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4. 달의 제단 (3) (74/81)


74. 달의 제단 (3)
2023.06.06.


(이 작품은 12세 이상 감상을 권장합니다.)


 
“이럴 수도 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대부분의 기억이 없군요. 이 정도로 없을 줄은 몰랐습니다.”

다르단은 혼자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를 마주한 수하는 지금이야말로 가장 커다란 용기가 필요한 때라고 느꼈다.

“이것도 좋긴 하지만 일단은 되찾도록 합시다. 추후에 정말 괴롭다면 다시 기억을 지우면 될 일이니.”

저 부드러운 말투는 그녀 앞에서만 튀어나오는 위장에 불과했다. 저 사람의 말투는 성격과 정반대다. 예의마저 그녀에게만 한정된 것임이 분명했다. 저 뒤에 끔찍하게 널려 있는 시신들을 보라. 수하는 본능적으로 다 알았다.

다르단은 간신히 구토를 멈춘 수하에게 물을 건네 입을 헹구게 하더니, 그녀를 그대로 번쩍 들어서 어디론가 다시 가기 시작했다.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너무 강한 힘인 데다가 수하가 수차례 시도한 공격은 죄다 무위로 돌아갔다.

“다칠 테니 관두는 게 어떻습니까.”

짜증 나게도 이번에는 다르단의 말이 맞았다. 어차피 안 된다면, 힘을 낭비하지 않고 일단은 아끼면서 기회를 엿보는 게 나았다.

그때 마침 문 앞에 다다른 다르단이 실험실 문을 활짝 열었다.

머리 위로 뭔가가 휙 넘어갔다. 수하는 재빨리 앞을 바라보았다.

‘자카……랑, 솔론!’

간신히 확인한 친구들은 아주 적대적인 얼굴로 다르단과 마주하고 있었지만 그는 아주 가볍게 두 뱀파이어 소년 사이를 휙 빠져나갔다. 그러면서도 자카와 솔론을 훑어보는 걸 잊지 않았다.

“저놈에게 속도를 나눠준 거군요. 완벽한 공주님은 참 아름다웠는데 말입니다.”

“뭐? 무슨…….”

“뭐, 지금도 아름다우니 상관없습니다만.”

다르단은 고개를 내저었다. 그는 다시 홀로 가는 게 아니라, 드넓은 복도에서 오른편으로 빠졌다. 뜻밖에도 거대한 기둥 사이에 숨은 샛길이 있었다.

너무 빠른 속도라 정신이 없었지만 수하는 이번에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모든 걸 다 보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계속 다르단의 말을 곱씹었다.

‘자카한테 속도를 나눠줬다고? 아니, 근데 저 제멋대로 정의하는 말투는 또 뭐야, 기분 나빠.’

눈으로 봐두고 생각이라도 해야 나중을 기약할 수 있다. 게다가 뒤에서는 다르단에게 아슬아슬하게 미치지 못하는 속도지만 자카가 쫓아오고 있었다.

“하지만 저들의 분수에는 넘는 힘입니다. 나눠준 힘은 제대로 사용되지도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게 꼭 자카를 두고 말하는 것 같아 수하가 미간을 찌푸렸다.

‘나눠준 힘’이라고? 꼭 다르단이 말하는 건 공주가 뱀파이어 소년들에게 힘을 나눠줬지만, 소년들이 완전하게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리처럼 들렸다.

다르단은 더욱더 속력을 높였다.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걸까?

“힘이란 좀 더 자격을 제대로 갖추고, 경험이 풍부하며, 제대로 다룰 줄 아는 사람이 가져야 합니다.”

마치 그러지 않아 분한 듯, 낮은 목소리에는 진득한 화가 스며 있었다. 하지만 그게 수하에게 향한 건 아니었다. 그게 더 이상하게 느껴졌다. 다르단은 잠시 말을 멈추고 성 안, 더 깊숙한 곳으로 가기 위해 바깥으로 나갔다.

아.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폐허 위에 꿈속 장면이 겹쳤다.

울창해야 할 나무들은 전부 사라졌고, 아름답던 조각상은 깨져서 그 위로 지저분한 잡목과 흙, 그리고 눈이 뒤덮였다.

하지만 수하는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여긴 신전으로, 공주가 피를 마시기 위해 걸어갔던 길이다.

헬리!

그녀는 속으로 악을 쓰며 이미 여러 번 불렀으나 응답이 없던 헬리를 또다시 불렀다.

“공주님은 언제나 이 말에 동의하지 않으셨지요. 하지만 보십시오. 그 결과가 어떻습니까?”

