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조 재벌-7화 (7/300)
  • # 7

    열심히 해봐라, 짜식아!

    “강민 형. 그거 뭐예요?”

    “경마 정보지인데.”

    “형! 경마해요? 얼마 땄어요?”

    자식이! 첫 질문이 바로 그거냐?

    펼쳐보고 있던 경마정보지 <오늘의 경마>를 접으면서 대답했다.

    “따긴 뭘 따? 벌써 몇만 원 꼬라박았다. 손해만 잔뜩 봤는데.”

    “하긴 경마로 돈 따는 게 쉽지는 않죠.”

    “그냥 호기심 삼아서 즐기는 거야.”

    “그래도 잘못 빠지면 인생 망쳐요.”

    저 녀석도 똑같은 소리하네.

    설마 동식이 녀석도 경마 폐인?

    이런 예측을 생각하며 넌지시 물었다.

    “동식이 너도 경마장 가본 거야? 그것도 아니면 경마중독자?”

    “에이~ 형! 큰일 날 소리. 전 경마장 가본 적도 없어요. 하지만 경마라면 이를 바득바득 갈아요.”

    “왜?”

    “우리 식구 중에 사촌형이 경마에 빠져서 아주 그냥......!”

    대답하던 동식의 양볼이 부들거린다.

    녀석의 기분을 이해할 거 같았다.

    가족 중에 한 명이 경마 폐인이었다니.

    “그럼 그 사촌형은 아직도 경마에 중독되어 있는 거야?”

    “지금은 뭘 하는지도 몰라요. 둘째 삼촌. 그러니까 사촌형 부모님이랑 대판 싸우고 집 나간지 오래전이라서.”

    그 때문일까?

    동식이는 편의점 가판대에 있는 경마정보지를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전에는 이런 말도 했다.

    “강민 형. 진짜로 편의점에서 왜 경마정보지를 파는 겁니까? 여기가 무슨 도박장도 아니고!”

    전에는 동식이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몰랐는데.

    이제는 납득되었다.

    그나마 사촌형이라서 좀 덜했지.

    만약에 친형제 중에 한 명이 그런 경우였다면 조금 전 경마정보지를 보고 있던 나를 어떻게 생각했을지 대충 짐작된다.

    그래도 동식이 녀석을 향해 나름 선배랍시고 가오 잡고 있었는데.

    잘못하면 한순간에 이미지가 개판될 뻔 했으니.

    어쨌거나 이 녀석 앞에서 경마정보지 보는 건 되도록 피하는 게 좋을 거 같다.

    어차피 이후에 편의점 알바를 야간 시간대로 옮기게 되면 같이 일하는 것도 아니니까.

    “그런데 강민 형. 야간 시간대로 옮겨요? 뭣 때문에요?”

    “너야 휴학 중이니까 상관없지만 난 복학하잖아. 낮에는 공부도 해야 하고. 그리고 밤에 일하는 게 더 편해.”

    “하지만 잠을 제대로 못자서 피곤하지 않아요?”

    “그 정도쯤은 감수해야지. 그리고 학교 가서 틈틈이 쪽잠을 자도 되고.”

    동식이를 향해 대충 둘러댔다.

    편의점 알바시간을 야간대로 옮기는 건 다른 이유도 있었다.

    첫 번째가 학교 복학문제와 수업.

    그리고 공부다.

    두 번째가 낮에 해야 될 것도 많아서다.

    경마에서 대박 배팅을 터뜨리기 위해서 차곡차곡 준비를 쌓는 일.

    과천경마장에서 벌어지는 경마시합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이다.

    그렇다고 과천경마장이 주중에 완전히 닫는 것도 아니다.

    경마시합은 없지만 대신에 주말인 토요일과 일요일에 볼 수 없는 여러 가지를 확인하고 경험치를 높이는 기회가 된다.

    시합이 열리는 토,일요일에 경마 폐인들이 과천경마장으로 몰리지만.

