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조 재벌-39화 (39/300)

# 39

명품마켓, 명품브랜드

“광석 형님. 죄송합니다. 알람을 맞춰놓기는 했는데.”

“이 녀석들. 비행기 출발 2시간전에 공항에 도착하는 건 기본이란 것도 모르냐? 그래야 티켓 보딩도하고 면세점도 들러서 쇼핑도 느긋하게 할 수 있잖아.”

“광석 형님. 면세점 들리게요?”

“그게 누가 좀 부탁한 것이 있어서....”

박광석이 머뭇거리고 있었다.

대강 누가 부탁했는지 알 거 같네.

아마도 박광석이 마음속으로 좋아하는 후배일 거 같은데.

이름은 홍진경.

그가 만들었던 투자분석 동아리인 메디치의 회장이다.

아마도 3대회장이던가?

메디치 회장들이 대부분 남학생들이 많았는데 3대회장의 경우에는 여학생이었다.

꽤나 당차고 한성깔 한다는 소문도 있었고.

그녀도 학번상으로는 나보다 한참 선배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번 만나보고 싶은 생각이다.

“그나저나 퍼스트 클래스(1st Calss)라니 이거야말로 땡잡은 거 아닙니까?”

“미국까지 비행시간이 기본 14시간이 넘는데 이코노미석에 탔다가는 미국공항에 내릴 때에는 완전히 퍼지지. 그리고 네놈들은 뉴욕시내 구경할 시간도 없이 곧바로 일해야 해. 전투장비는 다 챙겼지?”

“물론입니다.”

박광석의 말에 두 명이 자신들의 노트북 가방을 툭툭 쳤다.

두 명다 나름 각오가 대단하다.

이번에는 미국 월가에서 한바탕 해보는 거다.

한국에서 금융으로 물좀 먹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곳이 미국 월가니까 말이다.

사실은 나조차도 흥분되는 건 사실이다.

이번건수는 진짜로 대박이다.

실패하면 엄청난 타격이다.

그러나 성공하면 엄청난 돈 벌이가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

“이야~ 역시 퍼스트 클래스(1st Class)는 레벨자체가 틀리네요.”

“티켓 발권도 따로 했잖아.”

“수화물이랑 짐부치는 것도 따로 하고.”

“씨끄러. 이 녀석들! 촌티 내지마.”

박광석이 버럭 소리를 지른다.

하지만 정작 티켓 발권 때부터 수화물 부치는 거. 그리고 항공사 여직원들에게 안내받는 거까지 촌티 팍팍낸 건 박광석이다.

박광석도 미국여행 경험은 몇 번 있지만 이렇게 퍼스트 클래스(1st Class)로 타보는 것은 처음이니까 말이다.

확실히 돈이 좋은 건 분명하다.

항공사에서 퍼스트 클래스(1st Class)은 완전히 VIP 손님이다. 티켓가격만 해도 보통의 이코노미석에 비해 최소 7-8배 이상이다.

“그런데 향수를 고르는 게 힘들면 그냥 샤넬 것으로 하세요. 그게 가장 무난합니다.”

“아무래도 그렇겠지요.”

박광석이 머리를 긁적였다.

여자후배 향수 한 병 구입한다고 면세품점을 몇 번이나 돌아다닌 것인지.

그래도 비행기 탑승 때까지 나름 시간 보내기에는 적당했다.

이전에는 별생각 없이 봤는데 한국에도 상당히 많은 종류의 명품들이 들어와 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오히려 값이 비싸야 명품이라는 인식도 박혀있다.

전세계 명품시장의 규모나 브랜드의 종류는 엄청난 수준이다.

한국에서 배출된 명품은 별로 없지만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명품을 소비하고 있다. 스포츠카부터 시작해서 의류, 화장품, 시계 기타 등등까지.

‘명품브랜드와 명품시장이라....’

여기는 엄청난 노다지가 걸려있는 곳이다.

앞으로 명품소비의 최대시장으로 떠오르는 국가들이 있었다.

첫 번째는 중국이고 두 번째는 인도다.

그 외에도 속칭 브릭스(Brics)라고 부르는 신흥개발국들도 여기에 속한다.

다만 명품브랜드를 장악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자금과 투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제대로 터뜨리면 막대한 돈이 들어오는 사업이다. 명품과 명품브랜드는 인간의 허영심을 먹고 자란다.

그리고 이런 허영심은 인간 본성중에 하나다. 제대로 기반만 잡아놓으면 인간의 허영심이 돈으로 환산되어서 들어오는 것이다.

“광석 형님 때문에 향수하나 사려고 면세점을 몇 바퀴나 돈 것인지.”

“그래도 이것저것 구경 많이 했잖아. 어차피 탑승시간까지 특별히 할일도 없었는데.”

“그렇긴 한데요. 한참이나 걸었더니 배고파 죽겠네요.”

“맞아요. 아침도 못먹고 왔는데.”