다르단은 대단히 단정한 어조로 미친 사람처럼 중얼거리며 그 길을 빠르게 가로질렀다.

내 말 들려? 나 지금 신전으로 끌려가고 있어! 재상이 무슨 짓을 할 거 같은데, 나는 자세히는 모르겠어!

어떻게든 전해야 했다. 다르단은 자카를 따돌린 지 오래인 것 같고, 어쩌면 이대로 아무것도 못 한 채 모두가 몰살당하는 최악의 상황도 쉽게 올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숨 막히는 공포 속에서 수하는 어떻게든 목소리를 쥐어 짜냈다.

“당신 누군데! 누군데 나한테 이러는 건데! 공주라니 무슨 소리야!”

일단 모르쇠 작전이었다. 그렇게라도 다르단을 자극하고 어떻게든 멈추게 해야 했다.

하지만 솔직히 이런 말이 그를 막을 수 있을 거라곤 기대도 하지 않았던 수하는, 오히려 그가 자리에 우뚝 서자 깜짝 놀라고 말았다.

“……나는 어떤 식으로든 공주님의 기억에 남길 바랐습니다만.”

아니, 지금 그가 멈춰 선 건 뒤따라오는 소년들이 그의 적수조차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르단에게서 자연스럽게 보이는 강자의 여유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늘 공주님은 나를 실로 비참하게 만드는군요.”

비참하다는 이의 눈에는 분노가 일렁였다. 수하는 척추를 타고 기어오르는 싸늘한 공포를 느꼈다.

“왜 나는 기억하지 못하면서, 저 하찮고 공주님의 발목만 늘 붙잡던 놈들은 착실하게 기억하는 겁니까?”

“내,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너는 지금 처음 봤는데!”

그녀는 발작적으로 소리 질렀다. 이 공포에 지기 싫었다. 절대로 그럴 수 없었다!

“알아보긴 하셨지요.”

“프린태니어 시에서 사진으로 봤다, 왜!”

수하는 바락바락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다르단은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안 돼!

“프린태니어? 아, 트레나 말입니까. 공주님에게 그녀가 함부로 하지는 않았습니까?”

어떡하지? 헬리에게서는 답이 없었다. 수하는 점점 더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그 누구든 다르단과 마주하고 있다면 이 정도의 공포를 느낄 거다. 시온에게 매료당했던 트리샤에게도 다르단에 대한 공포는 아주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어쩌면 내 생각도 읽어서 헬리와의 소통을 차단한 건지도 몰라. 그럼 난 여기서 완전히 혼자인 건가? 어떡하지? 이대로 신전으로 끌려가면 어떻게 되는 거야?

공포가 불러온 불길한 생각들이 공포를 더 키우기 시작했다. 수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어떻게 하긴. 이 악물고 정신 똑바로 차리고 버텨야지.

“공주님?”

표정 관리해, 수하야.

평소보다 훨씬 날이 선 헬리의 목소리가 그때 그녀의 머릿속을 치고 지나갔다. 눈이 번쩍 뜨였지만 수하는 필사적으로 표정 관리부터 했다.

헬리야? 내 말 들려?

어. 이제야 겨우 들리네. 어디 다쳤어?

아니! 괜찮아!

신전으로 끌려가고 있다고?

응, 우리가 꿈에서 본, 공주가 피 마신 그곳!

알았어. 우리는 홀에서 싸우는 중이야. 얼른 빠져나갈게. 다르단과 함께 있는 거지?

어!

네 목소리가 점점 멀어져서 잘 들리지 않아. 하지만 다치지 말고, 무리하지 말고 있어. 꼭 갈게.

꼭 온다고 했다. 수하는 고집스럽게 입을 꾹 다물고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지만은 않을 거다.

수하는 연신 주변을 둘러보며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했다.

다르단은 아주 빠르게 신전으로 들어갔다. 왕국의 신관들이 지키고, 늘 깨끗하게 관리하던 왕국의 수호신, 늑대 바르그의 신전은 이젠 을씨년스럽고 차가우며 어둡기만 했다.

“여긴……, 여긴 또 어디야!”

물론 수하는 잘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기겁하며 발버둥을 더 쳤다.

“이곳도 싫으십니까? 조금만 참아주세요. 그래도 본디 모습으로 돌아가는 게 편하실 겁니다.”

“거짓말이잖아!”

그녀는 소리를 질렀지만 다르단은 그저 한숨만 쉰 뒤 그녀를 떠메고 더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단단하고 날렵한 신체를 지닌 소년들보다 더 굵고 강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수하쯤이야 한 손으로도 휙휙 다루고, 그녀를 어깨에 걸치고도 전혀 힘든 기색이 없었다. 그는 아주 부드럽다 못해 마치 뱀처럼 매끄럽게 움직였다.

