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5. 달의 제단 (4) (75/81)


75. 달의 제단 (4)
2023.06.13.


(이 작품은 12세 이상 감상을 권장합니다.)


 
수하는 끝도 없는 어둠 속으로 떨어지고, 또 떨어졌다. 아니, 끝도 없는 어둠은 조밀하게 들어찬 기억들이다.

피를 마시고 건강해진 공주는 늘 활달하게 왕국 곳곳을 돌아다녔다. 전부 후계자 수업의 일환이었지만, 그녀는 기사들과 함께 시민들을 만나는 걸 즐겼다.

“공주님!”

“공주님!”

그나마 다행일까. 공주는 그녀에게 꽃을 내밀고 손을 흔드는 시민들에게 밝게 웃으며 마주 손을 흔들어 답했다.

“공주님, 이쪽은…….”

때론 길게 늘어선 신하들과 하나하나 인사를 하기도 했다. 그녀는 웃으며 이미 알고 있는 이들에게 다시 한번 인사했다.

“오랜만이에요.”

“오랜만입니다, 공주님. 이렇게 건강해지신 모습을 보니 우리 늑대인간 일족들이 모두 기뻐하겠군요.”

아, 이렇게 웃는 사람은 늑대인간이었다.

“나라의 기둥이신 분께서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정말 감사하네요. 늑대인간 일족 모두에게 제가 아주 건강하다고 꼭 전해주세요.”

“우리 가문들은 전부 공주님을 굳건히 지지하고 있습니다. 흔들리지 마십시오.”

왕국의 중추를 담당하는 신하가 하기엔 아주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이대로 그녀가 즉위했을까? 수하는 그러길 애타게 바랐지만, 모두가 짐작하고 있듯 그럴 리가 없었다.

환하게 빛나던 기억들이 조금씩 어두워졌다. 왕국을 노리는 이가 있었기 때문에, 오래 유지되는 듯했던 평화는 언젠간 갑작스럽게 깨지기 마련이다.

“누군가가 바르그의 피를 훔쳤습니다.”

“신성모독입니다. 어떤 놈이 감히 신의 피에 손을 댄단 말입니까?”

공주는 이미 그녀를 늘 진득한 시선으로 보고 있는 어두운 얼굴을 떠올리고 있었다. 다르단이다.

하지만 여왕은 재상을 지나치게 신뢰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그 또한 상당히 이상한 일이다. 마치 다르단이 여왕의 눈을 일부러 가린 것 같았다.

“범인이 누구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아무튼 수하는, 아니, 수하의 의식은 계속해서 저 아래로 아득하게 떨어졌다. 빽빽하게 들어찬 기나긴 기억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녀는 피를 훔쳐 간 범인을 찾지 못해 고심하는 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범인은 오랫동안 오리무중이다가, 마침내 왕국을 향해 이빨을 드러내고 검날을 세웠다.

“반역입니다, 여왕 폐하!”

“재상이 반역을 일으켰습니다! 그에게 많은 수의 부하들이 따라붙었습니다!”

아아, 정해진 일들이 터져버렸다. 되돌릴 수 없다. 바르그의 피를 훔쳐 수혈한 다르단은 지금의 수하가 느끼기에도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수하는 그대로 가장 절박하고 무력한 순간으로 떨어졌다.

*

“공주님, 성을 방어하셔야 합니다!”

수하는 퍼뜩 고개를 들었다. 아니, 공주가 고개를 들었다. 기사인 헬리가 검을 쥔 채 그녀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 그의 눈가가 붉었다.

“출정하셨던 폐하께서 승하하셨습니다.”

공주는 눈을 질끈 감았다. 후계자를 남겨두고 반역을 일으킨 재상을 처단하러 간 어머니가, 어떻게…….

“……남은 이들은?”

입이 제멋대로 놀았다. 수하는 공주면서도 공주 안에 들어간 어떤 의식에 불과했다. 그녀는 공주가 되어, 공주가 말하고 생각하는 걸 전부 다 읽었다. 마치 꿈과 같았다. 좀 더 생생한 꿈. 사람의 체온과 기온, 촉감이 다 느껴져서 오히려 끔찍한 꿈이었다.

“죄송합니다.”

상징적인 존재인 여왕이 죽었고, 적은 말도 안 되게 강력하다. 바르그의 피를 마신 재상이 저와 비슷한 존재들을 많이 만들어낸 모양이다.

“……이미 늑대인간 일족들은 거의 폐하와 함께 사망했습니다. 거의 모든 이가 전사했다고 합니다. 피해 규모가…….”

