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
방탄차량 구입
부르릉- 키를 돌리자 시동이 매끄럽게 걸린다.
그리고 디지털 패널에도 불이 들어왔다.
꽤 넓은 공간.
6000cc의 엔진이 발산하는 파워는 강력했다.
영국의 지프 및 오프로드 차량 전문회사인 레인지로버-사에서도 최고사양의 것이다.
요즘은 디젤엔진 기술의 발달로인해.
더 이상 가솔린 엔진이 디젤엔진보다 좋다는 정설도 옛말이다.
뭣보다 지금 내가 운전하는 랜드로버 메탈리카(Metalica) 같이 강력한 토크와 온/오프로드에서도 전천후로 주행하기 위해서는 디젤엔진이 적격이니까 말이다.
차체의 크기도 다른 차량보다 압도적이고 우월하다.
미군의 군용차량인 험비와 맞먹을 수준이다.
하지만 미군용의 험비나 크라이슬러에서 험비를 민수용으로 만든 M-시리즈등은 연비자체가 막장인데비해, 레인지로버사의 메탈리카는 연비자체도 뛰어나다.
차량 가격에 있어서도 웬만한 스포츠카와 맞먹는다. 람보르기니, 포르쉐, 페라리같은 스포츠카도 좋지만 솔직히 실용성은 떨어진다.
기껏해야 포장도로만 달릴 수 있는 것에 비해, 내가 운전하는 메탈리카는 차체도 높아서 웬만큼 험한 도로는 모두 통과할 수 있었다.
죽음의 레이스라고 하는 파리-다카르 랠리에서 엄청난 내구성과 그 성능을 증명한 차량이니까 말이다.
다만 거기에 참가하는 차량은 기본모델에서 튜닝을 보충한다.
남자의 로망 중에 하나가 자동차 튜닝인데.
내가 공학도가 아니다보니 이부분은 좀 약하다.
아무튼 이 차량은 현재 JSE-(K)투자가 차량 소유주로 되어있다.
즉 회사차량이란 것인데 이거야 어차피 외부적으로 눈속임을 위해 그런 것이고 사실은 내차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어머니는 내가 아무리 전략실장이라 해도 회사차를 마음대로 써도되냐고 걱정하시기도 했지만 전략실장 재량권에서 충분히 가능하다고 대답해 드렸다.
그리고 JSE-(K)투자의 이름으로 레인지로버사에 추가로 차량주문이 들어가있다.
지금 내가 타고 있는 모델과 똑같은 것이다. 대신에 이것은 레인지로버에서 출고된 뒤에 또 다른 회사로 튜닝을 위해 보내진다.
바로 방탄개조를 위해서다.
흔히 방탄차라고 한다면 리무진이나 롤스로이스같이 엄청나게 큰 대형차량이 방탄차로 개조되는 걸로 생각한다.
실제로 대다수의 방탄차들이 리무진이나 롤스로이드 모델의 차량으로 하는 게 많다.
하지만 온/오프로드의 강력한 지프형 SUV인 이 모델도 방탄개조가 가능하다.
레인지로버사에서 나오는 모델중에서 유일하다.
왜냐하면 6000cc의 강력한 엔진과 육중한 차체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방탄개조를 위해 들어가는 비용도 수억단위다. 사실 이 차량값보다 더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방탄개조를 위해 의뢰한 호이트펜사는 독일에 있는 회사인데 솜씨가 좋은 곳이다.
한국에서야 웬만하면 방탄개조된 차량을 쓸일이 많이 없겠지만.
나의목표는 한국을 넘어 전세계를 상대로 돈 벌이하는 것이다.
그리고 전세계에는 가끔 상식이 통하지 않은 놈들도 있는 법이고. 따라서 이것은 그런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준비다.
내가 방탄개조를 위해 선택한 호이트펜(Hoitfen)-사의 경우에는 규모가 큰 대기업은 아니다.
때문에 방탄개조 작업에는 호이트펜사의 기술자들이 모두 동원되어 수작업을 한다.
독일에서 활동하는 장인들의 실력은 이미 증명된 것이다.
그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꼼꼼하게 처리한다. 그래서 방탄개조에 들어가는 비용도 유럽의 다른 회사들에 비해 비싸다.
하지만 비싼만큼 그 가치를 톡톡히 하는 것이다.
또한 고객의 요구에 따라 방탄개조외에도 다양한 특수기능과 장치들을 넣을 수 있었다.
특히 방탄유리의 성능에 있어서는 호이트펜-사가 최고수준이다.
보통의 일반적인 방탄차량의 방탄유리는 권총탄을 막아내는 수준이다.
이것만으로도 방탄유리의 성능이 뛰어나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국가원수나 각국정부의 VIP-등이 탑승하는 방탄차량의 유리는 자동소총의 탄환까지를 방어한다.
이 정도면 웬만한 적들의 공격쯤은 거뜬히 방어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미국 백악관의 주인이 타고 다니는 차량의 방탄유리는 한발더 나아간다.
바로 기관총탄까지 막아낼 수준.
