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
헐리우드 스타들을 동원하다
미국은 명실공히 자본주의 국가다.
돈만 있다면 세계최고의 시설과 안락함.
그리고 수많은 것들을 누릴 수 있었다.
지금 우리들이 지내는 골든하우스(Golden House)가 그중에 하나다.
호화주택들이 모여있는 비버리힐스.
여기에는 헐리우드의 유명스타들부터 시작해서 LA의 셀럽들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LA의 시민들을 포함해 미국인이라면 대부분이 비버리힐스에서 살고 싶어 한다.
상류층과 부자동네를 대표하는 장소.
그리고 비버리힐스의 로데오거리에는 유명백화점부터 시작해서 전세계의 명품샵들이 들어와 있었고 LA를 대표하는 핫플레이스중에 하나다.
비버리힐스에 있는 호화주택들.
그중에서도 우리가있는 골든하우스는 비버리힐스만이 아니라 LA에서도 유명한 곳이다.
미국에서도 유명한 호화저택 Top-20 안에 당당히 들어갈 수준이었고 뭣보다 위치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비버리힐스만이 아니라 LA를 내려다보는 언덕위에 자리잡았고 가격마저도 주변의 고급주택들을 몇 배나 능가할 수준이다.
때문에 임대료 자체가 비싸지만 대신에 헐리우드의 유명스타들도 골든하우스에 대해서는 대부분 알고 있을 정도다.
내부에 헬리콥터 착륙장까지 있을 정도의 호화저택이니 그 유명세는 상당할 수준인 것이다.
“경치가 꽤 마음에 드는군요.”
“비버리힐스의 최상부에 있는 저택이니 당연할 것입니다. 여기 골든하우스에 대해서는 비버리힐스의 킹 크라운(King Crown)이라는 별명까지 있으니까요.”
송재동이 대답했다.
그의 말대로 골든하우스는 비버리힐스의 모든 저택과 LA-시내까지 내려다보는 위치다.
왕좌에앉은 군주가 자신의 영토를 내려보는 것과 비슷하다.
골든하우스의 규모는 주변의 다른 저택들을 월등하게 앞선다. 내부에 있는 수영장은 50m 길이었고 이것은 국제수영대회가 열리는 풀장의 규격이다.
그리고 넓은정원에는 다양한 화초들과 열대나무들 그리고 분수대들이 있었다.
수백 명이 넘는 방문객들이 와도 충분할 수준이고 저택내부에 있는 방들의 숫자도 수십개다.
각각의 방들마다 값비싼 엔티크 가구들이 있었고 6층까지있는 저택은 내부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통해 이동이 가능했다.
물론 각층마다 고급진 카페트가 깔린 계단이 있었고 각 방마다있는 발코니와 그곳에서 바라보는 전경들은 미국의 유명 잡지들에도 소개되었을 정도였다.
“그런데 내일밤 진행될 슈퍼배터리의 빅 이벤트를 위한 준비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습니까?”
“그런 부분은 전문가들에게 맡기는 것이 최고죠. 안그래도 오고 있군요.”
송재동이 풀장으로 다가오는 여자를 가리켰다. 볼륨감 넘치는 몸매에 탐스러운 금발머리. 그리고 20대 후반으로 보이면서 지적인 이미지를 풍기는 여성이다.
“안녕하세요. 로버트 강씨. 여기계신 미스터 송을 통해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당신이 퍼시픽(Pacific) PR에서 나오신 분이군요.”
“예. LA의 본사에서 파견된 기획팀장인 에스더입니다.”
그녀가 자기소개를 하였다.
송재동은 내일 진행될 빅 이벤트를 위해 퍼시픽 PR을 추천하였다. LA와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나름대로 실력 좋고 명성높은 PR에이젼시다.
PR에이젼시를 이용하면 행사에 필요한 수많은 준비들을 맡길수 있었다.
특히 내일 행사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헐리우드 스타들이 대거 참가하는 것이고 그들의 취향에 맞는 이벤트를 준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퍼시픽 PR은 LA를 포함해서 헐리우드에서도 유명했고 헐리우드 스타들이 참가하는 여러 가지 행사를 진행한 경험이 있었다.
“골든하우스에서 이런 큰 행사가 벌어진다는 소식을 듣고 저희들도 무척이나 놀랐습니다. 뭣보다 이런 행사를 우리 퍼시픽-PR에 의뢰해 주신 것에 더욱 감사를 드리고요.”
“에스더양도 이번행사의 목적과 취지에 대해서는 여기계신 미스터 송을 통해 대강 들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물론입니다. 세간에 이슈가 되고 있는 슈퍼배터리의 오프닝 이벤트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해밀턴 상원의원님을 포함해서 헐리우드의 톱스타들. 그리고 LA의 셀럽들과 언론사의 취재진들까지. 우리 쪽 퍼시픽 PR의 모든 능력을 동원할 찬스가 온 거 같네요.”
“비용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내가 원하는 건 뭣보다 성대하고 큰 행사 입니다.”
“그거라면 자신 있습니다. 여기는 비버리힐스 니까요.”
에스더가 나를 향해 싱긋 미소를 지었다.