안다. 상상도 못 할 정도로 남은 사람들이 ‘거의 다 죽었다’는 이야기지. 공주는 몹시 씁쓸해하며 검을 쥐었다. 차가운 금속 촉감이 손가락을 스쳤다.

이미 궁전은 방어태세에 들어갔다.

공주가 어마어마한 힘을 갖춘 건, 다르단이 품고 있던 시커먼 욕망에 불을 지르는 것밖에 되지 않았다. 그는 ‘더 강력한 힘’에 미쳐버린 사람이니까. 혹은 자신이 그 어떤 선택도 받지 못한다는 걸 견디지 못하는 존재니까.

“폐하께서 시간을 많이 벌어주셨습니다만, 공주님, 피하셔야 합니다.”

“피할 곳이 없을 거야.”

여왕은 모든 걸 다 걸어 일생일대의 전투를 치르다 전사했다.

다르단은 이제 멈추지 않을 거다. 그의 유일한 목표인 공주를 얻을 때까지, 완전히 모든 걸 다 가질 때까지.

“남은 이들을 모아. 나도 어머니의 뜻을 이어 나라를 목숨 걸고 지키겠어.”

공주는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문 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공주님, 이쪽으로!”

멀리서 마지가 소리를 지르며 손짓했다. 저 멀리, 성벽 바깥에서 몰려드는 다르단의 수하들이 새카맣게 보였다.

하지만 어느 쪽을 공격할 건지 훤히 읽혔다. 그들의 생각이 여기까지 다 들렸기 때문이다.

‘어?’

읽어냈다고? 생각이 들린다고? 그건 헬리의 능력이잖아? 수하는 멈칫거렸다.

*

신전으로 가는 길을 뚫던 헬리도 멈칫거렸다.

“어?”

“왜 그래?”

순식간에 일그러진 그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는지 이안이 물었다. 헬리는 다급히 그의 팔을 잡았다.

“너 속으로 아무 말이나 해봐.”

왜, 뭐, 왜 그러는데?

하지만 헬리는 여전히 혼란스러운 얼굴이었다.

“생각했어?”

“했어.”

그는 입술을 깨물더니 뒤를 돌아보았다.

동생들이 늑대인간 소년들과 합을 맞춰 훌륭하게 막아내고 있었다. 웬만하면 알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헬리가 공격과 방어를 주도해왔기에 말을 해야만 했다.

“나 지금 생각을 읽을 수가 없어. 전달도 안 돼.”

“뭐?”

“정신 차려. 다르단이 무슨 짓을 한 게 분명해. 여기서 무너지면 안 돼.”

최악이다. 전투를 할 때마저 상대방의 공격패턴을 다 꿰뚫어 보게 해주던 능력이 사라지다니.

헬리는 앞을 바라보았다. 신전이 저 멀리 보였다. 그는 어떻게 해서든 저 신전까지 가서 수하를 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능력이 사라졌다 해도, 순수한 전투경험과 실력이 있다.

헬리는 검을 고쳐 잡았다.

*

공주가 바르그의 피를 통해 얻은 수많은 이능력은 그녀를 지지하는 이들을 탈출시키는 데는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그냥 인간들뿐만 아니라 간신히 살아남은 늑대인간들도 역시 그녀를 지지하며 합류했다.

하지만 왕국 깊숙이 파고들어 수많은 사람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인 다르단의 세력은 상대하기엔 너무 강대하고, 또 강력했다.

“말이 안 돼. 어떻게 이렇게 된 거지?”

고군분투하던 마지가 엉망이 된 성벽을 보며 중얼거렸다. 수하는 저 멀리 보이는 다르단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마치……, 마치 공주님과 같은 능력 아닙니까.”

“저자는 바르그의 피를 훔쳐서 수혈했어. 그러니 감당하지 못할 힘을 얻었지. 그리고 자신의 피를 여러 사람에게 또 나눠줘서 부하로 만들었고.”

공주의 입에서 말이 거침없이 나왔다. 전투 중에 사로잡았던 다르단의 부하를 붙잡아 알아낸 사실이었다. 지금 저 멀리 보이는 다르단의 머릿속에서도 그런 기억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었다.

“훔쳤다고요?”

그게 말이나 되나. 그 귀한 보물을 훔칠 생각을 하다니. 마지는 탄식하고 말았다.

“전황이 우리에게 너무 불리해. 고맙게도 라이칸스로프들까지 합류해서 싸워주고 있지만…….”

