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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학생은 평범하고 싶다 (2) (2/81)


2. 전학생은 평범하고 싶다 (2)
2022.01.18.


(이 작품은 12세 이상 감상을 권장합니다.)

다시 골목이 조용해졌다. 시끄러운 큰길과는 달리 오가는 인적도 드문 곳. 그곳에 혼자 서서 커다란 쓰레기통 뒤에 처박힌 시체를 보고 있던 남자가 중얼거렸다.

“이게 대체 뭐지?”

헬리가 빠르게 처리한 시체에게서 힌트를 얻을 만한 건 거의 없었다.

처음 보는 낯선 얼굴에, 그저 사람의 피를 직접 마시는 데 급급해 지나가던 수하를 습격한 뱀파이어라는 것뿐이다.

“아니, 근데 왜……?”

고개를 갸우뚱하던 남자는 가까이 다가오는 가벼운 발걸음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새카만 머리카락을 쓸어 올린 헬리가 수하를 데려다주고 다시 돌아왔다.

“왜냐니?”

헬리가 물었다.

“별 건 없어. 별 건 없는 놈인데 왜 아까 그 여자애…….”

“수하.”

남자의 말을 헬리가 정정했다.

“그래, 수하를 붙잡고 피를 마시려고 한 게 아니라 납치를 하려고 했냐고.”

“자기 은신처로 끌고 가서 피를 마시는 타입도 있지.”

“그럼 그 말은 뭐야? ‘너, 맞구나’라고 했잖아. 수하한테.”

안 그래도 그 말이 몹시 마음에 걸렸던 헬리의 단정한 미간이 바로 찌푸려졌다.

“그건 지금으로선 알 수 없지. 가지고 가서 확인해보자.”

“그래야지.”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주변을 살펴도 남는 게 없다.

헬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남자는 갑자기 히죽 웃었다.

“그건 그렇고, 이상한 건 절대로 아닌데 단둘이 만나자고?”

인사 대신 대뜸 묻는 말에 헬리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래. 쟤가 저럴 줄 알았다.

“휴대폰 박살 낸 애한테 돈 말고 다른 방법으로 갚으라고 한다고? 일단 만나자고? 누가 봐도 관심 있는 거잖아.”

어쩐 일인지 헬리가 직접 ‘혼자’ 나서겠다고 하니, 일단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가만히 지켜보던 이안은 뜻밖에도 진귀한 광경을 난생처음 목격해버렸다.

늘 침착하던 헬리가, 관심을 표하며 다가오는 무수히 많은 여자애한테 눈길도 안 주던 ‘그’ 헬리가, 처음 보는 여자애 앞에서 평생 하지 않던 짓을 한 것이다.

이안은 빙글빙글 웃으며 헬리를 쳐다보았다.

“재미있냐?”

“어, 재미있어. 걔 힘도 어마어마하게 세고, 뱀파이어를 귀신이라고 생각할 줄은 몰랐네.”

눈을 휘며 대답하더니만 결국 허리를 잡고 웃어댄다.

늘 감정이나 표정 변화가 거의 없고 온화한 편인 헬리가 여자애 앞에서 버벅대며 안절부절못하다니.

물론 수하는 눈치도 못 챘겠지만, 헬리는 분명히 심하게 긴장해서 어쩔 줄 몰랐다. 오래도록 함께했던 이안은 바로 알 수 있었다.

“아, 애들한테 가서 얘기해줘야지.”

휴대폰이 없어도 얼마든지 의사소통이 가능한 헬리 때문에 나이트볼 연습은 이미 끝났다. 형제들은 지루해하고 있을 게 뻔했다.

“말하든가.”

“어, 그래도 돼?”

뜻밖의 대답에 이안은 죽은 뱀파이어 시체를 휙 꺼내는 헬리를 쳐다보았다.

“무슨 상관이야. 어차피 다 알게 될걸.”

“……와.”

이안은 저보다 조금 큰 헬리를 보며 입을 딱 벌렸다. 숨기지도 않겠다는 거야?

“와서 이거나 도와.”

“아니, 어떻게 할 건데? 계속 꿈으로만 봤던 여자애가 나타난 거잖아.”

기나긴 그들의 생애를 뒤덮었던 그 꿈.

지금도 간혹 나타나서 웃는 그 여자애가 실존하는 존재라니.

이안은 특히 헬리가 수하를 보자마자 본능적으로 잡았다는 걸 알았다.

“일단 어설프게 데이트 신청은 했는데. 이제 어쩔 거야?”

“너는 계속 거기 서서 헛소리만 할 거야?”

씨익 웃으며 재미있어 죽겠다는 듯 슬슬 묻는 이안을 향해 헬리가 조용히 묻자 이안은 서둘러 고개를 저으며 얼른 와서 도왔다.

