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조 재벌-32화 (32/300)

# 32

가짜뉴스? 진짜뉴스?

“어서 오십시요.”

“보기 좋은 광경이군요.”

“이 친구와는 예전부터 서로 투닥거리던 사이라.”

정대현이 머쓱한 표정으로 웃었다.

같은 병실에 있던 안성준이 투덜거렸다.

“그렇다고 사장님이 노조위원장님 깁스한 다리에다가 낙서를 하시면 어떡합니까? 이것은 명백한 노동탄압입니다. 하하!”

“이 정도쯤은 약과지. 홍철이 저 친구는 내가 입원했을 때 이것보다 더 한 짓도 했는데.”

“환자한테 온 과일 좀 뺏어먹은 거 가지고 계속 우려먹네.”

서홍철이 지지 않고 받아쳤다.

“그런데 여기까지 오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오히려 이런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어서 더 좋군요.”

정대현을 향해 대답했다.

그러자 정대현의 시선이 내 손에 든 검은색 슈트케이스로 향했다.

“여기까지 오신걸보니 그냥 보통일은 아닌 거 같은데.”

“오늘은 정대현 사장님에게 KR-전지의 미래에 대한 부분을 의논하러 왔습니다.”

“그렇군요.”

조금 전까지 여유롭던 그의 표정이 굳어졌다.

테이블위에 슈트케이스를 올린 뒤에 그 안에 있는 서류철을 꺼내었다. 최소 100page에 이를 정도로 꽤 두툼한 것이다.

“이것은 무엇입니까?”

“우리 쪽 JSE-(K)에서 보유하고 있는 특허입니다. 물론 지적재산권까지 포함된 것이고. 이를테면 어떤 제품의 원천기술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잠시 볼 수 있습니까?”

정대현 사장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자신이 공대를 졸업했고 기술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이윽고 정대현 사장이 첫 번째 페이지부터 넘기기 시작했다.

잠시 그의 고개가 갸웃했다.

“이건 뭔가 좀 이상한데요. 정말로 특허기술이 맞습니까?”

“의심되면 지금 그만두셔도 됩니다.”

“아닙니다. 기왕 시작한 거 끝을 봐야지요.”

정대현의 열정과 투지가 살아나고 있었다.

조금 전 그의 반응은 정상적이다.

공학의 기초를 제대로 배운 인물이라면 첫 장부터 뭔가 엉터리 같다는 느낌이 들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두 번째 페이지, 세 번째 페이지.... 계속해서 페이지를 넘길수록 그의 눈동자가 떨리고 있었다.

만약 그가 진정한 공학도가 아니라면 이런 반응은 나올 수가 없다. 또한 공학도라 해도 기존의 관념에 사로잡혀 앞뒤가 꽉 막힌 상태라면 곧바로 서류를 집어던질 것이다.

하지만 정대현의 반응은 달랐다.

“보는 것만으로 어지럽군. 재무재표라면 아무리 복잡해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데. 저것은 진짜로 나의 영역을 벗어난 것이군요.”

박광석이 고개를 내저었다.

사실은 나조차도 겨우 일부만 이해하고 있다.

저것은 내가 하시(AI)를 통해 보상으로받은 엄청난 최신 기술이지만 기본적으로 상경계이자 경영학도인 나의분야가 아니다.

그러나 정대현에게는 이 서류들과 특허기술은 새로운 영역을 보여주고 있었다.

“정말로 이런 방법을 생각해 내다니? 이건 지금까지 나왔던 전지충전과 에너지 보존방식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개념이군요. 대체 이런 엄청난 아이디어를 누가 생각해낸 것입니까?”

“미국에 있는 어떤 매드 사이언티스트(Mad Scientist)의 작품입니다. 나름 실력은 좋은데, 역시 미친놈, 아니 미친과학자라 그런지, 이것을 현실로 만들어 내는 데에는 역시 한참이나 부족하더군요. 그래도 우리 쪽 JSE-(K)에서는 나름대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서 지금까지 줄곧 이 특허기술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걸 저한테 보여주신 의미는 우리들 KR-전지에서는 해낼 수 있다고 판단해서?”

“한번 도전해볼 생각이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이런 엄청난 걸 눈앞에서 보고 포기한다는 건 있을 수 없습니다.”

정대현이 각오를 다졌다.

자신이 본 것이 얼마나 굉장한 것인지를 파악한 듯 보인다.

역시나 제대로 골랐군.

***

“지금부터 언플(언론플레이)입니까?”

“정대현 사장의 능력과 열정이라면 반드시 성공합니다. 99.99%로 확신합니다.”

