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조 재벌-4화 (4/300)

# 4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후욱- 후욱-

거친숨이 흘러나온다.

장거리로 조깅을 할 때에는 호흡이 뭣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달리는 페이스를 꾸준이 유지하는 것.

성급한 사람은 빨리달리고 끝내려고 속도를 높인다.

하지만 얼마가지도 못하고 금방 지쳐서 헥헥거린다.

그전날 술을 먹어도 그리고 몸이 피곤해도 아침 조깅을 최대한 빼먹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군대 있을 때는 매일 아침마다 강제로 구보를 시켜줬기에 하기싫어도 해야했지만.

동기들이나 고참들 중에는 아침에 일어나서 구보하는 걸 죽기보다 싫어하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추운 겨울에는 더 짜증내고.

그리고 윗통을벗는 알통구보까지 걸린다면 피부와 살이 제대로 언다는 느낌이 뭔지를 깨닫는다.

나 같은 경우도 처음 훈련소때 아침에 일어나 구보하는 게 진짜로 싫었다.

하지만 생각을 바꾸었다.

우리집은 가난한 형편과 살림이다.

아버지는 오래전에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지병이있는 몸을 이끌고 겨우 벌어 생활하시는 상황.

내가 군대갔을 때 이것이 가장 신경 쓰였다.

그리고 제대후에도.

떠라서 만약에 내가 몸이 안좋아서 아프게 된다면?

나혼자 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어머니부터 여동생인 지애까지 모두가 불행으로 빠진다.

그래서 난 아프면 안되었다.

단순한 감기정도나 설사는 몰라도 병이 생기면 않된다.

몸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건장한 육체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아침에 뛰는 건 좋은 방법이다.

군대에서는 구보로.

그리고 제대하고 나서는 아침마다 조깅으로.

“헥헥! 에고 힘들다.”

“그래도 좀 빠진거 같지 않아?”

“아닌데. 너 물한통 다 비워서 물배만 더 찬거 같은데.”

“그러는 너는 뭐 날씬하냐? 같은 씹돼지 주제에.”

전방에서 두명이 투닥거리고 있었다.

좀전에 자기들끼리 속도를 내면서 뛰어가더니 벌써 지쳐서 헐떡거리고 있었다.

아침 조깅때마다 보게 되는 두명인데.

저 두명이 조깅하는 목적은 뻔했다.

과체중으로 온몸에는 육수가 흘렀고 숨쉴때마다 그르릉- 거리는 소리까지 나온다.

그러길래 적당히 살좀 빼던가.

두명을 지나치며 달리는 속도를 계속 유지했다.

뒤에서 숙덕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저 젊은친구 진짜로 엄청난데. 벌써 몇바퀴째야?”

“혹시 육상 장거리 선수인가?”

두명의 말소리를 들으며 문득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보니 벌써 몇바퀴째 돌고 있는 거지?

평소보다 더 많이 뛰고 있다는 생각은 들었다.

다른데 정신이 팔려서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리고 오늘은 몸이 더 가뿐하다.

군시절에 아침구보도 적극적으로 했고. 제대후에 계속 조깅을 했기에 보통사람보다 잘 뛰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장거리 육상선수에 비한다면 턱없이 모자를 수준인데.

하지만 오늘 조깅에서 다른부분도 있었다.

예전에 비해 숨이 덜차고 지면을 내딛고 뛸때마다 느껴지는 기분도 가볍다.

설마 이것도 내 몸에 합체된 하이퍼 시스템이란 AI(인공지능)의 영향인가?

만약에 그렇다면 이거야말로 진짜 인생 대박이다.

***

“오빠. 오늘도 땀 줄줄. 오늘은 몇바퀴 뛰고 온 거야?”

“글쎄. 대충 40바퀴 정도쯤 되겠네.”

“진짜야? 40바퀴면 16km나 되잖아. 그리고 오빠 조깅하러 나간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돌아오고. 그사이에 40바퀴, 아니 16km를 다 뛰고 온 거야? 에이~ 거짓말이지?”

지애가 미심쩍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여동생의 표정을 대하자 나도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다.

조깅하러 나갔다가 1시간도 채 않되어서 돌아왔으니.

“하하 들켰네. 아무래도 내가 착각했나봐.”

“오빠가 달리기 잘하는 건 알지만 16km를 벌써 다뛰고 왔다는 건 믿기 힘드니까.”

“그나저나 지애 너도 가끔씩 운동도 하고 그래야지.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학교에서 체육활동 시간도 있으니까. 그걸로 충분해. 그리고 오빠하고 다르게 난 운동신경이 별로라서.... 헤헤~”

지애가 혀를 쏙 내밀며 미소지었다.

