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조 재벌-46화 (46/300)

# 46

투기세력이 모여들다

“두 사람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해볼 찬스로군요.”

“혹시 급박한 상황이라면 죽여도 됩니까?”

“만약에 죽이지 않는다면 당신이 당할텐데. 저놈들에게 섣부른 동정심 따위가 통하지도 않을 거고.”

“그렇군요.”

“그리고 저놈들이 먼저 당신들의 물건을 강탈하고 점유한 상태입니다. 그것을 탈환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총격전과 그로 인한 살인은 정당방위 요건에 충족된다는 사실입니다. 어차피 여기서는 그런 법적인 요건보다는 자신이 당하기전에 먼저 해치우는 게 중요한 것이지요.”

프리먼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되도록이면 조용히 나갈려고 했지만 상대는 이미 무장을 갖춘 상태. 또한 우리를 향해 먼저 총탄을 수십 발이나 퍼부은 놈들이기도 했다.

프리먼이 말하는 정당방위 요건은 이미 갖추어진 상태.

“송재동씨는 일단 뒤로 물러나 계시는 게 좋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전략실장님.”

내 말에 따라 송재동이 뒤쪽으로 피했다.

여기서 총기를 다룰수 있는 사람은 나를 포함해서 김태천과 프리먼 이렇게 3명이다. 하지만 상대는 6명.

우리보다 2배나 많은 숫자다.

우리 쪽에 한 가지 유리한 부분은 있었다.

녀석들은 우리가 먼저 발견했다는 사실을 몰랐다.

프리먼의 예감은 적중했다.

우리들이 방탄차량인 메탈리카를 주차시켜놓은 골목의 안쪽. 그곳에 6명의 권총을 든 갱단들이 지키고 있었다. 프리먼의 경고에 따라 은밀하게 움직였고 먼저 발견했다.

그리고 낯이익은 놈들이다.

레드힐(Red Hill)에 들어왔을 때 첫 번째로 마주쳤던 히스패닉계 갱단 놈들이다.

우리들의 가로막고 멈추게 하려고 했다가 실패했고 그 뒤에는 갖고 있던 권총탄을 사정없이 퍼부으며 광기를 부렸던 녀석들이다.

여기서 또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녀석들이 노리는 게 무엇인지는 분명했다.

내가 갖고 있는 방탄개조차인 랜드로버 메탈리카(Metalica)다.

하지만 녀석들의 능력으로 차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래서 몇 명은 메탈리카의 방탄유리를 향해 쇠파이프로 후려치며 분풀이를 해댔다.

철컥! 김태천과 프리먼이 권총을 꺼내어 준비를 시작했다. 프리먼이 휴대한 권총은 베레타로 근접전투에서 사용하기 편하고 성능도 우수했다.

“여기가 레드힐이고 프리먼 당신이 여기서 오랜동안 지냈으니 당신의 작전에 따르도록 하지요.”

“먼저 숫적으로 우리가 불리한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우리에게 유리한 것은 기습의 이점이 있다는 것.”

프리먼이 나와 김태천을 향해 대답하더니 품속에서 뭔가를 꺼내었다. 보통의 연막탄처럼 생겼지만 조금은 틀렸다. 김태천이 곧바로 알아채고 미소를 지었다.

“스턴 그레네이드로군요. 이거라면 저놈들을 단번에 충격으로 빠뜨릴 수 있으니까.”

“단 1초만이라도 적들을 혼란에 빠뜨리면 확실하게 제압할 수 있지요.”

프리먼의 전술은 간단하면서 효과적인 것이다.

그가 준비한 스턴 그레네이드는 대테러부대나 SWAT-등에서 사용하는 특수장비다. 수류탄이라고 하지만 파편과 화염이 터지는 게 아니라 강력한 섬광을 사방으로 뿜어낸다.

이 섬광은 태양빛보다 몇백배나 강했고 한순간에 눈을 멀게하고 시신경을 마비시킨다.

그리고 레드힐(Red Hill)의 갱단들이 대테러 부대등에서 사용하는 스턴 그레네이드에 익숙한 것도 아니다. 따라서 단번에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었다.

“일단은 제압이 첫 번째 목적. 하지만 상황이 급박해지면 주저없이 사살 하십시요.”

프리먼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어설픈 동정심은 금물이다.

먼저 쏘지 않으면 당하는 상황.

손에쥔 글록(Glock)-27의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고 언제든지 발사가능한 준비를 해놓았다.

텅- 또르르! 프리먼이 던진 스턴 그레네이드가 바닥을 굴러갔다. 돌발적인 금속음에 메탈리카 주위에 있던 6명의 히스패닉 갱단들이 당황했다.

“저건 뭐야?”

“연막탄 같은데.”

펑- 폭발음이 터지며 스턴 그레네이드에서 엄청난 섬광이 발산되었다. 돌격을 위해 한쪽눈을 지긋이 감고 있는 상태인데도 정면에서 터지는 섬광의 위력은 엄청날 수준이었다.

스턴 그레네이드가 터지며 발산하는 섬광은 한순간이다. 그리로 효과는 탁월했다.

