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조 재벌-8화 (8/300)

# 8

꼴찌들의 반란

“와아아~ 달려라. 달려!”

함성이 터져 나온다.

관중석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일어나서 외친다.

과거에 2002년 월드컵 축구 응원전보다 더 격렬한 반응과 응원이다.

다만 국가대항전 축구에서는 대다수의 응원단들이 한국의 승리를 바라지만 여기는 다르다.

배팅과 돈이 걸려있는 만큼.

자신이 찍은 경주마가 1등으로 들어오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옆에 있는 중년 사내 박재석.

평소에는 맥빠지고 눈에 생기조차 없는 상황인데 지금은 다르다.

몸속의 아드레날린이 폭주라도 한 듯 목이 터져라 외치고 있었다.

하지만 얼마후에 그 응원은 탄식으로 바뀌고 있었다.

그 후에는 욕설로.

“저 새끼는 왜 저렇게 못 뛰는 거야? 처음에는 제대로 치고 나가더니 중반부터 완전히 체력이 허당이네.”

박재석이 찍은 6번 경주마.

처음에는 나름대로 스타트도 빠르고 스피드 있게 뛰쳐나갔다.

그래서 레이스 중반까지 1등으로 달렸다. 하지만 뒷심이 부족했고 나중에는 완전히 뒤쳐진 것이다.

결국.

“오늘도 더럽게 안맞네.”

“그렇네요. 조금만 더 치고 나갔으면 1등인데 말이죠.”

“하지만 저번 주에는 저놈이 1등으로 들어왔잖아. 그래서 이번 주에도 가능성을 생각하고 걸었는데.”

박재석이 아쉬움을 나타냈다.

확실히 박재석이 배팅한 6번마인 ‘충파’는 저번 주에 컨디션이 진짜로 좋았다.

레이싱에서 ‘충파’가 1등으로 들어오자 많은 사람들이 놀랐다.

거의 꼴찌나 하위권에서 맴돌던 말이었는데 갑자기 1등으로 들어왔으니 말이다.

경주마들이 달리는 레이싱은 대체로 혈통좋고 우승기록이 많은 경주마들이 상위권으로 들어온다.

하지만 때로는 다크호스(Dark Horse)라고 부르는 하위권 경주마들이 이변을 만들기도 한다.

이런 경우가 자주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하위권의 다크호스들이 미친듯이 달릴 때에는 대박 배팅들이 터진다.

그렇다 해도 하루에 벌어지는 12번의 시합 중에 어쩌다 한 번 정도 있을 뿐이다.

‘역시 제대로 되는군.’

박재석이 휴지조각으로 변해버린 마권을 찢을 때 나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린다.

조금 전 AI의 현장 데이터 프로세싱을 통해, 박재석이 배팅한 6번마가 몇 등으로 들어올지를 정확히 예측했기 때문이다.

그것을 예측했지만 박재성에게 알려주지는 않았다. 애초부터 그럴 필요도 없는 것이고.

“재석 형님. 오늘 배팅은 이것으로 끝입니까?”

“무슨 소리. 아직 마지막 시합이 남았는데. 그나저나 너도 계속 실패했네. 나처럼 너도 오늘 운때가 안맞는 거 같다.”

“그러네요. 하하.”

박재석을 향해 웃어주었다.

실패라니?

천만의 말씀이지.

오늘 진행되는 11번째 경마 레이싱까지 난 AI의 데이터 프로세싱을 통해 1등부터 3등까지의 말들을 전부 예상했다.

그리고 이것은 완전히 적중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상한가 10만 원 배팅을 안했냐고?

그 이유는 당연히 여기에 배팅해봐야 배당수당이 형편없이 때문이다.

1000배, 10000배 이상의 대박 배팅은 전혀 의외의 상황과 결과가 벌어져야 나오는 법이다.

예를 들면 월드컵에서 본선에 진출한 팀들 중에 세계랭킹 최하위의 팀이 월드컵 우승을 한다든지 하는 경우와 비슷한 것이다.

