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조 재벌-45화 (45/300)

# 45

스카웃을 성공하다

부우웅- 방탄개조한 메탈리카(Metalica)가 도로를 따라 나아갔다.

얼마 전까지 백인 상류층의 주거지인 퀸즈(Queenz)에서 본 것과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다.

뉴욕최고의 범죄지대.

그리고 헬고담(Hell Gotham)이라는 악명이 붙어있는 곳.

그것을 증명하듯 브루클린 레드힐(Red Hill)의 풍경은 살벌한 긴장감이 흘러갔다.

주변으로 보이는 건물들 중 부서진 곳도 보였고 일부는 주민들이 퇴거한 듯 완전히 비어있었다. 갱단들의 전쟁으로 방화가 일어났거나 또는 중심에 위치해서 더 이상 살수 없는 무인지대로 변해버린 것이다.

허름한 도로의 담벼락이나 건물들에는 기묘한 형상을띤 신호나 상징물들이 보였다.

창밖을 둘러보던 송재동이 고개를 갸웃했다.

“저기 건물과 담벼락에 그려진 낙서들. 뉴욕의 다른 지역에서 본 그래피티(Graffiti)들과는 완전히 틀리군.”

“저건 그래피티보다는 브루클린과 레드힐에 있는 갱단들의 구역을 표시하는 마크들일 가능성이 더 많습니다. 다만 지금은 갱들의 구역전쟁이 심각하게 벌어지는 상황이라 하루아침에 주인이 바뀌기도 합니다.”

“자신들의 영역을 저런 식으로 당당하게 표시하다니? 뉴욕의 갱조직들은 그야말로 무법지대의 놈들같군.”

“과거 마피아같은 이탈리아 갱단이 무너지거나 제대로 힘을 못쓰면서 현재 뉴욕의 갱단들은 서로 싸우는데 정신이 없을 정도입니다. 흑인갱단, 라티노 갱단, 그 외에 멕시칸, 히스패닉, 심지어는 아시아에서 건너온 베트남 갱단까지.... 곳곳에서 난립하는 상태라 미국의 NYPD(뉴욕경찰국)조차도 반쯤은 두 손 놓은 상태입니다. 다만 이런 폭력범죄와 갱단들의 전쟁이 우범지대나 빈민가를 위주로 해서 벌어지다보니 뉴욕의 백인 상류층들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거죠. 어차피 자기들에게는 별로 피해가 없다보니.”

“하긴 뉴욕의 백인 상류층들은 퀸즈(Queenz)같이 치안이 잘된 곳에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으니까.”

김태천의 대답에 송재동도 납득했다.

뉴욕에 범죄가 많다해도 백인 상류층들이 당하는 경우는 많이 없었다.

어떤 백인 상류층들은 빈민가의 유색인종들끼리 죽고 죽이는 걸 우리가 왜 신경 써야 하냐? 라면서 코웃음치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그 때 도로의 좌우로 있는 골목길에서 그림자들이 보였다.

우리가 타고가는 방탄차량 메탈리카(Metalica)를 확인한 것이 분명했다. 한녀석이 다른 쪽으로 수신호를 보낸다.

“아무래도 갱단놈들의 전투구역에 들어온 거 같군요.”

“전투구역이 수시로 바뀌니 어쩔 수 없죠.”

“설마 저놈들 갱단인 겁니까?”

송재동이 당황하며 말했다.

시선을 좌우로 이동시켰고 이마에 땀방울이 맺힌다.

만약에 우리가 보통 차량을 타고왔다면 여기서 반쯤 죽었다고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이럴 경우를 대비해서 만반의 준비를 한 것이다.

“저놈들이 우리들의 길을 막는데요.”

도로의 앞쪽에 3명이 보였고 그중에 하나가 손을 들었다.

정지하라는 신호.

녀석들이 차를 멈추게 한 뒤에 무슨짓을 하려는지는 뻔했다.

“김태천 씨. 멈추지말고 그냥 통과하십시요.”

“알겠습니다. 역시 판단이 빠르시군요.”

김태천이 대답하더니 악셀을 밟았다.

부아아앙! 방탄차량 메탈리카가 가속하며 엔진음이 진동했다.

그러자 길을 막아섰던 3명이 당황하고 있었다. 예상대로 레드힐의 여러 갱단들 중에 하나인 히스패닉계 조직이다.

당황한 녀석들이 소리쳤고 좌우의 골목에서 4~5명이 더 튀어나왔다. 품속에 숨겨두었던 권총을 꺼내면서 우리를 향해 조준했다. 전방에서 길을 막았던 3명도 무기를 꺼내면서 사격을 시작했다.

탕! 타타탕! 전방과 좌우에서 수십 발의 탄환들이 퍼부어졌다.

“으아아!”

송재동이 당황하며 상체를 엎드렸다.

김태천은 노련하게 핸들을 잡으면서 가속했다.

텅! 터터텅! 핑! 방탄차량의 창문에 총알이 튕겨져 나가며 소음이 귀를때린다.

