 최선을 다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부족한 것이 없었는지 모르겠네요.”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감사해요.”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송재동의 요청대로 퍼시픽 PR에 어젯밤의 행사를 맡긴 것은 잘한 선택이었다.
퍼시픽 PR은 자신들의 직원을 총동원했고 행사를 문제없이 성공시켰다.
특히 슈퍼배터리를 무대에 등장시킬 때에는 입체 레이져쇼를 이용해서 SF-적인 분위기를 만들었고 이것은 수많은 참석자들의 감탄을 이끌어 내었다.
그 외에 참석자들을 위해 진행된 연회와 파티. 행사장 주변의 안전과 시큐리티에 대한 부분까지.
하나에서 열까지 빈틈이 없었던 것이다.
이 모든 것이 퍼시픽 PR의 기획팀장인 그녀의 지휘아래 이루어진 것이다.
두 번째 칵테일을 느긋하게 마시던중 풀장쪽으로 3명이 걸어오고 있었다.
선두에는 송재동이고 뒤쪽에 두 명은 KR-전지에서 파견된 직원들이다.
유연석과 김주원은 얼마 전 뉴욕에서 우리에게 150개의 슈퍼배터리를 전해준 직원들이다.
“실장님은 벌써 일어나셨군요.”
“여기 있는 에스더양과 어젯밤의 행사 결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나저나 어제밤에 실장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우리둘은 진짜로 큰 사고를 칠뻔 했습니다.”
“며칠동안 준비를 했는데도 행사가 너무 엄청나고 모이는 사람들도 거물들이라 말이 제대로 나오지를 않아서.”
두 명이 고개를 숙였다.
어제밤에 진행된 슈퍼배터리의 공개행사에는 KR-전지에서 파견된 두 명이 프리젠테이션을 담당하기로 되어있었다.
슈퍼배터리를 개발한 것은 KR-전지이고 따라서 그쪽 회사의 인원들이 나와서 소개하는 게 가장 좋으니까 말이다.
원래는 KR-전지의 사장인 정대현이 무대에 나와서 하는 게 좋지만 정대현 사장의 경우에는 연구개발에는 뛰어나지만 이런 부분에서는 많이 약했던 것이다.
아무튼 정대현 사장을 대신해서 파견된 두 명의 직원들은 며칠동안 어젯밤의 행사를 위해 연습을 했다. 그런데 막상 실전에 들어갈려고 하자 완전히 막혀버린 것이다.
하긴 자신들의 눈앞에 미국의 상원의원부터 시작해서 헐리우드의 톱스타들.
그리고 수많은 취재진의 카메라들이 지켜보고 있으니 당연할 수 있겠다.
두 명다 영어로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했지만 완전히 얼어버렸고 결국에는 두 사람이 나에게 도움을 청했다. 슈퍼배터리의 공개 오프닝과 프리젠테이션에 동참해 달라는 것.
그렇게 해서 긴급하게 두 명과 함께 무대에 올랐고 프리젠테이션을 성공리에 끝낼 수 있었다.
“지금까지 그렇게 큰 무대에 서본 적이 없어서 어제는 진짜로 살떨려 죽는 줄 알았습니다.”
“다음 주에는 뉴욕에서 또 슈퍼배터리의 오프닝 행사가 있으니 어제밤의 일을 경험삼아 연습하시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두 명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송재동이 넌지시 나를 향해 말했다.
“그런데 어제 헐리우드의 IT-프린세스인 스칼렛 위버가 실장님하고 꽤 오랜동안 대화를 하시던데. 아무래도 그녀가 실장님에게 관심이 있는 거 아닙니까?”
“맞아요. 저도 봤습니다.”
“지금 헐리우드에서 가장 잘나가는 여배우랑 단둘이서 대화를 하시다니 진짜로 부럽네요.”
KR-전지에서 파견된 두 명의 직원들도 거들고 있었다. 그녀가 어제 나를 향해 좀 달짝지근한 이야기를 하기는 했지만 그 부분을 사실대로 말해줄 수는 없는 것이고.
“특별한 건 없었습니다. 단지 그녀도 슈퍼배터리에 관심이 많다보니 이것저것 궁금한 것들을 질문해서 거기에 대해 대답해 줬을 뿐입니다.”
“그렇군요.”
송재동은 대답과는 다르게 표정은 그닥 납득하지 못한 눈치다. 어쨌든 그녀가 어제 공개한 슈퍼배터리에 대해 상당히 호의적인 반응인 것은 사실이었다.
이번에 진행된 슈퍼배터리의 오프닝에는 헐리우드의 IT-프린세스(Princess)인 그녀의 역할이 꽤 중요하니까 말이다.
LA에서의 행사는 성공했고 이제 남은 건 동부인 뉴욕이다.
