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조 재벌-13화 (13/300)
  • # 13

    쫄지마...!

    “와아~ 오늘 강민 형 때문에 완전히 포식하는데요.”

    좋아서 입이 찢어지는구나.

    하지만 동수 녀석과는 편의점 알바하면서 참 이것저것 추억도 많았다.

    한참 바쁠 때에는 서로 도와가면서 했고 진상 손놈(손님)이 와서 지랄거릴 때에는 둘이서 처리하느라 개고생했다.

    때문에 간만에 와서 한턱 내는 것쯤이야 그닥 아까울 것도 없다.

    기껏해야 피자랑 파스타를 쏘는 거니까.

    그런데 이거 맛있네.

    “이런 피자도 있었어?”

    “정말로 특이하죠? 이거 원래 이탈리아 정통 피자 스타일이에요.”

    “그렇구나.”

    소민이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간단하게 한턱 낸다고 하니까 동수와 소민이도 좋아라했다.

    원래 공짜 싫어하는 사람 없지.

    처음에는 뭘 배달시킬까 고민하다가 소민이가 피자로 제안하였다.

    여러 명이서 같이 먹는 데는 피자가 최고지.

    다만 나와 동수도 피자브랜드를 그닥 아는 건 없었다.

    그런데 소민이는 피자로 결정되자 무조건 피자리따(Pizza Ritta)에서 배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고 보니 학교 근처에서 본 적도 있었다.

    가게에 사람들도 제법 있고 북적대던데.

    제법 유명한 브랜드였다.

    최근에 급부상하며 한국에서 전통적으로 강세였던 피자후(Pizza Who)나 도리노피자(Dorino Pizza) 등을 순식간에 누르면서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었다.

    처음에는 왜 그런가 의아했는데 이제야 이유가 밝혀졌다.

    “한국 사람들한테도 이태리 정통피자가 통하네.”

    “당연하죠. 과거와는 다르게 요즘 한국사람들 입맛도 세계화 추세예요. 이전에는 한국에서 피자하면 그냥 미국식의 두꺼운 피자가 전부인 줄 알았잖아요. 하지만 이제는 한국에서 유럽이나 이탈리아로 여행 가는 사람들도 꽤 많아요. 그리고 그곳에서 먹은 이태리 정통피자의 맛을 기억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늘었어요. 미국식 피자와 다르게 이탈리아식 피자는 얇으면서 바삭바삭한 맛이 너무 좋아요. 그리고 이탈리아 정통식 파스타도 이제는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메뉴가 되었고요.”

    어라? 피자 이야기가 나오니 소민이 저 애의 눈이 반짝거리네.

    “소민이 너 피자에 대해 꽤 많이 알고 있네.”

    “강민 형. 소민이는 식품영양학과야.”

    “역시 그래서.”

    하지만 피자에 대한 관심이 없다면 저 정도로 많이 알지는 못한다.

    “나중에 기회가되면 유럽과 이탈리아에 가서 그곳의 요리문화를 배우고 싶어요.”

    소민이가 대답하며 웃었다.

    나와 동수, 소민이까지 3명이서 피자 한판을 같이 먹다보니 금방 친해졌다.

    소민이 말대로 이태리 정통식인 피자리따(Pizza Ritta)-란 브랜드는 내가 알고 있던 미국식 피자와는 많이 달렸다.

    그런데 한국사람의 입맛에는 상당히 잘 맞았다.

    피자를 먹으면서 스마트폰을 꺼내어 피자리따에 대해 간략하게 검색을 해보았다.

    ‘이거 상당한데. 단 2년만에 이 정도로 커진 거야?’

    외식 프렌차이즈나 요식업쪽이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말은 들었다.

    하지만 이 정도까지 될 줄은 몰랐다.

    피자리따의 창립자는 이탈리아에서 쉐프를 하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한국에 온 뒤에 자신이 배운 이탈리아식 피자를 선보이며 도전에 나선 것이다.

    그리고 성공했다.

    그것도 엄청난 단기간에.

    전국에 있는 프렌차이즈점 숫자만 해도 한국에서 피자브랜드로 선점했던 피자후(Pizza Who)에 맞먹을 정도로 증가한 것이다.

    여기에는 피자리타의 창립자가 이탈리아 요리의 전문가라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그 외에도 한국에서도 이태리 피자가 통할 것이란 확신으로 도전했던 것이 성공의 핵심이다.

    이걸 보니 중요한 것도 있었다.

    외식 프렌차이즈와 요식업.

    그리고 관련 산업은 잘만 터뜨리면 노다지를 캘 수 있는 곳이란 사실.

