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9. 오토널 습격 (8) (69/81)


69. 오토널 습격 (8)
2023.05.02.


(이 작품은 12세 이상 감상을 권장합니다.)

그러고 보니 어째 이상하다?

수하는 오늘 유독 공격이 수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에겐 총을 쏘는 놈들도 없었고, 아까 날려버렸던 뱀파이어는 말을 붙이려고 했다. 뭐라고 말하면서 다가온 뱀파이어들이 한둘이 아니다.

물론 관심도 없어서 다 날려버렸지만 말이다.

‘……계속 특별한 능력을 가진 여자를 찾고 있다고 했지.’

그냥 저 초상화를 돌리고 이렇게 생긴 여자를 찾으라고 했다면 수하는 꼼짝없이 붙잡혀갔겠다.

공주의 초상화는 지금 수하와 아주 똑같았다. 똑같이 생길 거라고 생각을 못 했던 것이니 저렇게 모호한 조건으로 사람을 찾은 거겠지?

“너 왜 아군을 공격, 악!”

그사이 시온에게 매료된 뱀파이어 둘이 또 아군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수하는 일단은 친구들을 지키는 데 집중했다. 그녀에게 웬만하면 공격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해도, 여태 수하가 열심히 공격한 이상 이들도 방어는 할 거다.

“여자는 잡아!”

아. 이제야 귀에 들렸다. 관심이 없어서 다 무시하고 바쁘게 때려 부수느라 굉음과 총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던 소리들이 들렸다.

“잡으라고, 이 멍청이들아!”

어떻게든 수하 뒤에 파고들어서 그녀와 소년들을 분리시키려고 했던 게 바로 이 때문이었구나.

점점 뱀파이어들에게 다가가면 갈수록 더 깊이 그들이 꾸는 꿈과 연관되는 걸 벌써 몇 번째 겪는 것인가.

이젠 저 초상화와 마주했으니 아니라고 반박도 못 한다. 그럴 생각도 없었지만, 저 복도 끝에 존재하는 거대한 문 뒤에 뭐가 있을지 무척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너넨 생포도 모르냐! 멍청이들아!”

“신전 문 잠가!”

복도 전체가 뱀파이어들로 꽉 찼다. 뒤쪽에서 쏘던 총알이 이젠 수하의 곁을 지나 그녀를 생포하려 안간힘을 쓰는 뱀파이어들을 쏘아 맞혔다.

프린태니어 시에서는 상대적으로 아주 넓은 건물을 통째로 활용하며 싸웠고, 에스티발 시 물류창고도 이에 비하면 양반이었다.

향초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는 건 다행이었지만, 이렇게 좁디좁은 곳에서 꾸역꾸역 밀려드는 적을 상대하는 건 고역이었다.

“여자만 잡아! 나머지는 다 죽여!”

“……아.”

진짜 참으려고 했는데. 시온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떴다. 그가 눈을 뜨자마자 뱀파이어 셋이 매료되어 같은 편을 참살하기 시작했다.

“저 새끼들이 진짜 사람 짜증 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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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굴 노리는지가 너무 명백하다. 노아는 이미 눈치챈 지 오래라, 복도를 뒤덮고 있는 어둠을 권속으로 부리며 사납게 공격하고 있었고 솔론도 슬슬 입맛을 잃는 모양이었다.

수하만 모르면 될 일이었지만, 수하가 바보도 아니고 가장 앞에 있는데 저 말을 못 들을 리가 없었다.

그녀가 당황하다가 최선을 다해 스스로를 다잡으려 애쓰는 표정이 천장을 걸으며 아래를 헤아리고 있는 시온의 눈에 훤히 보였다.

헬리 형, 이놈들이 지금 수하를 알아봤어. 아까부터 계속 수하만 생포하려고 하고 있어.

그리고 시온은 이 말에 가장 싸늘하게 반응할 사람이 누구인지 아주 잘 알았다.

어떻게 알아본 거지?

당장 바쁘게 싸우느라 말도 거의 않던 헬리가 물었다.

여기 공주의 초상화가 있는데 그걸 보고 수하를 한 번 본 뱀파이어가 ‘어?’ 하고 반응했거든.

일단은 비슷하게 생겼으니 잡아놓고 확인해보자 이건가.

저번 프린태니어 시에서도 수하를 따로 빼돌리려던 뱀파이어들을 제대로 겪었던 헬리의 입귀가 사납게 비틀렸다.