이를테면, 중국이 진짜로 운 좋게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는데, 단번에 월드컵 우승까지 해버리는 상황.

그런데 믿겨지나?

중국이 월드컵 우승이라니.

축구전문가라면 당연히 아무도 중국의 월드컵 우승을 예상하지 않고 배팅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대부분의 배팅은 성적이 좋은 상위권의 말에 집중되고, 결과도 그런 식으로 나온다.

오늘 벌어진 11번째까지의 경마레이싱은 기본적으로 우승마나 상위권 성적의 말들이 1등에서 3등까지 들어왔다.

지금까지 잘 달리던 말들이 순위권으로 들어왔기에 10만 원을 걸어도 기껏해야 15만 원 따는 게 전부였다.

이래서는 본전치기에 불과할 뿐이다.

하지만 마지막 12번째의 시합에서는 왠지 느낌이 좋은데.

“오늘은 계속 잃기만 했네.”

“저도 그런데요 뭘.”

박재석을 향해 대답하며 정면을 바라보았다.

마지막 12번째 시합을 위해 출전하는 말들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번 시합에는 모두 14마리의 말들이 출전한다.

경마에서 최고의 대박베팅이 나오는 건 삼쌍승식의 경우다.

경마에 배팅을 하는 건 크게 3가지로 나눈다.

첫 번째가 1등으로 들어오는 말을 예상해서 배팅하는 단승식이다.

두 번째로 연승식으로 자기가 배팅하고 고른 말이 3등 안에만 들어오면 배당을 받는 식이다.

다만 단승식과 연승식의 경우에는 맞추는 사람도 꽤 많고 확률도 높기 때문에 성공했을 때의 배당금액 자체가 꽤 낮다.

경마에서 말하는 대박 배팅은 마지막 세번째인 여러 말에 배팅을 하는 복승식에서 나온다.

그중에서도 가장 확률이 낮고 걸렸을 때에 제대로 대박 치는 건 삼쌍승식인데.

이것은 진짜로 어렵다.

왜냐하면 14마리의 말들이 경주를 해서 1, 2, 3등으로 들어오는 말들을 모두 순위대로 맞춰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삼쌍승식이 확률이 낮고 배당금액이 크다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승마로 생각하는 말들이 1, 2, 3등으로 들어오는 경우는 기껏해야 본전치기일 뿐이다.

진짜로 대박은 많은 사람들이 거들떠도 안보는 하위권 말들이 차례로 1, 2, 3등을 차지하는 경우다.

이런 경우에는 잭팟이 터졌다고 한다.

지금까지 11번째의 시합에서는 성적 좋은 말들이 상위권을 가져갔고 배팅해봐야 1-2배 정도가 고작이었다.

<현장데이터 프로세싱 진행 중>

<출전마들에 대한 컨디션 체크>

<분석진행률! 10%, 20%......>

눈앞에 메시지가 연속해서 나왔다.

마지막 12번째 출전예정인 14마리의 말들을 차례로 살펴보았다.

저들 14마리의 말들 중에서 4번 말인 창룡, 7번 말인 남해, 그리고 11번 말인 지리산과 13번 말인 백두는 여러 차례 우승 경험이 있는 녀석들이다.

통상적인 상황이라면 저기 있는 4마리들 중에 3마리가 보통 1, 2, 3등을 차지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전혀 다른 상황이 전개되고 있었다.

AI를 통한 컨디션 체크에서 통상기록이 좋은 4마리의 말들이 전부다 저조한 상태다.

특별히 나쁜 것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결점이 있다면 그것은 순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그에 반해 항상 하위권에서 머물렀던 3마리의 말들이 오늘은 컨디션이 최상이다.

금방이라도 돌진할 것처럼 힘이 넘치고 있었다.

그리고 타고 있는 기수들과의 궁합과 조화도 잘되는 상황이다.

하위권 성적의 말들 3마리 중에서 2번 말인 ‘용평’이 가장 활기찼다.

컨디션 체크에서 거의 99%를 찍고 있다.

그리고 5번 말인 적광이 2번째의 순위다.