    과거에 돈이 없을 때에는 이런 걸 분석하거나 생각지도 못했다.

    그런데 수중에 12억이란 거금이 있고 최강의 AI(인공지능)를 소유한 상태다 보니 보는 눈이 넓어졌다.

    사업가 마인드 같아서 뿌듯하네.

    “강민 오빠. 오늘은 오빠 덕분에 맛있는 피자도 먹고 정말로 고마워요.”

    소민이가 이제는 나를 향해 오빠~ 라고 친숙하게 불렀다. 피자 먹은 걸 대충 치우고 난 뒤에 동수가 나를 향해 부탁했다.

    “강민 형이 우리 편의점 왕고니까, 기왕 이렇게 된 김에 소민이한테 신입교육 좀 시켜주세요.”

    “그건 너 담당아냐?”

    “그렇긴 하지만 조금 후면 바빠지고 저도 카운터를 무작정 떠날 수가 없어서요. 이제 시작한 지 이틀밖에 안되서 모르는 게 너무 많아요.”

    “아예 뽕을 뽑는구나.”

    “그런데 알바생 신입교육은 형이 잘 하잖아요. 어차피 나도 이전에 형한테 배웠고.”

    은근슬쩍 추켜세우며 막 부려먹네.

    동수 녀석을 향해 투덜대다가 소민이랑 눈이 마주쳤다.

    뭐지 저 눈빛은?

    마치 한수 가르쳐 주세요... 뭐 이런 거잖아.

    “알겠다. 오늘만 특별봉사한다.”

    동수 녀석의 말도 이해된다.

    편의점 야간 알바라 해서 마냥 한가한 것은 아니다. 시간대에 따라서 엄청나게 바쁠 때가 몇 차례 있었다.

    그래서 바쁠 때에는 고참 쪽이 카운터 담당하고 신입은 매대정리와 기타 등등을 한다.

    그런데 소민이는 이제 시작했기에 모르는 게 많았다.

    동수의 요청대로 소민이를 데리고 매대쪽으로 간 뒤에 필요한 부분을 설명해 주었다.

    요즘 편의점은 이전에 비해 취급하는 물품부터 시작해서 제공하는 서비스가 많기 때문에 알바생이 숙지해야 할 사항들도 꽤 되었다.

    “강민 오빠. 진짜로 편의점 알바의 프로가 맞네요.”

    소민이가 감탄하고 있었다.

    몇 년 동안 해왔던 일이니만큼 익숙하니까.

    그리고 동수 녀석을 잠깐 도와준다고 생각하니 나름 즐겁게 하고 있었다.

    그사이에 카운터에 있던 동수 녀석은 한바탕 밀려드는 손님들을 상대하느라 정신이 없다.

    대략 1시간 정도 엄청나게 바빴다.

    그리고 나는 소민이에게 왕고참 역할을 하며 여러 가지 요령을 가르쳐 주었다.

    “강민 오빠 덕분에 정말로 귀에 쏙쏙 들어오게 배웠어요.”

    “하긴 빨리 익숙해질수록 일이 편하니까.”

    소민이를 향해 대답하며 웃을 때.

    귓가에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국말이 아닌 영어였고 카운터에 있던 동수 녀석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다.

    이마에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글고보니 동수도 영어울렁증이다.

    영어를 쓰는 외국손님이 들어와서 뭔가를 물어보는 거 같았는데 지금 동수의 표정은 지옥을 헤매고 있었다.

    나도 얼마 전까지 저랬는데.

    그리고 소민이는?

    “앗. 외국인 손님....”

    이렇게 말하더니 내뒤 쪽으로 슬금슬금 이동한다. 동수가 혹시 영어 때문에 자신을 부르면 어쩌나 하는 표정.

    내국인 상대할 때는 자신만만한 알바생 두 명이 영어 원어민의 등장으로 초토화된 상황이다.

    지옥을 헤매던 동수 녀석이 구조요청을 시도했다.

    “강민 형, 외국인 손님이 왔는데.”

    저 녀석. 나도 영어울렁증 있다는 거 모르나?

    전에 같이 일할 때 백인애들 몇 명 왔을 때 둘 다 쫄아서 아무말도 못했잖아. 하지만 녀석은 그런 걸 전혀 기억 못한 거 같다.

    나도 동수 녀석의 구조요청에 급당황했다.

    그런데 잠시 생각해보니.

    ‘내가 왜 쫄지? 안그래도 저번에 영어로 멘탈붕괴 맞은 뒤에 지금은 영어를 배우고 있잖아. 그것도 속성과정으로 말이야. 세연이가 추천해준 미드 프렌즈(Friends)를 반복해서 봤고 지금은 거기 나오는 대사도 일부 외울 정도다. 그런데 여기서 영엉울렁증 때문에 주저할 필요가 없지.’