“크악! 눈이!”

“앞이 제대로 안보여.”

비명을 내지르는 히스패닉 갱단들의 정면으로 돌진했다. 돌발상황에 녀석들이 무작위로 권총을 겨누기 시작했다. 이번 돌진을 통해 우리들은 각각 2명씩의 갱단들을 맡기로 하였다.

탕! 타탕! 김태천과 프리먼의 총구에서 불이 뿜어진다. 사격음을 듣자 반사적으로 총구를 전방으로 향했다.

찰나의 순간 내 쪽으로 총구를 들고 있는 녀석이 보인다. 총구방향을 살짝 아래로 내린 뒤에 허벅지를 겨냥했다.

탕! 첫발이 상대의 허벅지를 관통하며 비명소리가 터져나왔다. 그것을 확인하며 이번에는 측면을 겨냥했다.

역시 또 한 명.

이번에는 상황이 급박했다.

곧바로 상대의 복부를 향해 다음번 탄환을 연사했다. 두 명이 비틀거리자 신속하게 접근해서 무기를 발로 차버렸다.

나의 반대편에서도 총격음이 연속으로 흘러나왔다. 김태천과 프리먼이 능숙한 실력을 발휘하며 방탄차량 메탈리카의 앞뒤에 있는 녀석들까지도 제압한 것이다.

즉사한 녀석들은 없었지만 저마다 허벅지와 복부, 어깨에 부상을 당한 채 뒹굴고 있었다.

“이 정도면 목숨을 맡길수 있겠군요.”

“동료가 된 것을 환영합니다. 프리먼씨!”

프리먼이 나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얼마 후 뒤쪽에 숨어있던 송재동이 서둘러 달려왔다. 거친숨을 내쉬었고 바닥에서 피를 흘리며 뒹구는 갱단들을 내려보며 움찔거렸다.

“이놈들 죽은겁니까?”

“급소를 맞은 건 아니라서 당장에 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여기 레드힐에서 부상당한 놈들은 곧바로 다른 녀석들의 사냥감이 될 겁니다.”

프리먼이 대답했다.

그 말은 과장이 아니다.

히스패닉 갱단들이 누군가에게 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나머지 갱단들이 그것을 기회로 사냥을 시작할 것이다.

따라서 바닥에서 뒹굴고 있는 녀석들은 기껏해야 시한부 인생에 불과했다. 그리고 이 녀석들의 자업자득이고 동정해봐야 소용없었다.

“나머지 갱단놈들이 몰려오기전에 서둘러 여기를 나가는 것이 좋겠군요.”

“그렇군요. 아무리 방탄차라 해도 레드힐의 갱단 모두를 상대로 전쟁할 수는 없으니.”

프리먼이 내 말에 동의했고 일행들은 서둘러 차량에 올라탔다. 메탈리카에 탑승하자 그 때까지 멀쩡하던 오른손이 살짝떨렸다.

총으로 누군가를 직접 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전에 권총사격을 통해 무생물의 표적지를 쏘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상대가 인간이었다.

어쩌면 이것도 극복해야 할 과정중에 하나일 것이다.

앞으로 이것보다 더한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오늘 벌어진 사건은 그 때를 위해 준비다.

***

“전략실장님의 예측대로 증권시장이 제대로 술렁거리기 시작하는군요.”

박광석의 표정이 밝아졌다.

에스프레소 커피를 내려놓고 박광석에게 다가갔다.

“이걸 보십시요.”

박광석이 노트북 화면을 보여준다.

현재 진행 중인 NYSE(New York Stock Exchange)와 나스닥(NASDAQ)의 주가 차트와 지표다.

아침장세가 오픈 되자마자 양쪽의 주식시장들이 일제히 상승세를 그리고 있었다. 장세를 끌어올리는 주된원인은 양대시장에 상장된 10대 배터리 메이커들의 주가였다.

“10대 베터리 메이커들의 주가가 오름세를 기록하다니 이거야말로 특이한 현상입니다.”

“그만큼 우리들이 시작한 노이즈 마케팅이 잘 통하고 있다는 뜻일겁니다.”

“확실히 그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 지금 전세계 IT-산업계와 전자제품 산업계에서는 슈퍼 배터리에 대한 이슈로 뜨거운 상황입니다. 곳곳에서 전문가들이 나와서 견해를 발표하고, 여기에 대해 직접 사용하는 유저들과 네티즌들이 반박을 하는 상황도 전개되니까 말이지요.”

“전문가들의 의견은 어느 쪽입니까?”

“슈퍼배터리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저도 전략실장님을 통해 슈퍼배터리에 대해 직접적으로 알지 못했다면 TV-나 뉴스에 나오는 전문가들과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겁니다.”

“그만큼 현재까지 개발된 리튬-이온 배터리의 성능과 개발에 대해서는 한계상황까지 왔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통념인 거 같군요.”

“그렇습니다. 그에 반해 IT-제품이나 전자제품을 사용하는 유저들의 경우에는 전문가들과 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당연할 것입니다. 유저들의 입장에서는 성능이 부족한 배터리때문에 여러 가지로 불편이 많은데 5배나 더 뛰어난 성능의 배터리가 나온다는 소문에 기대를 걸수밖에 없지요. 설령 그것이 불발로 끝난다해도 지금은 일단 호의적인 반응입니다.”