이 정도의 능력을 지닌 방탄유리는 재료부터 시작해서 가공방법까지 보통의 방탄유리를 몇 배나 능가할 수준과 가격을 자랑한다.
뭣보다 기관총탄까지 막아낼 수준의 방탄유리를 만들고 방탄차량을 개조할 수 있는 회사는 전세계에서도 손에꼽을 수준이다.
그중에 하나가 호이트펜인 것이다.
또한 호이트펜의 큰 이점중에 하나가 고객의 신상에 대한 철저한 보호다.
호이트펜이 1년에 방탄차량으로 개조하는 물량은 소규모에 불과하다.
규모는 작지만 상당한 기술력과 고객의 비밀을 철저하게 보호하는 곳.
나로서는 최상의 조건인 것이다.
***
“이야~ 강민 형. 차 좋네요. 외제차라서 가격도 비쌀거 같고. 이런데도 알바생이라고 우기실 거에요?”
“알바다. 그리고 이건 어디까지나 회사차야. 내 꺼 아냐.”
“예~ 그렇죠. 알바생이 회사차, 그것도 엄청나게 비싼 외제차를 마음대로 쓰고.”
동수 녀석이 투덜거렸다.
이 녀석한테 괜히 말했나?
하지만 유비콘의 엄청난 발전에 이 녀석도 한몫한 게 있으니.
그렇다고 녀석에게 크게 떨어진 것은 없지만.
동수는 지금도 편의점에서 야간타임에 알바한다. 하지만 알바시간이 전에처럼 풀타임은 아니고 몇 시간 정도다.
유비콘(Ubicon)이 마이포토앱을 통해 대박 치고 엄청난 IT-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이 녀석도 소소하게 떡고물이 좀 떨어지긴 했다.
솔직히 이건 나의 충고를받아 녀석이 통장에 있던 푼돈을 좀 투자한 것인데 금액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유비콘에 소액투자한 덕분에 지금은 통장에 4-5000만 원 정도는 들어간 상태다.
편의점 야간 알바 적당히 하면서 통장의 돈 관리하면 학비도 크게 걱정 없고 소민이와의 애인관계도 점점 더 좋아질건 분명했다.
하긴 둘 다 스타워즈 덕후라서 쉽게 떨어지기도 힘들겠다.
덕후끼리는 어쩌다가 찢어져도 같은 덕질 분야라서 또 합쳐진다.
뭣보다 이 녀석 마인드가 괜찮은게 통장에 5000만 원의 돈이 있는데도 야간 편의점 알바를 계속하는 것이다.
편의점 알바가 재밌어서?
그보다는 소민이 때문이겠지만.
“그런데 다른 애들은 어때?”
“강민 형, 그 때 이후로 우리들 10명 진짜로 친해졌어요. 전공은 저마다 다르지만 모두 우리학교 애들이잖아요. 그리고 나이대도 비슷하고.”
“영계집단이군.”
“우와~ 누가 예비역 아니랠까봐. 하지만 강민 형은 어째 시간이 지날수록 얼굴도 뽀송해지고 더 어려지는 거 같네요. 진짜 부럽다. 투자회사의 꿀알바생이라서 얼굴에 부티가 팍팍 나네요.”
“부티는 무슨? 어제 밤샌다고 눈에 다크서클 낀거 안보이냐?”
하지만 믿지 않는 눈치.
간밤에 피곤해서 다크서클 끼어도 내 몸속의 나노봇 녀석이 금방 없애버린다.
힐링기능인가 뭔가인데.
엄청 대단한 것은 아니고 피부노화 방지를 포함해서 다크서클 없애기.
피부 뽀송뽀송하게 만들기 등등이 있다.
그런데 잠시 생각해보니 이거 엄청난 거잖아.
언제나 샤방샤방한 빛나는 피부와 얼굴을 유지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강민 형 연락받고 제가 소민이랑 세연이한테도 말했거든요.”
“그랬더니?”
“당연히 온다고 하죠. 한국 IT-업계에서 스타로 떠오른 유비콘(Ubicon)을 구경할 수 있는 기회인데 거부할 까닭이 없죠. 그리고 강민 형 차도 큰데 충분히 다 탈수도 있고.”
“아예 동네방네 다 소문을 내라.”
“사실은 그러고 싶은데.”
“죽을래?”
녀석을 쥐어박았다.
어쨌든 이 녀석이 소민이하고 세연이한테도 연락하는 바람에 주차장에서 좀 기다려야 할 상황이다.
그나저나 1주일짜리 꿀알바 같이하면서 저 애들 10명이 금방 친해졌네. 저마다 전공도 틀리고 해서 서로 알고 지내기도 힘든 상황인데 말이다.
하지만 내가 준 꿀알바 리서치를 통해 서로 간에 친분도 두터워진 거 같았다.
원래 저 나이 때는 서로 모여서 이것저것 같이하면 금방 친해지는 법이다.
“공부 열심히 해놔라. 다만 학과공부만 말고 이것저것 두루 배워놔. 나중에 써먹을 때가 올거니까.”
“예? 무슨 말이에요?”
“뭐 그냥 열심히 하라고.”
내 말에 동수 녀석이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조금 전의 말은 진심이다.
