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8. 달의 제단 (7) (78/81)


78. 달의 제단 (7)
2023.07.04.


(이 작품은 12세 이상 감상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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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아아악!”

찌르고 또 찔러도 더럽게 죽지 않던 늑대가 이젠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정예 뱀파이어는 소리를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그의 동료는 차라리 소리를 지른 놈이 부럽다고 생각했다.

진정한 공포를 느낀 이는 소리조차 지르지 못한다. 뱀파이어는 그들을 압도하는 크기로 커지고 있는 늑대들을 보며 벌벌 떨었다.

“괴, 괴, 괴물!”

이빨이 저절로 따다닥 부딪쳤다.

“좀 다른 별명을 붙여봐라. 지겹지도 않냐?”

카밀이 지겹게 들은 소리에 심드렁하게 되물었다. 그래봤자 늑대 아니냐고 코웃음을 치며 달려들기엔 뱀파이어들 역시 여태까지 늑대인간들을 상대했던 수년간의 전투경험이 있었다.

덕분에 본능적으로 알았다. 저 늑대들이 내뿜는 살기만으로도 그들은 이미 짓눌린 느낌을 받고 있었다. 함부로 덤볐다간 죽음뿐이다.

아주 넓은 신전이 거대한 늑대들로 꽉 채워졌다. 저 바깥에서 꾸역꾸역 밀려들던 뱀파이어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왔다가 깜짝 놀라 오히려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탕! 탕!

그중에는 벌벌 떨면서 총을 들어 사냥하듯 방아쇠를 당기는 이도 있었다.

루슬란은 일단 피했지만, 카밀은 꿈쩍도 않은 채 그냥 맞았다. 동시에 엔지와 타헬이 그를 본능적으로 쳐다보았다.

“음.”

카밀은 맞은 곳을 툭 쳤다.

“그냥 그렇네.”

“그걸 굳이 그렇게 확인해야 해?”

엔지가 질린 얼굴로 물었다.

“누군가는 확인해봐야 할 거 아냐.”

카밀은 덤덤히 말하면서 그에게 총을 쏜 뱀파이어를 앞발로 후려쳤다. 뱀파이어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날아갔다. 어마어마한 괴력이었다.

“몸이 아주 가뿐하다 못해 힘이 넘쳐나네.”

심지어 어마어마한 회복력은 여태까지 입었던 부상을 싹 낫게 하고 있었다.

나자크는 혀를 내두르다가 힐끗, 거대한 수호신의 동상을 내려다보았다.

뱀파이어의 왕국을 수호하는 늑대신이라.

너무 아이러니하고 낯설면서도, 이상하게 예전처럼 심한 거부감은 들지 않았다.

하도 뱀파이어 소년들과 함께 싸워서 그런 걸까?

나자크는 몸을 잠시 낮췄다가 휙 도약했다. 순식간에 뱀파이어들 위를 훌쩍 날아간 뒤, 입구 근처에 착지하며 그 근처에 있던 뱀파이어들을 발로 납작하게 깔아버렸다. 그러곤 들어오는 놈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나자크, 혼자 다 막지 마. 뒤에 우리가 있으니까, 적당히 막고 뒤로 보내!

나자크는 다시 익숙한 헬리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들리자 즐거워하기 시작했다.

오, 어떻게 된 거야? 다시 회복했어?

소년들을 지휘하며 상황을 빠르게 컨트롤하고, 세심한 부분을 놓치지 않는 헬리가 칸과 함께 손발이 척척 맞는지라 헬리가 의사를 전달하는 게 확실히 편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저 본능과 감에 의해서 협력하던 소년들이 훨씬 더 날카롭고 정확한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게다가 그들이 놓치는 사각지대도 범위가 훨씬 줄었다.

회복인지 뭔지 모르겠어. 일단 돌아왔으니 된 거지.

정확하게는, 어떻게 된 건지 뭐라 말로 설명할 수가 없었다.

내부에서 충만하게 차오르는 이 힘과 감각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피가 잔뜩 묻은 검이 더 이상 무겁지 않았다. 지쳐서 축축 늘어지던 몸도 가뿐했다.

다시 머릿속이 시끄러워져서 오히려 깜짝 놀랐다. 뱀파이어들이 느끼는 공포, 늑대인간들이 느끼는 해방감과 상쾌함, 그리고 본능적인 바르그에 대한 경외감과 자신감이 모래사장에 파도가 밀려들 듯 헬리를 휩쓸었다.