“해야 할 일이 아주 많습니다.”

이제 수하는 필요할 때를 제외하곤 ‘이거 놔!’라는 뻔한 소리조차 하지 않기로 했다. 그 또한 쓸데없이 힘을 빼는 일이다.

대신 덜덜 떨면서 주변을 쉴 새 없이 두리번대는, 영락없이 겁에 질린 소녀인 척은 아주 잘했다. 실제로 떨리기도 했다.

다르단은 무엄하게도 바르그를 모시는 신전 가운데, 공주가 피를 마시러 올라갔던 제단 위로 휙휙 올라갔다. 그러곤 그녀를 제단 한가운데에 가만히 앉혀 놨다.

수하는 재빠르게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그는 곧장 그녀를 붙들고 도로 앉혔다. 이겨낼 수 없는 힘이라 더 서럽고 화가 났다.

“공주님, 제발.”

네가 뭔데 그런 식으로 말하냐고 악을 쓰고 싶었다. 말투는 상냥하지만 결국 그는 그녀의 모든 의지와 자유를 전부 무시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공주가 널 쳐다보지도 않지! 그러니까 차이지! 제대로 공주의 의사를 물어보긴 했냐!’

수하는 터져 나오려는 말들을 꾹꾹 참아 아꼈다.

“내가 해드리겠습니다.”

이 또한 모순이다. 그는 공손한 말투를 쓰지만 스스로를 가리키는 말은 낮추지 않는다. 기사들이 ‘저’라고 말하던 것과는 반대되는 일이었다.

수하의 귀에 그런 게 죄다 거슬렸다. 어쩌면 그녀가 공주의 심정을 알았기에 그런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공주와 그녀가 가장 가까운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녀는 어떻게든 뒤로 물러나려고, 일어나려고 했다.

“가만히 계세요.”

하지만 다르단이 좀 더 빨랐다. 그의 턱이 움찔거리고, 입안에서 웅얼대는 무슨 말이 흘러나올 때마다 점점 두 손과 발이 새카만 안개인지 기운 같은 것에 묶였다.

그건 수하가 변하는 안개나 노아가 다루는 어둠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끈적거리고 기분 나쁜 기운이 다르단의 손에서 스멀스멀 나오더니, 수하에게로 가까이 왔다.

“읏……!”

닿는 것조차 싫었다. 본능적으로 저것이 얼굴을 감싸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하는 크게 심호흡을 하면서 어떻게든 힘을 써보려 노력했다. 힘으로 묶인 손을 풀어내는 건 불가능했다.

안 된다고? 좋아. 그러면 실패했다 해도 다시 해보는 수밖에. 그녀가 안개가 되는 순간 다르단이 손을 뻗어 그녀를 다시 잡았다.

“떠올리세요. 다시 내게로 돌아오십시오.”

수하는 다르단에게서 몸을 빼내려 잔뜩 힘을 주며 버텼다.

시커먼 기운이 점점 더 가까이 왔다. 그것의 목적지는 아마 그녀의 머리인 듯했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전혀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거 하나는 알겠네.”

이마에 진땀이 맺힌 수하는 다르단을 똑바로 쏘아보았다.

“공주는 한 번도 당신을 향한 적 없었어. 그렇지?”

다르단의 까만 동공이 흔들렸다. 수하의 머리를 끝내 시커멓고 끈적한 기운이 휘감았다.

그녀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

바르그의 신전이야!

이미 헬리의 능력으로 수하와 뱀파이어 소년들이 어떤 꿈을 꿨는지, 아주 자세하게 보았던 늑대인간 소년들은 그 말만 들어도 무슨 뜻인지 알았다.

“여기서 바르그 신전 방향은 어디지?”

당장 시온이 트리샤에게 방향을 캐묻기 시작했다.

홀 안은 아주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프린태니어 시에서 뱀파이어들을 상대할 때와는 달리 지형은 소년들의 편이 아니었다. 그들은 말 그대로 탁 트인 홀에서 출입구 두 개를 통해 자꾸만 쏟아져 들어오는 뱀파이어들과 싸워야 했다.

어차피 각오했던 일이다. 늑대인간 소년들은 총을 쏴대고, 뱀파이어 시신이 나오는 대로 되도록 같은 장소에 던졌다. 뒤에 숨어서 탄환을 피하기 위함이다.

수하가 그쪽에 있대?

칸이 한 번 더 확인했다.

