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 달의 제단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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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달의 제단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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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달의 제단 (6)
2023.06.27.
(이 작품은 12세 이상 감상을 권장합니다.)
동료, 아니, 이미 그 수준을 넘어서 친구가 되어버린 이들이 이능을 잃었다면, 늑대인간 소년들은 얼마든지 더 힘을 내서 싸워줄 수 있었다. 여기저기에서 난무하는 건 뱀파이어들의 비명이었다.
“으아아아아!”
칸의 은빛 털이 피에 질척하게 젖었다. 피를 본 뱀파이어들은 더 날뛰어대며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가 하나를 쳐내면 셋이 달려들어 그를 넘어뜨리고 물어뜯었다.
늑대인간 무리의 리더인 칸이 그러하니 다른 소년들이야 말해 뭐할까. 가장 약한 개체인 막내 타헬은 용감하게 싸웠으나, 그에게 날아드는 뱀파이어의 공격을 맞고 잠시 균형을 잃었다.
“정신 차려!”
도약한 이안이 그를 안고 함께 굴렀다. 굴러봤자 피한 곳에는 또 뱀파이어들의 날카로운 송곳니와 잔인한 손속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타헬은 쓱 일어나더니 뱀파이어들을 물어다 집어던졌다. 한 번에 다섯이 나가떨어진다.
“뭐야. 도와주지 않아도 괜찮았어.”
“알아. 그런데 아슬아슬하잖아.”
그렇게 말하는 이안의 이마도 찢어져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는 어떻게든 헬리와 함께 계단을 올라가려 노력하고 있었다.
타헬은 할 말을 잃고 이안에게 달려드는 뱀파이어를 근육이 가득한 앞발로 후려쳐냈다. 엄청난 속도로 후려친 앞발에 뱀파이어는 온몸이 찢어졌다.
“네 걱정이나 해. 피나잖아.”
“피는……, 이건…….”
이안은 말을 하다 말고 이마를 대충 쓱 닦았다. 피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울분이 치솟았다. 세상은 정의로워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왜 저 비겁하고 치졸하며 충성이라곤 전혀 모르는 살인자이자 배신자가 자꾸 살아남아서 이긴 걸까?
눈앞에 멸망해가던 왕국이 선명했다. 그게 그렇게 허망하게 무너질 나라가 아니었단 말이다. 아름답고 강한 나라였다. 억울하고 분했다.
물론 그랬으면 좋겠지. 하지만 늘 그런 건 아니란다, 이안. 그러니 우리라도 정의롭게 행동하려고 노력해야 해.
원장선생님은 그렇게 말씀하셨다.
하지만, 스승님. 도대체 우리만 정의롭고, 우리만 서로에게 의리를 지킨다 해서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이안은 체력이 고갈되었다는 걸 느꼈다. 리버필드 시에서부터 쭉 이어진 피로가, 아니, 훨씬 전에 이놈들과 벌였던 전쟁과 보육원으로 이어지는 도피 생활로 쌓인 오래 묵은 피로가 그들을 덮쳤다.
다르단은 너무나 강력했다. 뱀파이어들은 어찌어찌 꺾는다고 해도, 그에게는 패배할 거다. 그럴 기색이 짙었다.
여태까지 벌어졌던 원장선생님과 공주를 섬기던 이들의 희생은 아무 의미가 없는 걸까? 하나하나 소중한 생명이고, 가장 위대한 가치를 위해 목숨을 기꺼이 내놓은 이들인데 왜 우리는 계속 지기만 하는 걸까? 지고, 잃고, 죽어간다.
‘……희망이 뭐 언제는 있었다고.’
늘 더 끔찍한 지옥으로 떨어지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기만 했을 뿐이다. 과거를 모르고 헤매며, 희망 따위 바란 적도 없었다.
이안은 다음, 그다음 공격을 계속 막는 데 실패하고 얻어터지기만 했다.
“이안!”
누구지, 마한인가? 아니, 칸이구나. 그는 눈앞을 가득 채우는 늑대의 든든한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골이 흔들리고 눈앞의 시야가 점멸했다. 아, 그래. 뭐 어떤가. 결국 그들은 원래 자리에 돌아와서 기사로서 공주를 지키다가 죽는 거니까, 임무는 다한 거다. ‘행동하려고 노력’한 거다.
애초에 많은 걸 바라지 않았다. 결국, 결국 잃어버렸던 자신을 찾았으니까.
어, 진짜? 너 그걸로 끝이야?
한 번 더 맞았던 이안은 고개를 간신히 돌렸다. 늘 머릿속에 들리던 헬리의 목소리가 아니다. 이거 뭐지?
세상에, 이안, 그러기야? 그렇게 욕심이 없었단 말이야? 언젠 모두 악착같이 노력해서 살아남아야 한다고 하더니? 실망이야.
