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조 재벌-48화 (48/300)

# 48

미국 상원의원과 협상하다

“슈퍼배터리라. 정말로 이런 기술이 가능하다는 것인가?”

해밀턴 상원의원이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21세기에 들어와 인류기술의 발전이 가속화 된다는 건 사실이다.

특히 IT-분야쪽의 발전은 엄청날 수준이었다.

그리고 4차산업 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게 IT와 관련된 쪽이다. IT-분야에서 미국은 상당부분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 이룩해낸 성공신화들은 비플(Bipple)을 포함해서 IBM. 구글과 마이크로 소프트같은 거대한 IT-기업들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전세계의 국가들은 이런 미국의 독주를 그냥 놔두지 않았다. 일본의 소프트웨어와 IT-산업들이 미국을 추격했다.

하지만 미국은 기술혁신과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들이 연이어 대박을 치면서 일단 일본의 추격은 뿌리친듯 보였다.

그사이에 미국의 가장 큰 경쟁자와 위협으로 다가온 것은 중국이다.

중국은 IT-산업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분야에서 미국을 상대로 경쟁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미국이 중국에 대해 손해 보는 무역적자의 수준은 해마다 증가했다.

특히 미국이겪는 대중국 무역적자는 미국 경제계만이 아니라 워싱턴에 있는 정치인들도 무시할 수 없는 문제였다.

그러던중 미국과 전세계의 IT-산업계를 흔들고 있는 빅이슈.

그것이 슈퍼배터리에 대한 것이었다.

워싱턴 거물중에 한 명인 해밀턴 상원의원도 여기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보좌관등을 통해 자료들을 수집했다.

IT-업계 전문가들의 90% 이상은 슈퍼배터리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었고 심지어 희대의 사기극이란 주장도 펼쳤다.

해밀턴도 이부분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동의했다.

미국의 배터리와 2차전지의 기술도 소재와 개발에서 한계에 도달해 있었다.

그런가운데 배터리의 시장점유율을 급격하게 높여간 것은 일본이었다. 그리고 중국은 저가의 배터리를 대량으로 공급하면서 미국을 압박하는 중이다.

“나와 보좌관들의 예측으로는 만약에 슈퍼배터리가 정말로 개발되었다면 첫 번째로 일본, 그다음으로 중국일 것으로 예상했는데. 사실은 한국의 중견기업이 이런 일을 성공시켰다니?”

해밀턴이 가장 큰 충격을 받은 부분이다.

보좌관이 가져온 자료들에 따르면 한국의 배터리 기술과 시장점유율은 일본, 중국과는 비교조차 안될 정도로 약했던 것이다.

그러나 해밀턴에게 한 가지 굿뉴스는 한국이 슈퍼배터리를 개발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슈퍼배터리의 개발과 출시에 관련된 인물이 자신을 향해 직접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그것도 아주 독특한 거래조건과 협상을 제안하면서 말이다. 그 때 집무실의 문이 열리며 수석 보좌관이 들어왔다.

“상원의원님.”

“무슨 일인가?”

“저번에 말씀하신 로버트강 일행들이 캐피틀 힐(Capitol Hill)에 도착했다는 연락입니다. 로비스트인 맥퍼슨이 그들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그렇군.”

해밀턴이 고개를 끄덕였다.

맥퍼슨은 워싱턴 정가에서 제법 실력있는 로비스트중에 한 명이다.

이런 맥퍼슨을 이용해서 워싱턴까지 왔다는 건 상대가 결코 보통이 아니라는 뜻이다.

미국 워싱턴가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한 자들임에 틀림없다. 잠시 해밀턴을 바라보던 수석보좌관이 말했다.

“상원의원님. 저로서는 그들과의 협력이 의원님의 정치경력과 미래의 대권을 위해서는 상당히 좋은 기회일 거 같습니다.”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는가?”

수석보좌관인 아놀드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는 해밀턴이 정치에 뛰어들면서 동고동락을 해온 파트너와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아놀드는 해밀턴이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마다 핵심적인 조력자의 역할을 해왔다.

“좋아. 그럼 로버트강이란 친구를 만나보자구.”

해밀턴이 대답하자 아놀드의 표정이 밝아졌다.

***

“여기가 미국 정계의 중심지. 그리고 캐피틀 힐(Capitol Hill). 지금까지 TV-뉴스나 신문을 통해서만 봤는데 실제로 와보니 그 위압감이 엄청나군요.”

