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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전학생은 평범하고 싶다 (7) (7/81)


7. 전학생은 평범하고 싶다 (7)
2022.02.22.


(이 작품은 12세 이상 감상을 권장합니다.)

수하는 운동신경이 남달라서 따로 운동 종목을 배워본 적은 없었다. 혹시 남다르다 못해 이상하다는 걸 들키진 않을까 겁나서, 여덟 살짜리는 뭐라도 배워보지 않겠냐고 묻는 엄마에게 세차게 고개만 저었다.

그래서 그녀는 정확하게 사람을 공격하거나 스스로를 방어하는 방법을 배우진 않았다. 다만, 수도 없이 봤을 뿐이다.

쾅!

안개로 변해 떠돌면서 끔찍한 존재들이 인간에게 해악을 끼치는, 보지 말아야 할 장면을 수도 없이 봤을 뿐이다.

눈으로 익힌 학습은 실전에서도 의외의 효과를 나타냈다. 그리 기쁘지는 않은 일이었다.

수하는 진땀을 흘리면서도 낯선 공격자에게 밀리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냥 밀리고 싶지 않았다.

‘빨라.’

상대는 빨라도 너무 빠르다. 그녀가 반격할 거라곤 상상도 못 한 모양인지, 처음에는 당황해서 주춤했지만 일단 정신을 차리자 방어가 빈틈없었다.

하지만 반격은 없었다. 수하는 상대를 있는 힘껏 두들겨주고 싶어서 애써도 그럴 수가 없는데 말이다! 짜증 나! 재수 없다!

“이……!”

움직임은 날렵하면서도 체격은 두툼한 선샤인시티스쿨 남학생은 그녀의 서툰 공격을 모조리, 그것도 무척 쉽게 피했다.

수하는 짜증이 나고, 약이 바짝 올라 마구 주먹질을 해봤지만 그녀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저 남자애는 그냥 그런 피라미나 골목에서 봤던 하급 뱀파이어가 아니다. 그러니 수하가 당해낼 수가 없다.

“잠깐, 잠깐만!”

남자애는 이 와중에 말을 할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수하는 말할 틈도 없는데.

“미안해. 나는 네가 뱀파이어인 줄 알았어!”

입술을 꼭 깨물고 그를 공격하는 여자애에게서는 뱀파이어들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체취로 사람을 구분하는 늑대인간 중에서도 지금 이곳에 유유자적 홀로 나타난 칸은 특히 예민했다. 느껴지는 시선에 일단 잡고는 봤는데 뱀파이어는 아니라니.

안개가 평범한 인간으로 바뀔 수도 있나 싶었지만 뱀파이어가 아니라면, 우선은 사과해야 했다.

“그러니까 진정해! 미안해!”

하지만 몹시 흥분한 수하를 진정시킨 건 칸의 몇 마디가 아니라, 소란을 눈치채고 나이트볼 연습장에서 뛰어나온 헬리였다.

불쑥 튀어나온 그는 칸에게 씩씩대며 발길질이라도 해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수하를 뒤에서 붙잡았다.

“수하야, 그만!”

“이이익!”

“그만, 그만해.”

헬리를 뒤따라 나온 이안은 입을 딱 벌렸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수하가 그렇게 약이 올라 씩씩대는 건 처음 봤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상황을 파악한 헬리는 일방적으로 공격만 하고 있던 그녀가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붙잡고 뒤로 빼냈다.

“수하야.”

기숙사로 돌아간 수하가 여기 왜 나타났는지야 뻔한데, 칸이 여기 왜 있을까. 왜 둘이 붙은 거지?

헬리가 빠르게 생각하며 씩씩대는 수하를 단호하게 데리고 오는데 생각지도 못한 말이 들렸다.

“나 쟤 딱 한 대만 때리고 싶어!”

진심이 가득 담긴 말이었으나 헬리는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았다. 처음으로 전투를 하고, 몸을 지키기 위한 방법을 배울 때 승부욕에 가득 찬 동생들이 하던 소리와 똑같았기 때문이다.

“안 돼. 다쳐. 이리 와. 자다가 온 거지?”