피가 줄줄 흘러내리는 그의 입가가 씩 올라갔다.
‘뭐야 쟤, 왜 웃고 있어?’
저놈이 미쳤나. 간신히 뱀파이어들을 떨쳐내고 두들겨 맞던 이안을 구해주러 온 칸은 저놈의 머리를 한 대 때려볼까, 하고 심각하게 고민했다. 칸에겐 이곳이 바로 복수의 현장이었다.
“저 늑대놈 목부터 따!”
하하. 칸은 자신을 가리키는 창백한 손들이 공포로 인해 파르르 떨리는 것을 보곤 싸늘하게 웃었다.
할 수 있으면 진작 했을 거다. 지금 이능을 잃은 뱀파이어 소년들이 피가 터지도록 악으로 버텨내는 이유는, 수하도 있었지만 늑대인간 소년들이 제 몫의 수백 배를 해내고 있기 때문이었다.
“괴, 괴물!”
늑대인간들의 위용에 오히려 저 뱀파이어들의 입에서 저딴 소리가 나오고 말았다.
늑대인간들에게 당한 상처는 아주 참혹할 수밖에 없었다. 뼈가 부서지고 살점이 터져나가며, 내장이 튀어나와 바닥을 굴렀다. 분노에 찬 소년들은 그들의 일족을 몰살한 뱀파이어들을 똑같이 없애고 있었다.
늑대인간이면 뱀파이어에게 죽는 게 당연한 세상이다. 그 어디에도 희망은 없었다. 이놈들의 본진까지 쳐들어온 것만 해도 칸은 어마어마한 업적을 세운 셈이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이미 너무 많이 죽었지.’
알고 있다. 살아남은 늑대인간들이 얼마 없었다. 이 정도 되는 뱀파이어 숫자는 오래도록 감당하지 못할 게 분명했다.
끝까지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시야가 자신의 피로 붉게 물들고 숨이 턱까지 닿아 폐가 찢어질 것 같은 고통까지 느껴지면 저도 모르게 의지가 약해진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언제 쟤들은 이능이 돌아오는 거지? 힘들었다.
힘들어? 그만하고 싶어?
나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다 똑같이 생각할걸.
무심결에 대꾸한 칸의 눈이 커졌다. 지금, 누가 뭐라고 말한 거지?
하긴 그래. 다들 지쳤네. 자, 그렇지만 다들 정신 차려봐!
머리 위로 얼음장 같은 물이 쏟아지는 느낌이었다.
소년들은 일제히 제단을 바라보았다. 모두 같은 목소리를 들은 게 틀림없었다.
그리고 자신만만한 목소리만큼 환한 빛이 제단 위에서 순식간에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악!”
정예 뱀파이어마저 비명을 지를 정도로 강력한 빛이었다. 지금 가장 필요하고, 소년들이 절실하게 바랐던 효과적인 공격이기도 했다.
“공주님, 이제는 그만 포기……!”
다르단은 이를 갈며 수하를 막으려 달려들었다.
그동안 그도 허송세월하며 논 게 아니다. 계속해서 늑대인간들의 피를 개량하고 또 개량하며 힘을 갖추고 더 강해졌다. 이깟 빛 정도야 이겨낼 수 있었다.
“감히 나에게 포기하라니.”
다르단의 손에 걸리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가 빠르게 돌아섰다. 하지만 등 뒤에서 들리던 목소리의 주인은 또 감쪽같이 사라졌다.
다르단의 얼굴에 힘줄이 시퍼렇게 불거졌다. 그는 특히 이런 상황을 견디지 못했다. 너무나 답답했다. 답답하고 원통했다. 왜 깨닫지 못한단 말인가. 공주에겐 아무런 득이 되지 않는 저 무능해 빠진 놈들이 뭐가 대수라고.
“늘 생각한 거지만 너는 항상 귀가 닫혀 있었지. 혼자 생각하고 단정해버리고.”
목소리. 목소리를 따라가야 한다. 그런데 목소리를 따라가야 한다니, 어쩌다 이렇게까지 된 거지? 육안으로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라니.
다르단의 호흡이 순식간에 거칠어졌다. 언제나 모든 걸 계산하면서 철저하게 우위만 점했던 남자는 자신의 계산이 다 들어맞지 않는 순간 당황했다.
“당황했네.”
수하는 어느새 움직이는 걸 멈추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한 번 내뿜었던 빛에 괴로워하는 뱀파이어들 때문에 그녀의 친구들에게 쉴 틈이 생겼다. 그들은 반짝반짝한 달빛에 흠뻑 젖은 채 쓰러졌던 몸을 다시 일으키고 있었다.