비슷하게 생긴 정도가 아니야. 아주 똑같아. 이것만 세밀하게 그려져 있고, 나머지는…….

시온은 얼굴 묘사보다는 상황을 묘사하는 데 치중한 다른 그림들을 보며 말을 잠시 흐렸다.

나머지는 그냥 기록에 가까워.

분명히 재상 작품이야.

헬리는 이를 빠드득 갈았다.

내가 내려갈 테니까 수하가 따로 떨어지지 않게 신경 써줘.

아, 우릴 뭘로 보고. 이미 다들 수하한테 바짝 붙어 있습니다아.

시온은 길게 말을 늘이며 수하에게로 다가가는 놈의 뒷덜미를 잡아챘다.

수하가 앞을 무조건 뚫어야 하고, 그 역할에는 자신이 최적이라는 사명감에 불타 뱀파이어들의 반응을 놓친 사이, 더 전투경험이 많았던 소년들은 다 봤다.

그리고 지나치게 자세해서 수하와 똑같은 공주의 초상화도 보았다. 그리고 그 초상화를 그린 자의 소름 끼치는 욕망까지도, 전부 다.

너무 재수 없고 역겨워서 이 정도로 파괴 욕구가 든 것도 처음이었다. 시온은 끔찍한 느낌에 몸서리치며 적들을 하나하나 성심성의껏 해치웠다.

“여자부터 잡으라고!”

“여자는 왜?”

“생긴 거 봐!”

이 뱀파이어들은 아무래도 프린태니어 시에서 맞닥뜨렸던 뱀파이어들과는 다르게, 이곳에서만 아주 오래도록 머물렀던 뱀파이어들인 모양이다.

그들은 강하기도 했거니와 위층에서 정장을 입고 경호원인 척하던 이들과는 달리, 긴 의복을 입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카로운 공격을 펼친다는 건 영 어울리지 않았지만. 아주 오래된 뱀파이어들이 분명했다. 그래서 더 강력했다.

“아니, 도대체 왜 점점 세지는 거야!”

프린태니어 시에서 겪었던 정예 뱀파이어 부대 정도면 충분하지 않아? 노아는 솔직히 억울할 지경이었다. 솔론은 그저 성격답게 묵묵히 뱀파이어들을 쓸어버릴 뿐이다.

적들은 제각기 다른 이능력을 발휘했는데, 이게 상당히 귀찮을 지경이었다.

“너희끼리 싸우라고!”

시온도 노아만큼 짜증이 난 게 분명했는지 신경질적으로 외치며 더 강력한 이능력을 사용했다. 아무리 저들이 이능력을 사용할 줄은 안다 하나, 소년들의 이능력에 비할 바가 못 됐다. 당장 문 안에서 나온 뱀파이어 하나가 눈이 홱 돌아가더니 같은 편을 또 공격했다.

“저놈 잡아!”

시온에게 공격이 퍼부어졌다. 슬쩍 피한 시온의 곁을 자카가 경악하며 지나갔다.

“하나? 꼴랑 하나?”

“네가 해 봐, 한번. 얘네 위에 있던 놈들이랑 차원이 다르다고.”

하나만 매료시킨 것도 어딘데. 한꺼번에 셋까지 가능해서 한 다섯쯤으로 늘려볼 참이었는데 저 안에서 쏟아져 나온 뱀파이어들은 영 쉽지가 않았다. 하지만 괜찮다. 다 겪어봤다.

‘……언제?’

언제 저런 뱀파이어들을 또 겪어본 건데? 언제 수하를 둘러싸면서 지켜봤던 건데?

시온은 멈칫거렸다. 하지만 몸은 알아서 움직인다. 보호하면서 공격하는 이 까다롭고 어려운 짓이 너무나 익숙했다.

‘기억이구나.’

몸이 기억하고 있는 거구나. 예전에도 이렇게 처절하게 싸웠던 적이 있었다. 분명히 그랬다. 기억도 나지 않고, 적이 누구였는지, 언제 그랬는지 알지 못하지만 분명히 그들은 수하를 지키며 목숨을 내놓으려 했던 적이 있었다.

시온은 공주가 신성한 피를 마시는 사이, 기사들이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그림 앞에서 그렇구나, 하고 납득했다.

“저것들이 왜 수하한테 저러는 거야?”