헬리가 하는 말은 다 이상하다. 머리가 폭발할 정도로 열이 바짝 올랐는데, 자상하고 차분한 목소리에 금세 정신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그녀는 또 잘 때 입던 옷차림 그대로 나와서 싸우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안개가 되어서 이 주변에 온 거잖아.”

“어, 자다가……. 그런데 네가 저번에 해변에서 날 알아봤듯이 쟤도 날 알아보고 붙잡았어. 이렇게.”

수하는 자신의 멱살을 잡아 보였고, 순식간에 헬리의 눈이 가느다랗게 좁혀졌다.

“놀랐겠다. 잠깐 여기에 앉아 있어.”

입고 있던 후드집업을 벗어서 수하의 어깨에 걸쳐준 헬리가 일어나 성큼성큼 걸어갔다.

혼자 남은 그녀는 며칠 새 계속 걸치게 되는 헬리의 옷을 괜히 만지작거리면서 남은 열을 식히려 애썼다. 여전히 속이 상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이미 이안이 칸을 노려보며 묻고 있었다.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

생각지도 못하게 튀어나온 수하 때문에 상당히 놀랐지만, 칸은 잿빛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조용히 대꾸했다.

솔직히 그는 제 형제들을 보호하는 일에 무척 예민한 이안을 상대하는 것보단, 매사에 이성적이고 때론 온건한 헬리와 대화하는 쪽을 더 선호했다.

안 그래도 이안이 저번에 대로 한복판에서 하필이면 온순한 성격인 나자크와 붙어서 뜯어말리느라 애를 먹지 않았나.

“우리한테 할 말이 있어서 온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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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으로 걸어오는 헬리의 말에 칸이 시선을 돌렸다. 헬리의 뒤로 앉아 있던 여자애에게 우르르 몰려드는 다른 뱀파이어 형제들이 보였다. 어디 보자.

‘매일 나만 보면 으르렁대는 솔론에, 저 머리 반만 묶고서 날 째려보는 놈은 자카인가. 불 피우는 애를 비롯해 나머지는 여기 없나?’

상대방의 전력을 파악하는 건 기본이다. 대충 헤아린 칸은 헬리에게로 미세하게 시선을 다시 옮기곤 고개를 끄덕였다.

“할 말이 있어서 왔지.”

칸의 형제들은 그가 이곳까지 혼자 오는 것을 무척 반대했다. 무슨 일이 생길지 알고,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저 뱀파이어 놈들이 무슨 짓을 할지 알고 혼자 가냐는 거다.

하지만 칸은 어차피 형제들을 다 끌고 왔어도 숫자에서 밀릴 테니, 모두가 다 함께 오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의 형제 중 셋이 현재 리버필드 시에 없다. 그리고 칸은 늑대 무리의 리더로서 이 일을 현명하게 해결해야 했다.

“할 말은 무슨, 맨날 귀찮게 시비나 걸면서…….”

“이안, 가서 수하를 좀 챙겨줘.”

짜증을 내며 슬슬 칸을 긁는 이안을 바로 제지한 헬리가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왔다. 어차피 칸은 저런 사소한 도발에는 꿈쩍도 않는다는 걸 헬리는 잘 알고 있었다.

“사람들에겐 죽어도 관심 없는 척만 하고 있더니, 언제부터 인간까지 챙기기 시작한 거지?”

칸은 수하를 힐끗 보며 헬리에게 물었다. 칸의 손은 가볍게 늘어뜨려져 있었다. 언제라도 공격을 시작할 수 있는 자세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 중, 수하를 제외하곤 모두가 언제 싸움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팽팽하게 부딪치는 눈빛들은 곧장 살기에 물들어도 이상하지 않았고, 미묘한 분위기에 누군가 불만 당긴다면 바로 터질 것이다.

“들어가자.”

속을 억지로 가라앉힌 이안이 수하를 아예 데리고 나이트볼 연습장 안쪽으로 데려갔다. 자카가 함께하고, 솔론은 팔짱을 낀 채 남았다. 그는 날카로운 눈으로 칸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솔론이 남을 줄 이미 알고 있었던 헬리는 얼굴을 굳힌 채 냉정하게 말했다.