박광석의 입에서는 탄성이 나왔다.

나조차도 여기에 와본 것은 처음이다.

물론 TV를 통해 여러번 보기는 했지만 말이다.

군데군데 방송국에서 온 취재진들이 있었고 요즘 미국에서 핵심 이슈중에 하나로 떠오른 중국과의 무역적자와 저작권 문제에 대한 취재가 한창이었다.

여기에서 결정되고 논의되는 여러 사항들이 전세계의 뉴스와 매체를 장식하고 엄청난 파급력을 가지는 것이다.

그리고 캐피틀힐의 정문과 주변에는 맥퍼슨과 같은 로비스트들도 군데군데 보였다. 그들 중에 일부는 우리를 안내하던 맥퍼슨과 인사를 하기도 했다.

아마도 겉치례의 인사다.

겉으로는 서로 친한 듯 보여도 이곳의 로비스트들은 서로가 경쟁자들이니까 말이다.

“앞으로는 우리도 맥퍼슨같은 로비스트들의 활용을 더 적극적으로 해야겠군요.”

“물론입니다. 전략실장님.”

송재동과 박광석이 대답했다.

한국에서는 워싱턴에서 활동하는 로비스트들에 대한 인식이 안좋지만 그것은 단순한 편견이다.

지금도 전세계의 수많은 국가들은 워싱턴의 로비스트들을 활용해서 자국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써먹는다.

특히 일본정부가 활용하는 로비스트들도 워싱턴에는 꽤 많았다. 그리고 일본정부는 이런 걸 활용해서 국제무대에서 한국을 압박하는 정책을 취한다.

독도문제라든지 한일 과거사 문제등에서 한국정부가 일본정부에게 밀리고 뒤통수 맞는 것등도 이런 이유다.

“조금 전 해밀턴 상원의원의 수석보좌관과 통화를 마쳤는데 상원의원께서는 집무실에서 여러분들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서둘러야겠군요.”

“저를 따라 오십시요.”

맥퍼슨이 선두에서 앞장섰다.

***

해밀턴 상원의원은 TV-뉴스 등에서 본 것보다 더 강건한 이미지였다. 민주당 소속이라고는 하지만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그것을 대중들에게 설파하는 중도보수의 스탠스가 강한 정치인이다.

어느 정도 보수의 스탠스가 있다곤 하지만 공화당과는 차이가 있었다.

그 자신이 다양한 인종들로 구성된 캘리포니아 출신에다가 캘리포니아의 상원의원이란 자리다.

그의 주장중에 하나가 미국의 발전을 위해 이민을 더욱 장려하고 미국적인 가치관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문제에 있어서는 일본과 중국에 대해 경계했고 그중에서도 중국과의 무역적자에 대해 강력한 비판을 하기도한 인물이다.

“당신이 로버트강이군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젊어서 좀 놀랐습니다.”

“여러매체와 뉴스를 통해 봐왔던 해밀턴 상원의원님을 직접 만나게 되어 기쁩니다.”

해밀턴이 내민 손을 잡으며 악수했다.

그는 중년의 정치인임에도 불구하고 단단한 체격을 지녔고 맞잡은 손을 통해 강력한 힘이 느껴졌다.

서로 간에 인사를 끝낸 뒤에 마주앉았다.

해밀턴이 신호하자 수석보좌관이 상자를 가져왔다.

그안에는 내 쪽에서 해밀턴 상원의원을 향해 미리 보낸 슈퍼배터리가 5개 들어있었다.

이것은 로비스트인 맥퍼슨을 통해 전달한 것이다. 이런 부분을 매끄럽게 하는 데 있어 로비스트의 역할이 중대했다.

“로버트강 당신이 보낸 이 5개의 슈퍼배터리에 대해 나는 여기 있는 수석보좌관 아놀드를 시켜서 몇 가지 테스트를 해보았습니다. 정말로 세간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것처럼 5배나 뛰어난 성능이 있는 것인지 그리고 안전에 대한 문제는 없는지. 그 외에도 필요한 점검을 해보기는 했습니다.”

“당연한 것입니다. 그런데 상원의원님께서 보기에 슈퍼배터리의 성능은 어떤 것 같습니까?”

“처음에는 반신반의 했는데 아놀드의 보고서를 통해 당신들이 개발한 슈퍼배터리가 혁명적인 신기술과 재료공학. 그리고 에너지 보존기술이 접목된 획기적인 제품이란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나로서는 극동의 한국에서 이런 슈퍼배터리가 개발되었다는 사실에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도 사실입니다.”