됐다. 저러면 된다.
그녀는 다시 몸을 돌려 다르단을 바라보았다.
곧고 분명한 눈동자가 잔악한 자를 완전히 꿰뚫어 보았다.
“위대한 사람이 되고 싶었지, 재상? 그러지 못해서 속이 상하고.”
다르단의 굳은 얼굴에 균열이 갔다. 그녀는 언제나 그를 비참하게 만들었다. 어째서 그가 그녀를 이토록 위하고 있다는 걸 모른단 말인가.
“공주님, 제발 내가 당신을 공격하지 않게 해주십시오.”
이를 갈아붙이며 그가 부탁인지 협박인지 모를 말을 내뱉었다.
“욕심이 너무나 컸어. 적당한 게 뭔지 알았다면 바르그의 피를 훔치거나 내 힘을 탐내지 않았겠지.”
하지만 수하는 그를 공격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쾅!
굉음이 신전을 뒤흔들었다. 다르단은 그녀의 공격을 피했으나, 옷이 상했다. 수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런데 신기하네. 나는 피를 마셨을 뿐인데도 이런 능력을 얻었는데.”
공격이 마구 퍼부어졌다. 수하는 절대로 멈출 생각이 없었다. 다르단이 정신이 없을 만큼 몰아붙여서, 소중한 친구들에게 틈을 벌어줘야 했다.
“당신은 피를 ‘몰래’ 훔쳐다 정성 들여 ‘수혈’까지 했는데, 나만큼은 아닌가 봐? 아, 그래서 내 능력을 탐내는 거구나.”
아아, 그렇구나. 아주 성의 없이 ‘이제 알았다’라는 표정을 지은 수하는 당장 그녀에게 쇄도하는 다르단의 공격을 슬쩍 흘렸다.
“나는 당신의 능력을 탐낸 게 아니야!”
잘생긴 얼굴이 일그러지며 목에 핏대를 세우면서 외쳤다. 그는 그녀를 어떻게든 잡기 위해 바짝 붙었다.
“당신 자체를 바란 거지!”
어쩌라고. 수하는 간격을 좁히고 있는 다르단을 무심히 바라보았다. 간신히 틈을 타서 억지로 계단 위로 올라온 헬리가 눈을 부릅떴다.
“수하야!”
수하는 가만히 서 있었다. 절대로 그의 등 뒤로 피하지 않을 거다.
그녀는 그대로 주먹을 꽉 쥐고, 빠르게 내질렀다.
“안 돼!”
헬리의 외침 위로 뻐억, 하고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요란한 소리가 났다.
다르단의 잘생긴 턱에 수하가 야무지게 쥔 주먹이 제대로 꽂혀 들어간 소리였다.
하지만 다르단이 어디 맞고서 바로 나가떨어지는 보통 뱀파이어던가. 그는 곧바로 다시 정신을 차린 뒤 수하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를 막은 건 수하가 아니라 헬리였다.
은색 검이 달빛을 받아 번뜩였다. 저 검만은 다르단도 그리 상대하고 싶지 않은 무기였다.
다르단이 잠시 주춤거리며 허점을 파악하는 사이, 수하의 앞을 가로막은 헬리가 물었다.
“어디 다친 데는 없어?”
“그 말은 내가 해야지…….”
수하는 피투성이가 된 헬리를 보며 할 말을 잃었다.
그때 다르단이 당장 그들을 찢어 죽일 기세로 달려들었다. 그는 아주 오래전부터 공주가 헬리와 가까운 것을 특히 싫어했다. 어마어마한 속도에 수하는 헬리를 잡아끌었다.
“나는 괜찮아.”
헬리는 그녀에게 끌려가면서도 꾸역꾸역 말했다.
“네 반응속도를 보면 하나도 안 괜찮아!”
“조금 힘들어서 그래. 이젠 괜찮아.”
수하는 그를 당겨 다시 한번 다르단의 공격을 피하게 했다.
아차, 이젠 생각을 전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지.
다르단이 이상해. 뱀파이어의 힘뿐만 아니라 다른 힘도 사용하는 것 같아.
피까지 훔쳤는데 뭐는 안 하겠어? 그동안 우리가 모르는 다른 힘도 키웠겠지.
헬리는 조용히 말하며 다르단을 막았다. 막으려다 큭, 하고 신음을 내뱉었다. 공격을 읽어내며 싸우는 것보다 본능에 의해 싸우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더 힘들었다.
뱀파이어들을 아래에서 상대하고 있던 소년들도 힘들긴 마찬가지였다. 순식간에 입은 부상, 심한 내상으로 모두가 서로에 의지해 겨우겨우 싸우고 있었다.
지금 제단 위에서 날아다니는 수하도 아주 능숙하게 다르단을 압도하지는 못했다.
