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조 재벌-37화 (37/300)

# 37

반짝스타가 아니다

“여기가 유비콘의 본사 건물이네요.”

“건물 디자인과 저 회사심볼도 정말로 멋져요.”

세연이와 소민이가 감탄사를 토해냈다.

차를 주차장에 댄뒤에 바로 보이는 건물. 외관은 대리석 건물로 만들어진 형태였고 테헤란로에서도 랜드마크에 해당될만큼 좋았다.

한국에서 명성높은 건축가중에 한 명이 심혈을 기울여서 디자인했고 완공된후의 건물모습도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다만 저렇게 잘 지어진 건물에 들어갈 회사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는 게 문제였다. 상업성이나 실용성보다는 건축가의 실험적인 디자인이 적용되다보니 기타 건물들에 비해 업무공간의 크기는 떨어졌다.

하지만 태양전지를 건물벽에 부착한 것과 날렵하게 만들어진 건물 디자인등은 보는 사람을 감탄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잘 지어진 건물에 입주회사가 들어오지 못한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한국 IT-업계의 고속성장이 멈춘것도 한몫을 하였다.

유비콘이 한국 IT-업계에서 큰 주목을 받는 이유 중에 하나는 업계의 성장이 저조한 가운데서 전세계적인 히트를 쳤기 때문이다.

“그런데, 병관 선배에게 듣기로 유비콘이 이 건물을 본사로 선택하는데에, 강민 형이 적극적으로 제안을 했다고 하던데. 그게 사실입니까?”

“일단 여러 선택지중에 하나로 내놓기는 했지.”

동수를 향해 대답했다.

처음에 유비콘 사장인 최병관은 이곳을 본사 건물로 선택하는데 좀 망설였다. 건물디자인과 시설은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지만 다른 비슷한 크기와 용적의 건물들에 비해 가격이 좀 나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최병관도 여기를 선택한 것에 대해 꽤 만족하고 있었다.

뭣보다 이 건물은 유비콘이 갖고 있는 미래지향적인 혁신과 발전이라는 이미지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니까 말이다.

그래서일까?

유비콘의 건물과 회사를 취재하는 미디어들도 보였다.

‘그런데 저 여자는?’

회사의 정문쪽에 마이크를든 리포터와 카메라맨들이 보였다. 다만 내가 신경 쓰이는 부분은 마이크를든 리포터다.

TBC-방송국에서도 꽤 유명한 여자인데

“와아! 저 여자 TBC의 송윤경 이잖아.”

“진짜네. 실물로 보니까 더 이쁘다.”

세연이랑 소민이가 금방 알아보고 있었다.

동수 녀석은 역시나 헤벌레.

너 그러다가 소민이한테 들키면 그날로 끝장이다.

침닦아. 이 녀석아.

“방송국에서 나와서 취재하나 본데.”

애들을 재촉해서 갈려는 순간 마이크를 들고 준비하던 송윤경이 내 쪽을 발견하더니 달려온다.

뭐야 왜 저렇게 빨라?

혹시 육상단거리 출신인가?

잠시 숨을 고르더니 그녀가 반가운척을 해댔다.

“여기서 또 만났네요. JSE-(K)투자의 전략실장님.”

“그렇게 되었네요.”

“선배 송윤경 리포터와 아는 사이에요?”

세연이와 소민이가 놀라고 있었다.

하긴 그녀는 팬클럽만도 웬만한 연예인을 능가하는 수준이니까.

방송국 리포터로만 활동하는 게 아니라 각 방송국의 예능프로에도 종종 얼굴을 비친다.

유창한 영어실력과 지적인 미모.

그리고 SKY-명문대를 졸업했다는 타이틀과 미인대화 입상경력까지.

예능프로그램 PD-라면 반드시 출연시키고 싶은 게스트니까 말이다.

그리고 송윤경 리포터가 출연한 예능은 반응도좋고 인기도 좋았다.

그래서 그녀에게 붙은 별명이 리포테이너(Reporter + Entertainer)다.

즉 방송리포터와 연예인을 겸하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예능인이란 뜻인데.

그녀의 인기가 보통 연예인을 능가하는 건 이런 신선함 때문도 있었다.

송윤경의 시선이 내 옆에 있는 세연이와 소민이를 번갈아 보더니 냉소한다.

뭐지 저 미소는?

마치 자신의 우월감을 과시하는 거 같은데.

“저번에는 도망쳤지만 이번에는 안될 겁니다. 여자를 바람맞히는 것도 한번 정도는 용서가 되는 것이지 두 번째까지 봐줄 수는 없어요.”

“......”

소민이와 세연이가 고개를 갸웃한다.

이봐. 너희둘.

무슨 상상을 하는 거야?

아무튼 이 여자의 도도한 성격은 저번 이후로 변함이 없네.

그리고 세연이나 소민이를 향해 보내는 저 눈빛과 웃음도 그닥 마음에 들지 않는다.

“죄송합니다. 여기는 저의 후배들인데 오늘 유비콘(Ubicon)을 견학시켜 주기 위해서 데려온 겁니다. 그래서 좀 바쁘군요.”