능력이 돌아온 건가?

아니, 수하는 그와 함께 지금 다르단을 상대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따로 의식을 치를 틈도 없었다. 능력을 나눠줄 때 보였던 눈부신 빛도 더 이상 없었다.

그는 가벼워진 몸을 날렵하게 놀리며 다르단을 매섭게 몰아붙였다.

돌아온 게 아니야.

응. 아니지.

수하는 그의 중얼거림에 대답했다. 그러면서 다르단의 허점을 노리려다가 오히려 당할 뻔했다.
헬리가 얼른 그녀를 가까이 끌어당겨 다칠 뻔한 걸 막았다.

조심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수하의 도움도 없이 저절로 차오르는 힘과 얼굴이 일그러진 다르단, 아무리 힘을 얻었다 해도 새카만 개미 떼처럼 밀려드는 최정예 뱀파이어들에 수하까지, 헬리는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랐다.

형, 나 몸이 이상해.

그리고 동생들도 있었다. 노아가 중얼거리는 말에 깜짝 놀란 헬리가 고개를 슬쩍 돌렸다. 노아가 지배하는 어둠이 스멀거리며 제단 위까지 올라와서 호시탐탐 다르단의 발목을 노리고 있었다.

왜, 어디 아파?

아니, 힘이 너무 넘쳐나서 이상해. 내 몸은 원래 이러지 않았는데……?

넌 꼭 그 말을 굳이 지금 해야겠니. 헬리는 이를 꽉 깨물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고 일단 집중하자, 우리……?

하지만 노아가 당황스러워하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그들이 가진 이능력은 예전보다 훨씬 더 범위가 확장되고, 훨씬 더 강해졌다. 노아는 다르단을 낚아채보려 하다가 그에게로 밀려드는 뱀파이어들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칫, 나도 저 위로 올라가야 하는데.”

지금 이런 놈들한테 잡힐 때가 아닌데.

“마한, 던져!”

노아의 곁에서 이안이 고함을 질렀다. 몸집이 어마어마해진 마한이 성가시게 총을 쏴대는 뱀파이어 둘을 냉큼 물어 이안에게 가볍게 휙 던졌다.

쾅!

이안은 날아오는 둘을 피하지도 않고 한꺼번에 주먹을 내질렀다. 어마어마한 소리와 함께 뱀파이어들은 그대로 동료들에게 날아가 너덧 명이 더 쓰러져버리고 말았다. 눈이 커진 이안은 새삼스럽게 내질렀던 주먹을 쳐다보았다.

“어, 이게 되네?”

“그런 걸 이런 데서 굳이 확인해보지 말라고, 제발, 좀……!”

자카가 신음하며 그의 곁을 휙 지나갔다. 혹시나 이안이 다칠까 봐 가까이 와 있었던 거다.

시온은 대뜸 저벅저벅 벽을 걸어 올라가서 천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저 위에서 다르단에게 접근할 생각인 거다. 달빛이 소년들을 환하게 감싸고 있었다.

“야, 이 정도면 해볼 만하……!”

신이 났던 이안의 중얼거림이 쾅, 하는 굉음에 뚝 끊겼다.

제단에서 다르단의 공격을 피해 수하와 헬리가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들이 바닥에 착지할 때쯤에는 어느새 자카가 그들을 돕고 있었다. 아마 바로 그쪽으로 튀어간 모양이다.

“부탁인데 형은 다 끝나기 전엔 말하지 마. 또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겁난다, 정말…….”

자카가 고개를 흔들며 이안에게 한마디 했다.

제단 위에서 대단히 분노한 다르단이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디디며 그들을 내려다보았다.

“내가 뭘. 수하 너 괜찮아?”

부루퉁해진 이안이 수하에게 손을 뻗치려는 뱀파이어의 팔을 뚝 부러뜨리며 다가와서 산뜻하게 물었다.

“다친 데 없어?”

“없다니까. 나 완전 멀쩡해.”

칸이 뱀파이어들을 정리하며 다가와 물었다.

“방금 공격은?”

“피했어!”

상황이 아주 낙관적인 건 아니지만 수하는 자신만만했다.