어차피 이 녀석들은 이제 배우는 단계이고 졸업할려면 한참이나 남았다.
그리고 졸업한 뒤에 나름 실력이 된다면 내가 거둬줄 수도 있다.
물론 내밑에 들어온다면 반쯤은 죽을각오를 해야 할 것이지만. 후후.
동수 녀석을 향해 사악한 미소를 지을 때.
“강만선배.”
“동수야.”
멀리서 소민이랑 세연이가 쪼르르 달려오고 있었다. 역시 어린애들이라 그런지 상큼하다.
이제는 관심이 다른 데 쏠리고 있었다.
“와아- 강민 오빠. 이거 오빠 차예요?”
“아니. 회사차래.”
동수 이놈봐라.
소민이가 수억짜리 외제차에 관심을 가지자 곧바로 회사차라며 선수치네.
녀석의 저런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조금 전 동수 말대로 회사거야. 내가 전략실장이라 해도 이런 거 몰고 다닐 처지는 아니지.”
“회사차라 해도 부럽다.”
이제는 세연이까지.
쌈박한 스포츠카라면 몰라도 내가 타고다니는 랜드로버 메탈리카(Metalica)는 꽤 투박한 디자인의 것인데.
“이거 레인지로버사의 모델맞죠? 영국에 있는 자동차회사. 파리 다카르 렐리에도 출전하고.”
“세연이 너 제법이네. 그런 것도 알고.”
“가끔씩 오프로드 차량 잡지를 보기도 해요.”
“그렇구나.”
제법 의외네.
보기엔 상당히 소심하고 조용할 거 같은 애인데. 좋아하는 차량이 오프로드용 지프와 4WD SUV-라니. 하긴 여자들이 무조건 스포츠카만 좋아할 거란 사실도 좀 편견이긴 하지.
“아무튼 이제 다온 거 같으니까. 어서타. 출발하게.”
“와아. 실내가 엄청나게 넓어요.”
“가죽도 모두 천연소재고.”
“지프차처럼 생겨서 투박할 줄 알았는데, 내부는 완전히 첨단이네요.”
소민이와 세연이가 감탄사를 연발했다.
하긴 이게 랜드로버 메탈리카의 특징중에 하나지. 스포츠카 못지 않게 내부 실내장식이 빠방하다는 거.
***
서울에서 테헤란로는 IT-산업의 메카다.
요즘은 구로디지털 산업단지가 새로 조성되어서 그곳도 나름 핫한 장소긴 하지만 접근성이나 기타 여건에 있어서는 테헤란로가 최적이다.
구로디지털 산업단지는 아직까지 제대로 크지못한 벤처기업들이 그곳에 자리를 잡고 미래의 꿈을 키우는 곳이다.
거기에 반해 테헤란로는 이미 명성을 거머쥔 중견 IT-기업들이 활동하는 장소라보면 된다.
구로디지털 산업단지는 일종의 마이너리그.
그리고 테헤란로는 메이저리그쯤으로 비유되겠다.
“그런데 정말로 대단해요. 동수에게 듣기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비콘은 대학의 창업센터에 작업실을 두고 있었는데. 순식간에 엄청 커지면서 지금은 테헤란로에 회사를 갖게 될 줄이야.”
“그만큼 IT-산업이란 한방에 대박을 터뜨리는 것도 가능하고 기회가 무궁무진하게 많다는 것이지.”
그만큼 몰락도 빠르다.
지금까지 한국을포함 세계에서 한방 대박을 터뜨린 뒤에 후속타가 제대로 없어서 몰락한 IT-기업들도 수두룩하다.
실례로 전세계적인 히트 모바일게임인 헝그리 버드의 경우에도 그렇다.
핀란드의 루비오는 헝그리버드 한방으로 전세계를 뒤흔들었다.
하지만 이후에 헝그리버드의 성공에 안주해서 제대로 된 히트작을 내지못했다.
오히려 헝그리버드를 우려먹으며 버티다가 지금은 오히려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중이다.
현재 유비콘은 마이포토라는 엄청난 모바일앱으로 헝그리버드에 비견될만큼의 히트를 쳤다.
지금도 전세계에서 다운로드 숫자가 엄청나게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이후에 후속타가 제대로 나오지 않고 매너리즘에 빠지면 유비콘의 성공신화도 하루아침에 물거품으로 변한다.
나의 JSE-(K)투자는 현재 유비콘의 최대 지분소유자이고 기본적으로는 경영에 간섭하지 않는 걸 원칙으로 한다.
다만 이것은 세부적인 경영에 간섭하고 참가하지 않는다는 뜻이지 그냥 두 손 놓고 방치한다는 건 아니다.
그리고 경영에는 전략적 형태와 전술적인 형태가 있다.
전술적인 건 세부적인 부분을 다루는 것으로 이것은 유비콘에게 맡겨두면 알아서 잘한다.
문제는 전략적인 부분이다.
앞으로 유비콘이 계속 발전하도록 커다란 물줄기와 전략적인 방침을 잡아주는 것.
그것이 바로 유비콘의 최대 지분 소유주인 JSE-(K)투자가 해야 할 일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