적진에서는 지금도 계속해서 수혈이 이어지고 있었다. 다르단이 제 피를 부하들에게 수혈하고, 수혈받은 이가 또 다른 이에게 수혈하는 식이다. 그 피를 받은 사람들은 극심한 흡혈 욕구에 시달리며 이지를 상실했다.

피를 바라며 달려드는 저 괴물들을 보통 사람들이 감당할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급하게 공주 측에서도 공주의 피를 수혈해주기 시작했지만, 속도가 더뎠다. 더구나 공주 측과는 달리 다르단이 강력한 힘으로 만들어낸 공포는 수많은 이를 사로잡았다. 자연히 공주보단 다르단 측 숫자가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숫자적 열세에 잔인한 병기나 다름없는 병사들을 앞세웠으니, 공주의 눈에는 암울한 미래가 훤히 보였다.

“피하셔야 합니다, 공주님! 성문이 뚫렸습니다!”

기습은 지금도 쉴 새 없이 몰아치고 있었다.

공주를 지지하는 이들은 다르단의 목적이 왕관이라고 생각했지만, 공주는 그렇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저놈은 그녀가 가지고 있는 힘이 목적인 거다. 힘을 빼앗을 수 없다면 공주를 억지로 그와 엮어 소유하겠다는 기괴한 욕심이었다.

공주는 찢겨 죽어 나가고 있는 늑대인간들을 바라보며 그 위로 거센 불길을 일으켰다.

화르륵, 불길이 치솟다가 새하얗게 얼었다. 얼어버린 성벽이 무너져 내리면서 적들을 덮쳤다.

“어서, 이쪽으로!”

마지가 비명까지 지르며 그녀를 잡아끌었다.

공주는 사흘 동안 이어진 전투 끝에 성문을 내어주고 궁전으로 피신해야 했다.

이젠 꼼짝없이 고립된 셈이었다.

*

날아가던 불덩어리가 피식, 꺼졌다. 그걸 보자마자 자카와 함께 굳게 닫힌 신전 문을 부수려던 솔론이 몸을 돌렸다.

“자카, 문을 폭파해. 나는 형들을 도우러 갈게.”
“얼른 가!”

심상치 않다. 솔론은 저쪽에서 달려오는 소년들에게로 달려갔다.

“무슨 일이야, 왜 그래!”

지노가 공황에 빠진 눈으로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다 달려드는 뱀파이어의 공격을 피했다.

그들은 쫓기면서 신전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다행히 신전으로 가는 길목에 있던 뱀파이어들은 먼저 다르단을 추격하던 자카와 솔론이 어느 정도 정리했기 때문에 가는 게 수월했다. 하지만 지노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나, 나 능력을 쓸 수가 없어.”

온도를 조절하는 것도, 불을 휘두르는 것도, 아무것도 안 된다. 놀란 지노의 곁을 헬리가 스쳐 지나가며 일갈했다.

“나도 그러니까 일단 정신 차려. 다르단이 무슨 짓을 하는 거야.”

“그래, 일단 정신부터 차리고 그냥 싸워!”

엔지가 냅다 고함을 질렀다.

헬리에 이어 지노까지 능력이 사라졌다. 이건 우연이 아니었다.

지노는 이를 악물고 늑대인간 소년들과 함께 맨몸으로 싸우기 시작했다. 인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강력한 신체 능력과 우월한 회복력은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능력은 사라져버렸다. 마치 본디 그들의 것이 아닌 것처럼.

쾅! 쾅! 쾅!

지축이 뒤흔들리는 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놀란 뱀파이어들도, 소년들도 뒤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휙 다가온 자카가 이마를 쓱 문질렀다.

“역시 날려버리려면 꼼꼼하게 제대로 해야 해.”

매캐한 연기와 자욱한 흙먼지 사이로 문이 사라지다 못해 구멍이 뻥 뚫린 신전 입구가 드러났다. 입을 딱 벌린 이안은 뱀파이어의 얼굴을 후려치다 말고 말을 더듬었다.

“야, 너……, 너 스승님한테 저거 걸리면 죽어……!”

맙소사, 스승님, 또는 원장선생님. 우리 애가 드디어 신성한 바르그 신전 문까지 깨부쉈네요.

헬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고, 지노는 창백해진 얼굴로 눈을 깜빡였다.

와, 여왕 폐하께서 살아생전에 이 꼴을 보셨다면 뒷목을 잡고 넘어가셨겠지.

“뭐, 용서해주시지 않을까? 이게 다 사람 구하자고 하는 짓인데.”

어느새 이안의 곁으로 와서 다른 뱀파이어들을 날려버린 자카가 태연하게 말했다.

“일단 들어가!”