    경마에서 제대로 돈을 따고 배팅을 성공시키는 사람들은 주중에 더 많은 정보수집과 사전조사를 한다.

    특히 주말에 시합이 개시될 과천경마장에 미리 가서 말들의 상태를 포함해서 여러 가지 상황을 파악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더 중요한 것이다.

    또한 나와 합체된 인공지능을 진화 및 발전시키기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었다.

    그래야 이 인공지능을 이용해서 대박 배팅을 성공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강민 형. 경마에 잘못 빠지면 인생 쫑나요.”

    “알았어. 임마!”

    녀석을 향해 대답하며 웃었다.

    나도 경마에 중독된 폐인들이 얼마나 비참한 상황에 처하고 있는지를 충분히 목격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현재 나에게 경마에 대한 가이드 역할을 하고 있는 박재석이 그 장본인이다.

    ***

    “군대 가면 머리가 굳는다더니, 그냥 헛말이 아니었네.”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한 지금.

    나름 준비를 했다고 했는데도 수업을 따라가는 게 쉽지는 않았다.

    나 같은 경우 대학교 1학년을 마치고 입대를 하였다.

    경영학과라 해도 1학년 때는 주로 교양과목을 배우는 게 많았다.

    경영학과의 전공과목도 일부 배우지만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제대하고 2학년으로 복학하니 전공과목의 숫자도 많아졌고 배워야 할 과정도 급격하게 늘어갔다.

    야간 편의점 알바 들어가기 전에 잠깐 시간을 내어서 동네에 있는 커피숍에서 책과 씨름하는 중이다.

    요즘은 커피숍에서 공부하는 학생들도 많다고 하더니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거 같다.

    전공책을 공부하면서 짬짬이 오늘 과천경마장에서 파악한 정보들도 분석했다.

    AI인 하이퍼 시스템의 분석력을 통해 데이터도 차곡차곡 쌓여갔다.

    일정 수준의 단계에 오르면 그 뒤에는 과천경마장에서 대박 배팅을 성공시킬 수가 있는 것이다.

    끼익- 문이 열리며 2명의 남녀들이 들어왔다.

    문득 시선을 들어 그쪽을 보다 반사적으로 기분이 좆같아진다.

    저 새끼는 뭣 때문에 온 거지?

    솔직히 말해 만나고 싶지 않은.

    아니 얼굴 마주치기 싫은 부류 중에 하나인데.

    다만 재수 없게 저쪽 상대편에서 나를 알아보고 있었다.

    “이거 누구야? 강민아냐? 크큭! 요즘 잘 지내냐. 엄마한테 너 복학했다는 이야기 얼핏 들었는데 진짜네.”

    “상철이 형. 여기는 어쩐 일로 오신 거죠?”

    “얌마, 카페에 온 이유가 따로 있냐? 여친하고 커피마시러 온 거지.”

    히죽거리며 내 어깨까지 툭툭 쳐댄다.

    이 새끼가, 언제 봤다고 이 지랄이지?

    “상철 오빠. 저 사람 누구야?”

    “강민이라고 나보다 3살 어린 녀석인데. 울 엄마가 갖고 있는 집에 월세로 살고 있는 녀석이야.”

    “아앙~ 그렇구나. 월세집. 호호”

    상철이 옆에 있는 여자애가 나를 쳐다보며 고개를 위아래로 내린다.

    눈빛에는 상대를 향한 경멸과 우월감이 잔뜩 드러난다.

    딱 봐도 미니스커트에 떡칠한 화장.

    싼 티가 팍팍 풍기는 여자다.

    “수지 너도 알지? 울 엄마가 건물주인 거. 진짜 울 엄마 아니었으면 이 녀석 가족들은 오래전에 길거리에서 노숙신세였지.”

    “그럼 상철 오빠가 저 사람한테 생명의 은인이네.”

    “뭐 그런 셈이지.”

    아주 우쭐대고 있구나.

