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
검색어 1위
- 와아. 대박~~~
- 진짜로 짱이다.
- 한국에서 개발한 어플 맞아?
- 이거야말로 갓한국이잖아.
- 아니, 갓비콘(Godbicon)임.
인터넷 게시판에 엄청난 광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처음에는 대형포탈 사이트의 동호회나 카페 등을 중심으로 시작되었고.
나중에는 점점 더 커져 갔다.
얼마 후 세이버(Saver)의 검색어 1위에 마이포토(My Photo)가 올라갈 정도까지 되었다.
순식간에 검색어 1위를 차지한 마이포토(My Photo)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놀랐다.
대체 뭐길래, 검색어 1위까지 해?
얼마 후 그 이유는 밝혀졌다.
초기에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모임과 카페 등에 시차를 두고 한편의 게시글들이 올라갔다.
낚시성의 제목을 붙인 것들도 있지만 그 외에 카페의 성격에 따라 다양하게 제목들이 붙여졌다.
게시글에는 간단한 설명과 함께 링크주소가 있었다.
링크주소를 클릭하면 세계적인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로 연결되고 하나의 동영상이 실행된다.
동영상의 내용은 간단하지만 보는 사람을 감탄하게 만들었다.
동영상에 나오는 인물은 평소에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는 걸 좋아한다면서 자신을 소개했다.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은 뒤에 마이포토-앱이라는 새로운 사진편집앱을 사용했다.
메뉴바를 포함해서 많은 것들이 새로웠다.
그뿐만이 아니다.
새로운 앱을 통해 3D 랜더링을 포함해 다양한 필터의 사용법, 그리고 편집방법 등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편집된 사진은 살아있는 것처럼 입체감을 보였다.
처음에 그것을 본 몇몇 사람들은 이렇게도 말했다.
- 저 영상 가짜 아냐?
- 맞아. 세상에 저런 사진편집앱이 어디에 있어?
- 도저히 불가능해.
하지만 그들의 주장은 금세 반박되었다.
그럴 것이 판드로이드(Pandroid)와 비플(Bipple) 앱스토어에서 직접 마이포토-앱을 스마트폰에 다운로드 받은 사람들이 인증까지 해주었던 것이다.
곳곳에서 엄청난 후기들이 올라왔고.
어떤 스마트폰 유저들은 직접 받은 마이포토-앱으로 사진을 찍고 그것을 자신이 편집해서 만드는 과정까지도 영상으로 소개했다.
처음에는 마이포토앱에 대한 한개의 동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왔지만 나중에는 관련된 동영상이 엄청난 숫자로 증가했다.
대부분이 마이포토앱을 직접 사용한 사람들의 후기와 그것을 칭찬하는 영상들이었다.
***
[안녕하세요. 시청자 여러분. BJ 티오피입니다. 오늘은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모바일앱을 소개하려고 하는데요. 저도 처음에 이 소식을 듣고 어떤 사람들이 어그로 끄는 거 아닐까 했거든요. 그런데 사용해보니 진짜로 대애애애박~ 스마트폰으로 셀카 찍는 거 좋아하시는 분들은 반드시 가져야할 머스트해브(Must-Have) 아이템입니다....]
예상대로다.
이제는 한국에서 유튜브 동영상으로 Top-3에 들어가는 BJ 티오피까지 마이포토-앱에 대해 소개하고 있었다.
세이버에서 실시간 검색어로 1위를 먹은 것으로 이미 엄청난 광풍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니까.
BJ 티오피의 팔로워나 구독자수만 해도 가볍게 백만 명이 넘어갈 수준이다.
휘발유에 불을 붙이면 단번에 커지듯이. 마이포토에 대한 홍보와 마케팅은 자동적으로 규모가 증가하고 있었다.
아무리 수백억, 수천억의 마케팅비용과 홍보비용을 강제로 쏟아부어도 실제 사용자들의 입소문과 그들이 직접 참가하는 홍보에는 따라갈 수 없는 것이다.
“이제는 BJ 티오피까지 마이포토-앱을 광고해주고 있네요.”
“구독자들이 티오피한테 마이포토-앱에 대해 방송해 달라고 엄청난 댓글이 달렸다고 하더군. 오히려 그런 댓글 무시하고 방송하지 않으면 스스로 이미지에 치명타 당하지.”
“역시....”
내 말에 동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개인방송 BJ라는 건 기본적으로 시청자들의 인기를 바탕으로 한다.
거기에는 시청자들의 요구사항을 얼마만큼 잘 수용하느냐도 포함된다.
따라서 시청자들의 댓글과 요구사항을 무시하고 쓰잘데기 없는 거 방송하면 스스로 폭망하는 것이다.
“이 상태로가면 나중에는 공중파 뉴스에도 나오겠어요.”
“이미 모바일앱 관련 미디어에서는 기사로 다루는 중이니까. 그리고 컴퓨터 관련 잡지들과 신문들에서도 취재열기가 뜨겁고.”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 힘드네요.”