나라고 운동신경이 남달리 뛰어난건 아닌데.

하지만 중학교 3학년 때까지 야구하고 축구, 그리고 체육시간에 친구들과 뛰노는 걸 좋아했다.

그결과 성적은 중하위권을 맴돌았지만.

그러나 중학교 3학년 때 큰 변화가 있었다.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

그리고 기울어진 집안과 가난.

그때까지 멋모르고 뛰놀던 나에게 세상이 어떤곳이고 얼마나 냉혹한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한가하게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축구나 야구따위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였다.

그것은 우리집안, 아니 나에게 사치였다.

그래서 축구와 야구대신 신문배달을 해야했다.

돈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가 얼마나 큰것인지도 뼈져리게 느꼈다.

모멸감과 수모, 절망감을 통해 뼈속깊이 박히기 시작한 것이다.

그전까지 운동선수 같은 것도 좋겠다는 꿈이 있었지만 목표를 바꾸었다.

대학을 들어가야 한다.

그것도 돈을 벌수 있는 학과와 전공으로.

그래서 선택한 것이 경영학과다.

다만 아직까지 배운것은 많이 없었다.

그럴 것이 대학교 1학년 마치고 군대를 입대했고 이제 겨우 2학년에 복학했으니까.

그리고 경영학과라 해도 1학년 때에는 대부분이 교양수업이 많고 전공과목은 일부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한가지 명확한 것은 있었다.

경영학이란 과목.

즉 돈과 재화.

경제를 다루는 이 학문이 나에게 잘 맞는다는 것이었다.

“민아. 지애야. 아침 먹어라.”

주방에서 어머니의 음성이 들렸다.

오늘 아침은 특별하다.

어쩌면 오늘 하루가 나에게는 아주 특별한 시간이다.

간단하게 샤워를 한 뒤에 식탁에 앉았다.

“차린건 없지만. 그래도 많이 먹어둬.”

미안해 하시는 어머니.

하지만 가난한 살림에.

이정도의 재료로 이만큼의 요리를 만들어 내시는 능력을 지니신 분이다.

고기대신 대부분이 채소에다.

그것도 재래시장에 있는 다른 상인들에게 얻어오신 것으로 만든 아침식단이지만 항상 맛있게 요리하신다.

그리고 뭣보다 여동생인 지애.

지금 고등학교 2년생이고 저 나이때는 부모를 향해 밥투정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지애는 한번도 없었다.

이제는 어머니와함께 주방에서 같이 식사준비와 요리도 한다.

기특한 녀석.

“요즘 장사하시는 건 어때요?”

“늘상 그렇지 뭐. 요즘은 대형매장이다 뭐다해서 재래시장 경기도 많이 죽었고.”

대답하시며 한숨을 내쉰다.

어머니는 우리동네 재래시장에서 장사를 하신다.

그것도 노점상을.

대학교 졸업하고 대기업 취직해서 돈 벌면 어머니가 마음놓고 장사하실 점포를 마련해 드리는 게 나의 소망중 하나다.

대형매장들 때문에 재래시장 점포 주인들이 힘들다고 하지만 그것은 배부른 소리다.

그들보다 더 힘들고 비참한 것은 어머니처럼 점포조차 없이 노점상을 하시는 분들이다.

“걱정 마세요. 어머니! 조만간에 우리집에도 좋은일이 생길거에요.”

“그랬으면 오죽 좋겠니. 아무튼 말이라도 고맙네. 그리고 우리 아들이 군대를 제대하더니 벌써 이렇게 듬직해졌고 말이야.”

어머니가 흐믓한 미소를 지으셨다.

조금 전의 말은 결코 허풍이 아니다.

이미 나에게는 그럴 기회와 수단이 생겼다.

내 몸에 합체된 인공지능인 하시.

이걸 잘만 이용하면 얼마든지 엄청난 일을 해낼수가 있으니까 말이다.

“된장국 이거 지애 네가 끓인거야?”

“왜 오빠. 맛이 이상해?”

“그러니까 뭔가 짜고 시큼 털털하고....”

“진짜로?”

내말에 지애가 놀라면서 숟가락으로 조금 떠서 확인했다.

“내가 보기에는 괜찮은데. 엄마 진짜로 이상해?”

“지애, 너는 저번에도 당하더니, 이번에도 또 오빠한테 속는구나.”

“오빠. 너무해~”

지애가 발끈하더니 손을뻗어 꼬집었다.

크윽! 허벅지에 느껴지는 이 통렬한 아픔.

그나저나 운동신경이 잼병인 애가 꼬집는 솜씨 하나 만큼은 신의 경지다.

