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조 재벌-23화 (23/300)

# 23

지금부터 양념을 뿌려볼까?

후후. 이것도 악연인가? 아니면 인연인가?

저 녀석을 여기서 또 보게 될 줄이야.

하긴 같은 동네에 살고 있으니 이래저래 마주칠 수밖에 없겠지.

저번에는 내가 카페에 있을 때에 녀석이 들어왔는데.

이번에는 내가 카페로 들어가자 녀석이 여친이랑 앉아있었다.

번화가에 위치한 카페였고 인테리어도 고급지게 되어있어 만남의 장소로 인기가 좋은 곳이다.

그래서인지 이렇게 또 마주친 거 같다.

그런데 저번과는 다르게 여친과의 분위기나 표정이 그닥이네.

처음에는 아는 체를 하려고 하다가 일부러 조용히 좀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여친이랑 심각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 내가 온 것도 모르는 거 같았다.

아무렴 어때.

그런데 두 명이 대화하는 목소리가 크다 보니 여기까지 들린다.

간만에 집중해서 공부 좀 하려고 했더니.

펼쳤던 전공서적을 옆으로 제껴놓고 일단 들어보았다.

“상철 오빠. 아무래도 우리사이 다시 생각해 봐야겠어.”

“수지야. 갑자기 왜그래? 혹시 딴놈이라도 생긴 거야?”

“그건 아니야. 다만.”

“다만 뭐?”

상철이 녀석이 발끈하고 있었다.

제딴에는 그래도 좀 얼굴 반반한 애를 여친으로 만들어 좋아하고 있었는데.

물론 싼 티 팍팍 나는 여자라 그닥 취향은 아니다.

하지만 상철이 녀석에게는 취향인 거 같다.

그런데 여자 쪽에서 삐리리~ 하게 나오고 있었다.

“오빠는 요즘 들어서 왜 말끝마다 발끈하고 그래? 무슨 문제 있어?”

“그거야 요즘 하는 일이 잘 안되어서.”

“또 잃었어?”

“......”

여친의 말에 상철이 녀석이 머뭇거린다.

대충 예상했던 일이지만.

“처음에 오빠가 비트코인 투자한다고 할 때에는 진짜로 멋져 보였는데, 이제는 갈수록 찌질해지고 있어.”

“비트코인이 쉬운 건 줄 알아? 너는 말해줘도 이해 못해.”

“흥, 잘났어. 그렇게 잘났는데 할 때마다 계속 잃어? 진짜로 능력 없는 거 아냐?”

“걱정 마.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한방 터뜨릴 수 있어.”

“그것 때문에 차도 팔고 소중한 여친을 뚜벅족으로 만들어? 내가 오빠랑 데이트할 때 쪽팔리게 걸어다녀야 되겠냐구.”

“어차피 차야 대박 터뜨린 뒤에 다시 사면 돼. 그거 얼마 한다고. 이번에는 아예 람보르기니 같은 스포츠카로 뽑아볼까?”

“돈도 없으면서 잘도 되겠다.”

여친이 코웃음 쳤다.

두 명의 대화를 통해 그간의 상황이 충분히 짐작되었다.

상철이 녀석에게 비트코인에 대한 것을 슬쩍 던졌는데 제대로 미끼를 물었네.

하긴 저 녀석처럼 단순한 놈에게는 일부러 좀 추켜세워주면 쥐뿔도 모르면서 달려드니까.

나의 예측대로 주인집 여자의 아들인 변상철 녀석은 비트코인으로 대박 치겠다고 뛰어든 것이다.

갖고 있던 외제차도 팔고한 거 보니까 돈을 따기는 커녕 제대로 꼬라박고 있었다.

하긴 네깟놈이 거기에 뛰어든 순간 이미 너의 운명은 결정된 것이다.

“수지야. 너 지금 나를 뭘로 보고 그따위 소리를 지껄여?”

“아무튼 당분간은 연락하지 마. 내가 보기엔 상철 오빠는 비트코인인가 하는 거 안 맞아. 사실 그런 거 개나 소나 해서 성공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 진짜로 대학 나와서 똑똑한 사람들이나 하는 건데.”

오옷- 이건 좀 크다.

묵직한 팩트 한방이 들어갔네.

안그래도 상철이 녀석. 학벌 컴플렉스 장난 아닌데.

녀석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만약에 으슥한 뒷골목이었다면 여친을 상대로 주먹과 발길질 날리겠지?

하지만 여기는 공개된 장소.

결국 녀석은 혼자서 끙끙 앓기 시작했다.

그사이에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던 여친이 일어났다.

“그만 가볼게. 친구 만나야 하거든.”

“수지야.”

녀석이 불렀지만 수지란 여자는 뒤도 안돌아보고 나갔다.