“좀만 참아. 나중에 퍼스트 클래스(1st Class) 기내식 나오니까. 그거 먹으면 돼.”

“그러고 보니까, 퍼스트 클래스 기내식. 왠지 기대된다.”

박광석의 말에 배용식과 오상봉이 침까지 삼켰다. 아무튼 박광석이 저 두 명에 대해서는 군기를 제대로 잡아놓은 거 같다.

하긴 저 두 명도 박광석이 아니었다면 오래전에 밑바닥으로 떨어졌을 상황이다.

따라서 박광석까지 저들 3명은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는 신세인 것이다.

나로서는 이런 팀원들이 마음에 든다.

최소한 죽을 각오까지하고 저돌적으로 달려들 정도는되야, 내가 거두어들인 서포터의 기본조건을 갖추는 것이니까 말이다.

***

[안녕하세요. 승객여러분. 아시아나항공 A-395편기의 기장인 정세용입니다. 본 항공기는 앞으로 1시간후에 뉴욕의 JFK 국제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기내 스피커로 방송이 나왔다.

그러자 잠에 골아떨어진 두 명을 박광석이 깨웠다.

“형님. 벌써 도착인 거에요?”

“앞으로 1시간 남았다.”

“드디어 미국이군요.”

두 명이 눈을 비비더니 자세를 갖추었다.

이제는 좀 익숙해져서 더 이상 촐싹대지는 않네.

그리고 퍼스트 클래스(1st Class)-좌석은 비싼만큼 가치를 톡톡히 했다.

14시간이 넘어가는 장거리 비행인데도 불구하고 3명이 특별히 지친기색은 없었으니 말이다.

“손님 음료수라도 가져다 드릴까요?”

“그렇다면 간단하게 주스 한잔으로.”

“예-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스튜어디스가 생긋웃더니 쪼르르 달려갔다.

이 정도면 기내에 있는 스튜어디스들이 한 번씩은 다 나한테 온 거 같네.

“진짜로 전략실장님은 클래스가 다르네요.”

“그렇지. 우리는 완전히 오징어 신세. 흐흐흑!”

“울지마 이것들아. 안그래도 나까지 슬퍼지려 하는데.”

박광석이 투덜거렸다.

일부러 편하게 올려고 돈들여서 퍼스트 클래스(1st Class)-좌석을 구매했는데 스튜어디스 언냐~들에게 내내 시달리게 될 줄이야.

몇 명은 기념사진을 찍고 싶다고 해서 포즈까지 취해주었다. 보통 이런 건 연예인들이나 하는 건데.

“그런데 광석 형님. 우리들 뉴욕에 도착한 뒤에는 어디서 투숙하는 겁니까?”

“전력실장님이 말씀해주신 장소는 여기인데.”

“가만 여기는 월돌프 아스토리아.... 흐어억! 이거 엄청나게 유명하고 비싼 럭셔리 호텔인데.”

“그냥 객실도 아니고 펜트하우스다.”

“......!”

두 명의 입이 쩌억 벌어지고 있었다.

지금부터 이들 3명이 해야 할 일은 미국의 월가를 교란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정도 대우는 해줘야지.

우리들이 숙박하게 될 장소가 월돌프 아스토리아의 펜트하우스인 건 다른 이유도 있었다. 현재 그곳이 나의 JSE-(K)가 미국에만든 또 다른 투자회사의 사무실이기 때문이다.

***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그러자 좌우로 보이는 넓은복도.

바닥에는 카펫이 깔려있었고 고풍스런 그림과 조각들이 벽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뉴욕을 대표하는 럭셔리 호텔중에 하나고 그만큼 이곳은 수많은 유명인사들이 찾는 명소이다.

그중에서도 최상층에 있는 펜트하우스는 입구부터 상대를 압도한다.

키카드를 넣자 문이 좌우로 열렸다.

그리고 펼쳐지는 화려한 공간.

“이런 건 TV에서나 봤는데.”

“객실안에 수영장이 있어. 그리고 자쿠지(온천)도 있고.”

“전망도 끝내주네.”

“이거야말로 궁궐의 수준이잖아.”

3명의 입에서 감탄사가 터지고 있었다.

미국으로 미리 파견한 송재동을 통해 이곳을 선택하기는 했는데 실제로 와보니 명성에 걸맞는 장소다.

“어서오십시요. 전략실장님.”

내부에 있는 객실에서 송재동이 나오고 있었다.

여기서 며칠동안 느긋하게 지내서 그런지 몰라도 얼굴에는 여유가 가득하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안다고 펜트하우스에서 지내본 사람만이 발산하는 여유다.

“그런데 저분은?”

“송재동이라고 우리 쪽 JSE-(K)투자의 법률자문이지.”

“그렇군요.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박광석의 후배들이 송재동을 향해 인사했다.

송재동과 박광석은 나의 주선을 통해 이전에도 서로 만난적이 있었다. 두 명다 나이대가 비슷해서인지 잘 어울렸다.

