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 전학생은 평범하고 싶다 (8) (8/81)


8. 전학생은 평범하고 싶다 (8)
2022.03.01.


(이 작품은 12세 이상 감상을 권장합니다.)

웬만큼 힘을 기르고 성장한 뱀파이어 소년들에게도 하급 뱀파이어들이 자꾸 나타나는 건 불길한 징조이자 피하고 싶은 일이었다.

칸이 그들을 찾아온 밤, 결국 소년들은 하던 일을 모두 중지하고 모두 모였다.

얼떨결에 칸과 마주쳤던 수하를 다시 데려다주고 온 헬리는 그녀에겐 결코 하지 못했던 말을, 아무래도 형제들 앞에서 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칸의 말이 사실이긴 해.”

그동안 리버필드 시에 관한 기사들을 샅샅이 확인한 자카가 무겁게 중얼거렸다.

“나도 살인사건이 있었다는 기사는 읽었어.”

뱀파이어 소년들 몇몇이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고 말했다.

그들이 서로에게 말하지 않은 건, 쓸데없이 사소한 일로 호들갑을 떨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더인 헬리가 그들을 이 일 때문에 불러 모았으니 더 이상 사소한 일이 아니었다.

지노가 턱을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우리가 범인으로 의심받고 있다는 건 알겠지만, 우리를 의심하는 건 선샤인시티스쿨 애들이지 경찰이 아니잖아. 그러니까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불안해할 필요는 없지 않아?”

이젠 그럴 단계는 지나지 않았나. 모두가 그 말에 동의했지만, 헬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내내 팔짱을 낀 채 입을 다물고 있었다. 복잡한 생각이 머릿속에서 끊이질 않는다.

“……아니, 그래도 헬리 형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면 이상한 거니까.”

자카가 침착하게 말하자 분위기가 싹 가라앉았다.

여태까지 판단은 형들이, 특히 헬리가 했다.

그가 결정한다 해서 무조건 따르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투닥거리고 싸우다가 헬리가 말하는 대로 해야 했다고 후회하는 순간이 꼭 왔다. 그러니 이젠 모두가 헬리의 결정에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따르는 게 규칙이 되었다.

“짐 싸야 해?”

눈동자를 또록또록 굴리며 눈치를 보던 시온이 물었다.

“싸야 하면 바로 쌀게.”

그러겠다고 말은 하면서도, 못내 시무룩해진다. 시온은 리버필드 시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나이트볼도 즐거웠고, 평범하고 조용한 나날을 보내는 게 즐거웠다. 사실은 떠나고 싶지 않았다.

“아니, 아직은 그러지 마.”

헬리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이라고 단서를 붙여놨지만 자카나 솔론은 아마 슬슬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할 거다.

하급 뱀파이어들이 주변에 얼쩡거리고, 애먼 사람들이 죽어나가면 살고 있는 곳을 떠나야 한다는 신호였다.

그들은 그렇게 기억이 있을 때부터 살아왔던 보육원을 떠나왔다. 계속 정체를 알 수 없는 습격자들로부터 도망쳐왔다.

“너무 섣불러. 만약에 우리가 여길 떠난다면, 순식간에 일곱 명이 행방불명이 되는 거야. 사라지려고 한다면 이젠 신중하게 한두 사람씩 오랜 시간을 두고 사라져야 해.”

그만큼 그들은 드셀리스 아카데미에서 상당한 유명인사가 되어 있었다.

“게다가 그런 식으로 사라진다면 우리 때문에 피해 입을 사람이 한둘이 아니야.”

나이트 클래스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물론이고 최근 가까워진 수하까지도 포함이다.

그녀에게도 하급 뱀파이어들이 들이닥치는 상상을 하자 끔찍해진 헬리는 눈을 질끈 감았다가 다시 떴다. 그러곤 조용히 마음에 담아두었던 말을 꺼냈다.

“……일단은 보육원으로 가볼까 해.”

소년들이 전부 다 고개를 들고 그를 쳐다보았다.

“거길? 왜?”

“거기가 지금……, 건물이 남아는 있나?”

“나는 어딘지 이젠 정확하게 기억도 안 나. 형들은 기억나?”

일제히 쏟아지는 말들에 이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우리야 알지.”

그래도 나이가 조금 더 많다고 동생들을 잘 돌보는 형 역할을 해왔던 헬리나 이안, 그리고 지노까지는 뱀파이어 소년들이 자라난 보육원의 정확한 위치를 기억하고 있었다. 말이야 보육원이지 그곳에 있던 아이들은 그들 일곱 명이 전부였지만 말이다.

“근데 거기 가서 뭘 하려고?”

여태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던 솔론이 물었다. 무뚝뚝하게 입을 다물고 항상 상황을 살피다 필요한 것을 말하는 그답게 가장 핵심적인 질문이었다.