“아니, 그건 아닌데.”

수하가 시작하고 헬리가 마무리한 뱀파이어는 이안의 어깨 위에 짐짝처럼 얹혀 축 늘어졌다.

인간을 공격하고 먹잇감으로 사냥하며 욕구조차 제어하지 못하는 짐승만도 못한 이 뱀파이어들은 헬리를 비롯한 형제들의 경멸과 혐오대상이자, 수상한 적이기도 했다.

저 뱀파이어들은 간혹 형제들의 주변을 탐문했다.

눈에 보이는 인간 세상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족족 없앴지만, 또 나타났다. 그것도 수하를 아는 척하면서.

‘결코 좋은 신호가 아니지.’

헬리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보다 작지만 힘 하나는 어마어마한 이안은 성인 남성을 짊어지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궁금한 것을 물었다.

“진짜 그 여자애 계속 만날 거야?”

“‘그 여자애’가 아니라 수하야.”

“수하라, ‘공주님’보단 낫네.”

헬리는 피식 웃는 이안을 쳐다보았다.

백 년이 넘게 꾼 꿈에 나타난, 수하와 똑같은 얼굴을 한 여자는 공주님이라고 정중하게 불렸다.

일곱 명의 형제가 공통된 여자가 등장하는 꿈을 꾸는 건 절대로 평범한 일이 아니었지만, 그 ‘공주님’에 대하여 가장 많은 꿈을 꾼 건 헬리였다.

이 꿈이 도대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수도 없이 고민하고 서로 토론했지만 여태까지 아무런 단서도 없었다.

그런데 수하가 나타났다.

“너는 아무렇지도 않아?”

“호기심은 생기는데, 모르겠어. 난 좀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라서.”

이안은 고개를 갸우뚱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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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형이 하고 싶은 대로 해. 그런데…….”

이안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만약에, 만약에, 형. 이 모든 게 함정이라면, 만들어진 환상을 우리가 계속 봐왔던 거라면…….”

그게 꿈이 아니라 그들을 홀리기 위한 환상이라면.

“알고 있어.”

헬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 하는지 알고 있어.”

잘 알고 있지만 그는 내일 무조건 수하를 만날 거다.

*

여기 계셨습니까?

고개를 들어보니 새카만 제복을 입은 헬리가 서 있었다.

자꾸 말씀도 안 하시고 사라지시면 안 됩니다.

수하는 입을 삐죽였다. 금방 찾았으면서! 잔소리는!

말 안 해도 알아서 찾으러 오잖아.

그래도 위험합니다.

하긴 헬리가 제일 규칙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녀에게 가장 가까이 붙어 있긴 했다. 어딜 가든 늘 그가 함께 있다. 수하는 그래도 주먹을 들어 보였다.

나 힘세.

그녀를 바라보던 연녹색 눈이 그만 휘어져 버렸다. 그래. 그럴 줄 알았다. 수하는 그를 웃게 만드는 데 성공해서 아주 뿌듯해졌다.

예, 강하시지요.

그는 언제나 고개를 끄덕여준다.

그래도 저를 혼자 두고 가지는 마세요.

그리고 언제나 다가와서 한결같이 손을 내민다.

제가 많이 걱정합니다, 공주님.

.
.
.

삐리리릭, 알람이 요란하게 울렸다. 눈을 번쩍 뜬 수하는 천장을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어느새 기숙사에는 아침이 찾아왔고, 오늘도 수업은 계속된다.

“……미친…….”

공주님이래. 미쳤나 봐.

“미친…….”

중얼거리던 수하는 눈을 질끈 감다가, 결국 엎드려서 베개를 퍽퍽 때렸다.

“미친!”

“아, 아침부터 왜 저래…….”

건너편에서 잠이 덜 깬 알렉스가 중얼거렸으나, 수하는 주먹으로 베개를 때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녀의 귀와 목덜미가 새빨갰다.

“미쳤나 봐!”

“미친 거 알겠으니까 그만해!”

아침나절부터 여자기숙사 D동 308호는 아주 시끄러웠다.

*

새 베개를 사자. 기왕이면 예쁘고, 또 주먹질 몇 번에 터지지 않을 만큼 튼튼한 걸로.

수하는 휴대폰으로 베개를 부지런히 찾아보면서 몇 번이고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정신 차려야지.

공주님.

미친! 꿈에서 들었던 목소리가 다시 떠오르자마자 수하는 얼른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하마터면 헬리 것으로도 모자라 그녀의 휴대폰까지 부서트릴 뻔했다.

‘공주님이라니, 진짜 미쳤나 봐.’