    옆에 여자가 있으니 더 허세를 떨고 싶은 거냐?

    여기서 상철이 녀석을 한바탕 망신 줄까 하다가 생각을 좀 바꾸었다.

    과거의 나였으면 그랬을 거다.

    하지만 이제는 점점 냉정해지고 있었다.

    하이퍼 시스템이란 AI(인공지능)과 합체된 뒤로 나에게는 한가지 변화가 생겼다.

    그것은 타인을 나의 목적에 맞게 이용할 방법을 터득했고 그것이 훨씬 더 이득이라는 사실이다.

    나를 상대로 갑질 행세를 하고 싶어하는 상철이 녀석.

    그렇다면 저 녀석의 교만함을 더욱 키워준 뒤에 나락으로 빠뜨려 버리는 것도 재밌을 거 같다.

    “그런데 상철이 형은 요즘 뭐하세요?”

    “얌마. 울 엄마가 건물주인데 내가 일할 필요가 어딨어? 그냥 느긋하게 시간 보내면서 놀면 되는 거지.”

    일부러 돗자리 깔아주니까 맞은편에 자기 여친과 앉았다. 내가 저자세로 나가면서 ‘형’이라고 불러주니까 아예 기세가 살아나고 있었다.

    앉자마자 녀석은 자기 여친 자랑부터 시작한다.

    솔직히 싼 티 팍팍 나는 여자라서 그닥 부럽지도 않았지만, 일부러 호응해 주었다.

    “그런데 너 노트북으로 뭐하냐?”

    “비트코인 검색하고 있죠.”

    “비트코인 그게 뭔데?”

    “상철이 형 아직 모르세요? 요즘 이걸로 돈 번 사람들 얼마나 많은데요. 어떤 사람은 투자한 것에 100배까지도 번 사람들 있어요. 10억 투자해서 잘되면 한방에 1000억이에요.”

    “처, 천억이라고?”

    상철이의 입이 따악 벌어진다.

    요즘 비트코인 투기열풍이 장난 아니다. 하지만 비트코인으로 대박 친 사람들은 초기에 투자한 사람들이고.

    이후에 뛰어든 사람들은 본전도 못 건지고 쪽박 차거나 한강 가즈아~ 하면서 인생 조지고 있다.

    실제로 엄청나게 위험한 투기상품이고 한방에 가진 돈 몽땅 날린다.

    이런 상황이지만 비트코인은 아직도 엄청난 대박을 칠 가능성이 많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럼 이걸 왜 상철이에게 슬쩍 보여주냐고?

    지금까지 부모 돈으로 백수생활한 저놈에게 비트코인은 엄청난 유혹이자 인생 조지게 할 딱 좋은 미끼거든.

    “너 경영학과라고 하더니 그런 거 좀 아네.”

    “경영학과라고 해도 건물주 아들인 상철이 형에 비하면 저야 그냥 껌딱지일 뿐이죠.”

    “크큭! 짜식이 그래도 자기 주제는 아네. 그런데 너 비트코인인지 뭔지 하는 걸로 돈 좀 벌었냐?”

    “상철이 형. 저같은 신세가 돈도 없는데 투자같은 걸 하겠어요? 하지만 우리학교 선배들 중에는 이걸로 돈 번 사람들 엄청 많아요. 지금 아니면 나중에 투자할 기회도 없어요.”

    열변을 토하면서 상철이를 향해 장미빛 환상을 심어주었다.

    건물주 아들이니 뭐니해도 본래 상철이 녀석은 백수신세다.

    자기 엄마가 건물주라서 용돈 두둑하게 받아서 외제차 타고 다니고.

    싼 티팍팍 나는 여자 꿰차고 다니지만 저 녀석은 엄마를 통해 받는 스트레스도 장난 아닐 거다.

    그리고 제딴에는 뭔가 크게 해보고 싶다는 욕망도 있을 거고 말이지.