“송재동. 너 우리들이 한국에서 고생할 때, 넌 이곳에서 완전히 호강하고 있었네.”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여기도 할일이 얼마나 많았는데. 뭣보다 전략실장님 지시로 미국에 새로운 투자회사를 만드느라 고생 좀 했지.”

“새로운 투자회사? 어떤건데?”

“MCU라고 일종의 헤지펀드 개념인데, 물론 취급하는 품목은 대충 알겠지?”

“그럼, 이번 월가에서 벌이는 작전에서 MCU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인가?”

“그렇긴 하지만 전면에 나서는 것은 아니지. 일종의 마스터 마인드(Master Mind), 즉 배후 조종자인 셈이지. 솔직히 난 DCU가 더 좋은데 전략실장님은 마블을 더 좋아하시는 거 같아서.”

“재동 선배? 설마 회사이름인 MCU가 마블의 그 MCU인 겁니까?”

“그건 아니고 본래 회사이름은 Money Combat Unit이야. 그런데 약자로 쓰다보니 MCU가 된 거지.”

“그렇군요. 그래도 왠지 마블코믹스 같은 느낌이라. 뭔가 의욕이 팍팍 생기는데요.”

“참고로 난 DC-팬이다. 배트맨 짱이야.”

“크윽. DC-팬 무서버.”

후배두 명이 엄살을 피워댔다.

아무튼 MCU-던, DCU-던 회사이름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기왕 이렇게 펜트하우스에 왔으니 3시간동안 푹 쉬라고. 회의는 그 다음에 할 거니까. 아참! 여기 자쿠지(온천) 끝내준다고. 14시간이상 비행기 타고왔으니 저기에 들어가면 그야말로 피로가 싹 풀리지. 그리고 룸써비스도 마음껏 시켜먹어. 스테이크하고 캐비어 조합이 비싸긴 하지만 명품이지.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캐비어 먹어보겠어?”

“캐비어에 최고급 스테이크. 흐흐흐~”

두 명이 침까지 흘리고 있었다.

이곳 월돌프 아스토리아 호텔의 스테이크와 캐비어 요리는 명성이 자자하다.

프랑스의 유명한 미쉐린 가이드에 별 3개짜리로 당당하게 올라갈 수준이다.

***

3시간 동안의 느긋한 휴식.

펜트하우스에 있는 각종 시설들은 최고급을 자랑했다. 미니바에는 고급와인부터 시작해서 위스키, 브랜디까지 다양한 술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또한 펜트하우스 내부에 있는 풀장에는 자쿠지(온천)겸용이라, 정면으로 펼쳐진 뉴욕의 전경을 보며 쉬는 것이 가능했다.

전세계의 유명인들이나 부호들이 뉴욕에서 지낼 때 펜트하우스를 선호하는 이유를 알 거 같았다. 수영장겸 자쿠지에 몸을 담군 후배두 명이 수근거렸다.

“천국이 따로없네.”

“내일 죽는다해도 여한이 없어요.”

“진짜로?”

박광석이 후배들의 대화에 끼어들며 사악한 미소를 짓는다.

“에에~ 그건 농담이고요. 갑자기 진지하게 나오시면 어떡합니까?”

“사실 진담이면 내일 널 브롱크스에 데려간 뒤에 내버려둔채 올려했거든.”

“브롱크스? 거기 흑형들 동네 아니에요?”

“당연하지. 그리고 보통 흑형들이 아니지. 지금도 대낮에 살인이 밥먹듯이 벌어지는 곳이니까.”

“괜히 겁주고 그래요?”

후배두 명의 표정이 처량하게 변했다.

사실 박광석 자신도 그쪽은 무서워서 가지도 못할곳인데 아무튼 저런 식으로 후배들 겁주면서 즐기고 있었다.

빅애플(Big Apple)-

뉴욕의 또 다른 명칭. 그리고 뉴요커.

이곳에오니 큰물에서 논다는 게 어떤건지 실감된다.

잠시 전망창으로 다가가서 아래쪽을 보았다. 수많은 차들과 사람들이 개미처럼 느릿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국제공항인 JFK에서 이륙한 비행기들이 날아가는 모습이 보인다.

저멀리 보이는 수많은 마천루들.

뉴욕의 중심인 맨하튼의 빌딩들도 눈에 들어왔다.

그곳에 세계금융의 중심인 월가(Wall Street)가 있다.

전세계에서 수많은 거금들이 모여드는 곳.

이번에는 저 월가와 한판승부를 해보는 것이다.

이미 준비는 완벽하다.

총알도 조달된 상태.

총탄을 발사할 사수들도 마련된 상태.

어디를 노릴지 그리고 총탄을 어떻게 사용할지를 저들에게 지시해주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승리를 확신한다.

왜냐하면 나에게는 월가를 향한 금융전쟁에서 최고의 전투병들과 최고의 무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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