그녀는 아직까지도 뱀파이어들이 총을 쏘며 들이닥치는 입구를 더 이상 걱정하며 돌아보지 않았다. 저긴 소년들 중 누군가가 알아서 해결할 것이다.

그녀는 곧은 눈으로 오만하다 못해 미쳐가기 시작한 다르단을, 그의 손에서 일렁이는 시커멓고 끈적거리는 힘을 똑바로 쏘아보았다.

조금 힘들지도 모르겠어.

다르단은 절대로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10대가 달려들기엔, 그는 지금도 무시무시한 힘을 자랑하며 그들을 굽어보고 있었다.

그러니 절대로 섣불리 덤벼서는 안 된다. 만만히 봐서도 안 되고, 방심은 금물이다.

게다가 지금 그에겐,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인내하고 기다리면서 연구했던 실험의 이상적인 결과물이 눈앞에 있었다. 아니, 결과가 아니라 처음부터 바랐던 존재 그 자체였다.

수하가 있는데 다르단의 눈에 보이는 게 있겠는가. 미쳐버린 야심가는 다른 의미로 더 위험했다. 솔직히 수하는 그의 감정을 야심이 아닌 다른 것이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저건 사랑이 아니다. 사랑이라고 하기엔 구역질이 났다.

분명히 나를 노릴 거야. 내가 최종목표겠지만, 너희들이 방해된다면 너희들부터 죽이려고 할 거고.

다치게 하는 것도 아니고 숨통을 바로 끊으려 들 것이다.

수하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긴장감이 넘치는 힘을 감싼다. 오싹했지만 기분 좋은 느낌이었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눈을 빛내며 사납게 웃었다.

다들 일단, 더 이상 다치지 말자.

바닥에 떨어진 피는 이젠 멀쩡한 친구들에게서 흘러나온 피가 압도적으로 많았기에 수하는 그 점부터 분명히 했다.

고작 열다섯 명이 수백 명이나 되는 뱀파이어들과 어마어마하고 압도적인 힘을 가진 다르단까지 상대하면서 동료를 하나도 잃지 않겠다 다짐하는 건 욕심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절대로 잃고 싶지 않았다.

소년들은 이미 너무 많은 사람을 잃었다는 걸 똑똑히 알았기 때문이다.

다르단 말고 다른 뱀파이어들은 해결할 수 있지?

어. 그건 걱정하지 마. 무슨 일이 있어도 저놈들이라도 다 죽일 테니까.

루슬란이 이를 까드득 갈며 대답했다.

소년들은 이 와중에도 싸우는 걸 멈추지 않았다. 몸과 절박한 마음 안에서 차오른 힘은 그들이 잠시 수하와 헬리의 말에 집중할 수 있는 틈을 선사했을 뿐이다. 전투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수하는 그녀의 뒤를 치려는 뱀파이어를 알아채고 바로 돌아섰지만, 곧장 헬리가 놈의 목을 찔러버린 후였다.

이런 일이 계속됐다. 그녀가 알아차리고 반격하려고 하면 헬리가 그녀를 보호했다.

‘그러지 말라고 해야 하나?’

하지만 그 와중에 헬리를 공격하는 놈을 수하가 잡아냈으니, 결국 주고받는 셈이기도 했다.

아무래도 그는 아직까지도 기사로서의 정체성을 굳건하게 지키는 모양이다. 그게 헬리답기도 했다.

그럼 최우선 목표는 다르단이야.

당연하지!

수하가 중얼거리자 여기저기에서 소년들이 동의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늘로 끝내자, 얘들아.

끊임없이 쫓기며 언제 사냥당할지 몰라 두려움에 떠는 밤도, 막연한 미래에 꿈은 사치라 오늘 하루 살아남기 급급한 날도 오늘로 끝이다.

그리고 수하에겐 평범하고 싶어 몸부림치며 의기소침해하던 날들도 끝이었다.

잊어버린 지 오래다. 그녀 역시 쫓기며 살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남아 있던 마지막 의문마저 말끔히 해소되었으니, 그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 뭔지 알겠다.

각오를 단단히 한 수하의 옆얼굴을 본 헬리는 검을 한 번 길게 그어 묻었던 피를 흩뿌렸다.

노아, 나자크와 함께 뱀파이어들을 막아줘. 한 놈도 놓치지 마. 엔지도 부탁해. 네 폭탄이 아주 큰 도움이 됐어.