    인간은 누구나 욕망이 존재하고 저렇게 백수신세인 녀석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좀전에 10억 투자해서 1000억을 벌었다는 말을 통해 지금쯤 눈앞에는 아무것도 안 보일 테고 말이지.

    “그런데 울 엄마가 하는 말이 주식이나 선물 같은 건 위험하다고 하던데. 부동산이 진짜로 안전빵이라고 말이야.”

    “상철이 형 요즘 부동산으로 얼마 못 벌어요. 그리고 정부에서 부동산규제 들어가면 더 이상 부동산으로 대박 치는 것도 못해요. 상철이 형. 옆에 여친도 있는데 쫄보처럼 하시네요.”

    “쫄보라고?”

    녀석의 얼굴이 시뻘겋게 변한다.

    당근과 채찍이다.

    적당히 자존심 좀 세워줬다가 다시 밟으면서 함정으로 끌어들이는 거다.

    그리고 옆에 싼 티나는 여친이 있으니 더 도움이 된다.

    “상철 오빠. 한번 해봐. 잘되면 천억이라고 하잖아. 오빠네 집에 재산도 20억쯤 있다고 했잖아. 대박 못치고 중박만 쳐도 10배로 200억인데.... 글고 상철 오빠 엄마가 우리 오빠를 은근히 무시하는 것도 좀 보기 그래. 이번에 제대로 뭔가 좀 보여주면 더 이상 오빠를 무시하지 못할 거야.”

    “그, 그렇겠지.”

    상철이가 여친을 향해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예상대로 녀석이 건물주 아들이라는 신분이긴 해도 평소에 자기 엄마한테 무시당하고 있는 건 분명했다.

    얼마후 녀석이 뭔가 결심한 듯 말했다.

    “까짓거 해보지 뭐.”

    “와아~ 상철이 형 진짜로 화끈하네요. 나중에 대박 치면 저한테도 떡고물 좀 주세요.”

    “당연하지.”

    녀석이 내 어깨를 두드리며 좋아했다.

    그래. 너희 집 재산 싸그리 긁어다가 열심히 해봐라 짜식아.

    ***

    지난 2달 동안 나름대로 꽤 많은 준비를 했다.

    이제부터 승부를 볼 생각이다.

    그것을 위해 편의점 알바시간도 야간으로 옮겼고 낮에는 과천경마장에 가서 AI의 분석능력을 올리기 위한 데이터와 경험치를 축적하였다.

    “오늘도 역시 사람이 엄청나네.”

    과천경마역으로 가는 지하철 4호선은 발 디딜 틈도 없이 꽉 차 있었다.

    역에 도착하자 사람들이 우르르 내린다.

    그들 틈에 끼어서 나도 내렸다.

    이제는 경마장으로 가는 내 모습도 상당히 익숙하다.

    “재석이 형님. 오늘도 오셨네요.”

    “그러는 너도 이제는 매주 오는데, 너무 빠지는 거 아냐?”

    “저야 어차피 배팅금액도 얼마 안되고 그냥 재미 삼아 오는 거죠.”

    박재석을 향해 웃으며 대답했다.

    2달 동안의 기간 동안 내가 잃은 배팅금액은 기껏해야 30만 원 정도다.

    그에 반해 박재석은 한탕주의 때문인지 몰라도 매번 시합마다 상한가 10만 원씩 마권을 산다.

    토요일하고 일요일 이틀 동안 과천경마장에서 하루에 열리는 경마시합은 최소 12번 정도다.

    따라서 박재석은 매주 못해도 100만 원 정도를 배팅금액으로 잃고 있었다.

    완전히 매번 잃는 것은 아니다.

    어쩌다 운이 좋아서 한두 차례 2-3배 정도의 배팅금액을 따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실패하고 있었다.

    <데이터 프로세싱 100% 완료.>

    <경험치 프로세싱 100% 완료.>

    <현장 분석 들어갑니다.>

    눈앞에서 메시지가 빠르게 나왔다.

    드디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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