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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프린태니어 (5) (38/81)


38. 프린태니어 (5)
2022.09.27.


(이 작품은 12세 이상 감상을 권장합니다.)

프린태니어 시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보통 인간이라면 느낄 수 없겠지만, 늑대인간이라면 프린태니어 시 근처에도 얼씬거리지 않을 거다.

이 도시를 암암리에 지배하는 자가 분노했다.

“분위기 한번 살벌하시네.”

이야, 멋있다. 카밀은 외투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멀리 보이는 프린태니어 시를 보며 씩 웃었다.

에스티발 시 물류창고에 붙들렸던 늑대인간 중 하나였던 그는 이번에는 후발대로 뒤늦게 합류했다.

부상 정도가 조금 심했기 때문에 치료를 받고 알맞은 처치를 하느라 꽤 시간이 걸렸다.

어쩌다 형제들이 재수 없는 드셀리스 아카데미 놈들과 얽히게 된 건진 모르겠지만, 카밀은 뒤끝은 없었다. 나이트볼 우승컵만 빼앗아 오면 그만이니까.

“왜?”

씩 웃던 그는 시선을 돌려 뒤에서 불안하게 자신을 쳐다보는 뱀파이어 꼬맹이에게 물었다.

“아프지 않냐고…….”

붕대를 아직까지도 감고 있는데 저렇게 벌써 나와도 되는 걸까? 카밀과 함께 온 노아는 괜히 걱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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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는 뱀파이어고, 뱀파이어가 늑대인간을 걱정한다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에스티발 시 물류창고의 그 끔찍한 참상을 본 이후로는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세상에는 뱀파이어 소년들이 자세히 알지 못했던 일도 벌어지고 있었다.

“이 정도야 가뿐하지.”

진짜로 괜찮은 걸까? 인질로 잡혀서 피까지 빨리느라 많이 무섭고 힘들었을 텐데, 카밀은 씩 웃기만 할 뿐이다. 하긴, 뱀파이어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는 않겠지.

“조심해서 진입해야 해. 지금 드리프터들이 우리를 찾고 있다나 봐.”

시온이 심드렁하게 말하며 눈부신 금발 머리 위에 후드를 눌러 썼다. 눈에 띄지 않으려면 최대한 자연스럽게 다니면서도 가릴 건 가리는 게 좋았다.

“나는 뭐, 대충 괜찮은데 너희는 괜찮겠어?”

마음만 먹는다면 약한 드리프터야 적당히 눈을 보며 매료시켜 살살 달래면 그만인 시온과는 달리 여긴 부상자가 있었다.

“나도 괜찮아. 어둠에 스며서 사라지면 그만이니까.”

노아는 대답하면서도 카밀을 쳐다보았다. 오는 내내 말이 없던 루슬란과는 달리 그는 꽤 말을 했다. 덕분에 분위기가 아주 어색하지 않을 수는 있었다.

“괜찮다니까.”

카밀은 씩 웃었다.

“뭐하러 그런 걱정을 해?”

그들은 뒤를 돌아보았다. 이안이 휴대폰을 들고 이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었다.

“엔지가 진입 경로를 다 짜서 보냈어. 이대로만 가면 괜찮을 거고, 형들도 마중 나온대. 우리는 무조건 들키지만 않고 들어가면 그만이니까 그만 걱정해.”

“아니, 나는 그냥…….”

노아는 착잡한 얼굴로 프린태니어 시를 바라보았다. 하나만 해결하면 될 줄 알았다.

“그냥, 뭐?”

뜻밖에도 카밀이 그에게 되물었다.

“자꾸만 더 강한 놈들이 튀어나오니까 언제 끝날까, 하고 궁금해서.”

“겁나는 건 아니고?”

“내가 왜 겁나!”

쿡 찌르니 바로 발끈한다. 어리긴 하지만 절대로 얕보면 안 될 뱀파이어 소년들 중 막내다.

카밀은 피식 웃었다.

“그럼 기뻐해야지. 더 센 놈들이 나타나면 그만큼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거잖아.”

“붕대나 풀고 그런 말을 해라. 너 혼자 걸어 나온 거 아니잖아.”

걷지도 못해서 뱀파이어고 늑대인간이고 가릴 것 없이 소년들이 둘씩 붙어 들고 나왔어야 했으면서. 노아는 저놈을 잠깐이나마 걱정해준 걸 후회했다.

“그래. 내가 너한테 빚을 좀 졌지. 저 앞에 뱀파이어들 걱정하지 마라. 내가 다 잡아줄게.”

“짐이나 되지 마.”

아직까지는 투닥거리고, 날을 세우고 경계하기 일쑤라 칸과 헬리가 각자 동생들에게 미리 강력하게 강조했다.

절대로 싸우지 말 것. 싸우러 온 것이 아니니, 절대로 싸우지 말 것.

두 번 강조했으니 매우 중요하다는 거다.

형의 말이라면 껌뻑 죽는 동생들은 영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냥 그 말에 어쩔 수 없이 따르는 중이었다.