상원의원의 대답에는 어떤 거짓도 없었다.

해밀턴같은 정치적인 거물을 움직일려면 이쪽에서 확실한 부분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상원의원님. 저로서는 우리 쪽 KR-전지에서 개발한 슈퍼배터리가 미국의 산업과 경제에 이익이 되면서 동시에 우리에게도 장점이 되는 즉, Win-Win 전략을 위해 협상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서로 간에 이익이 되는 전략이라....”

해밀턴이 호기심을 나타냈다.

“우리 KR-전지는 얼마 후에 개발한 슈퍼배터리를 전세계적으로 공개할 예정입니다. 그전에 먼저 한국과 미국 쪽 시장에 대해 우선적으로 제품출시와 공개를 할 계획에 있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미국의 유명한 셀럽들에게 우리 쪽 KR-전지의 슈퍼배터리에 대한 체험을시키고 싶은 것입니다.”

“확실히 그것을 통한 마케팅 효과가 뛰어난 것은 사실이겠군요. 그리고 나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은 그 셀럽마케팅에 나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뜻입니까?”

“역시 상황파악이 빠르시군요.”

“물론 로버트강 당신의 생각과 계획은 알겠지만 내가 당신들에게 협조해야 할 필요성은 무엇이요? 그리고 조금 전에 말한 미국의 국익이란 건 또 무엇이고.”

“상원의원님께서도 알다시피 KR-전지의 슈퍼배터리는 IT-산업의 수많은 제품들을 넘어서 각종 전자제품, 그리고 다양한 산업의 많은 부분에 쓰입니다. 심지어는 미국이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고 있는 국방과 방산분야에도 배터리는 들어갑니다.”

“......”

나의 말에 해밀턴의 표정이 굳어졌다.

현대의 무기는 첨단기술이 적용되면서 또한 수많은 전자부품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이런 전자부품들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배터리를 이용해서 전력을 공급해야 하는 것이다.

미국이 자랑하는 F-22 랩터부터 시작해서 각종 미사일과 군사용 전자장비에도 배터리는 필수다.

그것만이 아니다.

슈퍼배터리의 응용분야는 수많은 산업에 걸쳐 있었다.

“로버트강 당신말대로 슈퍼배터리 하나만으로 모든 산업들이 막대한 영향을 받을 것이란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KR-전지는 이런 엄청난 수요가있는 배터리 시장에서 최고의 위치와 함께 최대 공급자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조금 전에도 말했듯이 우리 KR-전지의 슈퍼배터리 공급과 해외시장에 대한 출시등은 장기적인 전략에 따라 이루어집니다.”

“그 말은 즉 선택적으로 공급을 한다는 뜻인가요?”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현재 미국에 대해 엄청난 무역흑자를 기록중인 중국과 일본에 대해서는 해밀턴 상원의원님의 요청이 있다면 슈퍼배터리의 공급을 상당부분 제한되거나 그 출시를 미룰수도 있습니다.”

“그런 것이 가능하다는 뜻이요?”

“우리 쪽 KR-전지에서 출시될 슈퍼배터리의 공급은 한국과 미국만 해도 그 물량을 제대로 맞추는 게 힘들 경우가 생깁니다. 물론 슈퍼배터리의 공급을 우선적으로 받게 되는 한국과 미국의 IT-산업과 전자산업, 그 외에 관련분야의 기업들은 상당한 제품경쟁력을 갖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슈퍼배터리를 공급받지 못하는 일본과 중국의 기업이라면 어떤 상황이 될지는 충분히 짐작하실 겁니다.”

“당연히 매출이 떨어지고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도 있겠군요. 슈퍼배터리를 통해 그런 일이 가능할 수 있다니.”

해밀턴의 표정이 단번에 밝아졌다.

슈퍼배터리를 통해 일본과 중국의 IT-기업과 전자산업들을 압박할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선택은 없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해밀턴은 일본과 중국기업에게 뒤쳐지는 미국의 산업과 기업을 부흥시키고 미국이 일본과 중국때문에 격게 되는 무역적자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그것을 상당부분 해소시키거나 역전시킬 수 있는 엄청난 기회다. 그것을 자신이 성공시키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엄청난 성공이 될 것은 분명한 일.

잠시 해밀턴의 표정을 살폈다.

역시나 지금의 제안에 대해 꽤 만족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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