엔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나자크 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수하가 마침 불을 크게 일으키고 있던 지노를 따라 이쪽부터 지노 쪽으로 같은 불을 일으켰다.

“오.”

지노는 감탄하며 웃었다. 이런 식으로 손발이 맞다니, 즐겁기까지 했다.

칸과 나랑 수하는 다르단을 상대할게. 계속 이쪽을 주시하면서 틈이 생기는 대로 다들 합류해.

말을 끝낸 헬리는 또 다른 뱀파이어를 베어냈다. 이번만큼은 다들 섣불리 다르단이 있는 제단으로 접근하지 않고 철저하게 경계하며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

다르단은 천장을 맴돌고 있는 시온을 공격했다. 그건 시온에게 무척 고마운 일이었다. 그는 휙 몸을 날려 아예 다르단에게 바짝 접근했다. 당장 그를 돕기 위해 카밀과 칸이 제단 위로 뛰어올랐다.

“내가 계속 궁금한 게 있었는데.”

시온은 번뜩이는 눈을 다르단과 마주하며 빠르게 파고들었다.

휙, 날아드는 반격이 날카롭다. 묵직하고 힘이 있었다. 쉬운 상대는 결코 아니었다. 여태까지 상대했던 놈들보다 훨씬 강하다. 아니, 가장 강했다.

일단 다시 거리를 벌린 시온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씩 웃었다.

“넌 우리 능력이 얼마나 통할까?”

그러곤 곧장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신속하게 움직이던 다르단의 발을 제단 바닥에 붙여버렸다.

“붙잡았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미 칸과 카밀이 다르단에게로 달려들었다.

제단 위로 뛰어오른 수하가 시온의 앞을 가로막으며 다르단의 다리를 노렸고, 헬리는 다르단의 뒤를 쳤다.

쾅!

카밀은 손에 걸리는 것도 없이 시커먼 기운에 의해 밀려 다시 제단 아래로 착지했다.

시온은 수하의 앞을 팔로 막았고, 수하는 시온의 뒷덜미를 붙잡고 함께 물러났다. 그건 거의 동시에 일어난 일이었다.

다르단은 셋을 한꺼번에 떨쳐냈지만, 칸의 발톱에 얼굴이 살짝 스쳤고, 헬리의 검에 옷이 베였다.

‘진작에 이랬어야지! 공주를 뜯어 먹고살 게 아니라 진작 이랬어야지! 하지만 아직까지도 성가시고 귀찮은 정도밖에 되지 않는구나!’

여태까지 도망만 치며 비루한 목숨을 간신히 이어나갔던 어린 것들이었다.

그런 놈들이 그의 앞에서 단번에 숨이 끊어지지 않고 귀찮은 벌레처럼 그를 괴롭히다니! 너무나 지겨워서 짜증이 치밀었다.

“……네 자아가 지나치게 비대한 건 알고 있었는데.”

헬리는 몹시 역겹다는 표정으로 다르단을 쳐다보았다.

“솔직히 태조니 뭐니 하는 호칭도 네가 스스로 붙인 거잖아. 누가 널 최초의 뱀파이어라고 먼저 인정했지? 그건 네가 아니라 공주님이잖아.”

헬리가 생각을 전달하며 동시에 한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자카와 엔지는 경악스럽다는 표정으로 제단 쪽을 한 번 바라보았다.

“완전히 미쳤네…….”

징그러운 새끼. 자카는 욕을 해댔다.

“어떻게든 공주님과 결혼해서 왕이 되려고, 저……!”

이안이 이를 빠드득 갈았다. 타헬은 아주 진지하게 노아에게 물었다.

“저기, 저 사람 원래부터 저런 거야?”

“나도 모르겠어서 예전에 헬리 형한테 물어봤었는데, 원래 멀쩡하던 사람도 욕심이 너무 커지면 미치는 법이래.”

허어어업. 타헬은 입을 틀어막고 다르단을 다시 쳐다본 뒤 고개를 끄덕이곤 뱀파이어 하나의 턱을 아래에서 위로 날려버렸다.

“뭐, 보는 눈이 있다는 건 인정하겠지만, 공주님은 널 선택하지 않으셨지.”

다르단의 가장 아픈 곳을 푹 찌른 헬리는 웃었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언제나.”

그는 다르단을 긁어대는 데 아주 탁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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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HYBE
-공동기획: HYBE / NAVER WEBT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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