아니, 다르단은 압도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수하에게 여러 번 거부당하기도 해서 분노하기도 했거니와, 실제로 교활하고 잔인하며 무엇보다 질투심인지 열등감인지 모를 것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무엇보다 그는 그만큼 집념이 강하고 고집이 세며, 원하는 뜻을 이루기 위해 별짓을 다 한 사람이었다.
쾅!
제단 위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났다. 그 와중에도 이 제단이 부서지지 않는 게 천만다행이었다.
아직까지도 푸른 달은 요요히 빛나며 그들을 싸늘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수하야, 괜찮아?
괜찮은 거야?
어디 다쳤어? 너 괜찮아?
간신히 틈을 벌린 소년들의 목소리가 수하의 머릿속에 쏟아져 들어왔다.
정신이 없었지만 그만큼 기쁘고 고마워서 또 왈칵 눈물이 나려고 했다.
이게 바로 그녀가 공주일 때부터 계속 받아왔던 꾸밈없는 애정이었다.
나는 괜찮아! 다친 데 하나도 없어!
언제나 ‘힘이 너무 센 게’ 문제였던 수하에겐 빠르게 익힌 전투경험이 있었다. 무엇보다 그녀에겐 아주 뛰어난 교본이자 선생들이 열네 명이나 있었다.
눈으로 보고 익혔고, 실제로 함께 싸우면서 친구들이 때때로 가르쳐주거나 충고해주는 걸 귀담아들었던 수하는 아주 날렵하게 움직이며 다르단을 상대로 싸웠다. 눈이 돌아간 그는 어떻게든 그녀를 움켜쥐려 했다. 하지만 수하도 못지않게 집요했다.
너 몸 좀 사려!
보다 못한 헬리가 한마디 할 정도였다.
하지만 안개로 바뀌었다가, 지노가 했듯 불길을 일으켰다가, 자카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수하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다.
몸 사렸다가 뭐하게!
초보들이 그러다가 실수한다고! 그리고 내가 그렇게 못 미더워?
내가 초보인 건 맞고 네가 못 미더운 건 아닌데!
읏챠. 수하는 가까스로 다르단의 새카만 기운을 피했다. 간발의 차이로 피한 거고, 살짝 스치기만 했어도 당장 구멍이 뻥 뚫려서 피가 쏟아졌을 거다. 이제 다르단은 아무런 상처도 없이 그녀를 제압하는 걸 포기한 셈이었다.
헬리는 아슬아슬하고 조마조마한데, 수하는 그런 걸 전혀 모르는 모양이다. 아니, 솔직히 새로운 능력들을 얻어서 신이 난 것도 같았다.
저러다 실수하는데.
어, 다 들려! 미안! 엿들으려던 건 아니었어!
집중해. 내가 뒤에서 칠 테니까.
아니, 넌 좀 쉬고 있어도 되는데.
헬리는 못 들은 척 검을 꽉 쥐고 그대로 다르단의 후방을 공격했다.
하지만 앞에 수하를 둔 다르단이라고 해서 그를 막지 못할 리가 없었다. 역시나 만만하지 않은 상대다.
“기사가 비겁하게 뒤를 치다니, 많이 절박하군.”
헬리는 다르단이 비꼬는 소리에 입귀를 사납게 비틀어 올렸다.
“나도 덕분에 많이 배웠어.”
쾅! 쾅!
검과 새카맣고 진득한 기운이 부딪치는 데도 폭발하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를 들으면서도 위로 올라가 도와줄 수가 없어서 소년들은 애가 탔다. 뱀파이어 소년들은 이능력이 다시 돌아오길 바랐고, 늑대인간 소년들은 조금 더 버틸 힘을 바랐다.
제발. 어떤 힘이 더 생겼으면. 제발.
“엥?”
수하는 싸우다가 말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집중하라니까!
헬리가 날카롭게 외치며 다르단이 수하를 공격하는 사이에 검날을 기어코 들이밀었다. 다르단이 짜증을 내며 뒤로 물러났다.
아니, 너희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미안해. 안 들으려고 했는데 너무 강하게 들려서 들어버렸어. 그러니까, 내 말은.
수하는 다시 한번 바닥을 박차고 몸을 날려 다르단에게 달려들었다.
이미 다 갖추고 있잖아! 이미 그 힘, 가지고 있다고!
뒤통수를 맞은 기분에 칸은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보았다.
푸른 달과 쏟아지는 빛, 그리고 제단 위에서 거대한 늑대 모습을 한 고대신 바르그의 모습이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랬다. 고대신은 늑대였다.
어디선가 늑대가 우는 소리가 아스라이 들렸다.
-원작: HYBE
-공동기획: HYBE / NAVER WEBT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