습격을 당해 도망쳐 나온 보육원에 지금 왜, 뭐 때문에 돌아가는가.

헬리는 턱을 괴고 있다가 짧게 대답했다.

“이 모든 일이 우연인지, 아니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원인이 있는 건지, 그곳에서 알아낼 수 있는 실마리가 있을까 싶어서.”

소년들은 정말 아는 게 없었다. 그들에게 말해줄 이들은 보육원에서 전부 죽었을 거다, 아마. 습격해오는 끔찍한 하급 뱀파이어들과 그보다 더 강력한 뱀파이어들에게 당해서 죽었을 테지.

소년들은 사방에 비명이 메아리치던 밤을 기억하고 있었다.

“선샤인시티스쿨 애들 때문도 아니고, 단순히 하급 뱀파이어들이 이 도시에 나타났기 때문도 아니야.”

솔론은 헬리를 한참 보다가 먼저 결론을 말했다.

“수하 때문이구나.”

수하가 나오는 일종의 꿈인지, 환상은 뱀파이어 소년들도 전부 몇 번씩 경험했다. 서로가 함께 공유하는 어떤 기억인가 했지만 말 그대로 단편적인 꿈에 불과했기 때문에 의미가 없었는데, 수하가 나타남으로써 상황이 달라졌다.

“수하를 의심하는 거야, 형?”

솔론의 오드아이가 번쩍거렸다. 의심을 할 법도 했다. 솔론 역시 수하를 필요 이상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거리를 두고 있으니까.

“그건 아니야.”

헬리는 솔론의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누가 봐도 수하는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 평범한 소녀였다. 오히려 저렇게 몰라서 괜찮으려나, 하고 걱정이 될 지경이었다.

“수하를 만나고부터 하던 생각이야. 하급 뱀파이어라는 존재가 또다시 우리에게 가까워졌다는 건 알고 있지만, 사실 그들 뒤에 뭐가 있는지는 우리도 모르잖아.”

‘하급 뱀파이어가 있다면, 중급 뱀파이어나 상급 뱀파이어도 있는 걸까?’ 하고 서로 농담하듯 물었지만 소년들은 언제나 그랬듯 계속 답을 찾아낼 수가 없었다.

그들의 정체를 의심하거나 또 어디에선가 예고도 없이 불쑥 튀어나오는 하급 뱀파이어들을 피해 도망치고 또 도망치기 바빴다.

“분명하게 아는 거 하나는 있지. 우리를 죽이려고 하는 존재가 있다는 것.”

솔론은 음울하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 존재가 높은 확률로 우리와 같은 뱀파이어라는 것.”

붉은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잠겼던 지노가 말을 보탰다.

“같지는 않아. 우리보단 약하잖아.”

그 정도는 겁날 거 없다고 막내답게 주장하는 노아가 발끈했다.

“이젠 약해진 거지. 더 센 놈이 나타나지 말란 법이 어디 있어? 하여튼 나는 헬리 형이 어딜 가든 그건 형 마음이라고 생각해. 조심해서 갔다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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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노는 픽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가 헬리가 그를 빤히 보자 주춤거렸다.

“……왜?”

“너도 같이 가.”

“나? 나는 왜?”

“넌 딱히 바쁘지도 않잖아.”

“나는 연습할 건데?”

“연습 하루 이틀 더 한다고 해서 네가 나이트볼 천재가 되는 건 아니잖아. 짐 싸.”

헬리는 냉정하게 말하며 몸을 일으켰다. 그냥 움직이는 게 귀찮았던 지노는 우는소리를 하며 비틀대는 걸음으로 방으로 들어갔다. 시온이 웃으면서 그의 등을 토닥인다.

“이안.”

헬리가 이안을 불렀다.

“어. 수하는 보고 갈 거냐?”

이안이 목소리를 좀 더 낮춰서 헬리에게 묻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보고 가야지. 헬리의 이마가 미세하게 찌푸려졌다.

“칸이랑 마주쳤으니 당연히 가기 전에 보고 가야지. 네가 신경 좀 써줘.”

헬리가 없으면 이안이 리더 역할을 대신해야 했다. 소년들이야 각자 알아서 잘하지만, 지금 상황이 그냥 자리를 비우기엔 조금 불안했다.

“사실 이안 네가 같이 가줬으면 좋겠는데, 저 선샤인시티스쿨에서 칸이 저렇게 온 이상 너와 내가 한꺼번에 빠지면…….”

“우리 애들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지.”

헬리의 말을 받은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도 조금만 자제해줘.”

“아……. 알았다. 참아볼게. 참아야지.”

이안의 성격에 선샤인시티스쿨의 도발을 참는 것도 힘들겠지만, 못 참을 건 없었다. 그저 짜증 나게 거슬리는 걸 내버려둬야 한다는 것이 유감일 뿐.

