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J대마도사 외전 20화
8화 아이 엠 BJ대마도사 (4)
11.
흔히 볼 수 있다.
평범한 사람도 가면을 쓰는 순간 무자비해지는 것을.
아스가르드 길드가 강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그 가면 때문이었다.
하얀 가면을 쓰는 순간 얼마든지 제멋대로 해도 된다는 것.
“헤오, 598레벨.”
그 때문이었다.
“어, 어떻게?”
미다스, 그가 그 가면 너머의 진실을 언급하는 것이 그 어떤 마법보다 강력한 건.
‘게임은 게임이야. 여기서 죽어도 결국 며칠 후에 부활한다.’
당연히 미다스도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가면을 쓸모없게 만들어야 해.’
아스가르드 길드라는 미증유의 길드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그저 무력만으로 제압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그러기 위해서는 공포가 필요하고.’
그런 상황에서 BJ대마도사에게는 가면이 통하지 않는다, 라는 공포가 새겨지면 어떻게 될까?
지금처럼 공포에 질려 아스가르드 길드에 가입하고, 그들에 동조하는 세력은 줄어들 터.
‘내 능력 때문에 볼 수 있다고 할 수는 없지.’
물론 미다스가 여기서 어떻게 알았냐고요? 전 게임 정보가 다 보이는 눈이 있거든요! 라고 대답할 순 없는 일.
“어떻게 알기는요, 사람 매수하는 게 그쪽 전매특허는 아니잖아요?”
그 말에 채팅창의 시청자들이 혀를 내둘렀다.
-와, BJ대마도사 개빡쳤나 보구나.
-현질 싸움은 너무 하네, BJ대마도사가 현질하면 다른 애들은 어떻게 하라고?
그냥 게임에서도 무자비한 BJ대마도사가 현실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그것보다 무서운 일은 없을 터.
그러한 사실은 곧바로 아스가르드 길드원들 사이에도 번지기 시작했다.
‘우리 정체를 파악했다고?’
‘우리 쪽에 스파이를 심었다고?’
‘젠장, BJ대마도사라면…… 그러고도 남는다.’
‘그는 갓워즈 밖에서 더 무시무시한 괴물이니까.’
공포 역시 번졌다.
그리고 공포가 번진 아스가르드 길드원들의 전열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이었다.
“저기 뭔가 오는데?”
수천 명의 플레이어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지원군이야?”
잠시 반색하는 아스가르드 길드원들.
그러나 그들은 이내 깨달았다.
“10대 길드 연합이 온다!”
그들 중에 그 누구도 하얀 가면을 쓴 이는 없다는 것을.
-와! 이제 제대로 싸우겠네!
전황이 바뀌는 순간.
-제대로 싸우다니, 말은 바로 해야지.
└???
└BJ대마도사가 있는데 10대 길드 연합이 질 리가 없잖아!
더불어 승패가 정해지는 순간이었다.
12.
여러모로 역사적인 날이었다.
10대 길드 연합이 손을 잡은 역사적인 순간, 그 순간을 노리고 아스가르드 길드가 역습을 시도한 날.
갓워즈의 미래를 둔 전쟁이 시작된 날.
그러나 그 역사적인 날이 끝났을 때 세상이 기억하는 것은 단 한 가지 사실이었다.
[BJ대마도사가 돌아왔다!]
3년간 보이지 않았던 BJ대마도사가, 모두가 기억하는 진짜 BJ대마도사가 돌아왔음을.
-BJ대마도사 장난 아니더라! 본 드래곤 드래곤 브레스 봐봐!
-이거 보여주려고 어그로 끌었나?
-BJ대마도사 끝까지 믿었던 내 가슴이 웅장해진다!
-와, 만렙 캐릭터들 쓸어버리는 거 보고 감동했음!
그 사실에 갓워즈와 관련된 모든 곳이 BJ대마도사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찼다.
그만큼 압도적인 존재감이었다.
물론 모두는 생각했다.
“BJ대마도사 돌아왔으니 이제 아스가르드 길드랑 제대로 한판 붙을 수 있겠는데?”
“BJ대마도사랑 손잡은 10대 길드 연합 대 아스가르드 길드!”
“이거 당분간 지루할 일은 없겠네!”
이제 시작이라고.
“아스가르드 길드가 이대로 물러설 리가 없지.”
“한 번 당했을 뿐이야. 다음번에 다시 세력을 모아서 본격적으로 나올 테니까.”
갓워즈에서는 얼마든지 재도전의 기회가 있으니까.
그게 이유였다.
모든 이들이 들뜬 이 무대에서 정현우가 어느 때보다 피곤에 지친 표정으로 앉아 있는 것은.
‘이번은 막았다.’
그도 깨달았으니까.
‘이번은.’
이제 첫 승일 따름이라고.
물론 이것도 대단한 일이었다.
10대 길드 연합도 하지 못했던 승리를 가져오는 건 물론 앞으로의 전쟁에서 이길 승산마저 가져온 상태.
‘아스가르드 길드는 모든 사냥터에서 막피를 할 거야.’
무엇보다 아스가르드 길드가 원하는 건 갓워즈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이었다.
플레이어들에 갓워즈란 세계에 흥미를 못 느끼도록 만드는 것.
‘내가 하위 사냥터에 내려가서 도와줄 순 없어.’