“그렇다면 현재 10대 배터리 메이커들의 주가가 5-10%씩 상향된 것은 상당수의 투자자들이 IT-전문가들의 생각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군요. 금융쪽의 투자자들은 아무래도 슈퍼배터리에 대한 이슈가 불발로 끝날 것이고 전세계적인 사기극이 될 것이란 예측인 거 같습니다. 또한 전략실장님이 추진중인 슈퍼배터리의 출시가 실패해 버리면 기존에 있던 10대 배터리 메이커들의 주가는 단번에 폭등할 것입니다. 그들이 배터리 시장의 진정한 지배자라는 것을 한 번 더 확인하는 사건이니까 말이지요. 이번에 10대 배터리 메이커들의 주가가 조금씩 상향하는 건, 상당수의 투자자들이 그 부분을 염두에 둔것 같습니다. 다만 현재 10대 배터리 메이커들의 주식을 올리는 건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세력들이 더 많은 건 분명합니다.”

박광석이 자신의 견해를 내놓았다.

이것은 제대로 짚은 것이다.

뭣보다 증권시장의 투기세력들이 IT-전문가들의 주장에 따라 슈퍼배터리가 실패할 것이란 부분에 배팅을 한 것이다.

하지만 슈퍼배터리가 정말로 공개되고 그것이 이슈가 된 것처럼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면?

10대 배터리 메이커들의 주식에몰린 투기자금은 순식간에 빠진다.

엄청난 매도현상이 벌어지고 10대 배터리 메이커들의 주가가 단번에 폭락할 것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상황.

“점점 재밌게 되어가는군요.”

“이거야말로 정교한 작전입니다. 사전 노이즈 마케팅을 통한 이슈만들기. 그리고 IT-전문가들과 네티즌들의 공방전. 그리고 증권가의 투기세력들이 10대 배터리 메이커들의 주식에 모여들도록 하는 것까지. 마치 연쇄반응처럼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니.”

“사람의 심리란 건 예측 불가능 하면서도 어떤 면에서는 예측가능 하기도 합니다. 더욱이 이쪽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다면 훨씬 더 쉽지요.”

“그렇군요.”

박광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으로 퍼즐과 판짜기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중이다.

“확실히 상황이 우리 쪽에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증권시장과 배터리 회사들의 주식을 향해 좀 더 강력한 충격을 주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전술을 사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추가적인 전술이라면 어떤 것입니까?”

“슈퍼배터리의 성능을 직접적으로 광고해줄 사람들을 발굴하는 것입니다.”

“그거야 이후에 KR-전지에서 슈퍼배터리를 공식적으로 출시한 뒤에 배터리를 사용한 소비자들의 입을 통해서 충분히 되지 않겠습니까?”

“그것도 한 가지 방법인 건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방법이 사실은 KR-전지의 슈퍼배터리가 전세계적인 시장을 장악하는데 필요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그것에는 상당부분 시간이 걸리고 증권시장과 주가에 막강한 충격을 주기에는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일반적인 소비자들이 아닌 특수한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슈퍼배터리의 성능과 품질을 광고하는 것인데. 그럴만한 사람들이 있습니까?”

“당연히 있습니다. 바로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는 셀럽(유명인)들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확실히 전세계적으로 명성이높은 유명인들이 그렇게만 해준다면 엄청난 사건입니다. 헐리우드의 대스타들이나 뮤지션들 몇 명만 우리편이 되어서 슈퍼배터리에 대해 긍정적인 글을 인스타나 페북등에 남겨만 준다면 IT-전문가들의 주장을 단번에 무너뜨릴 수준이 되니까 말이지요. 셀럽(유명인)을 모은다고 한다면 어느 정도의 숫자를 생각하십니까?”

“글쎄요. 미국 동부쪽에서 50명, 그리고 서부쪽에서 50명. 대략 100명 정도면 충분할 거 같군요.”

“100명이라니? 정말로 그런 것이 가능합니까?”

“물론입니다. 대중들의 관심을 먹고사는 셀럽(유명인)들이 슈퍼배터리에 대해 먼저 경험하고 그것을 대중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기회인데 거부할 사람은 많이 없을 거 같군요.”

“진짜로 듣고 보니 충분히 해볼만한 시도입니다. 그런데 셀럽(유명인)들을 상대로 마케팅 전략을 펼치는 것이라면 거기에는 헐리우드 여배우들도 포함될 수 있겠군요.”

“혹시 좋아하는 여배우라도 있습니까?”

“저는 당연히 영화 <툼레이더>에 나왔던 그 여배우가 마음에 드는데. 실제로 보기만 해도 소원이 없다는 생각이지만.”

“아. 박팀장님은 입술 두툼한 미녀를 좋아하시는군요.”

“꼭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좀 그렇긴 하지만. 아무튼 제 이상형중에 한 명이라. 하하!”

박광석이 쑥쓰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