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조 재벌-1화 (1/300)

# 1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았습니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 맞는다.>

이라는 속담이 있다.

억세게 운이 나쁜 사람이 그런 경우를 당할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그런 일이 생길 줄이야.

“역시 산정상의 공기는 좋아.”

크게 심호흡을 몇 차례 한다.

등산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오늘은 산을 오르고 싶었다.

왜일까?

아무래도 지금 나의 상황이 최악이기 때문이다.

가난하게 살아온 집안.

고생하시는 어머니.

겨우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 중이지만 뭐하나 달라진 것도 없다.

언제나 돈이 없어서 쪼들리는 생활의 연속이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이따위 학교생활 집어치우고 돈 벌이에 나설까도 고민했다.

하지만 그런다고 크게 달라질까?

나 같은 흙수저가 아무리 발악한다고 해봐야... 크큭!

지금 하고 있는 아르바이트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눈앞이 캄캄한 상황.

신입생으로 입학할 때만 해도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동기생들 중에는 처음부터 공무원에 목숨 걸고 공시족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공무원의 생활.

나름 괜찮지.

괜히 철밥통이 아니거든.

하지만 공무원에 도전하려고 경영학과를 지원한 것은 아니다.

사실 돈을 벌고 싶었다.

그것도 아주 많이.

하지만 한국에서 돈을 버는 부류는 정해져 있다.

돈이 돈을 만들고 그것이 돌고 돈다.

나처럼 평범한 경영학도 학생은 기껏해야 회사에 들어가서 일벌레처럼 일하는 게 전부다.

그것도 운 좋게 명퇴당하지 않거나 정리해도 당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말이지.

이제는 졸업 후에 평범한 직장이 된다는 것도 그림의 떡처럼 멀어져 보인다.

이대로 흙수저 같은 인생이 계속되는 것뿐일까?

그것이 나의 운명이라고 생각하니 소름이 끼친다.

그래서 벗어나고 싶었다.

최소한 산의 정상에 오르면 뭔가 달라질 거 같았으니까.

조금은 그렇다.

북한산의 정상에 올라보니 모든 것이 나의 발아래 보인다.

서울의 중심가에 모여있는 수많은 빌딩들.

저 엄청난 고가의 빌딩들도 주인들이 있겠지?

건물주라고 부르는 특혜 받고 선택받은 존재들.

임대사업만으로도 평생 놀고먹을 돈을 만지고 돈에 걱정 없이 살 테니까.

그리고 서울의 중심가에 수십억, 수백억에 이르는 부동산과 재산을 갖고 있는 상류층의 사람들.

하지만 그들도 지금은 나의 발아래 있다.

북한산의 정상에서 내려보면 서울의 모든 것이 아래에 존재했다.

잠시나마 세상의 지배자, 또는 절대자라도 된듯한 기분이다.

기껏해야 정신승리에 불과하지만.

자괴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온다.

“야이 좃같은 세상아!”

한번도 입 밖에 내보지 못했던 욕설을 가득 퍼부었다.

특별한 대상은 없다.

속에서 끓어오르는 울분을 토하고 싶었다.

몇 차례 퍼붓고 나니 조금은 시원해진다.

그때 산 정상의 하늘이 어른거린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것처럼.

뭐지?

산 위에서의 기후와 날씨는 급변한다는 말이 있다.

불길함을 느끼고 하산을 준비할 때에 허공을 뚫고 뭔가가 번쩍인다.

콰르릉!

고막을 진동시키는 굉음에 휘청거렸다.

나를 향해 하늘의 중앙에서 보였던 섬광이 돌진해왔다.

파지지직!

살이 타는 냄새.

온몸이 경련을 일으키며 부들거린다.

내가 벼락을 맞다니!

그것도 이렇게 맑은 하늘에.

육체를 따라 수십만, 아니 수백만 볼트의 고전압이 흘러갔다.

“끄아악!”

처절한 비명이 입에서 흘러나왔다.

눈앞에서 수만 개의 섬광이 번쩍였고 온몸의 힘이 풀렸다.

이대로 죽는 것인가?

어쩌면 잘된 것일지도.

지금까지 뭔가를 향해 발버둥치며 해봤지만 모두 실패했다.

한가지 아쉬운 건, 아무도 없는 북한산의 정상에서 쓸쓸히 혼자서 죽어간다는 것이 좀 슬프지만.

***

“으으윽!”

서늘한 감촉이 양볼로 전달되었다.

내가 살아있다는 현실을 믿기 힘들었다.

그것도 아니면 여기는 사후세계?

파지짓!

손끝으로 푸른색의 전기가 흘러갔다. 그것은 곧바로 땅속으로 흡수되었지만, 기묘한 느낌이다.

벼락을 직격으로 얻어맞고도 살아났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나중 문제다.

눈앞이 뿌옇다.

얼마후 주변 광경이 서서히 눈에 들어왔다.

일단 사후세계는 아니다.

지금 있는 곳은 내가 벼락을 맞았던 그 장소.

바로 북한산의 정상이다.

‘그런데 눈이 왜 이렇게 아프지?’

몇 차례 깜빡거리고 비벼도 그대로였다.

그때 나를 경악시키는 상황이 벌어졌다.

띠이이- 머릿속으로 울리는 경보음.

그리고 글자가 나타났다.

[하이퍼 시스템 인스톨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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