3번째는 10번 말인 한성이다.

오늘 시합에서 단 한번도 이변이 없었다. 그러나 마지막 12번째의 시합에서 다크호스들의 엄청난 반란과 이변이 발생할 상황이었다.

“재석이 형님이 보기에는 어떠세요?”

“오늘 다크호스라고 불리는 하위권 말들이 죄다 힘을 못써. 대신에 오늘은 상위권 말들이 날아다니고 있잖아. 그렇다면 저기 있는 상위권 성적의 4마리들한테 걸어야지.”

“확실히 그렇네요. 그게 안전하니까요.”

“물론이지.”

박재석의 말을 들으며 미소를 지었다.

경마 폐인인 박재석이 저렇게 생각했다면 좋은 기회다.

그리고 12번째의 시합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승경력이 많은 4마리의 말들에 배팅할 것이다.

하지만 AI의 분석과 컨디션 체크를 통해 예상한 12번째 시합은 최대의 이변이 벌어진다.

다크호스가 1마리도 아닌 3마리가 연달아 1~3위로 들어오는 것이니까.

이거야말로 제대로 된 대박의 예감이다.

***

“후웁....”

긴장을 풀기 위해 숨을 들이켰다.

오늘의 마지막 12번째 시합을 위해 최고 상한가인 10만 원을 삼쌍승식으로 배팅했다.

마권을 사서 표시할 때에 2~3번 점검했고 일부러 단독으로 마권을 구입했다.

“마지막 시합 마권 산 거야?”

“오늘은 그닥 별로라서 포기했어요.”

“하긴 나도 오늘 계속 잃기만 했는데. 그래도 마지막 희망을 걸고 10만 원짜리 질렀다.”

박재석이 푸념을 해댔다.

하지만 박재석에게 대답한 것과 달리.

난 상한가 10만 원짜리 마권을 샀고 배팅도 하위권 말들을 중점으로 해서 1, 2, 3등을 차례로 표시했다. 그사이 관중석을 향해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가 시작되었다.

“자아. 오늘의 마지막 시합이 진행되겠습니다. 오늘 시합에서는 지금까지 이렇다할 이변이 없었습니다. 대부분 과거 성적이 좋은 말들이 상위권으로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경마란 것은 예측 불가능한 기적들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경마 대박, 배팅 대박이란 말도 있지요.”

옆에 있던 해설자도 거들었다.

경마 폐인들은 저 한번의 대박을 위해 무수히 많은 돈을 꼴아박는다.

언젠가는 자신이 그 대박 배팅의 주인공이 될 것이란 희망으로.

하지만 대부분은 실패하고 나중에는 갖고 있는 재산까지도 모두 날려먹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최강의 AI(인공지능)을 바탕으로 철저하게 우승마를 예측하고 분석했다.

뭣보다 이번 마지막 시합에서는 계속해서 하위권만 맴돌던 다크호스(Dark Horse)들의 대반란이 일어나는 것이다.

말들이 출발준비를 하였고 관중석에 있는 사람들이 일제히 숨을 죽인다.

“오늘의 마지막 시합. 과연 어떤말이 우승할 것인가? 모든 사람들이 숨을 죽이는 가운데.... 드디어 출발했습니다.”

철컹-

경주마들 앞에 가로막혀 있던 문이 열리고 말들이 질주를 개시했다.

순간 나의표정은 굳어졌다.

“역시 우승권에 있는 말들이 엄청나게 치고 나옵니다. 선두는 다승 경험이 가장 많은 4번 말인 창룡. 그 뒤로 13번 말인 백두, 그리고 11번 말인 지리산이 2등과 3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역시 이번 시합에도 큰 이변은 없을 거 같습니다.”

장낸 아나운서의 멘트와 해설.

설마 잘못된건가?

데이터 분석과 컨디션 체크에서는 오늘의 다크호스들이 가장좋았다. 그런데 시합이 개시되자마자 우승권 말들이 선두를 유지했다.