“너희 남매들이 이렇게 사이좋은 모습을 보니 저승에 있는 그이도 기뻐하실 거야.”

어머니의 목소리가 잦아들며 눈물이 촉촉하게 묻어났다.

그렇다. 나에게는 지켜야할 가족이 있다.

어머니, 그리고 여동생인 지애.

이 둘을 가난에서 탈출시키고 제대로 살 수 있도록 해줄 수 있다면.

내가 가진 것을 마음껏 최대한으로 이용할 결심이다.

***

서울의 지하철 시설은 참 편리하다.

지하철 티켓 한장이면 서울시내를 포함해서 외곽지역까지 어디든지 갈 수 있다.

거리에 따라 요금이 달라지기 때문에 가격차이는 있지만 서울에서 가장 편리한 교통수단인 것은 틀림없다.

괜히 서울시민들의 마당발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다.

나 같은 서민들에게 서울 지하철 타는 법은 꽤 익숙하다.

그러나 과거 얼굴에 개기름 줄줄 흐르는 특권층 정치인이 서울 지하철 관련해서 생쑈를 한 적이 있다.

선거철 되니 서민 코스프레 한다고 기자와 취재진들 잔뜩 모아놓았다.

그들을 향해 자신이 지하철 이용하는 보여주기 쇼하다가 지하철표를 어떻게 구입하는지 모르는 어벙한 짓을 해버렸으니 말이다.

지금도 그 장면은 두고두고 사람들에게 까이는 소재이고 사건이다.

서울 지하철은 크게 1호선부터 9호선까지 있다.

그중 4호선은 종점인 당고개부터 시작해서 오이도까지 왕복하는 노선이다.

내가 주로 이용하는 지하철은 1호선이지만 4호선도 꽤 많이 이용했다.

그리고 1호선과 4호선이 중간에 만나고 연결되는 환승역들도 있고.

어쨌든 4호선에는 당고개부터 시작해서 오이도까지 다양한 역명들이 있는데.

그중 특이한 역명을 하나 고른다면 경마공원역이 있다.

경마공원역.

그럴듯하게 포장된 이름이지만 간단하게 설명하면 그냥 과천경마장에 내리는 역이다.

그래도 ‘경마공원’이라고 붙여놓으니 나름 그럴듯하게 보이기는 하지.

남자라면 경마에 대해 한두 번쯤 들어본 경우는 있을 것이다.

TV 나 영화 같은데 보면 경주마들이 맹렬하게 질주하고.

관람석에 앉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일어나서 환호성을 지르는 장면들도 나오니까.

그리고 한차례의 경마레이스가 끝난 뒤에 누구는 돈 땄다고 좋아하고 누구는 돈 잃었다고 마권을 허공으로 던지면서 X팔, X팔 등의 18이란 숫자가 들어간 말을 연달아 내뱉는다.

어떤 경우에는 1,000배, 10,000배, 100,000배 등의 대박 배팅이 생기고 그 배팅을 거머쥔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거금을 챙기기도 한다.

TV 나 영화 등에서는 가끔씩 그런 장면을 봤지만 직접 경마장을 찾아간 사람들의 숫자는 전국민 대상으로 볼때에 얼마 되지 않는다.

경마하면 대부분 사람들이 카지노 같은 사행성 도박이라 생각하는 이미지도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경마는 한국정부가 전국민을 대상으로 허가한 합법적인 도박이다.

사설도박으로 친구들끼리 모여서 고스톱치고 판돈이 좀 커졌을 때 경찰한테 잡히면 도박죄로 체포된다.

하지만 경마장에서 배팅하고 마권을 사고 배당을 맞추는 것은 아무리 해도 경찰에 체포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한국정부가 인정한 게임이고 도박이니까.

TV 나 영화에서 경마장의 풍경을 본 적은 있었지만 나조차도 실제로 경마장을 가본 적은 없었다.

승마나 경마등의 경주마들이란 게 나 같은 서민들과는 괴리감이 있다.

대부분은 경마장에 갈 바에는 PC방에서 스타나 한판 더하거나 LOL, 오버워치 등의 게임이나 한판 더 하겠다고 하지.

누가 경마장까지 찾아갈까?

그 때문에 나도 지하철 4호선에 경마공원역이 있다는 걸 알지만 그 역에서 내려본 적은 한번도 없었다.

내 주위에 경마장을 가거나 경마 좋아하는 사람도 거의 없었고 말이지.

이처럼 나에게 전혀 생소했던 이 경마라는 분야에 도전하려는 중이다.

목적은?

돈을 벌기 위해서지.

그것도 자잘한 푼돈이 아니라 대박을 터뜨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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