“이번에도 또 거절인가요? 그것도 여자 후배들 때문에?”

“저는 원래 예정에없던 인터뷰나 기자회견은 절대로 하지 않는 주의라서. 이건 회사차원에서 내려온 지침중에 하나입니다.”

나의 단호한 대답.

그것을 듣자 송윤경의 표정이 구겨진다.

이것보셔.

세상에는 네맘대로 안되는 일도 많은 법이야. 얼굴 예쁘다고 그리고 SKY-명문대 출신의 리포터라고 주위에서 우쭈쭈~해줄지는 몰라도. 나한테는 안통하니까.

“그럼 취재 열심히 하십시요. 그리고 TBC-방송국과 송윤경 리포터께서 유비콘에 대해 좋은기사를 써줘서 저와 회사측에서는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치 준비된 멘트 같군요.”

송윤경이 뾰류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리고 멍해있는 세연이와 소민이 그리고 동수 녀석을 데리고 정문으로 향했다.

얼마 후 겨우 정신을 차린 세연이와 소민이가 떠들기 시작했다.

“와아~ 선배가 송윤경 리포터를 퇴짜놓다니. 이건 진짜로 엄청난 사건이야.”

“하지만 선배말대로 회사방침이 그렇다고 하니까 어쩔 수 없잖아. 안그래?”

“하긴 그렇네.”

두 명이 나름 납득하고 있었다.

내가 조금 전 송윤경 리포터의 취재를 거절한 이유 중에 하나는 다른 것도 있었다.

그녀의 도도한 성격이 마음에 안드는 것도 있지만.

두 번째로는 저 여자의 욕망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특종에 대한 욕망.

아니면 다른 것? 아무튼.

자기딴에 한 건 제대로 터뜨리겠다고 덤벼드는 상황이면 여러 가지로 골치 아파 지니까 말이다.

그리고 송윤경 리포터의 경우에는 이전에도 그렇지만 뭔가 수상쩍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그녀가 내 쪽에 다가와서 취재요청을 했을 때 나의 스마트폰에 있는 스내쳐-어플을 가동시켰다.

이전에는 단축키를 눌러서 스내쳐-어플을 가동시키는 상황이지만.

지금은 좀 더 발전해서 눈앞에 메뉴창을 바로 활성화 시킨 뒤에 손을 대지 않고 가동시키는 게 가능해진 상태다.

한단계 발전한 형태지.

아무튼 그녀의 스마트폰에 스내쳐-어플로 도청장치를 만든 상황이니까.

만약에 저 여자가 정말로 수상한 부류라면 나중에 알아내면 되는 것이다.

“TV와 기사에서 본 것하고 똑같네요.”

“보통 회사의 업무환경하고는 완전히 틀려요. 자유로운 분위기. 그리고 친환경적인 실내. 이거야말로 미래지향적인 IT-기업의 모델이네요.”

“한국에서는 아마도 유비콘(Ubicon)이 이런 업무시스템을 도입한 것이 처음이지만. 미국에서는 실리콘벨리등의 IT-기업등에서 도입해서 쓰고 있는 방식이기도 하지. 다만 이런 식의 업무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만큼 기업문화 자체가 자유롭고 미래지향적인 분위기여야 한다는 조건도 있지만.”

“확실히 한국의 기업들에서는 무조건 도입하기에는 쉽지 않는 것이네요.”

내 말에 세연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1학년이지만 세연이는 경영학과라서 이쪽에 관심이 많았다.

현재 유비콘(Ubicon)이 IT-업계와 미디어등에서 이슈가 되는 건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유비콘이 이룩한 엄청난 성공신화다. 두 번째는 이곳 테헤란로에서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독특한 디자인의 건물에 회사가 입주한 것.

그리고 회사 내 업무환경과 분위기다.

유비콘 직원들은 특별히 정해진 책상이나 사무실없이 회사 내부의 곳곳에서 자유롭게 일한다.

그것을 위해 회사 내부에는 군데군데 카페테리아와 휴게실등이 배치되어 있었고 친환경적인 공간들이 많았다.

자연채광을 최대한으로 받을 수 있도록 디자인된 건물이기에 내부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마치 야외공간에서 작업하는 느낌을 받는다.

미국에서는 성공적인 IT-기업 중에 하나인 구글이 이런 기업문화와 업무환경을 도입했고 그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뭣보다 기업내에서 이런 식의 업무환경을 만들려면 회사자체가 젊고 창의적이여야 한다.

그리고 회사의 CEO를 포함해서 경영진들이 젊고 활동적인 부분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유비콘은 그런 조건에 딱 맞았고 내가 구글-방식을 채택한 이런 업무환경을 추천하자 최병관도 적극적으로 환영했던 것이다.

최병관의 나이도 이제 30대 초반의 꽤 젊은 비지니스맨에 속하고 과거의 딱딱한 조직문화나 기업문화를 넘어선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너희들은 여기서 이것저것 보고 있어. 대신 사고치지 말고.”