동부인 뉴욕에서 진행할 행사에도 해밀턴 상원의원의 적극적인 지원아래 무사히 성공할 것이다.
그리고 어제밤 행사에서 실력을 제대로 발휘한 퍼시픽 PR과 기획팀장인 에스더의 능력도 필요했다.
“에스더양.”
“무슨 일인가요?”
“다음 주에는 뉴욕에서 슈퍼배터리의 오프닝 행사가 있습니다. 어제밤에 진행된 행사에서 퍼시픽 PR과 당신은 능숙한 일처리를 보여줬습니다. 그래서 다음 주에 우리들이 뉴욕에서 진행할 행사도 맡아주셨으면 좋겠군요. 물론 어젯밤에 활약한 LA-본사쪽의 직원들이 뉴욕에서 작업하는데 필요한 비용등은 우리 쪽으로 청구해 주시면 됩니다.”
“그게 정말인가요?”
“저는 능력과 실력이 증명된 상대와 거래처에 대해서는 끝까지 신뢰를 가지고 있습니다. 퍼시픽 PR과 당신은 그 조건에 맞는 인재들이니까 말이지요.”
“로버트강. 당신은 정말로 독특한 분이시군요.”
에스더가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
“역시 뉴욕 최고의 레스토랑중에 하나인 스노우캣(Snow Cat)의 명성은 헛소문이 아닙니다.”
“저로서는 뭣보다 커피맛이 좋네요. 앞으로 뉴욕에오면 단골이 될 거 같습니다.”
박광석이 극찬을 하였다.
메인디쉬(Main Dish)가 나오기전의 에피타이저만으로도 입안에 군침이 돌 정도다.
여기는 맨하튼의 월가에서 성공한 금융인들과 뉴욕의 셀럽들이 단골로 찾아오는 곳이다.
또한 세계적으로 명성높은 프랑스의 미슐랭 가이드북에서 최고점수를 받은 식당이기도 했다.
프랑스 요리가 일품이고 그 외에도 이탈리안 요리와 지중해식 요리도 명성이 높았다.
미국 서부인 LA에서 성공시킨 슈퍼배터리의 오프닝은 며칠 전 뉴욕에서도 성황리에 치뤄졌다.
뉴욕의 행사에서도 해밀턴 상원의원이 주최자로 활약하였고 뉴욕의 유명 셀럽들이 모여들었다. 뉴욕에서는 주로 인기 뮤지션들이 많이 참석했다.
인기래퍼인 에미넴부터 시작해서 레이디가가, 비욘세, 머라이어 캐리등까지....
이처럼 엄청난 팝스타들과 뮤지션들을 모을 수 있었던 건 해밀턴 상원의원같은 정치적 거물을 내편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거 보십시요. 뉴욕타임즈부터 시작해서 미국내의 모든 신문들과 매체들이 슈퍼배터리에 대한 기사를 헤드라인으로 내놓을 정도입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헐리우드의 IT-프린세스인 스칼렛위버가 슈퍼배터리의 성능에 대해 극찬을 하였고 이것이 미국을 포함해서 전세계의 네티즌들 사이에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박광석이 노트북을 펼쳐서 기사내용과 함께 IT-프린세스인 스칼렛위버가 자신의 페이스북과 트위터 그리고 각종 SNS-등에 올린글을 보여주었다.
그녀가 전세계의 네티즌들과 IT-유저들에게 발휘하는 영향력은 상당했다. 그럼에도 IT-전문가들의 상당수는 아직도 굴복하지 않았다.
몇몇 IT-전문가들은 스칼렛위버를 향해 기껏해야 헐리우드의 여배우이고 IT의 아마츄어 주제에 뭘 아느냐고 따졌다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SNS로 몰매를 맞기도 하였다.
이제 분위기는 내가 원하는쪽으로 넘어오는 중이다.
그리고 뉴욕에서 진행된 슈퍼배터리 오프닝과 초대받은 팝스타들과 뮤지션들이 SNS를 통해 우호적인 반응들을 내놓으면 확실한 굳히기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미 슈퍼배터리의 빅쇼로 인해서 월가의 증권가와 금융가는 상당한 충격이 전해지고 있었다.
지금부터는 그 혼란과 충격을 더 크게 만들고 내부에서 흔드는 작업도 필요했다.
그것을 위해 미리부터 월가에서 잔뼈가 굵은 그렉 스몰츠를 조력자로 만들어 두었다.
잠시 후 레스토랑의 문이 열리며 위아래로 양복을 매끈하게 차려입은 스몰츠가 들어왔다.
처음 그를 스카웃하러 만났을 때에는 인생의 패배자 같은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완전히 틀려졌다.
뭣보다 눈빛이 살아있다.
역시 잘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