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조 재벌-47화 (47/300)

# 47

셀럽 마케팅

“저기 오는군요.”

송재동이 일어나서 신호를 보내었다.

그러자 호텔로비로 들어오던 2명의 사내들이 우리 쪽을 발견한 뒤 걸어왔다.

“반갑습니다. 전략실장님. 우리들은 정대현 사장님의 지시로 왔습니다.”

두 명이 인사를 하였다.

30대로 보이는 두 명은 각각 KR-전지(株)의 연구개발부에서 일하는 유연석과 해외영업부의 김주원이었다.

“먼저 완성품을 볼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유연석이 가져온 물품을 내려놓았다.

커버를열자 내부에는 수십개의 배터리가 있었다. 대부분이 스마트폰용의 소형 배터리다. 그것을 보자 같이왔던 박광석팀의 후배들이 탄성을 토해냈다.

“와아! 이거 디자인이 끝내주는데요.”

“감사합니다. 일단 크기와 형식은 기존의 스마트폰에서 사용하는 배터리와 비슷합니다. 대신에 우리 쪽에서는 색상을 바꾸고 기타 KR-전지의 로고. 그 외에 몇 가지 부분에서 변형이 좀 있기는 합니다. 아마도 가장 두드러진 것은 KR-전지의 로고와 함께있는 내장칩의 부분입니다. 슈퍼배터리는 이전의 리튬-이온 배터리의 성능을 5배나 능가할 수준의 것입니다. 거기에는 배터리의 충전 및 공급을 내장된칩의 전자회로를 통해 통제한다는 혁신적인 개발이니까 말입니다.”

유연석이 설명했다.

정대현 사장과 같이 연구개발팀에서 일했기 때문에 슈퍼배터리의 구조와 개념에 대해 잘알고 있었던 것이다.

“현재 KR-전지쪽에서 본격적인 대량출시를 위한 준비는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처음에 전략실장님께서 요청하신 스케쥴에 따라 모든 것이 순조롭게 나아가고 있습니다.”

“다행이군요.”

“그런데 저희들이 가져온 150개의 슈퍼배터리에 대해서는 어디에 쓰실려고 그러는지 궁금하군요. 일단 정대현 사장님으로부터 긴급 지시를받고 서둘러 오기는 했지만 말이지요.”

두 명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런 호기심을 갖는 것도 당연하겠지.

“여러분들이 가져온 150개의 슈퍼배터리는 미국에 있는 셀럽(유명인)들을 위한 슈퍼배터리의 사전마케팅 전술로 사용될 것입니다.”

“그것이 정말입니까?”

“엄청나군요.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두 명의 입이 벌어지고 있었다.

지금까지 KR-전지는 세계에서는 물론이고, 한국에서도 존재감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이제 KR-전지에서 만든 배터리를 전세계적인 스타들이 사용하는 것이다.

“이후로 KR-전지는 전세계인들의 뇌리에 각인될 것입니다. 마치 콜라하면 코카콜라와 펩시처럼. 그리고 햄버거하면 맥도날드가 되듯이 배터리하면 가장 먼저 KR-전지가 생각날정도로 세계적인 브랜드의 명성을 쌓을 것이니까 말이지요.”

“정말로 꿈같은 일입니다.”

KR-전지에서 파견된 두 명의 직원들이 감격하고 있었다.

***

“으아~ 만나고 싶은 헐리웃 스타들이 엄청나게 많은데 50명으로 압축하라니? 이거야말로 진짜 고문입니다.”

박광석팀의 후배 2명이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다. 저 모습을 보니 왠지 납득은 된다.

나조차도 헐리웃의 유명 스타들을 50명으로 압축하라면 꽤 고민될 것이다.

그리고 정확하게는 25명의 수준이다.

헐리웃에는 유명한 배우들만 있는 게 아니다. 조지루카스나 스티븐 스필버그, 리들리스콧같은 유명 감독들도 포함된다.

미국의 유명스타들을 이용한 사전 마케팅 작전.

이것을 위해 100명의 후보를 선발하고 그것을 다시 동부와 서부 각각 50명씩 나눈다.

미국에서 셀럽(유명인)들이 발휘하는 마케팅파워는 상당할 수준이다.

헐리웃 여배우들은 패션, 화장품, 미용등에서 유행을 선도하는 존재들이고 그녀들이 사용하는 브랜드는 순식간에 인기상품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마케팅파워는 더 큰 영역으로 확대된다.

스마트폰이나 전자기기 등에서도 헐리웃 스타의 개인적인 평가나 인기도가 매출의 급락을 좌우한다.

특히 헐리웃 여배우중에서 스칼렛 위버는 수많은 팬들에게 IT-프린세스(Princess)이라는 별명을 얻으면서 활동 중이다.

뭣보다 유명스타가 되기전 UCLA 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이력때문에 각종 IT-제품에 전문가적인 지식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평가에 걸맞게 그녀는 상당한 얼리어댑터였고 그녀가 페이스북에 이런저런 IT-제품의 사용기와 후기를 올린 것은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온 것이다.