어차피 저 싼 티 팍팍 나는 여자애가 상철이 녀석에게 붙은 것도 녀석이 돈 좀 있어 보이고, 외제차 끌고 다니고 해서다.

한동안 멍하니 떠나버린 여친을 바라보던 상철이가 후다닥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표정이 굳어지며 이마에도 땀방울이 맺힌다.

대충 뭘 보고 저러는지 알겠네.

저게 비트코인 좀비 증상이지.

거래소의 폐장시간도 없이 하루 24시간 올타임으로 가동되는 비트코인의 거래.

가격의 등락은 하루에도 수십번씩 바뀐다. 그 때마다 울고웃는 희비가 교차한다.

때문에 상철이처럼 비트코인 초심자는 틈날 때마다 스마트폰으로 가격과 장세를 확인한다고 정신이 없다.

아차하는 사이에 뚝 떨어지고 찰나간에 상승하기 때문이다.

또한 거래가 24시간 풀가동이라 밤에도 잠을 못잔다.

즉 비트코인 좀비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표정을 보니 또 떨어졌나 보군.’

그거야 내가 상관할바 아니지.

이제부터 우연을 가장해서 만난척하고 녀석을 상대로 두 번째 미끼를 던져볼까?

여기 까페는 모두 3층으로 되어있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이 2층.

그래서 가방을 챙긴뒤에 3층으로 올라갔다.

내가 움직일동안 상철이는 스마트폰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아주 푹 빠졌구나.

***

“상철이 형. 여기서 또 만나네요. 와아~ 저번에 형 여친 있는 거보고 엄청 부러웠는데.”

“넌 여기 어쩐 일이냐?”

“카페 3층에서 잠시 공부하다가 내려가는 길이었는데 형이 있는 거보고 인사라도 드리려고 왔죠.”

녀석을 향해 일부러 굽신 거리는 척을했다.

그리고 맞은 편 좌석에 앉으며 썰을 풀기 시작했다.

“와아! 요즘 형 좋아졌네. 이전에 비해 부티도 팍팍나고. 엄청난 대박이라도 건지신 거에요?”

“그렇게 보이냐?”

뭘 보여? 이 자식아.

지금 니 얼굴이 딱 비트코인 좀비 얼굴인데.

머리도 감지 않아서 떡진 거하며 얼굴피부도 푸석거리네.

안그래도 얼굴을 분화구로 도배한 녀석인데 지금은 봐주기 힘들정도다.

하지만 녀석에게 더큰 미끼를 던지고 박살을 내주기 위해서는 이 정도 쯤이야.

“그런데 형 전에 비트코인에 관심 있었는데, 설마 그것으로 대박 친 거에요? 진짜 그런 거 같네.”

“으응, 비트코인 하기는 했는데.”

“잘 안되었어요?”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네.”

“상철이 형 같은 능력자라면 비트코인쯤은 충분히 대박 칠 수 있는데. 거기서 돈 번 사람들 엄청나게 많아요.”

사실은 돈잃고 한강 가즈아~ 하는 사람들이 더 많기는 하지.

“그게 뭐랄까, 비트코인이 오를거 같아서 사놓으면 떨어지고. 그래서 본전이라도 건질려고 팔면 순식간에 올라가고. 진짜로 미치겠다.”

“그래서 많이 잃었어요?”

“말도 마라. 장난 아니다.”

대충 어울려 주니까 스스로 자백한다.

녀석은 비트코인 한다고 자기 집안에 있는 현금성 자산은 모조리 꼬라박은 것이다.

현금성 자산이란 은행예금을 포함해서 주식, 기타 등등까지.

단기간에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자산을 말한다.

그래서 꼬라박은 돈이 10억이다.

이 정도 만이라도 망했다~ 생각하지만 상철이 집에는 아직도 재산이 있다.

바로 부동산이지.

건물주라고 자랑하면서 갖고 있는 시가 15억 원 정도의 건물.

주상복합 건물이기에 지금은 나와 가족들이 그 안에서 살고 있다.

우리 가족만이 아니라 그 건물에 세들어 살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도 꽤 된다.

주인집 여자의 갑질은 이전부터 유명했고 건물에 살고 있는 세입자들 모두가 그 여자를 싫어했다.

당연하다.

온갖 찌질한 트집을 잡아 갑질행세를 했으니.

그것만이 아니다.

얼마뒤에는 지금 건물의 주변으로 도로가 확장되고 대단위 상권으로 발전한다는 소문도 있었다.

그러나 확정된 것은 아니다.

투기세력이 흘린 헛소문이란 말도 있고, 또는 건설과 개발 관련 담당자한테서 나온 소스란 소리도 있었다.

어느 쪽이든 확실치는 않지만 가능성은 좀 높은 편이다.

그럴 것이 이쪽 동네가 나중에는 충분히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될 수준이긴 한데.

지금 당장은 해당관청의 예산문제 때문에 그 계획이 연기되는 중이다.