얼마 후 그녀와 함께온 퍼시픽 PR-쪽의 직원들이 작업을 시작했다. 본사에서 파견된 기획팀장으로서 그녀의 일처리 솜씨는 뛰어났다.
이 정도면 충분히 맡겨도 되겠다.
***
잠시 무거운 침묵이 흐른다.
모두의 시선은 감독석에 앉아있는 한 명의 중년 사내.
제임스 카메론을 향해 집중되고 있었다.
타이타닉과 아바타를 포함해서 수많은 작품들을 흥행시킨 헐리우드의 대감독.
헐리우드의 거성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그가 하는말 그리고 행동들은 수많은 팬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아바타의 빅히트 이후 아바타-2까지 흥행시키며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세계최고의 흥행 보증수표가 되었다. 그리고 현재 촬영이 진행 중인 아바타-3를 위해 모든 스태프들이 전력을 집중하고 있었다.
“세트 준비완료 되었습니다.”
“출연자들 스탠바이.”
조감독의 보고를 들으며 제임스 카메론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다.
얼마 후 그가 액션(Action)이라는 신호를 보내자 준비했던 출연자들이 급격하게 달려간다.
쾅! 콰콰쾅! 퍼펑! 달려가는 출연자들의 뒤쪽과 좌우에서 준비한 폭발물들이 터지면서 생동감을 연출한다. 그리고 촬영현장 곳곳마다 설치한 카메라들이 연속해서 멋들어진 액션신을 영상으로 담았다.
“조감독 어떤가?”
“이번장면은 제대로 찍혔는데요. 한번의 NG도 없이 완벽에 가깝습니다. 15번 카메라는 폭발신부터 주인공 일행들이 탈출하는 장면을 롱테이크로 완벽하게 담았고요.”
“확실히 CG(컴퓨터 그래픽)만으로 연출장면을 만드는 건 사실감이 많이 떨어지지.”
“물론입니다. 헐리우드에서 아무리 CG-기술이 발달했다해도 제대로 된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CG를 어디까지나 보조로만 써야 하는 법이죠.”
조감독이 카메론을 향해 대답했다.
오티즈 조감독은 카메론이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뒤부터 같이 일해온 동료다.
캘리포니아의 명문인 UCLA 영화과를 졸업했고 시나리오와 촬영 및 연출에 대해 탁월한 감각을 갖고 있었다.
이윽고 카메론이 조감독과 함께 조금 전에 촬영을 끝낸 영상을 살펴보며 검토 중일 때 촬영 스태프중에 한 명이 다가왔다.
“감독님.”
“무슨 일인가?”
“자선행사 초대장이 왔습니다.”
“그래? 하지만 요즘 촬영때문에 이래저래 바쁜데. 그런 곳에 갈만큼 한가하지 않다구.”
카메론이 대답했다.
그는 촬영에 몰두할 때에는 일체의 외부행사에는 참가하지 않기로 유명했다. 그만큼 제임스 카메론은 헐리우드의 유명인들 중에서도 초대하기 힘든 인물들 중에 하나였다.
카메론의 대답에 스텝이 잠시 주춤하더니 다시 말했다.
보통 인물이 초대했다면 조금 전 감독의 대답을 듣고 초대장을 반송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보낸 상대가 틀렸다.
“감독님. 초대장을 보낸 사람은 해밀턴 상원의원입니다.”
“그게 정말인가?”
“예. 그리고 단순한 자선행사의 초대는 아닌 거 같습니다.”
“이리 줘보게.”
카메론이 스탭한테서 초대장을 받아들었다.
확실히 해밀턴 상원의원이 보낸 것이 분명했다. 조금 전 스탭에게 이 초대장을 건네준 사람이 상원의원의 수석보좌관인 아놀드다.
그리고 카메론은 해밀턴과 수석보좌관인 아놀드에 대해서 잘알고 있었다.
카메론이 초대장의 내용을 읽어나갔다.
잠시 후 그의 눈동자가 커지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역시 해밀턴 상원의원이시군. 이런 행사라면 빠질 수 없지. 미래의 신개념 테크놀로지가 공개되는 행사인데. 하하!”
카메론이 호탕하게 웃었다.
***
LA-타임즈(LA Times)는 미국 서부를 대표하는 신문이다.
로스엔젤레스 시내에 본사를 두고 있었고 그 외에도 LA-주변의 샌디애고, 샌프란시스코, 시애틀과 라스베가스까지 각각의 도시에 지부와 함께 기자들을 파견했다.
점심을 먹은 뒤에 약간 나른한 기분으로 있던 LA-타임즈의 편집장인 브렉스는 한통의 전화를받고 경악했다.
“그것이 정말입니까?”
서둘러 전화를 끊은 뒤에 브렉스가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주변에 있는 기자들이 당황했다.
“편집장님. 무슨 일입니까?”
“엄청난 뉴스다. 슈퍼배터리의 오프닝 이벤트가 여기 LA에서 진행된다는 것이다.”
“슈퍼배터리. 진짜입니까?”
“IT-전문가들은 그것이 희대의 사기극이라고 하던데.”
