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
대박치는 방법은...?
“코즈믹 AI라는 게 있었다니?”
[하이퍼 시스템의 모체가 되는 전우주적인 인공지능입니다.]
눈앞에서 메시지가 신속하게 나왔다.
그래서 코즈믹 AI(Cosmic Artificial Intelligence)라는 것인가?
이름은 거창하고 그럴듯하다.
전 우주적인 인공지능이라니.
인공지능이란 것에 대해 처음 들어본 것은 아니다.
가끔씩 신문이나 TV의 뉴스 등에도 나오니까.
알파스(Alphas)가 한국최고의 바둑기사인 이세진을 상대로 이기면서, 한국을 포함해서 전세계가 인공지능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슈가 되었으니 말이다.
여기에는 또 다른 후일담도 있었다.
한국의 바둑기사인 이세진이 알파스에 패배하자 바둑계에서 한국과 라이벌이 중국이 비아냥대며 떠들었다.
중국이 보유한 바둑기사들은 알파스라는 인공지능을 이길 수 있다고.
그리고 한국의 바둑수준이 낮아서 진 거라고.
말은 떠들썩하게 했지만 이후에 알파스와 중국 바둑기사간에 벌어진 시합은 중국 바둑계의 치욕이었다.
그래도 한국의 바둑기사인 이세진은 알파스를 상대로 3:2로 패배했고 마지막 5번째의 시합은 어느 쪽이 승리할지 모르는 팽팽한 대결이었다.
그에 반해 중국을 대표해서 나간 왕치린은 알파스라는 인공지능한테 내리 3판을 불계승으로 박살난 것이었다.
이처럼 인공지능의 잠재력이 엄청나다는 것이 입증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인공지능이라면 엄청난 크기의 슈퍼컴퓨터와 연결된 서버, 그리고 수많은 랜선이 연결된 네트워킹등의 장비들로 생각된다.
솔직히 내가 예상했던 인공지능도 그런 것이었고.
그런데 하이퍼 시스템이라니?
“인공지능이 인간의 몸에도 들어갈 수 있다는 거야?”
[먼저 저의 모체가 되는 코즈믹 AI가 당신의 몸속에 들어가면 그 순간 당신의 육체는 분자에서 원자, 원자에서 양자 및 소립자 단위로 분해되고 말 것입니다.]
“분해......”
뭔가 뜨끔하다.
말은 꽤 합리적으로 표현하지만 결론은 죽는다는 뜻이다. 그것도 온몸이 수많은 조각으로 분해돼서.
“하지만 그래도 난 살아남았는데.”
[코즈믹 AI에서 파생된, 정확히는 파편 중에 일부로 구성된 하이퍼 시스템은 개별적인 존재나 생물체의 내부로 이식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것도 수백만분의 1의 확률로 어쩌다 성공하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생물체가 사망에 이릅니다.]
“그 말은 즉, 북한산 정상에서 날벼락을 맞았을 때 본래는 죽었어야 했는데 아주 운 좋게 살아났다는 뜻이겠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렇습니다.]
말은 꽤 공손하게, 아니 메시지는 꽤 공손하게 대응하는 거 같지만.
어떤 온정이나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냉랭한 대답이다.
역시 이것이 인공지능의 한계일지도 모르지.
내 몸에 들어온 녀석.
정확히는 하이퍼 시스템의 메인AI와의 대화를 통해 지금까지 알아낸 정보들이다.
그런데 녀석이 내 몸속의 어디에 있는지는 궁금하다.
느낌상 뇌 속에 있다는 건 분명한데.
그럴 것이 내가 말을 하거나 또는 생각을 할 때마다 눈앞에 있는 메시지창에서 즉각적으로 반응이 오거나 또는 정보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뭔가 공상과학이나 SF 영화 같은 느낌이지만 엄청난 대박을 얻은 것은 분명하다.
인간의 몸속에 장착된 AI(인공지능)이라니?
이 얼마나 대단해.
가끔 SF 영화 같은 데서 보면 인공지능과 합체된 인간은 생각만으로 해킹도 하고. 또한 엄청난 괴력이나 초능력도 발휘하고.
그리고 미래도 예견해서 인류를 멸망에서 지켜내는 구세주도 되던데.
내 몸에 들어온 하이퍼 시스템도 그런 거 되겠지?
그럼 뭐부터 해볼까.
사실 우리집 가정 형편이 지지리도 돈 없고 가난하니까.
“하이퍼 시스템아. 아니 이름이 긴 거 같으니까 지금부터는 그냥 줄여서 ‘하시’라고 부를게.”