작년에는 그녀가 중국의 저가 스마트폰인 티오미(Tiomy)에 대해 강력한 불만과 냉혹한 사용후기를 올렸다.

이것으로 미국내의 중국 저가폰인 티오미의 판매는 급락했다. 여기에 대해 티오미를 생산하는 중국 스마트폰 회사가 강력한 항의를 했지만 오히려 역풍만 맞은 것이다.

그럴 것이 그녀가 올린 사용평가와 후기는 미국내 다른 티오미 사용자들이 느꼈던 불만과 단점을 대부분 포함하고 있었던 것이다.

즉 누가봐도 객관적인 평가.

그리고 스칼렛위버의 냉혹한 혹평을 받은 중국의 저가 스마트폰은 미국시장에서 참패를 당한 것이다.

이것이 미국의 셀럽(유명인)이 발휘하는 강력한 마케팅 파워의 증거다.

“이놈들아. 이게 무슨 헐리웃 스타들과 팬미팅하는 자리인 줄 알아? 이건 어디까지나 슈퍼배터리의 성공적인 마케팅과 작전 성공을 위한 준비단계야.”

“선배님. 목적은 충분히 알고 있지만 그래도 고르는 과정이 너무나도 고민 되잖아요.”

결국 두 명의 후배들은 박광석에게 제대로 응징을 당했다. 대략 2시간 정도 그런 과정이 진행된후에 박광석이 프린트로 뽑은 서류철을 가져왔다.

“완성된 것입니까?”

“예. 미국 서부의 LA(로스엔젤레스)에서 실시할 슈퍼배터리의 오프닝 이벤트에 참가할 50명의 헐리웃 스타들과 유명인들의 명단입니다.”

“선택기준은 어떤 것입니까?”

“먼저 헐리웃스타들과 LA쪽 셀럽들이 공개적으로 사용하는 인스타, 페이스북, 트위터등을 통해 현재 우리가 진행 중인 슈퍼배터리에 대해 우호적인 반응과 흥미를 갖고 있는 스타들을 1차적으로 선발했습니다.”

“괜찮군요.”

박광석의 선발방식이 꽤 마음에 든다.

헐리웃 스타들이 모두 슈퍼배터리에 관심이 있거나 우호적인 입장은 아니다.

그중에는 꽤 보수적인 성향이라 슈퍼배터리 자체를 부정하거나 IT-전문가들처럼 전세계적인 사기극이라고 주장하는 스타들도 있었다.

이런 성향의 스타들을 상대로 셀럽(유명인) 마케팅을 시도하는 건 자살행위다.

다만 박광석의 설명에 따르면 전체 헐리웃 스타들 중에 꽤 많은 80% 이상의 스타들이 현재 이슈가 진행 중인 슈퍼배터리에 대해 관심이 많고 우호적이란 사실이다.

역시 진보적이고 민주당의 성향이강한 헐리우드의 특성상 신기술과 테크놀로지에 대한 기대감들도 꽤 큰 거 같았다.

“일단 가장 첫 번째 후보로 전략실장님께서 말씀하신 헐리웃의 IT-프린세스(Princess)인 스칼렛위버를 넣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툼레이더>의 안젤리나 졸리. 그녀도 역시 페북이나 기타 SNS를 통해 슈퍼배터리에 호의적인 성향이더군요.”

이렇게 말하며 박광석이 안도의 숨을 내쉰다.

박광석이 아무리 안젤리나 졸리의 광팬이라 해도 만약에 그녀가 슈퍼배터리에 부정적인 여배우라면 후보에서 제외다. 박광석도 공사를 철저하게 구별할 줄 아는 인물이니 말이다.

박광석이 선택한 50명의 헐리웃 스타들과 셀럽들을 차례로 확인했다.

남녀비율도 적당하고 헐리웃 배우들만이 아니라 대중을 상대로 영향력이 큰 유명감독들.

그 외에도 다양한 인물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전략실장님의 지시대로 슈퍼배터리의 사전 오프닝에 참가할 동부와 서부쪽의 셀럽들을 선정하는 건 끝냈지만 이들 유명인들을 한자리에 모으고 이벤트를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단순히 초대장을 보낸다고 해서 쉽게 와줄지도 의문이고.”

“물론입니다. 그냥 초대장을 보낸다고 해서 헐리웃 스타들과 셀럽들이 쉽게 와줄 가능성은 거의 없지요. 다만 중요한 것은 누가 보내느냐에 따라 달라질 겁니다.”

“그렇다면 역시 미국내에서 영향력이 큰 인물을 포섭해야겠군요. 혹시 그럴만한 인물이 있기는 합니까?”

“그것을 위해 법률자문인 송재동씨와 준비를 했습니다. 그 대상은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인 해밀턴입니다.”

“그것이 정말입니까?”

박광석이 놀라고 있었다.

미국인들 중에 해밀턴 상원의원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미국 정치계에서 새로운 리더로서 촉망받는 인물이고 차기 또는 차차기 미국 대통령이 될 것이란 전망이 상당하다. 그야말로 미국 정치계에서 엄청난 거물이다.

“정말로 그런 사람을 우리들이 포섭할 수 있다는 겁니까?”