이상한 꿈을 꾼 건 한두 번이 아니고 수하의 짧은 인생 내내 있었던 일이지만, 공주님이라고?

여태까지 꾸던 괴상한 꿈들 중에서 이런 꿈은 난생처음이었다.

사람이 뱀파이어에게 물려 죽거나, 그녀가 낯설거나 익숙한 거리들을 헤매는 꿈이야 지겹게 꾸었지만 헬리가 등장해서 그녀를 공주님이라고 부르다니!

평생 본 것 중에 최고로 잘생기고 매너 좋은 남자애와 우연히 마주쳤다기로서니, 그 애가 공주님이라고 불러주는 꿈을 꾸다니!

이건 백 프로 개꿈이다!

공주님의 기역 자도 생각하지 않았던 수하는 다시 한번 자아를 성찰하는 중이었다.

도대체 평소에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았길래 그 잘생긴 헬리와 귀신, 아니 뱀파이어를 한 번 때려잡았기로서니 그런 꾸지도 않던 꿈을 꾸는 것인가? 그녀도 몰랐던 공주병이라도 있었던 걸까?

‘솔직히 뱀파이어와 마주치고 잡는 사람이라면, 딱히 같이 엮여서 좋을 게 없잖아.’

평범하게 살아야 했다. 평범하게. 엄마를 봐서라도 평범하게.

힘이 세도 아닌 척, 귀신 같은 게 보여도 못 본 척, 이상한 꿈을 연달아 꿔도 아닌 척. 최대한 조용히 사는 게 좋은 거다.

평범하게 학교 유명인사와 엮이지 않고, 밤에 기숙사를 몰래 나가는 게 최대의 일탈인 삶으로 돌아가자. 공주님이라고 불리는 꿈을 꾸다니, 이건 심해도 너무 심했다.

공주는 무슨, 그냥 힘이 약간 세서 문제인 고등학생일 뿐인데.

나 헬리야. 수업 끝나면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휴대폰이 진동을 하길래 뭔가, 싶어 조심스럽게 봤는데 꿈에 나온 바로 그 남자애, 헬리다.

어제 그녀의 휴대폰 번호를 가르쳐줬는데 그새 새 휴대폰을 샀나 보다. 밖에서 기다린다고?

‘아, 안 돼! 뱀파이어가 튀어나오고 그런 꿈까지 꾼 이상 얘랑 공개적으로 같이 있으면 안 돼!’

평범하게! 수하는 재빨리 휴대폰을 두드렸다.

아니야^^ 힘든데 뭐하러 그래^^ 어디 앉아 있으면 내가 거기로 갈게^^!

이 정도면 예의 바르게 신경 써준 것처럼 보이겠지? 문장부호도 잘 챙겼고, 띄어쓰기도 이상 없다.

내가 기다리는 게 싫어? 혹시 화났어?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나 보다. 아이씨, 웃는 얼굴 하나만 덜 쓸걸! 다시 보니 진짜 화난 것 같잖아!

아니 전혀! 전혀 화나지 않았어! 나는 그냥 걱정되어서 그런 거야! 요즘 덥잖아ㅠㅠ

“이야……, 오늘 베개에 이어 휴대폰까지 부수겠다, 부수겠어.”

와다다다 자판을 두드리자 옆에서 보고 있던 알렉스가 한마디 했다.

“누구랑 하는데 그래?”

“……있어, 그런 사람이.”

곧 죽어도 드셀리스 아카데미의 나이트볼 주전, 유명한 걸로 유명한 헬리라고 절대 말 못 해.

특히 알렉스는 나이트볼은 다 꿰고 있고, 드셀리스 아카데미를 넘어 라이벌인 선샤인시티스쿨 주전들까지 다 꿰고 있는 전문가다. 절대 안 된다.

“누가 너한테 찌질거려? 들이대?”

“아니, 그런 건 아니고…….”

그때 또 답장이 왔다.

요즘 날씨 화창하고 좋은데, 나는 괜찮아.

‘아니, 내가 괜찮지 않다고……. 부담스럽다고…….’

으으,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고민하던 수하는 결국 포기하기로 했다.

어차피 휴대폰을 부순 사람은 수하니까, 너무 의미를 부여할 것도 없다.

피해자가 직접 오고 싶다는데 그러라고 해야지, 뭐가 어때서? 그냥 해달라는 대로 해주고 끝내면 되는 거지. 그래! 의미 부여하지 말자! 꿈이 좀 이상하긴 했지만 개꿈이겠지!

여기까지만 생각하기로 한 수하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조금 초조한 표정으로 빠르게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드셀리스 아카데미 고등부는 도시 여기저기에 있는 건물에서 각각 따로 강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건물 바깥으로 나가기만 하면 바로 시내나 광장이었다. 그러니까 보는 눈이 많았다.