노아의 옆에서 사납게 으르렁대는 소리가 들렸다. 솔론인 줄 알았는데, 옆을 보니 타헬이다.

“언제 왔어?”

“방금 전!”

타헬은 대답만 한 뒤 앞으로 쏘아져서 나갔다. 저러면 힘든데. 노아는 혀를 차며 어둠을 일으켜 그를 도왔다. 타헬이 한 공격을 그가 마무리 지었다.

“저 이상한 옷을 입은 놈들은 뭐야?”

“더 센 놈.”

“왜 수하는 생포하라고 하는 건데?”

“수하를 생포하라고?”

뒤에서 엔지의 어이없는 목소리도 들렸다. 다행이다. 저 계단 위쪽에 있던 동료들이 하나둘씩 내려오고 있다는 건 좋은 신호였다. 혹은 밀려서 내려왔다면 나쁜 신호든가.

탕! 탕!

뒤에서 날아온 총알이 긴 옷을 펄럭이며 달려오는 뱀파이어들에게 명중했다. 하지만 두개골이 반쯤 날아가고서도 뱀파이어들은 몸을 삐그덕대며 일으켰다.

“으아아아아…….”

타헬이 질색하며 그들을 더 일어나지 못하게 했다. 바꿔 말하자면 머리를 완전히 파괴했다는 뜻이다.

“좀비도 아니고 이게 뭐야!”

너무 끔찍하게 징그러웠다!

“더 세다 그랬잖아.”

노아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타다닥, 계단을 내려오는 발소리들이 많이 들린다. 그리고 그들 앞에 있는 적들을 향해 퍼부어지는 총알도 상당히 많아졌다.

솔직히 늑대인간 소년들은 총을 쏘면서 어떤 쾌감까지 느꼈다. 늘 뱀파이어들이 하찮게 여기는 늑대인간들을 사냥하기 위해 개조된 총에 저들이 당하고 있었다. 그거야말로 제대로 되갚아주는 방법이었다.

똑같은 방식으로 똑같이 사냥해준다. 자비 또한 마찬가지로, 없었다.

하지만 이젠 총도 그저 임시방편에 불과한 놈들이 나타났다.

“여자를! 여자를 생포해!”

“저 새끼들이?”

저놈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똑똑히 알아들은 카밀의 눈썹이 사납게 꿈틀거렸다.

이미 헬리는 검을 쥐고 앞으로 쏘아져 나가다시피 하고 있었다. 아, 그래. 원래부터 드셀리스 주장이 수하 일에는 눈이 뒤집혔지.

‘쟤네 언제 사귀냐?’

시답잖은 생각을 하면서도 카밀은 지원 사격을 잊지 않았다.

“야, 이거 영 시원치 않은데?”

하지만 역시나, 총은 위층에서 봤던 효과만큼의 성능을 내지 못했다.

“아직까지도 쏘고 있었냐?”

총을 화기가 아니라 둔기로 사용하고 있던 이안은 너덜너덜해진 소총을 휙 집어 던졌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끝까지 뱀파이어의 머리에 직격한 소총은 이제 고쳐 쓰지도 못할 몰골이었다.

“저 비겁한 놈들이 왜 여자애를 잡으려고 해? 제일 약해 보여서 저래?”

“저런, 그러다가 죽지.”

이안은 이유를 알고 있으면서도 신경질적으로 웃으면서 대충 대답했다.

이미 뱀파이어 소년들은 눈이 뒤집힌 지 오래였다. 몸에 각인된 기억이 그들을 움직이게 했다. 어떻게 사람을, 단 한 존재를 보호하는지 방법을 이미 알았다.

이건 각자 살아남고 서로 도와야 하는 게 아니다. 뼈가 으스러지고 살이 터져나가도 딱 한 사람만은 온전히 살아남아야 했다. 그래, 그거였다.

“아, 아아악!”

보통 단숨에 숨을 끊는 방법을 선호하는 소년 중에서 저렇게 비명이 울려 퍼지게 하는 사람은 딱 하나였다.

헬리의 검이 이 어두운 곳에서도 빛을 흩뿌리며 춤을 추었다.

“너는……! 너는……!”

가슴을 베여 고통스러워하는 어느 뱀파이어가 눈을 부릅뜨고 헬리를 가리켰다. 그는 단숨에 수하의 앞을 막아섰다.