“네가 알 바는 아닌데.”

“아, 그래.”

칸은 쉽게 고개를 끄덕였다. 바꿔 말하자면, 방금 있었던 일도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애먼 사람 멱살을 잡은 건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지.”

“내가 알 바 아니라면서?”

“네가 먼저 공격한 거잖아.”

“옆에 알짱거리길래 뭔가 싶어서 잡았을 뿐이야. 사람인 줄은 몰랐고.”

불쾌하다. 헬리는 무척 불쾌하다고 생각했다.

칸과 이런 식으로 부딪치는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들이 드셀리스 아카데미를 다니면서 선샤인시티스쿨의 늑대인간들과 부딪치는 거야 당연히 정해진 숙명이었다.

헬리는 그저 그 갈등이 더 크게 폭발하지 않게 최선을 다할 뿐이었고, 그 점에서는 칸과 생각이 일치해서 그나마 나은 놈이라 생각했는데 정정해야겠다. 헬리는 저놈이 싫었다.

‘안개가 된 수하를 눈치채다니.’

그건 뱀파이어 형제 중에서도 헬리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는데 저놈은 뭔데 수하를 알아보고 안개 속에서 끄집어냈단 말인가. 그것도 멱살을 잡는 무례한 방식이라니.

헬리는 새롭게 칸이 짜증 나기 시작했다. 다시 생각하니 더 짜증 난다. 이렇게 은근슬쩍 미묘하게 불쾌한 존재도 없을 것이다.

“그 뛰어난 후각이 사람인지 뱀파이어인지 구분을 참 잘하던데 이번에는 기능을 상실했어?”

어라, 이거 이상하다. 뒤에 남아서 여차하면 헬리를 도울 준비를 하던 솔론이 당황했다.

‘저 형 왜 저래?’

늘 흥분해서 날뛰는 동생들을 진정시키고 가라앉히던 형이 오늘은 잔뜩 날이 서서 칸을 노려보고 있었다.

저러면 싸우자는 건데. 물론 솔론은 환영이었지만, 헬리가 하지 않던 짓을 한다는 건 특이한 일이었다.

“요즘같이 흉흉한 때에는 후각에만 의존하지 않고 직접 눈으로도 확인하는 게 제일 낫더라고. 특히 이 주변은 말이지.”

헬리의 짙은 눈썹이 꿈틀거렸다. 저게 아마 본론일 거다. 칸이 이곳에 굳이 혼자, 그것도 뱀파이어들이 활동하는 시간인 밤에 맞춰 당당하게 방문한 이유이자 본론.

“시체가 나왔다던데.”

“무슨 시체?”

헬리는 무덤덤하게 물었다.

“뉴스 좀 보고 살아. 리버필드 시에서 피가 다 빨린 시체가 두 구나 발견되었다는데, 그걸 왜 몰라?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희는 알아야지.”

칸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조용히 말했다.

“그래서, 우리가 범인이다, 이거야?”

“나는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는데. 범인이라는 단어를 먼저 들먹이는 걸 보니 찔리나?”

뒤에서 보고 있던 솔론은 이쯤에서 칸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싶었지만 헬리가 꿈쩍도 하지 않았기에 참았다. 헬리는 찌푸려진 눈썹을 문질렀다.

“지금 내가 돌려 말할 기분이 아니니 본론부터 말하겠는데, 우리 중 하나가 범인이었으면 시체는 예전부터 계속해서 쌓이고 쌓였을 거야.”

“여태까지 잘 숨기다가 이번에 실패한 건 아니고?”

“그럼 네 잘난 후각으로 어디서 시체 썩는 냄새가 나는지 찾아보든가.”

“안 그래도 그럴 참이었어. 양해해준다니 고맙네.”

결국 이 말을 하려고 찾아왔던 거다. 헬리는 칸이 이곳에 와서 굳이 그의 얼굴을 보고 말하는 이유를 잘 알았다. 일종의 경고다.

“다른 건 몰라도 사람이 뱀파이어에게 당해 죽어나가는 건 그냥 두고 보지 않겠어.”