“우리 쪽 LA-타임즈에서도 얼마 전에 그것에 대해 칼럼을 내지 않았습니까? 물론 IT-전문가의 견해를실은 칼럼이지만.”
기자들이 저마다 고개를 내저었다.
슈퍼배터리에 대한 이슈는 지금도 뜨거운 감자다.
수많은 기자들이 그것의 진위를 캐내기 위해 많은 시도를 했지만 소문만 무성할 뿐 제대로 된 기사는 나오지도 않았다.
“편집장님. 그 소스가 확실한 것입니까?”
“지금 우리 쪽만 아니라 다른 신문사들과 매체들에도 전달되었다는 소식이다. 뭣보다 비버리힐스의 골든하우스에서 벌어진다는 것이고 거기에는 해밀턴 상원의원이 주최하고 헐리우드의 탑스타들도 수십명이 초대받았다고 하니까. 이건 결코 가짜 소스가 아니야.”
“비버리힐스의 골든하우스라니. 엄청난데요. 거기다 헐리우드의 슈퍼스타들까지 초대하다니? 이거야말로 진짜로 슈퍼배터리를 개발한 회사와 관계자들이 드디어 행동에 나섰다는 뜻이군요.”
“도대체 어떤 회사가 이런 엄청난 빅쇼를 하는 것인지. 거기다 물밑 작업으로 정치거물인 해밀턴 상원의원과 헐리우드의 슈퍼스타들까지 모으다니. 결코 보통이 아니군요.”
“지금 감탄하고 있을 때인가? 서둘러! 이번 취재는 무조건 헤드라인 감이야. 지금 당장 비버리힐스의 골든하우스로 가서 슈퍼배터리에 대한 모든 걸 취재해.”
브렉스 편집장이 소리쳤다.
잠시 후 그의 지시를받은 기자들이 행동을 개시했다.
LA-타임즈 본사에 대기중이던 취재차량이 급가속을 하며 달려나갔고 차량에 타고 있던 기자들의 스마트폰이 계속해서 울리며 연락을 취하였다.
***
“엄청나군요. 설마 이 정도로 큰 이목을 집중 시킬 줄은 몰랐는데.”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소문이 무성했던 슈퍼배터리. 그리고 헐리우드 슈퍼스타가 수십명이나 한자리에 모인다는 큰 사건. 이 두 가지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지요.”
송재동과 박광석의 표정은 적잖이 놀라고 있었다. 박광석팀의 후배들은 계속해서 몰려오는 취재차량과 기자들을 바라보며 입이 벌어진 상태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잠시 후에는 해밀턴 상원의원이 보낸 초대장에 따라 여기 골든하우스로 오는 헐리우드 스타들이 또 한번 이목을 집중시킬 테니까 말이다.
“이번 행사에는 상원의원님의 도움이 정말로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아닐세. 나로서는 오히려 로버트강 자네가 나를 먼저 찾아와준 것에 감사할 따름이네.”
해밀턴 상원의원이 대답했다.
그의 표정을 보니 꽤 만족하고 있었다. 슈퍼배터리의 빅 오프닝을 주최하는 인물로서 언론에서는 해밀턴 상원의원을 주목하고 있었다.
얼마 후 수많은 취재진들이 그의 주위에 모여서 기자회견을 하였다. 거기서 해밀턴 상원의원은 거물급 정치인의 노련함을 드러냈다.
슈퍼배터리는 이후에 한국과 미국의 산업에 큰 혜택을 줄 것이란 것.
그것은 다시말해 한국과 미국이 경제분야에서 슈퍼배터리를 통해 서로 간에 Win-Win 하는 관계가 될 것이란 주장이었다.
“해밀턴 상원의원님. 그렇다면 슈퍼배터리가 출시된 뒤에 최우선 공급국가는 한국과 미국이 되는 것입니까?”
“아마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뭣보다 슈퍼배터리의 수요는 방대하지만 공급이 그 부분을 따라가기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니까 말이지요.”
“그렇다면 역시 슈퍼배터리의 공급국가중에 미국이 한국과 더불어 최우선 국가로 선정되는 것에는 해밀턴 상원의원님의 노력이 있었다는 뜻이군요.”
“다만 저로서는 슈퍼배터리를 개발한 관계자에게 한국과 미국의 경제적 협력관계. 그리고 우리 아메리카의 국익을 위해 일정 부분 요청한 것입니다.”
해밀턴 상원의원이 능숙하게 받아쳤다.
정확한 워딩을 자제하면서 그는 자신이 미국의 국익을 위해 슈퍼배터리를 개발한 회사쪽과 물밑협상을 진행해서 성공시켰다는 암시를 내보낸 것이다.
그리고 해밀턴 상원의원의 워딩과 멘트는 우리 쪽에도 상당히 큰 도움이 되었다.
역시 차기 대권주자로 떠오를 만큼 정치적인 부분에서 꽤 능숙했다.
해밀턴 상원의원에 대한 기자회견이 끝난 뒤에 취재진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두 번째 사건이 벌어졌다.
고급스런 리무진들이 차례차례 골든하우스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헐리우드의 톱스타들이 나타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