“대단한 자신감이군요.”

박광석이 고개를 내저었다.

내가 정대현 사장에게 제공한 원천기술과 특허.

그것은 정대현 사장이 큰 실수만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성공한다.

이미 그럴만한 능력도 갖추었다.

“그나저나 정대현 사장도 배짱이 두둑하군요. 당신말대로 보유한 40%의 지분 중에 30%를 선뜻 내놓다니. 물론 시가보다 50%나 더 주고 구입한 것이라 딱히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지만. 하지만 그 정도로 대담하게 나올 줄이야.”

“그만큼 스스로 자신감이 있고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각오를 가졌다는 뜻이지요. 그리고 정대현 사장의 모험이 성공하면 현재 갖고 있는 10%의 지분마저도 엄청난 거액으로 변할 겁니다.”

“그런데 JSE-(K)에서도 총 60%의 지분을 확보하고도 KR-전지의 경영방침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것도 저로서는 놀라운 일입니다. 사실 60% 지분의 대주주가 그런 약속을 무턱대고 해버리는 것도 일정 부분 손해를 보는 것이고.”

“스스로 클수 있는 재목은 스스로 자라도록 해줘야 합니다. 잘못해서 넘어지면 다시 일으켜 세워줄 수는 있어도. 그리고 넘어질려고 비틀거리면 옆에서 잡아주는 정도. 그 이상을 간섭하면 오히려 독이 될뿐입니다.”

“뭔가 심오하군요.”

박광석이 심오하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간단한 거다. 어떤 분야에 잘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분야에 맡기는 것.

그래야 모든 것이 잘 돌아간다.

그리고 나의 JSE-(K)투자는 인체로 비유하자면 몸속을 흐르는 혈액.

자동차로 비유하자면 윤활유와 같은 역할이다.

적재적소에 인원들과 회사.

그리고 투자처를 배치하면서 그것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조금 전에 언플(언론플레이)라고 말한 것처럼, 지금부터 슬슬 미끼를 던져 놓는 것이 좋습니다.”

“어디부터 시작하실 겁니까?”

“일단 미국부터 파고드는 게 좋지요.”

“미국내의 IT-관련 잡지. 그리고 전자제품 관련 미디어. 그 외에도 학술지등에 분위기를 띄우는 것이군요.”

“그들로서도 달려들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전까지 생산되었던 배터리와 2차전지 성능을 단숨에 몇 배까지 뛰어넘는 기술과 제품이 나올 예정이니까요. 알다시피 배터리와 2차전지의 산업과 제품은 기술발달이 정체되어서 단지 1-20%의 성능향상만으로도 전세계가 주목할만한 뉴스가 됩니다.”

“그렇군요. 배터리와 2차전지가 사용되지 않는 전자제품은 거의 없을 정도고 배터리 성능때문에 전자제품의 성능과 수명이 결정되기도 하다보니. 그런데 이런 사전 마케팅 방법은 나름대로 위험부담도 큽니다. 만약에 결과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폭망이지요.”

“하하. 너무 간단하면서도 소름끼치는 대답이군요.”

박광석이 고개를 내저었다.

그의 이마에는 구슬땀이 맺히고 있었다. 지금까지 투자된 돈만 해도 박광석의 입이 쩌억 벌어질 수준이다.

하지만 JSE-(K)의 투자가 제대로 성과를 거두면 그 뒤에 벌어들일 수익과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더 큰 것을 얻기 위해서는 그만큼 모험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앞뒤없이 달려드는 모험은 대부분 실패한다. 그러나 잘 계산되고 기획된 모험은 99%의 확률로 성공한다.

그리고 지금 모험의 성공을 위해 본격적인 준비가 실시되는 것이다.

***

“이 기사 봤어?”

“나도 보기는 했는데. 이거 진짜야?”

“하지만 미국에서도 제법 유명한 IT-월드(World)에서 발표한 기사잖아. 설마 그런 곳에서 가짜 기사를 내겠어?”

“그렇지만 도저히 불가능한 수준이잖아. 2~3달 안에 지금의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5배나 더 뛰어난 성능의 슈퍼배터리가 나온다니.”

“만약에 그런 일이 생긴다면 진짜로 대박이잖아. 솔직히 나도 배터리 조루 때문에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쓸 때마다 짜증나던데.”