[오너 및 유저의 편의를 위해 충분히 가능합니다.]
“좋아. 그럼 너의 그 뛰어난 인공지능의 능력으로 다음 주 로또 복권번호가 뭔지를 알려줘.”
[로또가 뭡니까?]
“뭐야 로또 몰라?”
[정보가 부족합니다.]
어라? 이건 예상과 다른데.
주머니를 뒤져서 저번 달에 구입 했다가 완전히 ‘꽝’이 되어버린 로또를 꺼냈다.
이걸 여태까지 왜 갖고 있지?
돈 없고 가난한 서민들이 일확천금을 노리고 로또 사는 경우 많지.
나도 로또광은 아니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어쩌다 사기는 했다.
그래봐야 대부분 꼴등도 겨우 한두 번 걸릴 수준이지만.
로또 1등이면 인생역전인데.
이런 말이 괜히 나오는 것도 아니고.
[지금 당신의 손에 있는 종이조각이 로또인가요? 정보분석 들어갑니다.]
띠이이!
눈앞에서 엄청난 숫자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아- 현기증 날 지경이다.
잠시 후.
[분석 완료. 지금 당신, 즉 강민 유저의 손에 있는 종이는 확률에 근거한 도박의 일종이고 국가에 의해 통제되면서 전국민을 상대로 진행되고 발행되는 추첨식의 확률게임의 일종임. 당첨번호는 수천만, 수억분의 1의 확률로 랜덤식으로 결정되며 수많은 변수의 조합과 함께 진행됨. 그리고....]
“그러니까 다음 주 로또 1등 번호는 어떻게 되는데?”
[상황변수가 랜덤적용 되기 때문에 번호를 특정할 수 없음. 또한 현재의 질문에 대한 부분은 강민 유저의 제한범위를 넘어서는 것임.]
“그래서 결론은?”
[알 수 없습니다.]
너 진짜로 죽고 싶냐?
기대감이 한순간에 무너졌고 휘청거렸다.
“너 엄청나게 뛰어난 AI(인공지능)라고 했잖아. 그것도 코즈믹 AI인지 뭔지 하는 전우주적인 인공지능의 일부잖아. 그런데 다음 주 로또 1등 번호도 맞출 수가 없어?”
[현재 강민 유저의 하이퍼 시스템은 E-1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진화와 경험치, 그리고 정보의 인풋(Input)을 통해 단계를 발전시켜야 본격적인 역할이 가능합니다. 그렇다 해도 다음 주의 로또 번호를 특정하는 건 코즈믹 AI의 중앙센터 구역에서나 가능할 정도의 난제입니다.]
결론은 아무리 뛰어난 인공지능이라고 해도 1주일 뒤의 로또 번호를 예측하고 추출하는 건 무리라는 것인가?
처음에는 실망했지만 좀 다르게 생각하면, 내가 애초부터 황당한 질문을 던진 것이 사실이다.
잠시 냉정을 되찾았다.
다음 주 로또 1등 번호를 알아내는 건 불가능하지만 내 몸에 들어와 있는 하이퍼 시스템이란 인공지능은 엄청난 것이다.
“상태창을 불러올 수도 있네.”
잠시 후 눈앞에 정보와 메시지가 나왔다.
유저 : 강민
성별 : 남
나이 : 24 살 (지구 기준)
지력 : 11 / 평균 (지구인 기준)
근력 : 10 / 평균 (지구인 기준)
이것들 외에도 재산과 신체 내장기관의 상태를 포함해서 여러 가지 정보들이 주르륵 나열되었다.
저것을 보고 있으니 완전히 발가벗겨진 기분이다.
처음에는 기분이 나빴다.
그런데 이제는 나름 객관적인 관점에서 볼 수 있는 기회도 생겼다.
지력과 근력은 정말로 특별할 것 없는 수준.
그리고 재산과 재력은 평균도 못 미치는 하층민의 단계.
***
“냉정하고 침착해지자!”
찰싹-
양손으로 뺨을 때렸다.
정신이 번쩍 들면서 좀 맑아진다.
잠시 귀신에 홀린 듯한 기분이었지만.
이제는 머릿속이 깨끗해지며 명확해진다.
내 몸속에, 아니 머릿속에 하이퍼 시스템이란 인공지능이 합체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 현실을 인정한 뒤에 두 가지 큰 원칙을 세웠다.
첫 번째는 절대로 누구에게도, 아니 나의 가족에게도 내 몸에 있는 하이퍼 시스템이란 인공지능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는 것.