동수의 입이 벌어지고 있었다.
가끔씩 TV-나 신문기사 등에 보면 단번에 대박을 맞으면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것을 통해 한국에는 지금도 운 좋게 대박 치는 사람들이 계속 있구나.... 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사람을 주위에서 직접 보는 것과는 차원이 틀리다.
그야말로 피부로 와닿는 것이니까.
동수가 볼 때에 유비콘은 벤처한다고 난리치다가 얼마 후에 망할 회사로 보였다.
때문에 동수도 능력 좋은 선배인 최병관이 유비콘을 설립하고 고생하는 걸 보며 나름 안타깝게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완전히 달라졌다.
망할 것으로 알았던 유비콘이 대박을 친 것이다.
띠리링-
전화벨이 울렸다.
“강민입니다.”
“전략실장님. 유비콘의 태성입니다.”
“지금 인터넷 기사 등을 검색하고 있는데, 역시 태성 씨를 포함해서 유비콘 팀원들의 노력이 드디어 보상을 받고 있군요.”
“모든 게 전략실장님의 덕분입니다.”
박태성이 대답했다.
그는 유비콘 팀원들 중에서 가장 나이가 어렸다.
그래도 대학졸업하고 들어갔기에 나이는 나보다 더 많다. 하지만 나의 직책이 전략실장이라서 그렇게 부른다.
“그런데 어떤 일로 전화를 거신 겁니까?”
“조금 전 TBC 방송국에서 우리 쪽으로 연락이 왔는데, 마이포토-앱을 포함해서 우리 유비콘을 취재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드디어 공중파 방송에서도 관심을 갖고 접근하기 시작했군요.”
“이렇게 단기간에 성과를 내다니 꿈같은 일입니다. 아무튼 병관 형이 말하기를 전략실장님께서도 이번 취재에 참가하시는 게 어떻냐고 물어봐서요.”
“그렇군요. 하지만 저를 포함해서 JSE-(K)는 어디까지나 투자회사인 만큼 전면에 나서는 건 좋은 모양새가 아니지요. 하지만 공중파에서 나오는 취재인만큼 저도 빠질 수는 없겠군요.”
“감사합니다. 그럼 병관 형에게 말해놓겠습니다.”
통화를 끝낸 뒤에 동수를 보았다.
녀석의 표정.
완전히 벙쪄 있었다.
“강민 형. 나도 이제는 포스가 함께하는 게 아닐까?”
“그건 무슨 소리야?”
“조금 전 내가 형한테 이대로 가면 공중파에도 나올 거 같다고 말했더니, TBC에서 유비콘을 취재한다고 연락이 왔잖아.”
“그래서?”
“이건 미래를 예견하는 포스야. 나에게 예지력의 포스가....”
“가지가지 한다. 네놈이 여친 생기면 탈덕할 줄 알았더니 여전하네.”
“그게 소민이도 스타워즈 팬이걸랑~”
“으휴. 끼리끼리 잘 만났네.”
동수 녀석을 쥐어박았다.
이 녀석의 덕질 증세는 약도 없다.
이제는 소민이까지 둘 다 대책 없구나.
***
“방송국 인터뷰는 처음이라 긴장되네.”
“특별히 긴장하지 마시고 제가 조금 전에 알려드린 대로만 하시면 됩니다.”
“그렇군.”
최병관이 상기된 표정으로 대답했다.
이전에 소규모 미디어 매체에서 취재를 왔을 때에는 직접적인 인터뷰대신 유비콘에서 만든 홍보물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대신했다.
그래서 몇 가지 사항만 알려주고 처리했는데.
이번에는 공중파 뉴스에서 직접 취재팀과 리포터가 온 것이다.
따라서 두손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뭣보다 최병관은 뼛속까지 프로그래머로 상당히 고지식한 사람이다.
그래서 잘못하면 인터뷰 도중에 실수할 수도 있었다. 취재팀과 리포터가 대충 어떤 부분에 대해 인터뷰할지는 짐작되었다.
일반적인 부분은 최병관이나 유비콘 팀원들이 무난하게 넘기고 해결할 수 있지만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유비콘이 이번에 개발하고 공개한 대박앱인 마이포토(My Photo)가 100% 순수 유비콘의 능력으로만 만들어진 게 아니란 것이다.
내가 하시(Hasi)를 통해 만들어낸 외국의 천재 프로그래머인 제임스-D를 통해 아이디어와 개념을 얻었고 마이포토앱의 개발에도 그 부분을 기초로 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최병관이나 유비콘 팀원들이 약삭빠르게 머리를 굴릴 줄 안다면 마이포토-앱은 순수하게 유비콘만의 능력으로 완성된 것이라고 할 테지만.
역시나 최병관은 그 부분에 대해 껄끄러움이 있었던 것이다.
“마이포토-앱의 개발부분에 대해 대답할 때 아무래도 제임스-D라는 외국의 프로그래머에 대해 말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하....”
나도 모르게 실소를 머금었다.
아이고. 고지식한 양반아.