10년이나 20년 후에 될 수도 있고 운이 좋으면 바로 내년부터 될 수도 있다.

예산부처와 담당공무원의 재량권에 달렸다는 뜻이다.

따라서 시간이 걸리기는 하겠지만 지금 주인집 여자가 갖고 있는 건물의 부동산 가격이 오를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그래서인지 주인집 여자의 꼴깝 떠는 모습이 전보다 더 극심해졌다.

또한 그 여자의 성질을 볼 때에 더 많은 월세를 받으려고 입주자들을 쫓아낼 가능성은 충분하고.

어차피 내가 우리 가족 외에 다른 입주자들에 대해 크게 관심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몇 년 안에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15억짜리 건물을 싼값에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왔는데.

그냥 놓칠 수는 없는 것이다.

지금부터 슬슬 양념을 뿌려볼까?

***

하아. 고민되네.

뭘 선택해야 잘했다고 소문이 날까?

그냥 되는 대로 찍어버릴까도 생각했지만 그럴 수는 없다.

이럴 때일수록 더 신중해 져야지.

<선택시간 / 236분 남았음>

벌써 저렇게 되었어?

236분이면 4시간도 채 않남은 거잖아.

그래도 전에 비해 선택제한 시간을 두 배나 준 것에 고마워해야 되겠다.

2개 중에 하나는 나름대로 잘 선택했다고 생각했는데 남은 1개가 문제네.

<강민 유저에게 고양이의 음향 분석 테크놀로지를 추천합니다. 고양이가 야옹~ 야옹! 거릴 때 어떤 감정에 따라 울음소리가 달라지는지 궁금하지 않습니까?>

“지금 장난해? 그런 거 하나도 알고 싶지 않거든.”

<애완동물에 대한 사랑이 부족하시군요.>

이 자식이 시비를 거네.

지금 니가 말한 건, 냥이를 지극히 사랑하는 사람이나 동물연구가한테는 저 기술이 엄청나게 좋겠지만 나한테는 아무런 이득도 없다.

어차피 집에서 애완동물 키우는 것도 아니고.

그나저나 하시 녀석 때문에 더욱 혼란만 생기네.

<제한시간은 계속 흘러갑니다. 처음에 주어진 48시간 안에 선택을 못하고 실패하면 업그레이드 보상은 소멸됩니다.>

“이미 선택한 것도?”

<2개가 세트라서 동시소멸입니다.>

“지독한 놈!”

하시를 향해 투덜거렸다.

그러나 이것은 내가 결정할 문제다.

녀석이 업그레이드 보상 2개에 대해 선택할 기회를 준 것만 해도 고맙다고 해야 하나.

전에는 단 1개만의 보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하시(하이퍼 시스템)-업그레이드 완료 후에 2개의 보상을 선택할 기회가 주어졌다.

그런데 2개의 업그레이드 보상들은 각각 1개씩 분야가 틀렸다.

크게 나누면 개인스킬 부분과 기술적 부분.

이렇게 두 가지다.

그중에 개인스킬에 대한 것은 나름대로 고민도 했지만 결단을 내려 선택했다.

문제는 기술적 부분인데.

이걸 잘 선택해야 앞으로 돈 벌고 대박 치는 데도 유리하다.

“그런데 왜 개인스킬에는 투시나, 최면술, 또는 공중비행이나 그런 건 없는 거야? 수퍼맨이나 X-맨들이 사용하는 능력들은 없어?”

<수퍼히어로 영화에 너무 심취하고 덕질하는 건 정신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그건 마블에서 신작영화 나온다고 해서 영화관에서 본 것뿐이야. 나름 재미는 있었지만.”

그런데 하시의 말대로 내가 무슨 슈퍼히어로가 될 것도 아니다. 따라서 투시나 공중비행 능력이 없다고 해서 크게 불편한 것도 아니다.

그리고 공중부양?

그런 건 돈내고 비행기타면 되는 거고.

<제한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미 알고 있어. 아무튼 머리나 좀 식혀야겠네.”

방안에만 틀어박혀 고민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요즘 들어 유비콘의 대박부터 시작해서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유비콘의 대박으로 내가 벌어들인 재산도 순식간에 증가했다. 유비콘이 돈 많이 벌면 나도 부자가 되는 상황이니까.

집을나와서 느긋하게 산책을 하였다.

근처 편의점에 들러 캔커피를 산뒤에 카운터로 다가갔다.

그 때 문이 열리며 손님이 들어왔다.

손님이 알바생을 향해 꽤 다급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거 서둘러 충전시켜 주세요.”

“걱정 마세요. 급속충전이라서 금방됩니다.”

알바생이 대답했고 손님의 스마트폰을 받아들었다.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나에게 뭔가가 스쳐갔다.

뭐야 크게 고민할 거 없었잖아.

바로 저것인데.

드디어 고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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