“네 말대로 그런 일이 생긴다면 슈퍼배터리를 개발한 회사는 한순간에 돈방석에 앉는 거지. 단박에 전세계 히트상품 1위는 따놓은 당상이지. 하지만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배터리 기술은 조금씩밖에 발전하지 못했는데. 이런 혁신적인 제품이 나올 가능성이 있을까? 아무리 세계적으로 유명한 IT-월드의 기사라고 해도 도저히 믿기지 않아.”

“하긴 네 말도 어느 정도 납득은 되는데, 그래도 꿈의 슈퍼배터리가 나오는 걸 보고싶네.”

커피를 마시던 두 명의 대학생들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들은 IT쪽에 관심이 많은 MIT 공대의 학생들이었고, 동급생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한 얼리어댑터들이다.

이들만이 아니었다.

미국에서 IT-기기와 스마트폰, 노트북등의 전자제품을 사용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며칠 전 IT-월드에서 발표된 기사에 술렁거렸다.

얼마 후 이 기사의 내용은 미국을 넘어 전세계 네티즌들을 뜨겁게 달구는 이슈가 되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에서는 IT쪽의 전문가들이나 개인방송 BJ들, 그 외에도 나름 목소리 좀 낸다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 기사와 이슈에 대해 영상을 올렸고 단숨에 퍼져나갔다.

기사내용의 핵심은 딱 두 가지다.

앞으로 2~3달 안에 엄청난 슈퍼배터리가 나온다는 것.

그리고 슈퍼배터리가 아시아에 있는 어떤 회사에서 개발 중에 있다는 것.

이 2개의 떡밥으로 인해 인터넷과 관련업계는 수많은 논쟁으로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CNN-뉴스의 빌리핸슨입니다. 오늘은 전세계 네티즌들과 IT-관련업계에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슈퍼배터리에 대해 토론을 해보고자 합니다. 그것을 위해 먼저 IT-업계에서 요다 마스터(Yoda Master)라고 불리고 있는 팀버톤 씨를 이 자리에 모셨습니다]

사회자가 호명하자 30대의 수염이 덥수룩하게 기른 중년 사내가 들어왔다. 미국 IT-업계에서 명성을 날리고 있는 팀버톤이다.

그의별명은 요다 마스터.

본인 스스로 스타워즈팬이라서 그런 것도 있었고 그를 추종하는 팬들이 붙여준 것이 더 컸다. 또한 팀버톤은 미국 네티즌들의 사이에서는 제 2의 스테판잡스라고 불리울 정도였다.

테이블 맞은 편에 앉은 팀버톤이 거만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과연 저 녀석이 무슨 이야기를 할까?

대충 짐작은 되지만 말이지.

노트북으로 CNN-뉴스를 지켜보며 기대감이 부풀었다.

영어를 잘한다는 게 이럴 때 도움이 되는군.

아직도 독해부분은 좀 약하지만 이제 영어 리스닝(Listening)은 CNN-뉴스도 어느 정도 알아듣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미국인들이 너를 제 2의 스테판잡스라고 하는데, 얼마나 똑똑한지 볼까?”

얼마 후 팀버톤이 카메라 앞에서 냉소를 지었고 조금 전 사회자가 꺼낸 이슈에 대해 떠들기 시작했다.

[지금 전세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슈퍼배터리에 대한 것은 한마디로 엉터리에 불과합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 겁니까?]

[현재까지 배터리의 기술발전은 너무나도 천천히 진행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배터리에 사용되는 소재와 재료. 그 외에도 전기에너지를 저장하는 부분에서 한계상황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5배나 더 뛰어난 성능의 배터리가 출시된다는 예고? 그것도 2~3달 안에? 저는 처음에 IT-월드의 기사를 보는 순간 웃음을 참지 못했습니다. 공학의 기초도 모르는 아마츄어 리포터가 쓴 기사의 수준이더군요.]

[하지만 전세계의 수많은 네티즌들과 전자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은 그런 슈퍼배터리가 나오기를 희망하고 있는데 말이지요.]

[예. 단지 희망사항일 뿐이지요. 하지만 현실은 냉혹한 것입니다. 요다 마스터인 저의 이름을 걸고 말하는데, 슈퍼배터리니 뭐니 하는 것은 단지 공상과학에 불과할 뿐입니다. 그리고 2-3개월후에 IT-월드는 자신들이 얼마나 큰 실수를 했는지 깨달을 겁니다. 지금까지 누려왔던 명성도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테니 말이지요.]

팀버톤이 냉소까지 지었다.

녀석의 저 발언을 듣는 순간.

나로서는 환호성을 지르고 싶었다.

역시 넌 스테판잡스의 발끝에도 못미친다.

너의 한계가 여기서 증명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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