“상황이 지나치게 우연이긴 하네. 헬리 네가 심란하긴 하겠다.”

계속 꾸던 오랜 꿈과 갑자기 나타난 하급 뱀파이어들.

그들의 소중한 곳을 파괴했던 이들도 하급 뱀파이어를 잔뜩 끌고 나타났었다.

“너무 오래되긴 했는데, 보육원에 뭐 남아 있는 게 있을까?”

중얼거리던 이안이 물었다.

“가보기나 하려고.”

무엇을 찾을지는 모르겠지만.

“이제야 가게 되네.”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겠는데 죄책감은 갖지 마라. 우리는 돌아가고 싶지 않아서 안 돌아간 게 아니야. 돌아갈 능력이 안 된 건데 그건 잘못이 아니잖아.”

얼굴을 확 굳힌 이안의 말에 헬리는 힘없이 픽 웃어 보였다.

“고맙다.”

“고맙긴 무슨, 다른 애가 똑같은 소리 했으면, 너도 나처럼 말할 거잖아.”

그러니까 잘 다녀오기나 해. 이안은 헬리의 어깨를 툭 쳤다.

*

수하는 꼭 잠자리에 들 때 입는 옷을 바꿔야겠다는 소박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급하게 불러내서 미안해. 어젯밤 일은 괜찮아?”

갑자기 보자고 수하를 불러낸 헬리는 그녀가 어떤지 세심하게 살폈다.

“응, 난 괜찮아. 솔론이랑 노아한테 호신술을 배우기로 했어.”

수하가 양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자 헬리가 웃었다.

“나도 가르쳐주고 싶어.”

“응! 나야 고맙지!”

“그런데 지금 당장은 안 되고.”

할 말이 있다기에 잠깐 나왔는데, 할 말이란 게 뭘까? 아무래도 헬리가 지금 얘기하려는 것 같아서 수하는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내가 잠깐 어딜 갈 거야. 한 며칠 없을 것 같아. 금방 오겠지만, 그 사이에 어제 같은 일이 또 있을까 봐.”

“어……, 멀리 가?”

생각지도 못한 말에 수하는 조금 당황했다.

“응. 좀 멀리. 비행기 타고. 금방 올 거야. 연락할게.”

왜 가는지, 어딜 가는 건지는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수하는 아직까지는 그런 걸 물어볼 사이는 안 되는 것 같아 조금 의기소침해졌다. 하지만 괜히 꼬치꼬치 묻는 건 실례겠지.

“내가 없는 동안에는 어제 본 애들 있지?”

“응, 나이트볼 주전들.”

“그래. 내 동생들이 널 데리러 올 거야. 혹시나 싶어서 오는 거니까 거절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안전에 관한 일이거든.”

어젯밤에 저도 모르게 안개가 되었다가 칸에게 봉변을 당했던 수하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안개화 연습 열심히 할게. 네가 왔을 때 꼭 성공한 거 보여줄게!”

꼭 그런 의미로 한 말은 아니었는데. 헬리는 쓴웃음을 지었다.

“굳이 성공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래도 열심히 할 거야!”

어제 칸에게 멱살이 잡히는 험한 일을 겪어서 걱정했는데, 의욕이 넘치고 씩씩하니 다행이다.

헬리는 그 일을 생각하니 또 불쾌해졌다. 그래, 불쾌하다. 무시해야 하는데 짜증 나게 거슬려서 아예 싹 닦아다 치워버리고 싶다. 수하에게서 흔적도 남지 않게, 완전히 없애고 싶었다.

“수하야, 선샤인시티스쿨에서 또 시비 걸면…….”

“꼭 한 대 때릴 거야!”

“아니, 그러면 안 되고…….”

“아, 응. 그러면 안 되지.”

항상 조심했는데 요즘 헬리도 만나고 ‘너는 이상한 게 아니라 특별하다’라는 소리를 들어서 좀 들떴나 보다. 수하는 어쩐지 부끄러워져서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헬리가 그녀를 따라 고개를 같이 숙여 시선을 맞췄다.

“아직은 그러면 안 돼. 능력을 다 갖춘 게 아니니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연락하고, 내 동생들한테 말해. 알지? 어차피 그 애들이 주변에 다 있을 테니까.”

“응. ……잘 다녀와.”

“그래. 선물 사 올게.”

“안 사 와도 되는데.”

“사 올 건데. 사 올 거니까 어제, 칸, 그……, 애는 특히……, 조심했으면 좋겠어.”

그 ‘애’가 아니라 ‘그놈’이라고 할 뻔했다. ‘조심해라’가 아니라 ‘마주치지도 말고 눈길도 주지 말아 달라’고 하고 싶었다.

헬리는 혀를 지그시 깨물었다. 그런 말을 입 밖에 내는 거야말로 미친놈 아닌가. 수하와는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이인데, 그가 감히 선을 넘을 수는 없었다.