“딱히 네 의견에 동의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 의견만은 우리도 동감이라, 여태까지 쭉 조용히 지내왔는데 이렇게 모함을 받는다니 슬프네.”

전혀 슬프지 않다 못해 귀찮아 죽겠다는 표정으로 헬리가 대꾸했다.

“헬리. 경고는 한 번이야.”

오늘은 그저 말을 하러 온 것이지, 다음에 또 이런 식으로 뱀파이어가 사람을 죽인 게 명백한 사건이 일어난다면 그때는 곧장 충돌이라는 뜻이었다.

“나는 경고 따위는 하지 않는 성격이라는 걸 참고해, 칸.”

헬리는 그렇게 말하며 돌아섰다. 상대에게 등을 보이는 건 죽여달라는 행위나 다름없지만, 헬리가 돌아선 것은 그만큼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 그의 기분으로는 칸이 공격해주는 게 훨씬 나았다. 적어도 수하의 멱살을 잡은 손만큼은 꺾어버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걸 아는 건지, 아니면 할 말은 다 했기 때문인지 칸은 그를 잠시 바라보다가 곧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형.”

“늑대들이 학교 근처를 기웃거리면 가만두지 마.”

중얼거리고 가는 헬리를 솔론이 무척 놀란 눈으로 쳐다봤다. 웬만하면 참아라, 싸우지 마라, 눈에 띄는 짓은 안 하는 게 좋다고 타이르던 형이 저런 소리를 하다니.

“……진짜 화났네.”

솔론은 혀를 내둘렀다.

*

헬리의 보폭이 넓고 걸음은 빠르다. 멀리서 보고 있던 이안은 그가 어지간히 짜증이 났다는 걸 알아차리고 가장 먼저 가까이 왔다.

“수하는?”

“좀 놀란 거 빼곤 괜찮아.”

“우리가 놓친 하급 뱀파이어가 있었던 모양이야. 그놈들이 일을 저질렀어.”

사람을 건드렸다는 소리다. 이안의 얼굴이 파삭 굳었다.

“시체가 발견됐대.”

“……피가 없는? 나 검색 좀 해봐야겠다. 자카가 알고 있을 텐데.”

“오늘 내내 수하 신경 쓰느라 다들 그럴 겨를이 없었잖아.”

헬리는 빠르게 말하며 수하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자카에게 뭔가를 물어보며 주먹을 앞으로 내질러보고 있었다.

“뭐하는 거야?”

“아까 한 대도 못 때려서 너무 속상하다고 때리는 법 좀 가르쳐달래.”

이안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수하가 씩씩대는 걸 보고 꽤나 마음에 든 모양이다.

“배우지 않아도 제법 하던데.”

“배우지 않아도 하급 뱀파이어는 대충 상대 가능하면, 배운 다음엔 얼마나 엄청나겠어?”

“은근히 기대하는 것 같다, 너.”

“응. 기대 중이야. 솔직히 형이 쟤한테 왜 신경 쓰는지는 알겠지만 나는 아니었는데, 재미있는 애네. 승부욕이 있다는 게 마음에 들어.”

이안은 어깨를 휙휙 돌리며 말했다.

“……그래.”

그건 헬리도 마찬가지였다.

“수하를 데려다준 다음에 다들 좀 모이라고 해야겠어.”

헬리가 중얼거리자 이안이 그를 돌아보았다.

“아까 그놈 때문에?”

“아니, 시체 때문에.”

무슨 뜻인지 바로 알아들은 이안은 미간을 찌푸렸다.

“나는 여기서 떠나기 싫어.”

의심받으면 떠나고, 수틀리면 떠나고, 계속해서 떠돌다가 겨우 정착한 리버필드 시다. 헬리는 씁쓸하게 웃었다.

“나도 그래.”

그리고 떠나기 싫은 이유에 하나가 더 추가되었다.

헬리는 열심히 주먹을 내질러보다가 그를 발견하곤 어색하게 손을 흔드는 수하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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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HYBE
-공동기획: HYBE / NAVER WEBT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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