하지만 호이트펜(Hoitfen)사에서 방탄개조한 메탈리카의 성능은 최상이었다.

권총탄 정도로는 방탄유리와 차체에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우리가 방탄차에 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자 갱단들이 당황했다.

전방에서 기세좋게 사격을 퍼붓던 3명이 놀라면서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김태천은 그 틈을 이용해 단번에 빠져나갔다.

후방에서 우리를 향해 발악하며 욕지거리를 퍼붓는 놈들의 모습이 보였다.

나와 김태천이 밀거래로 입수한 글록(Glock)-27 자동권총을 휴대하고 있지만 여기서 길거리 갱단들을 상대로 총격전을 한다는 건 바보짓이다.

그럴 시간도 없고 총알만 아까울 뿐이다.

이곳이 뉴욕 최악의 우범지대인 레드힐(Red Hill)이라 해도 직접적인 위협이 없는 상황이라면 조용히 들어왔다가 나가는 게 최선이다.

한동안 엎드려있던 송재동이 고개를 들었다.

“겨우 끝난 건가?”

“이제 안심해도 됩니다.”

“내가 JSE-(K)의 법률자문 일을 맡았을 때 설마 이런 일까지 할 줄은 몰랐는데.”

“그래서 제가 처음에 말하지 않았습니다. 특수 법률자문이라고.”

“특수 법률자문? 그러고 보니 제대로 속았잖아. 세상에 변호사 뒤통수를 치는 인간이 존재할 줄이야.”

송재동이 발끈했다.

하지만 표정을 보니 방탄차량 메탈리카의 뛰어난 성능에 감탄하며 느긋한 마음으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보통 차량이라면 언제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총알에 매 순간이 지옥 같지만 방탄차량이라면 갱단들이 전쟁을 벌이는 한복판도 거뜬하게 통과할 수 있는 것이다.

***

“여기는 정말로 황당한 곳이군. 한쪽에서는 갱들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한가하게 불을 켜놓고 장사를 하는 술집들이 있다니.”

“여기 사람들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요. 마약거래를 하든 다른 범죄를 하든 그것도 아니면 유흥산업을 통해서라도.”

“나 같은 사람은 하루도 못살 거 같은데. 휴우~”

송재동이 고개를 내저었다.

여기까지 오는동안 2-3차례 정도 갱들과 마주쳤다.

첫 번째는 우리를 향해 무턱대고 총격을 난사한 놈들이었고 두 번째 세 번째는 자기들끼리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갱들끼리 총격전을 벌이는 상황이지만 빗나간 유탄이 몇발정도 우리들이 타고 있는 방탄차량에 날아오기도 했다.

현대문명의 첨단을 자랑하는 뉴욕시에 중동 이라크의 팔루자에서나 볼법한 시가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저기가 마틸다로군요. FBI-출신의 프리먼이 단골로 간다는 술집.”

“그렇긴 한데 분위기가 좀 삭막하네.”

“여기까지 왔는데 포기할 수는 없지요.”

송재동이 워싱턴 로비스트인 맥퍼슨을 통해 들은 정보.

프리먼의 단골술집인 마틸다는 예상대로 싸구려 냄새가 물씬풍기는 곳이었다.

네온사인도 고장났는지 반정도만 켜져 있고 가게 주위에는 군데군데 쓰레기들이 널브러진 모습이다.

***

“정신없군.”

“이게 빈민가 술집의 일반적인 풍경이죠. 이번 기회를 통해 좋은경험을 하셨다고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그렇지만 여러번 하기는 확실히 부담되네.”

송재동이 고개를 내젓는다.

빈민가 술집 마틸다의 내부가 결코 호의적인 분위기는 아니었다.

빈민가에 사는 사람들의 특징중에 하나가 외부인이 들어오면 재빨리 알아챈다는 것.

그것만이 아니라 우리들이 입고 있는 복장도 그닥 환영 받을만한 상황은 아니다.

처음에 들어가자 내부에 있는 손님들 중 여러 명이 우리를 향해 적대적인 시선을 보내었다.

일부는 피식거리며 조소를 짓기도 했다.

하지만 김태천의 육중한 체격과 근육.

그리고 강인한 인상을 보자 몇 명이 주눅늘었다.

190cm에 육박하는 체구는 미국에서도 압도적인 수준이니까 말이다.

“당신들 여기까지 오다니? 간이 배밖에 나온 거 같네요.”

카운터쪽에 있는 여 바텐더가 입술을 훔치면서 말한다. 짙은 화장에 색기가 흐르는 게 바텐더 일외에 매춘쪽의 일도 같이하는 여자인듯 보였다. 어느 쪽이든 이런 여자를 다루는 방법 중에 하나가 바로 돈이다.

“여기서 사람을 한 명 찾으려고 왔는데.”

지갑에서 100달러짜리 10장을 꺼내어 바텐더를 향해 슬쩍 보여주었다. 그녀의 눈빛이 탐욕으로 변하며 입가에 미소를 짓는다.