최병관의 올곧은 성격과 태도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병관 선배. 아까도 말했듯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숨겨야 될 겁니다. 잘못하면 저작권 문제라던지 법적으로 골치 아파질 수도 있고요. 그리고 재수 없으면 유비콘의 마이포토-앱이 소멸될 수도 있어요.”
“설마 그 정도까지?”
당연한 거 아닌가.
지금 많은 사람들은 마이포토-앱이 유비콘의 독자능력으로 개발된 줄 아는데 만약에 그게 아니라면?
유비콘의 가치는 순식간에 떨어진다.
“그리고 병관 선배도 그렇고 유비콘 팀원분들에게도 한 번 더 말하겠습니다. 마이포토앱은 여러분들의 능력으로 개발된 것입니다. 충분히 자신감을 가지셔도 좋습니다. 또한 여러분들에게 아이디어를 준 제임스D는 이번 일에 관여되는 걸 싫어하고 있습니다. 극도로 신분노출을 꺼리는 인물이라서.”
“대체 뭣 때문에 그러는지.”
“그 자신이 위험해질 수도 있어서요. 전에도 말했듯이 그가 펜타곤(미국방성)의 비밀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즉 미국 쪽에서 그를 보호해주고, 그는 미국정부 쪽에서 필요한 부분을 해주는 것이지요. 물론 공짜는 아니고요. 마이포토-앱을 통해 거두는 성과나 수익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것입니다.”
“엄청난 거물이군.”
최병관이 고개를 내저었다.
이제는 설명을 통해 심각성을 깨달았을 것이다. 이 정도 해놨으면 충분히 안심이다.
“병관 형. 인터뷰 화이팅입니다.”
“그래도 떨리는데.”
최병관이 멋쩍게 웃었다.
그 때 동수가 허겁지겁 안으로 들어왔다.
“강민 형, 아니 전략실장님. 그리고 병관 형. 왔어요. TBC 방송국의 취재진들이 왔다고요.”
“그럼 연습한 대로.”
“알겠네.”
내 말에 최병관이 심호흡을 하였다.
그런데 동수 녀석의 표정이 왜 저래?
이 자식 침 질질 흘리고 있네.
아주 헤벌레 되었구나.
“안녕하세요. 유비콘 여러분. 오늘 여러분들의 취재를 담당하게 된 리포터 송윤경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청아하게 울리는 목소리.
동수 녀석이 헤벌레 된 것도 리포터인 송윤경의 미모 때문이다.
확실히 예쁘긴 하다.
그리고 TBC-방송국에서도 요즘 핫하게 뜨고 있는 리포터다.
그래서인지 인터넷에서도 꽤 화제가 되고 있었다.
연예인도 아닌데 벌써 그녀의 팬카페까지 나올 정도니까. 그리고 팬카페의 회원수도 웬만한 연예인 팬카페를 능가할 수준이다.
인터넷에 화자되는 그녀의 이력만 봐도 상당했다.
한국의 SKY-급 명문대를 나왔고 미녀선발 콘테스트에서도 입상한 경력이 있다. 대학교에서도 메이퀸(May Qeen)으로 4년 연속 수상했을 수준이다.
그 때문일까? 동수외에도 유비콘의 팀원들도 송윤경의 미모에 푹 빠져 있었다.
미모와 학벌까지 모두 갖춘 여자.
하지만 표정에서는 도도함이 보이네.
하긴 자신이 잘난 줄 알고 있을 테니.
“그런데 저기 계신 분은?”
“우리 유비콘쪽에 자금지원을 한 JSE-(K)투자의 전략실장입니다.”
“젊은 나이에 전략실장이라. 특이하군요.”
최병관의 설명에 송윤경이 내 쪽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유비콘 팀원들에 대한 인터뷰는 잠시 쉬었다가 하고요. 이번에는 마이포토-앱을 개발한 유비콘에 자금을 대준 투자회사의 관계자분께 인터뷰를 요청해도 될까요?”
“글쎄요. 이번 취재는 유비콘에 집중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좀 아쉽네요. 하지만 본인이 그렇게 원하신다면 할 수 없죠.”
송윤경이 내 쪽을 바라보며 새침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저 모습은?
미녀 리포터라면 누구나 다 취재나 인터뷰에 참가해줄 걸로 생각한 거야?
조금 전 송윤아에게 말한 대로 이번 취재의 포커스를 받는 것은 유비콘이 되어야 한다.
유비콘은 이것을 시작으로 더 크게 성장해 나가야 할 벤처다.
그리고 공중파 뉴스를 통해 한국 IT-산업의 혁신적인 기업이란 이미지를 가져야 했다.
과거에 비플(Bipple)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내가 인터뷰를 정중히 거절하자 송윤아와 취재팀은 다시 유비콘에 포커스를 맞추고 취재를 개시했다.
그리고 인터뷰가 진행되자 처음에는 더듬거렸던 최병관의 말투도 자신감에 넘치고 있었다.
이제는 제법 괜찮네.
역시, 하면 된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