방금 목소리를 들었어. 자카와 솔론이 계속 쫓는 중이고, 신전으로 가고 있다나 봐.

예상은 했지만…….

꼭 이렇게 되더라. 칸은 아예 늑대 모습으로 변했다. 거대한 은색 털을 빛내는 늑대가 순식간에 뱀파이어 셋을 앞발로 쳐냈다.

이 넓은 홀에서 가장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는 건 어둠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노아였다. 그사이에 이능력을 응용하는 실력이 더 늘어난 그는 칸의 거대한 그림자까지도 무기로 활용했다. 시야가 가려진 뱀파이어들이 칸의 그림자에 물어뜯기기 시작했다.

이곳은 오토널 시청과 마찬가지로 감히 늑대인간들이 발도 들이지 못하는 곳인지라 다르단의 실험실을 제외하곤 늑대인간들을 무력하게 하는 향초도 켜지 않았다. 덕분에 늑대인간 소년들은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다시피 했다.

“뒤로 빠져!”

칸이 외쳤다. 그들의 목적은 여기에서 상대가 전멸할 때까지, 혹은 그들이 전멸할 때까지 싸우는 게 아니다.

그사이, 지노가 뚫고 있던 방화벽에 쩌적, 금이 갔다.

“지노, 피해!”

나자크가 외치며 그 벽을 향해 뱀파이어 하나를 던져버렸다. 지노가 잽싸게 피하고, 방화벽에 부딪힌 뱀파이어는 신음하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금이 좀 더 깊어지고 커지더니 쩌저적, 갈라지기 시작했다. 이때다 싶었던 늑대인간 소년들이 너 나 할 거 없이 그쪽으로 뱀파이어들을 던졌다.

“야, 조심 좀……!”

기겁을 한 지노가 좀 더 물러났다.

루슬란과 카밀이 연달아 던져댄 뱀파이어들이 마침내 방화벽을 부쉈다. 수하가 끌려갔던 1시 방향이다.

“이쪽으로!”

엔지가 급히 마늘 폭탄을 비롯한 여러 폭탄을 던져댔다.

얘들아, 1시 방향!

헬리 형, 트리샤의 말에 따르면 1시 방향 실험실로 가는 도중에 신전으로 빠져나가는 샛길이 있대!

시온이 트리샤를 데리고 후퇴하며 말했다.

그럼 실험실이 아니라 그쪽 샛길로 빠져! 어차피 우리는 신전으로 가야 하니, 시온 네가 앞장서!

촤악, 하고 헬리의 검이 빛을 뿌렸다.

저 검을 기억하고 있는 옛 뱀파이어 잔당들은 검을 상대하는 것만은 피하고 싶은지 그의 앞으로 섣불리 다가오지 못하고 주춤거렸다.

그사이 날쌘 소년들이 전부 1시 방향 방화벽을 통해 바깥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엔지가 연속으로 마늘과 은침 폭탄을 뿌려대니 여기저기에서 짜증 섞인 비명이 들렸다. 치명적이진 않아도 저들의 발을 확실히 묶어놓을 용도는 된다.

“어느 쪽이야?”

“왼쪽!”

시온의 경쾌한 대답에 타헬이 직진을 하려다 말고 당장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저 끄트머리에 있는 방문이 활짝 열린 채, 안에서 매캐한 마늘 냄새와 함께 연기가 피어오르는 게 보였다. 다른 건 몰라도 자카가 저 안쪽 방을 확실하게 처리했다는 건 알겠다.

“막아!”

프린태니어나 오토널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경비다. 당장 그들의 앞을 막는 뱀파이어들이 뒤에서 날아드는 불덩어리를 맞았다.

“아오, 여기가 원래 이런 데가 아닌데…….”

지노는 주변을 둘러보며 이를 갈았다.

이곳은 아름다운 깃발이 늘어뜨려지고, 곳곳에 꽃과 나무가 자라며, 무엇보다 선한 사람들이 가득하던 궁전이었다. 늑대인간 소년들에게 자랑스럽게 소개할 만한 곳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휑하게 아무것도 없다 못해 생기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다르단이 장악한 성은 더 이상 예전 그 모습이 아니었다.

“아!”

달리던 시온이 바깥으로 통하는 문을 보고 탄성을 내뱉었다.

여기서부터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 잘 안다. 그는 그대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제발 늦지 않게 만날 수 있길, 속으로 수십 번 중얼거린 말을 다시 한번 중얼거리면서.

그때 이상하게 주변을 보호하던 노아의 그림자가 옅어지기 시작했다.



 
“……어?”

-원작: HYBE
-공동기획: HYBE / NAVER WEBTOON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