“에휴~ 선배. 우리가 어린애들도 아니고.”

“그런데 선배는 이제부터 다른 볼일이 있는 거에요?”

“당연하지. 내가 여기 놀러온줄 아냐?”

후배들을 향해 대답한 뒤에 카운터쪽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20대 중반의 여직원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오세요. 전략실장님.”

“최병관 사장님과 다른 분들은?”

“조금 후에 임원회의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그럼 서둘러야겠군요.”

나의 대답을 듣자 여직원이 안내를 시작했다.

***

“이번 달 매출은 순조로운 편입니다.”

“마이포토앱의 영어버전은 현재 북미지역과 유럽 등지에서 엄청난 히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다음 달에는 일본시장도 노려볼만 하다고 생각됩니다.”

최병관 사장을 중심으로 해서 진행 중인 임원회의.

이제는 최병관도 유비콘(Ubicon)-사장으로서의 포스와 위엄이 제법 발산되고 있었다.

나의목표는 최병관을 제 2의 스테판잡스로 키우는 것이다. 그리고 유비콘은 출발점에 불과하다.

전세계 전문가들이 한국의 IT-산업과 기술을 평가할 때에 대부분 일치하는 내용이 있다.

하드웨어는 좀 강한편인데 소프트웨어가 약하다. 이것은 한국 IT-업계에 전반적으로 적용되는 부분이다.

이제까지 한국은 하드웨어 분야에서는 나름 실력을 발휘했지만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너무나도 비중이 적었다.

한국이 제작해서 전세계적으로 히트친 소프트웨어는 손에꼽을 정도거나 전무했다.

그리고 한국의 IT-회사들이 개발한 소프트웨어도 대부분은 국내용이거나 중국을 포함해서 동남아 몇 개국가에 인기 있는 수준이다.

특히 중국에서 인기 있다고 해도 그것은 빗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한국 IT-회사들이 개발한 소프트웨어가 중국에서 히트를쳐도 소프트웨어의 보안이 취약해서 대부분은 복제되거나 카피판이 범람하는 수준이다.

중국이 전세계 소프트웨어의 무덤이라는 건 결코 헛소문이 아니다.

그래서 유비콘에서 히트친 마이포토앱에 대해서는 중국어 버전은 일부러 만들지도 않았다.

마이포토앱의 경우에는 보안수준 자체가 지금까지 개발된 소프트웨어들 중에서 최고로 강하기에 중국이 이것을 복제할 가능성은 희박했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빌미를 주지 않는 게 최상이다.

아무튼 유비콘의 마이포토-앱은 한국 IT-업계에서 최초이자 유일하게 전세계를 상대로 히트친 소프트웨어다.

이것 때문에 전세계의 IT-회사들이 꽤 놀랐다.

소프트웨어 후진국이나 다름없는 한국에서 이런 엄청난 모바일앱을 개발했으니 말이다.

현재 전세계의 IT-업계에서 거대기업으로 성장하고 선두를 달리는 기업들은 대부분이 소프트웨어 회사다.

과거에는 IBM-같은 하드웨어를 주로 만드는 회사들이 주도권을 잡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변해버린 것이다.

구글을 시작으로 비플(Bipple), MS(마이크로 소프트) 등등까지....

자신들이 만들어낸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지금도 엄청난 부를 창출해내는 중이다.

앞으로 유비콘은 한국을 대표하는 소프트웨어-회사로서 이런 세계적인 대기업들과 경쟁하며 그들을 잡아먹어야 하는 것이다.

유비콘의 성공신화로 막대한 부와 명성을 거두어 들인 건 사실이다.

그러나 전세계 IT-업계의 입장에서 본다면 소프트웨어 후진국인 한국에서 어떤기업이 반짝 성공한 케이스에 불과하다.

그리고 외신쪽의 IT-전문가들은 유비콘이 운 좋게 성공했지만 앞으로 1~2년, 늦어도 2-3년 안에는 사라질 것이란 전망도 내놓았다.

하긴 전세계 IT-업계에서 반짝 스타가 되었다가 사라진 소프트웨어 기업들도 한둘이 아니니까 말이다.

따라서 IT-전문가라는 그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주고 유비콘이 결코 반짝스타가 아님을 증명할 필요가 있었다.

그것을 위해 나름대로 준비를 했고 해답을 찾아놓은 상태다.

대략적인 업무보고가 끝난 뒤에 사장인 최병관과 임원들의 시선이 나를 향해 집중되었다. 그들로서는 나의 JSE-(K)가 유비콘의 최대 지분소유자이니 당연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JSE-(K)의 대리인으로 여기에 온 것이다.

역시 유비콘은 아직까지 설익은 상태다.

그냥 놔두면 스스로 몇 년 안에 자빠질게 분명한 일.

뭣보다 지금 유비콘의 핵심들은 마이포토-앱의 성공신화로 인해 멍해있는 상태.

이들에게 새로운 목표를 주는 것이 나의 일이다.

그럼 시작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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