“저거 헬리 아냐?”

“미친, 오늘도 빛이 나네…….”

“사복 처음 보는 거 아냐?”

“사복 입은 헬리라고? 어디? 어디? 어디? 아, 어떡해……. 진짜 잘생겼어…….”

그리고 그녀가 휴대폰을 부순 상대는 지나치게 눈길을 끌었다.

주변에 일제히 끙끙대며 앓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가까이 다가갈 수는 없지만 너무나 완벽한 존재라, 다들 고개를 빼고 헬리를 바라보았다.

“다른 애들은 어디다 두고 혼자 있대?”

“어제 나이트볼 연습 갑자기 취소됐다며? 어디 아픈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네.”

매일 나이트볼 주전들은 삼삼오오 몰려다니는 게 보통인데 혼자 있는 헬리라니. 수업이 끝난 학생들이며 지나가던 학생들이 죄다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진짜 피곤하겠다.’

쟤도 저렇게 눈길 끌 외모를 가지고 싶어서 태어났겠는가. 아, 물론 수하가 걱정할 일은 아니다. 그녀는 공주님이 아니지만 헬리는 드셀리스 아카데미의 왕자님으로 분류해도 이상하지 않으니까.

자,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자연스럽게 가서 쟤를 끌고 얼른 튀면 된다!

……될까?

“너 왜 그렇게 걸어?”

알렉스가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내가, 왜?”

“엄청 뻣뻣해.”

음. 자연스러운 건 글렀다. 그리고 그때 이쪽을 본 헬리가 근사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수하야.”

완전히 글러 먹었다.

“미친…….”

알렉스가 신음 소리를 내며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헬리가 저렇게 활짝 웃어? 손을 흔들어? 저거 진짜 못 보던 광경인데 가서 로또를 사야 하나? 그래, 엄마더러 사라고 해야겠다. 그런데 지금 누굴 부른 거지?

“야, 나 갈게.”

수하가 부리나케 뛰어갔다. 일단 쟤를 데리고 얼른 빠져나가야 한다! 그 생각밖에 없었다.

“안…….”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수하가 먼저 말했다.

“안녕! 바쁜데 얼른 갈까? 내가 휴대폰 보상해줘야지! 어떻게 받고 싶어?”

속사포처럼 이어지는 말에도 불구하고 헬리는 미동도 않은 채 수하만 물끄러미 보았다. 새카만 눈동자가 그녀에게 고정되었다.

왜, 왜 대답이 없지? 수하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배고프지 않아?”

“어?”

“나는 지금 좀 배고픈데.”

어제는 나이트볼 연습 때문에 운동복 차림이었으나, 오늘은 사복 차림인 헬리가 수하에게로 비스듬히 몸을 기울였다.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자.”

“뭐? 갑자기 왜?”

“왜긴. 내가 그렇고 싶으니까.”

그러니까, 지 마음이란다. 수하는 문득 전학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알렉스가 나이트볼 주전들에 대해 떠들던 말을 떠올렸다.

‘헬리는 신사야. 완전 매너 좋고, 다정하고 상냥한 걸로 유명해.’

……아닌 것 같은데.

“가자.”

따라가지 않자니 그건 기물 파손하고 뺑소니친 사람이 되는 거고, 따라가자니 꽂히는 시선들이 무척 부담스럽다.

아, 진짜, 평범하게 지내고 싶었는데! 수하는 울며 겨자 먹기로 헬리의 뒤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뻔뻔한 범죄자는 될 수 없다. 다리도 긴 애라 따라가려면 뛰어가야 하나?

“아이스크림 좋아해?”

그건 아니었다. 헬리는 어느새 보폭을 수하와 맞춰 나란히 걸어가고 있었다.

“어? 어.”

사실 수하는 모든 음식에 진심이었다.

“다행이네.”

헬리는 또 웃었다.

‘쟨 왜 저렇게 웃어?’

괜히 꿈 생각이 나서 수하는 얼른 시선을 돌렸다. 일단 화제를 전환해야 그녀가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

“저기, 어제 그 뱀파이어는……, 잘 처리했어?”

“응. 그런데 사람이 아닌 걸 보고도 잘 안 놀라네. 뱀파이어인지도 몰랐으면서.”

헬리의 지적에 수하는 말문이 막혔다. 아, 이 말은 괜히 꺼냈다.

“……그런 건 예전에도 본 적 있어.”

“예전에도 본 적이 있다고?”

순식간에 헬리의 표정이 굳었다.

평범한 사람이, 사람의 피를 갈망하는 하급 뱀파이어를 두 번이나 봤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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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HYBE
-공동기획: HYBE / NAVER WEBT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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