하지만 에스티발 시 물류창고에 잡혀 있었던 늑대인간 소년들 셋은 아직까지도 뱀파이어 소년들이 어색하고, 함께 움직이는 이 상황이 너무 이상했다. 그저 ‘이유가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참아볼 뿐이었다.

리버필드 시에서 마지막으로 학교에 필요한 절차와 서류문제를 대충 처리하고 출발한 후발대는 슬금슬금 프린태니어 시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

후발대가 진입하는 걸 돕는 건 엔지가 지휘했다. 또한 어둠을 움직이는 노아 역시 톡톡히 활약할 것이다.

수하는 약간 초조한 기분으로 친구들이 무사히 도착하길 기원했다.

“있잖아.”

그녀가 말만 툭 붙여도 돌아봐 주는 애들이 한가득이다.

“왜.”

지노가 턱을 까딱이며 대답했다.

“나랑 비슷한 능력 가진 뱀파이어, 봤어?”

“아까 봤잖아.”

“아, 말고.”

“못 봤어.”

“그럼 너랑 비슷한 능력을 가진 뱀파이어는?”

“못 봤지.”

수하가 한숨을 푹 쉬었다.

“그럴 수도 있는 거지 뭔 한숨을 그렇게 쉬고 그래?”

“난 이번에도 내가 안개로 변해서 슬쩍 염탐하고 오려고 했거든. 근데 그 여자도 안개로 변할 수 있다면, 높은 확률로……?”

“그 여자도 안개가 된 너를 알아차릴 수 있겠지.”

마치 헬리와 칸이 그랬듯 말이다.

“어떡하지?”

“어떡하긴. 다 엎어놓고 진입하면 되는 거지.”

뭐 별 거 있나. 지노는 심드렁하게 단순한 대답을 했다.

“조심하는 게 좋아. 여긴 에스티발보다 더 강한 드리프터들이 돌아다니고 있으니까.”

그때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고 듣기만 하던 마한이 입을 열었다.

그는 에스티발 시 물류창고까지 갔다가 먼저 붙들렸던 세 늑대인간 소년들 중 하나로, 칸이 선발대를 보내놓고 직접 데려왔다.

아직까지 뱀파이어 소년들과 한 팀을 이루어 움직이는 건 그에게 몹시 낯선 일이었지만 일단 협조는 해야 한다는 건 확실히 인지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 향초.”

당장 칸과 타헬, 엔지와 나자크가 움찔거렸다.

늑대인간들의 힘을 쭉 빼놓는 그 괴상한 향초 말인가. 수하는 향초가 풍기던 지독한 단내를 떠올리며 반사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향초도 조심해야 해. 우리가 조사한 바로는 늑대인간들을 제압하는 뱀파이어 놈들은 죄다 그걸 은신처에 피워놓고 움직였으니까.”

“그럼 레일건에도 이미 향초가 피워졌다고 봐야 해.”

칸이 마한의 말에 동의하며 덧붙였다. 헬리는 턱을 감쌌다.

“그렇다면 에스티발 때처럼 습격하는 수밖에 없다는 건가.”

향초를 끌 뱀파이어 소년들이 먼저 들어가야 한다는 거다.

그렇게 되면 전력분산이 되니 위험했다. 에스티발 시 물류창고에서도 꾸역꾸역 밀려드는 드리프터들이 징그러울 정도로 많아서 당황하지 않았던가.

“게다가 저 안에도 어쩌면 늑대인간들이 붙잡혀 있을 수도 있어.”

붙들렸던 경험이 있던 마한은 그래도 그 안에서 최대한 상황을 파악하려 애썼기에, 지금도 소년들이 놓치고 있는 점들을 하나하나 지적했다.

결국 전력분산에 구해야 할 인질까지 있을지도 모른다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근데 향초는 아닐 거야.”

수하는 순식간에 자신에게 모이는 여러 아름다운 색의 눈동자들을 보고 몹시 부담스러워졌다. 아니, 그녀는 정말 조그맣게 지노에게만 말한 건데 말이다. 얘들은 너무 청력이 좋았다.

“술집에 그런 냄새가 나는 걸 피워놓으면, 저런 술집에 자주 다니는 아저씨들은 다 짜증 낼걸?”

헬리가 조금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아저씨들은 그런 단내 엄청 싫어해. 나라도 그런 냄새가 나는 음식점은 안 갈 거야. 그런데 레일건은 아주 단골도 많고, 겉보기로는 평범한 술집이라며?”

미리 선발대로 와서 탐문했던 솔론이 수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 동네 사람들이 많이 와. 평범한 인간들도.”

“그럼 거기엔 향초를 못 피워. 냄새가 퍼지는 순간에 죄다 뛰쳐나갈걸. 나는 그 냄새 진짜 너무 달아서 역할 정도던데.”

“일리 있는 말이야.”

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나는 향초 걱정은 조금 덜하고, 오히려 그 여자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고 생각해.”