“응. 조심할게. 약속해.”

그의 속마음은 전혀 모른 채로 수하가 열심히 고개를 끄덕인다. 헬리가 언제 돌아오는지 몰라 서운했지만, 그래도 가기 전에 그녀에게 잠깐 들렀다는 건 그만큼 생각해준다는 의미겠지? 괜히 얼굴이 빨개지고 열이 올랐다.

“잘 다녀와.”

헬리는 수하의 말에 쉽게 대답하지 않고 한동안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왜지? 얼굴에 뭐가 묻었나? 아닌데, 분명히 거울 보고 꼼꼼하게 확인하고 왔는데!

“……잘 지내고 있어. 밥 잘 먹고, 잘 자고. 연락할게.”

얼굴이 뚫어질 지경으로 그녀를 바라보던 헬리는 마지못해 가는 것처럼 떠났다.

이제 조금 가까워지나 했는데 먼 곳에 간다니 아쉽다. 하지만 곧 돌아온다고 했으니까.

수하는 헬리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

음. 재미없다. 헬리가 떠난 지 하루도 안 되었는데 갑자기 모든 게 재미없어졌다.

하긴 그녀의 룸메이트 알렉스의 말을 빌리자면, ‘얼굴만 봐도 재미있는’ 헬리여서 그랬나 보다. 아니면 수하가 하루 중 헬리를 만나는 시간을 지나치게 기대했거나.

“에휴.”

정신 차려야지. 수하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터벅터벅 걸어갔다.

헬리가 있건 없건 안개화 능력은 연습해야 했고, 주변 친구들은 죄다 그녀가 나이트볼을 하게 된 줄 알고 있기 때문에 오늘도 연습장으로 가는 중이다. 이안이 데리러 오겠다고 했지만 그건 어쩐지 쑥스러워서 거절했다.

그녀는 광장을 가로질러 연습장을 향해 걸어갔다. 수업이 끝나기 시작하는 시간이라 그런지, 광장에는 드셀리스 아카데미며 선샤인시티스쿨 학생들로 북적거렸다.

‘조심하랬지.’

수하는 그림자가 늘어진 광장 가장자리를 골라 밟았다. 교복을 입고 삼삼오오 모인 학생들의 말소리가 그만큼 멀어진다.

오늘은 안개가 될 수 있을까? 잠들지 않고 안개가 될 수 있다면, 잠든 후에는 무의식중에 안개가 되는 일이 그만큼 줄어들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그녀는 문득 고개를 들었다. 그러곤 멈칫거렸다.

‘아, 하필 또 이렇게 마주칠 건 뭐람.’

햇볕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잿빛 머리카락 아래 밝은 갈색, 아니, 황금색으로 빛나는 눈이 그녀를 먼저 발견한 게 틀림없었다.

나이트볼을 하는 애들은 다 저렇게 키가 클까? 수하도 움찔거릴 정도로 키가 크고 단단한 몸을 가진 칸이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그녀를 조용히 보고 있었다.

‘……무시해야지.’

일단 지금은 부딪쳐봤자 그녀가 때려줄 수도 없는 상대란 걸 어제 똑똑히 알았고, 또 헬리도 조심하라고 했다. 지금 이 벌건 대낮에 주변엔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게 차라리 다행이다. 그렇다면 저 늑대인간도 함부로 움직이지는 못하겠지.

“저기.”

아닌가? 수하는 칸이 성큼성큼 걸어오는 걸 보고 경악했다. 그는 정확하게 그녀에게 말을 걸고 있었고, 또 그걸 주변에 있는 학생들이 슬쩍 보고 있었다.

하긴 헬리와 마찬가지로 잘생기고 키도 큰 데다가 유명한 선샤인시티스쿨 나이트볼 주장이니 당연하겠지만 말이다.

“잠깐만. 어제 일을 사과하고 싶어서 그래.”

수하는 이걸 어째야 하나, 고민했지만 칸은 그녀가 도망치거나 피할 기회도 주지 않았다.

분명하게 용건부터 밝히고 본 그는 저보다 한참 작은 수하를 보며 몹시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괜히 머리를 쓸어넘겼다.

“어제는 미안했어. 어디 다친 데는 없어?”

진심이 깃든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에 수하는 조금 놀라서 그를 쳐다보았다.

“사과하고 싶었어. 내가 다치게 했다면 정말 미안해.”

환한 낮에 보니 수하는 더더욱 작아 보였다. 물론 그녀가 작은 키는 아니지만, 칸이 상대적으로 훨씬 크다는 게 문제였다.

“괜찮아?”

몹시 미안해하는 목소리와 태도에 수하는 어안이 벙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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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HYBE
-공동기획: HYBE / NAVER WEBT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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