“서로 간에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 우리에게 우호적인 인물로 만들수는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기브 앤 테이크(Give & Take)의 관계니까요.”

“만약에 해밀턴 상원의원이 슈퍼배터리 오프닝 이벤트의 주최자가 된다면 유명한 헐리우드 스타들은 물론이고 셀럽들도 대부분 참가할 것입니다. 이거야말로 엄청난 빅 이벤트가 되겠군요.”

박광석의 말대로 최대한 크고 화려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금융과 투자시장이받은 충격도 클테니까 말이다.

해밀턴 상원의원이 결코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그러나 나에게는 그를 움직일 수 있는 수단이 있었고 칼자루는 내 쪽에서 쥐고 있는 것이다.

***

미국경제와 문화의 중심은 뉴욕이다.

그러나 미국 정치를 대표하는 곳은 수도인 워싱턴 D.C 다.

워싱턴 D.C 에는 백악관을 포함해 국회의사당. 그리고 링컨기념관과 연방대법원까지. 미국정치를 대표하는 핵심적인 기관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68만명 정도의 인구를가진 중소도시의 규모이지만 이곳이 미국 역사와 정치를 좌우하고 있었다.

“뉴욕에이어 워싱턴까지 와보다니. 여기는 확실히 뉴욕의 화려한 모습과는 다르군요.”

박광석이 주위를 둘러보며 감탄했다.

내가 타겟으로 잡은 해밀턴이 캘리포니아의 상원의원이지만 그가 주로 생활하고 활동하는 장소는 워싱턴이다.

미국은 양원제를 채택하고 있다.

상원과 하원으로 나뉘어 지는데 정치적인 영향력이나 권위는 상원의원이 하원의원을 압도할 수준이다.

기본적으로 국회의원의 숫자에서 비교불가다.

하원의원의 경우에는 각주마다 여러 명이 선출되어서 총 435명이다.

그에 반해 상원의원은 미국의 50개주에서 선출되는데 각각의 주마다 2명씩해서 총 100명에 불과한 것이다.

그중에서도 해밀턴이 선출된 캘리포니아주의 경우에는 미국내의 50개주에서 가장 많은 인구와 GDP(1년 총 생산량)을 자랑하는 핵심적인 지역중에 하나다.

“저기 오는군.”

송재동이 전방에서 걸어오는 중년 사내를 가리켰다. 워싱턴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맥퍼슨이다.

그는 송재동이 미국에서 인맥을 통해 알게 된 워싱턴 로비스트다. 변호사 출신의 로비스트라는 독특한 이력이지만 실력은 뛰어났다.

“미스터 송. 오랜만이군.”

“그동안 잘 지냈나?”

“물론이지. 하지만 여기가 워싱턴 이다보니 이런저런 일이 매일 생기지. 그 때문에 우리들같은 로비스트들도 여러 가지로 바쁘고. 그런데 자네들이 FBI-출신의 프리먼을 직접만나 그를 팀으로 만들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진짜로 놀랐네. 그 완고한 고집의 프리먼이 한풀 꺽이다니.”

“그건 여기 있는 전략실장님의 도움이지.”

“이분이 전에 자네가 말한 미스터 강인가?”

“그렇네.”

송재동이 나를 소개하자 맥퍼슨의 눈빛이 예리하게 변했다. 역시 워싱턴에서 실력 좋은 로비스트의 자격을 갖추고 있었다.

“이렇게 젊은데 그런 일을 해내다니? 역시 자네들 동양인들은 신비한 구석이 많군. 워싱턴에서 활동 중인 로비스트인 맥퍼슨입니다.”

“로버트 강입니다. 앞으로 많은 부탁을 드립니다.”

“어쩐지 이번만이 아니라 로버트강 당신이 워싱턴을 자주 방문하게 될 거란 예감이 드는군요.”

“뉴욕에 비해 전원도시 같은 느낌이라 좋군요.”

“하지만 이 작은 도시에서 미국 정치계의 온갖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곳이지요.”

맥퍼슨이 미소를 지었다.

이짧은 한마디가 워싱턴 D.C의 특성을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그런데 해밀턴 상원의원과의 약속시간은 언제로 잡혔습니까?”

“조금 전 상원의원의 보좌관으로부터 긴급 연락을 받았습니다. 해밀턴 상원의원께서 로버트강씨와 여러분들을 집무실에서 직접 뵙고 싶다고 하더군요. 점심식사도 겸해서.”

“반가운 소식이군요.”

“저로서는 놀라울 정도입니다. 해밀턴 상원의원은 워싱턴에서도 거물급에 속하는데, 로버트강 당신과의 전화통화 한번으로 이런 약속을 잡다니?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로비스트 생활을 하며 처음겪는 이변입니다.”

맥퍼슨이 감탄하고 있었다.

정계의 거물인 해밀턴 상원의원이 아무나 만나줄 인물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그가 거절하지 못할 제안을 하였고 이것은 앞으로 그의 정치경력에도 상당한 이득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캐피틀 힐(Capitol Hill)로 가볼까요?”

“예. 제가 안내를 하겠습니다.”

맥퍼슨이 앞장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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