“역시 4번 말인 청룡. 저놈 진짜로 잘 달리네. 그런데 내가 우승말로 찍은 건 2등으로 달리는 백두인데.... 백두 이놈아~ 좃빠지게 달려라!”

옆에 있는 박재석은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

만약에 이대로 시합이 끝난다면?

지금까지 해온것들이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만다.

배팅금액 10만 원을 날리는 건 문제도 아니다.

AI(인공지능)을 이용해서 대박을 만들려는 나의 계획이 박살나는 것이다.

‘설마 이대로 끝인가?’

반쯤 자포자기의 심정이 되었을 때.

기적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콰두두두! 엄청나게 터져나오는 말발굽소리.

뒤로 쳐져 있던 하위권 말들이 순식간에 치고 나간다.

그야말로 약이라도 빤것처럼.

하지만 정확한 이유는 레이스 중반쯤에 들어가며 선두에서 치고나가던 상위권 말들의 속도가 약간 느려진 것이다.

역시 ‘컨디션체크’에서 파악한 대로다.

대신 평소에 빌빌하던 하위권 말들의 스피드가 극한으로 발휘된 것이다.

“우와아아~ 저거 뭐야? 뒤에 쳐져 있던 말들이 순식간에 치고 나가잖아. 저놈들 평소에 꼴등을 돌아가면서 하던 놈들인데. 오늘은 미친듯이 달리네.”

“설마 이거 이변이냐?”

관중석에서 경악의 함성이 터져나왔다.

이제는 박재석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장내 아나운서는 갑자기 벌어진 이변과 상황에 목이 터져라 외쳤다.

“기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하위권을 맴돌던 3마리의 말들이 미친듯이 달리고 있습니다. 2번 말인 적광이 선두를 뺏었고 그 뒤로 5번 말인 적광과 10번 말인 한성이 따라붙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경마레이스를 방송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입니다.”

장내 아나운서의 목소리는 완전히 흥분하고 있었다.

‘좋았어. 드디어 해냈다.’

반사적으로 주먹을 쥐었다.

잠시 후 관중들을 경악시키며 하위권 말들이 차례로 1, 2, 3등을 하며 결승선으로 들어왔다.

특히 1등으로 들어온 5번 말인 적광은 결승선을 통과한 뒤에 그대로 쓰러질 정도다.

이놈들이 오늘은 제대로 약빨고 달린거 같다.

말 위에 있던 기수도 놀라서 떨어졌지만 크게 다치지는 않은 듯 보였다.

시합이 끝나고 난 뒤.

관중석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기적 같은 상황과 이변이 벌어진 것이다.

“재석 형. 평소에 꼴찌 하던 말들이 1등부터 3등까지 모두 들어왔는데 이런 경우가 흔해요?”

“미쳤어? 이런 건 1년에 한두 차례 벌어질까말까 한 일이야.”

“그럼. 만약에 누군가 저거 제대로 배팅해서 맞췄다면 장난 아닐 거 같네요.”

“배당률이 가장 높은 삼쌍승식으로 해서 1, 2, 3등으로 들어온 말들을 모두 맞췄다면 최소 10000배 이상이야. 1만 원짜리를 걸었다면 1억이고, 10만 원짜리를 배팅했다면 최소 10억......! 누군지 몰라도 오늘 저거 맞춘 놈은 경마로 떼돈 번 거야.”

박재석이 대답하며 숨까지 헐떡이고 있었다.

잠시 후에 전광판에는 마지막 12번째 시합의 배당률이 나오고 있었다.

“우와아~ 배당률이 16732배라니? 올해나온 배당중에서 제일 큰 숫자다. 저거 걸린 놈은 진짜로 좋겠다. 한방에 떼돈 벌고 팔자 고치는 거잖아.”

재석이 형.

그 주인공이 바로 옆에 있는데요.

속으로 그런 말을 하고 싶었지만 표정은 태연하게 유지했다.

그리고는 박재석을 향해 맞장구치듯 말했다.

“재석이 형 말대로 오늘 저거 맞춘 사람이 누군지 모르지만 제대로 대박 친 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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