    세연이가 한말 중에 영어는 자신감이라고 했는데.

    그리고 한 가지 더.

    영어를 사용할 기회가 왔을 때는 써야 한다고.

    “잠깐 있어봐.”

    동수를 향해 말한 뒤에 다가갔다.

    까짓것. 쫄지마...!

    ***

    “강민 오빠. 어학연수 다녀오신 적 있어요?”

    “그건 아니고.”

    “그런데 어떻게 영어를 잘해요?”

    “그냥 일상회화 정도인데.”

    그렇게 대답했지만 나를 보는 소민이의 표정.

    이전에 내가 영어 잘하던 세연이를 바라볼 때의 표정과 동일했다.

    동수 녀석은 나와 편의점을 나가는 외국인을 번갈아보며 놀라고 있었다.

    영어 잘하면 주위의 시선이 이런 거구나.

    솔직히 나도 좀 놀랐다.

    내가 편의점에 온 미국인 손님이랑 영어대화를 할 수가 있었다니.

    이전에는 제대로 들리지도 않았던 영어단어와 문장들이 순식간에 이해되었다.

    말을 할 때도 머릿속에서 한국어로 생각하는 즉시 영어로 능숙하게 바꿔서 말한 것이다.

    한국사람에게 영어가 어려운 이유 중 가장 큰 것.

    그것은 한국어와 영어의 문장어순이 엄청나게 틀려서이다.

    한국어는 기본적으로 주어 + 목적어 + 동사라는 기본형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영어는 주어는 똑같이 앞에오지만 목적어와 동사의 위치가 다르다.

    그리고 여기서 파생되는 문법들도 판이하게 다르고.

    때문에 영어를 말할 때 한국어로 생각했지만 그것을 다시 머릿속에서 빠르게 변환시켜야 한다.

    대부분 문법으로만 영어를 배우면 머릿속에서 문법적으로 바꾼다고 하다가 완전히 망치는 것이다.

    그래서 간단한 영어문장조차도 제대로 말 못하고 더듬거리거나 빰을 삐질삐질 흘리며 지옥을 헤매는 것이다.

    그런데 난 이 과정이 자연스럽게 되고 있었다.

    과거에 비해 영어 듣기와 말하기 수준이 엄청나게 늘었고 영어로 말할 때에 여유까지 생겼다.

    나와 조금 전 미국인 손님 사이에 주고받은 대화내용은 간단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간단한 내용들도 영어울렁증을 가진 동수와 소민이한테는 엄청 어려운 것이었다.

    “강민 형이 영어를 이렇게 잘했을 줄이야. 어떻게 공부하신 거에요?”

    “그냥 미드 좀 보고, 그리고 토익리스닝도 좀 듣고 하면서 배웠어.”

    이 여유 만만함.

    내가 이런 말을 하게될 줄이야.

    ***

    “설마했는데 진짜로 커졌네.”

    눈으로 확인하고도 믿기 힘들었다.

    이전에 편의점에서 동수 녀석이 나보고 키가 좀 커졌다고 했을 때 사실은 반신반의했다.

    좀 커진듯한 느낌이 나기도 했지만 실제로 확인해보지 않으면 모르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신체검사를 다시 받을 수도 없고.

    결국 내방에서 간단하게 재어보기로 했다.

    벽쪽으로 붙어서 똑바로 선 뒤에 간략하게 표시를 하였다.

    그 뒤에 소형줄자를 가져와서 재어보았는데.

    “불과 몇 달 사이에 4cm라니?”

    군대가기 전 신검에서 나온 키가 176cm였다.

    그런데 지금은 4cm가 더 커져서 180cm다.

    그래서일까?

    어제 옷을 입고 거울을 봤는데.

    뭐랄까, 옷스타일과 핏이 이전보다 더 괜찮고 잘 받았다.

    “하시(하이퍼 시스템)야. 이거 어떻게 된 거야? 왜 갑자기 키가 커진 거야?”

    <강민 유저는 이전보다 키가 커진 것에 불만이십니까? 그렇다면 본래 있던 신장 176cm에서 20cm를 줄여드리겠습니다. 이게 최대한으로 줄일 수 있는 한계입니다. 더 이상 신장을 줄이면 육체적인 무리가 발생합니다. 원하시면 Yes를 선택하시면 됩니다.>

    뭐라고, 키를 줄인다고?

    그것도 20cm씩이나.

    그럼 176cm ? 20cm = 156cm잖아.

    이 자식이 누굴 호빗으로 만들 작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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