숙련된 늑대인간 소년 둘에 솔론과 지노를 더했는데도 빠져나간 뱀파이어라면 여태까지 상대해온 드리프터들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강하고, 또 경험이 많을 게 분명했다.

그때 후발대 상황을 확인하고 있던 엔지가 움찔거렸다.

“습격이야. 카밀과 노아 쪽!”

소년들은 당황하지 않았다. 앉아 있거나 서 있거나 하던 자세 그대로 눈동자만 움직이거나, 혹은 고개를 돌렸을 뿐이었다.

그들은 이미 무슨 일이 생기면 당장 뛰쳐나가 전투를 벌일 준비를 다 완료해놨다. 그저 그들이 필요한지만 궁금할 뿐이다.

팔짱을 낀 칸이 물었다.

“가야 해?”

엔지는 휴대폰과 랩톱을 두드리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직.”

*

“드리프터들을 많이 죽이고 싶으면 다들 오라고 해!”

카밀은 활달하게 말하며 질주했다. 그와 함께 달리고 있는 노아는 질색했다.

“아, 오지 말라고 해!”

빨리 도망치고 추적을 끊어낸 뒤에 형들과 합류해야지, 뭔 소리를 하는 거야!

“다 죽이면 추적도 끝나는 거잖아?”

“이 도시 전체를 쟤네가 장악했다는데 다 죽이는 게 되겠냐!”

노아는 소리를 버럭 지르면서 사방에 깔린 어둠을 이용했다. 가로등이 비추는 곳에 금세 그와 카밀을 닮은 그림자가 셋, 넷, 다섯 쌍이나 만들어져서 사방으로 튀어 나갔다.

“너 꽤 재미있는 능력을 가졌구나?”

그 와중에도 카밀은 무척 흥미로워했다.

“눈속임일 뿐이야.”

노아는 가볍게 담장에서 뛰어내리며 땅을 밟았다.

흩어진 그림자에 드리프터들이 우왕좌왕하며 똑같이 흩어졌다.

그사이 노아와 카밀은 엔지가 알려준 지름길을 따라 달렸다.

이안과 루슬란은 이들이 먼저 드리프터들을 유인하면 움직이기로 했다. 그러니 노아와 카밀이 최선을 다해 최대한 많은 드리프터를 끌어내야 했다.

카밀은 부상을 입었지만, 노아는 이 빛 없는 밤에는 평소보다 더한 힘을 충분히 내고도 까딱없었다.

‘드리프터들처럼 밤에 강한 건가.’

카밀은 일부러 그에게 속도를 맞춰 달려주는 게 분명한 노아를 보며 생각했다.

‘아니, 드리프터들과는 좀 다르지.’

드리프터들은 햇볕에 약하니 낮에 나설 수가 없어서 밤에 활동하는 거고, 노아는 낮에도 멀쩡하지만 밤에 힘을 더 낼 수 있는 것 같았다.

[이안이 보여! 루슬란은 합류 직전이야!]

엔지의 희망찬 목소리가 들렸다. 작전이 성공한 모양이다.

노아가 조금 더 희망을 가지는 순간이었다.

쾅!

갑자기 튀어나온 뭔가에 제대로 얻어맞은 그가 달리던 속도까지 합쳐 엄청난 충격을 받고 뒤로 굴러갔다.

“공격이야!”

카밀은 엔지에게 말하며 노아를 공격한 이에게 곧장 달려들었다.

짧은 순간, 어마어마하게 응축된 힘이 공격자에게 닿으면서 묵직하게 터졌다. 방금 노아가 당한 것만큼의 충격이 그대로 공격자에게 되돌려졌다.

망설이지 않고 온몸을 내던져 공격한 카밀은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그가 신은 운동화가 바닥에 찌익, 흔적을 남겼다.

“……이상한 애새끼들이 여기저기에서 다 튀어나오는구나.”

아, 아직 안 좋은데. 부상당한 후유증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 솔직히 완전히 치유되려면 한 사흘은 더 있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뭐 어때. 카밀은 자세를 고쳐 잡고 곧장 다시 공격하기 시작했다.

[누가 당했어?]

엔지가 당장 소리를 높였지만 카밀은 대답하지 않았다.

“네놈은 또 누구냐!”

그리고 상대 뱀파이어의 매서운 공격과 함께 묻는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보아하니 상대방도 카밀만큼은 아니지만 부상을 꽤 입었다. 그럼 해볼 만하다. 팔다리 몇 개 부러지는 거야 일도 아니지.

카밀은 칸이 알면 머리를 짚을 생각을 또 하며 씩 웃었다.

“말도 못 알아듣냐!”

“싸울 때는 말하는 게 아니야. 게다가 질문이 구려.”

요즘 어린애들은 버르장머리가 없다. 당했다는 것을 참지 못하고 직접 나선 레일건 마스터는 눈앞에 보이는 늑대인간부터 반드시 잡겠다고 다짐했다.

그녀의 다짐은 실행으로 이어졌다.

한 번 더 부딪치자, 이번에 나뒹구는 건 카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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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HYBE
-공동기획: HYBE / NAVER WEBT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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