“혹시 프리먼이라고 알고 있는지? 금발에 백인 중년 사내인데.”

“글쎄요. 그런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요.”

여바텐더의 대답에 잠시 당황했다.

하지만 곧 눈치챘다.

프리먼은 FBI에서 퇴출된 인물이고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여기에서 지내는 중이다. 당연히 자신의 본래 이름을 쓰고 있을 가능성은 없다.

스마트폰을 꺼낸 뒤에 프리먼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여바텐더가 고개를 끄덕인다.

“이분은 조셉씨예요. 그런데 진짜 이름이 프리먼이에요?”

“그건 아니고 별명입니다.”

곧바로 둘러대자 그녀가 대충 납득했다.

어차피 그녀의 목적은 나에게 1000달러를 받아 챙기는 것.

여바텐더가 손을 들어 가리켰다.

“저쪽이에요.”

확인해보니 창가 쪽 구석에 한 명의 중년 사내가 있었다. 모자를 푹 눌러쓴 모습이고 혼자서 싸구려 양주를 마시는 중이다. 김태천에게 신호를 보내었고 프리먼이 앉아있는 테이블을 향해 다가갔다.

테이블 근처 3미터정도 남았을 때 김태천이 긴장하며 한손을 들었다.

멈추라는 신호.

모자를 눌러쓴 프리먼이 고개를 든다.

한동안 김태천을 노려보았다.

“당신 보통이 아니군. 어떻게 알아챘지?”

“그것보다 정말로 우리를 향해 쏠 생각이었나?”

“그건 상황에 따라 틀리지만. 처음에는 녀석들이보낸 끄나풀인 줄 알았는데 이제보니 다른 사람이군. 다만 여기까지 나를 찾아왔다는 사실때문에 달갑지는 않지만.”

“대체 무슨 일이야?”

아직까지도 상황파악이 안되는 송재동이 질문했다. 그것에 대해 나는 테이블 아래쪽을 가리켰다.

검은색으로 살짝 비치는 권총의 모습.

혼자서 술을 마시면서도 주위를 경계했고 우리들이 다가오는 상황을 눈치채고 있었던 것이다.

김태천도 노련하게 프리먼이 권총을 겨누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먼저 막은 것이다.

그야말로 프로와 프로의 대결.

내가 김태천을 조력자로 만든 것은 이런 상황을 대비한 것이다.

“무슨 일 때문에 나를 찾아왔는지 모르지만 지금 당장 돌아가. 그리고 모습을 보니 여기 레드힐(Red Hill)의 주민은 아닌 거 같고. 그렇다면 더욱더 여기서 나가는 게 좋을 걸. 지금 레드힐은 갱단놈들의 구역전쟁이 한창인 곳이라서.”

“그건 여기까지 오면서 몇 차례 구경했습니다. 첫 번째 만난 녀석들은 아주 지겹도록 쏴대더군요.”

“......”

나의 말에 프리먼이 좀 당황하고 있었다.

“당신을 향해 본론을 말하기전에 술이나 한잔 얻어 먹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지요.”

“무슨짓이지?”

“프리먼씨. 나도 같이 마셨으면 좋겠는데.”

“그렇다면 나, 나도....”

나의손짓에 김태천이 먼저 앉았다.

그리고 송재동은 주변눈치를 보더니 합석했다.

나를 바라보는 프리먼의 표정.

뭐 이런 놈들이 다 있어?

***

“당신. 나이는 어린데 진짜로 악마같은 존재군.”

“칭찬으로 생각하지요.”

“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군. 어쩌면 이런날을 기다려 왔는지도 모르지만.”

프리먼이 나를 향해 대답하며 고개를 내저었다.

마틸다에서 프리먼을 상대로 진행된 협상과 조건.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뭣보다 프리먼은 꽤나 완고한 인물이고 자신이 당했던 경험을 통해 트라우마조차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나는 프리먼이 나의 조건과 스카웃제의를 거부하지 못할 것이란 확신이 있었다. 프리먼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다른 것이다. 단순히 돈으로만 살 수 있는 인재라면 그 가치는 떨어진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그였지만 나중에는 확신했다.

자신이 원하는 걸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인물과 세력이 지금 눈앞에 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협상과 스카웃제의가 성공하자 김태천이 프리먼과 힘찬 악수를 하였다. 김태천이 볼 때에도 프리먼은 실력 좋은 프로다.

충분히 자신과 맞먹을 수준.

“그런데 당신들 방탄차를타고 여기로왔군. 레드힐의 갱단구역 전쟁을 몇 번이나 통과하면서 무사하다는 건 그만큼 준비를 해왔다는 뜻이겠고.”

“정답입니다.”

“어디에 주차시켜 놓은 것이지?”

“저쪽입니다.”

“나라면 저기는 피하고 싶은데.”

프리먼이 말했고 얼마 후 그의 말은 사실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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