가장 빨리 정신을 차린 헬리가 트리샤를 붙잡은 시온과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지노가 급한 대로 마한이 던져주는 총을 받아 뒤를 마구 쏘아대며 앞으로 향했다. 소년들이 계단을 뛰어올라 신전 안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

“성 앞 들판이 피로 물들었습니다. 저자들은 멈추지 않을 겁니다.”

“늑대인간들이 생포되어 다르단에게 끌려간 뒤 피를 모조리 빼앗겨 죽는다고 합니다. 닥치는 대로 흡혈을 하는 중입니다.”

“더 오래 버틸 수는 없습니다.”

공주에게 들려오는 소식마다 암울한 것들이었다.

항복한다 해도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미 궁 앞까지 다르단의 부하들이 몰려들었다. 해를 두려워하고 어둠을 선호하는 이들은 오늘 밤에 모든 걸 끝내리라.

“공주님, 탈출로가 있습니다.”

마지는 일곱 명의 제자들을 돌아본 뒤 또 하나의 제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기사들과 함께 빠져나가시죠.”

“아니, 마지.”

멀리서 적들이 문을 뚫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너무 가깝다. 곧 들이닥칠 거다. 공주는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빠져나갈 수 없어. 죽을 때까지 추적당하겠지. 이게 끝이 아니야.”

그녀는 파리하게 웃었다.

“어떻게 하시려고…….”

“모두 따라와. 뒤를 부탁해. 끝까지 해줘야 할 일이 있어.”

마지는 공주를 따르는 몇 안 되는 이들을 모두 데려갔다. 일곱 기사들, 마지, 그리고 마지와 뜻을 함께하며 공주를 섬기는 이들은 모두 급히 공주의 피를 수혈받은 이들이었다.

그들이 어마어마한 회복력과 신체 능력을 가진 덕에 간신히 공격을 여태까지 막아내고 버틸 수 있었다. 공주가 피를 마시면서 가지게 된 다양한 이능력도 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일단 공주가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었다. 부족하고 얼마 안 되는 이들을 지키기엔 한계가 있었다.

공주는 궁 안에 있는 바르그의 신전으로, 그녀가 피를 마시고 다르단이 탐욕스러운 눈을 번뜩이던 곳으로 갔다.

차가운 달이 열려 있는 신전 천장을 통해 제단을 비추고 있었다.

푸릇한 빛이 굳은 결심을 한 공주의 앳된 얼굴을 비췄다. 시간이 없었다. 궁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결국 모든 게 다 뚫린 것이다.

“마지, 부탁할게.”

“얼마든지요, 공주님.”

“내가 가진 걸 다 나눠주고, 최대한 모두를 살리려면 이 방법밖에 없어. 하지만 대가가 따라. 그 대가로 나는 사라져야 해. 먼 미래에 어디에선가 다시 만나게 될 거야.”

“예?”

“지금은 설명 못 해. 그냥 내 말을 잘 듣고 믿어줘.”

사실 설명할 시간도 없었다. 수하는 마지와 마지 곁에 있던 부하들의 손을 꼭 잡았다.

“내 기사들을 잘 부탁해. 내가 사라지면 당장 다 챙겨서 여기서 빠져나가. 꼭 살아.”

“예, 공주님.”

마지는 더 캐묻지 않고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공주님이 그러시다면 그러신 거지. 그녀는 공주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였다.

공주님은 ‘가진 걸 나눠줄 것이고’ ‘후일을 기약’하실 거다. 남은 이들은 ‘기사들을 잘 챙기면’ 된다.

“너희들은 날 따라와 줘.”

기사들 역시 한마디 이의제기조차 하지 않고 공주를 따라 제단 위에 섰다.

“나에겐 분에 넘치는, 가장 훌륭한 기사들이었어.”

“그런 말씀 하지 마시죠, 공주님. 어차피 또 만날 거라면서 꼭 마지막 같지 않습니까.”

이안이 얼굴을 찡그리며 투덜거렸다.

“그냥, 말하고 싶었어.”

공주는 빙긋 웃었다. 그리고 곧바로 눈을 감았다.

그녀의 몸에서 눈부신 빛이 나오기 시작했다. 너무 눈이 부셔서 가까이 있던 기사들도, 제단 아래 선 마지도 눈을 가려야 할 정도였다. 빛은 점점 커져서 신전 전체를 감쌌다.

궁을 막 뚫었던 다르단은 신전 쪽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을 보자마자 발작하듯 소리쳤다.

“안 돼!”

그건 히스테릭한 비명에 가까운 외침이었다.

-원작: HYBE
-공동기획: HYBE / NAVER WEBT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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