솔직히 이걸 입에서 내뱉는 순간.
나에게는 어떤 이점도 없다.
어머니와 가족, 친구들에게 정신이 이상하다는 오해를 받는 건 기본이고 정신병원에 갇힐 수도 있다.
재수 없는 경우에는 실험실에 갇혀서 나의 머리가 쪼개지는 상황이 생길수도 있고 말이다.
두번째도 중요하다.
인공지능이 내 몸에 합체된 것은 엄청난 대박이다.
행운이 될지 불행이 될지는 이후에 결정이 되겠지만 내 인생에 있어 중요한 순간인 것은 분명했다.
현재 하이퍼 시스템, 아니 인공지능인 하시는 기껏해야 초보단계이고 걸음마 수준이다.
그러나 유저인 내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엄청난 발전과 확장성을 가진다.
그리고 난 이 하이퍼 시스템이란 인공지능을 일단 나를 위해 이용할 생각이다.
그리고 나의 가족을 보살피기 위해서.
왜냐하면 나와 내 가족은 소중하니까.
지금 나와 내 가족은 허접한 다세대 주택에서 지내는 중이다.
가난때문에 나와 내 가족이 고통 받고 있고 이것이 현실이다.
부자가 되고싶다.
재벌이 되고싶다.
세계 최고의 갑부가 되고 싶은게 소망이다.
돈이 생기면 그 뒤에 다른것도 생긴다.
돈으로 행복을 살수없다고?
어쩌면 맞는 말일수도 있겠지.
그러나 가난하면 있던 행복마저도 날아간다.
그래서 난 돈을 벌 생각이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그리고 나에게는 수단이 생겼다.
무한한 잠재력과 발전 가능성을가진 인공지능이 있으니까.
“진짜로 돈 생기면 이 낡은 노트북부터 바꾸고 싶네. 그래픽카드 빵빵하고 초경량에다가 티타늄합금으로 된 외장까지 겸비한 것으로 말이지.”
실제 그런 노트북이 외국에 있다.
대신 가격은 보통 노트북을 씹어먹을 수준으로 비싸다.
낡은 노트북의 부팅속도를 기다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얼마후 부팅이 완료되자 인터넷에 연결했다.
지금 당장 내속에 있는 인공지능 하시를 이용해서 돈을 벌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하지만 인터넷은 정보의 바다.
그리고 어쩌면 여기서 뭔가를 찾을수도 있을 것이다.
타다닥! 인터넷 브라우저에 세이버(Saver)를 입력했다.
한국에서 가장 큰 종합포털 사이트이다.
한국인들 중 대다수가 이용하는 대형포탈이고 이제는 동남아시아와 인도에도 진출하고 있었다.
특히 라인스(Lines)라는 메신저 및 채팅 프로그램은 세이버가 터뜨린 대박중에 하나다.
그래서인지 요즘 한국의 대표 IT 대기업하면 거의 대부분이 세이버를 떠올린다. 포털사이트 답게 메뉴에는 다양한 섹션들이 있었다.
세이버에는 지식인이란 메뉴도 있다.
그곳에는 각종 호기심과 궁금한 것을 사람들이 질문내용으로 올리고 다른 사람들이 답을 해준다.
<지금 내머리에 인공지능이 있는데, 이걸로 돈 벌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솔직히 이런 질문을 지식인에 올려볼까도 생각했다가 그만두었다.
덜떨어진 저능아도 아니고.
그리고 저런 질문내용에 제대로 답해줄 사람도 없을 것이다.
아마 대부분의 답글이 <정신병원이나 가! 미친ㅆㄲ야!> 라고 달리겠지.
일단 대충 훑어본다는 개념으로 세이버 포탈사이트의 여러 가지 메뉴들을 클릭해 나갔다.
세이버에 접속하면 ‘뉴스’란에도 가끔씩 들리곤 했는데.
요즘은 인터넷 신문의 강세다.
특히 세이버같은 대형 포탈들이 뉴스와 기사를 제공하면서 종이신문사들이 힘들다고 투덜거린다.
딸깍! 딸깍! 마우스로 대충 기사들과 내용들을 클릭해 나가던 순간.
뭔가를 발견했다.
“어쩌면 가능할지도....”
나의 입가에 냉소가 어린다.
100% 확신할수는 없었다.
하지만 지레 겁먹고 포기하는 것보다는 죽이되든 밥이되든 일단 해보는 게 순서니까.
그리고 잘되면 한순간에 대박치는 것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