“어, 왔어?”

덤덤하게 그에게 인사를 한 수하는 그의 곁으로 빠져나가 공격을 하려고 했다.

“아니, 넌 뒤에 있어.”

“……내가 언제 그 말 들었어?”

안 들었지. 한 번도 안 들었지. 몸을 낮추더니 옆구리 쪽으로 쏙 빠져나가는 수하 때문에 헬리는 환장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시온은 킥킥 웃으며 수하를 도왔다.

씨알도 먹히지 않을 소리를 왜 자꾸 해? 형은 잔소리하는 면에서는 참 비효율적이야.

말이 안 먹혀도 하기는 해야지. 백 번을 하면 그중 한 번은 들을 거 아냐!

쾅!

문 안에서 쏟아져 나왔던 뱀파이어들이 다시 닫혀버린 문에 날아가 부딪쳤다. 뒤쪽에서 쫓아왔던 위층 뱀파이어들을 다 쓸어버린 소년들은 이제 안쪽에 있는 뱀파이어들을 마무리하는 데 주력했다.

훨씬 강력하지만 저 안에 있는 공간이 그리 크지는 않은 모양이다. 머릿수가 헤아릴 수 있을 정도라면 해볼 만했다.

“내가 진짜, 여기까지 와서 별일을 다 겪네!”

나자크는 냅다 뱀파이어를 밀쳐냈다.

저들도 저마다 독특한 이능력이 있었다. 한순간 눈앞에 빛이 팍 터져서 잠시 앞을 보지 못하게 한 뒤 달려드는 등 상당히 짜증스러운 능력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혼자가 아니다. 나자크가 눈을 꽉 감고 끙끙대는 사이 칸이 그놈을 걷어차고 목을 꺾어버렸다. 목을 돌리는 데도 상당한 힘이 든다. 뼈가 마치 강철 같다.

‘점점 더 센 뱀파이어들이 나오는군. 앞으로 또 어떤 놈들이 나올지 기대가 되는데?’

동족들을 구하는 길이 결코 쉬울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칸은 주변을 샅샅이 파악하며 하나하나 차근차근 제거해나갔다.

프린태니어 시에서의 경험이 있어서 그런가, 이번에는 끝이란 게 보였다. 저쪽의 머릿수가 훤히 보였기 때문이다.

이길 수 있다. 뒤에서 뱀파이어들을 다 처리하고 왔으니, 이길 수 있었다. 그걸 다른 소년들도 다 알았기 때문에 속도는 점점 빨라져 갔다.

쾅!

요란한 소리가 몇 번 들리고, 사납게 일렁이던 어둠이 잦아들었으며, 헬리의 검이 푹 꽂혔다가 다시 빠져나왔다.

수하는 숨을 골랐다. 확실히 소년들에 비해 그녀의 체력이 조금 모자란 감이 있었다. 더 열심히 운동해야지. 굳게 닫힌 문 앞을 막는 뱀파이어는 이제 더 이상 없었다.

“……어쨌든 해냈네.”

뒤에서 쫓아오는 놈들도 없다. 일단은 조용했다.

수하는 고개를 들고 육중한 문을 바라보았다. 닫혔는데, 저걸 어떻게 열까?

두 개의 문이 꽉 맞물려서 빈틈없이 닫혔다. 아무래도 열려면 문을 부숴야 할 것 같은데.

“저거 어떻게 열지?”

“잠깐 좀 있어 봐.”

수하의 질문에 칸이 대답했다. 그는 기둥 사이에 걸린 그림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열기 전에, 이게 도대체 다 뭐야?”

그건 시비를 거는 게 아니라, 정말 궁금하다는 질문이었다. 칸은 공주의 초상화를 보며 미간을 한 번 찌푸린 뒤 그 주변에 벽을 따라 주르륵 걸린 그림들을 가리켰다.

“너희한테도 뭔가 있다고는 생각했는데, 이젠 좀 말을 해줄 때가 된 거 같다.”

그는 특히 피를 마시는 공주 주변에 서 있는 기사 일곱 명이 그려진 그림을 가리켰다.

얼굴은 자세히 묘사가 안 되었고, 그저 상징적인 그림에 가까운 것 같았지만 칸의 눈썰미를 피할 수는 없었다.

“이거 너희 얘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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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HYBE
-공동기획: HYBE / NAVER WEBT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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