그런 목적을 위해 무차별 PK를 하는 아스가르드 길드를 정현우가 전부 때려잡을 순 없는 노릇.
‘계속 싸우면 피로감은 어떻게든 쌓인다.’
무엇보다 이대로 10대 길드 연합과 아스가르드 길드 사이의 전쟁이 길어지면 관계된 모든 이들은 피로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느낀 후에는?
갓워즈를 떠날 터.
‘그게 아니더라도 더 이상은 무의미해. 갓워즈는 수명을 다했으니까.’
사실 이 모든 문제는 근본적으로 갓워즈의 콘텐츠가 사실상 다 나왔다는 점이었다.
‘더 이상 재미가 없으니까.’
정현우는 기억한다.
갓워즈가 처음 세상에 나오던 날.
그날 그는 갓워즈에서 가능성을 봤다.
돈을 벌 수 있다, 그런 가능성이 아니었다.
갓워즈란 세상에 모든 이들이 미칠 것이다, 그만큼 이 게임은 끝내주는 게임이다! 라는 가능성.
‘새로울 게 없으니까.’
그러나 이제 정현우 본인조차도 갓워즈에 그런 가능성을 볼 수 없었다.
정현우가 고개를 숙인 건 그 때문이었다.
‘나 때문이야.’
이미 끝났어야 하는 갓워즈를 세상에 남긴 건 그 누구도 아닌 정현우, 그 때문이었으니까.
‘내가 욕심을 부렸어.’
김민수의 유산을 오롯하게 독점하겠다는 욕심을 버렸다면, 그랬다면 진즉에 새로운 가상현실콘텐츠가 나왔을 테니까.
‘이번에도.’
결정적으로 이번 일로 말미암아 갓워즈의 수명은, 그나마 남아있던 수명은 사실상 사라졌다.
BJ대마도사가 보여줬으니까.
말도 안 되는 퍼포먼스를.
이 갓워즈란 게임에서 보여줄 수 있는 궁극점을.
분명 당분간은 사람들이 그 사실에 열광하겠지만, 그 열광이 과연 얼마나 갈까?
그리고 앞으로 아스가르드 길드와의 전쟁에서 BJ대마도사가 승리할수록 그 정도는 더 심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 대목에서 정현우는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았다.
‘이제 끝낼 때가 왔다.’
정현우, 그가 스마트폰을 들었다.
그리고는 박영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13.
-더 이상 김민수의 유산에 욕심 부리지 않겠습니다. 이제 세상에는 새로운 가상현실 콘텐츠가 필요합니다.
그 전화를 받는 순간 박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짤막한 통화를 마친 박영준은 기나긴 한숨을 내뱉었다.
“후우.”
그 후에 고개를 들어 눈앞의 사내를,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금발 머리칼의 사내를 바라봤다.
“BJ대마도사의 가장 무서운 점이 이겁니다. 그는 정말 타이밍을 정확하게 맞춥니다.”
“사전에 기획해 둔 게 아니오?”
“그럴 리가요. 그는 조금 전까지 아스가르드 길드와 전쟁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어떤 변수가 나올지 모르는 그 전쟁을 두고 이렇게 타이밍 좋게 통화를 하는 걸 기획하는 건 쉽지 않죠. 무엇보다 이 약속 시간을 잡은 건 존 켈리 비서실장님입니다.”
그 말에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상은 고개를 끄덕였다.
박영준의 말처럼 오늘 자리를 마련한 건 본인, 만약 그마저도 예상하고 이런 기획을 했다면 그건 그것대로 인정해둬야 할 일이었으니까.
무엇보다 지금 이 자리에서 중요한 건 그런 기획의 유무 따위가 아니었다.
“어쨌거나 이걸로 오늘 여기서 결론을 낼 수 있을 것 같군요. 존 켈리 비서실장님, 아스가르드 길드의 배후가 중국과 러시아라는 건 이미 잘 알고 있으실 겁니다. 그리고 이대로 놔두면 그들이 가상현실 시대를 움켜쥘 겁니다. 그러니 BJ대마도사가 김민수의 유산을 오롯하게 상속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죠.”
이번 일이 터졌을 때 박영준이 가장 먼저 찾아간 건 다름 아니라 백악관이었다.
더불어 그게 두 번째였다.
첫 번째 때에는 김민수의 유산을 상속하는 상속세를 두고 백악관과 담판을 지었으니까.
그리고 그때 상속을 받는 데 5년이 걸린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금 당장.”
하지만 두 번째 만남에서 박영준은 그 5년을 당장으로 바꿔달라고 제안을 했다.
“다시 말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가상현실에 목숨을 걸었습니다. 이번엔 BJ대마도사가 막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BJ대마도사였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완벽하게 막은 건 아닙니다.”
이대로 놔두면 중국과 러시아에 가상현실 시대의 주도권을 빼앗길지도 모
백악관 입장에서는 터무니없는 제안이었다.
한 개인을 위해 그 정도로 특혜를 주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그래서 고민했다.
그런 와중에 조금 전 전화가 온 것이다.
“BJ대마도사는 가상현실기술을 자기 자신만을 위해 쓸 생각이 추호도 없습니다.”
새로운 가상현실 콘텐츠가 나올 수 있다면 그렇다면 욕심을 부리지 않겠다는 BJ대마도사의 말이.
그 말에 존 켈리 비서실상은 말했다.
“어디까지 포기할 수 있소?”
“반대로 묻죠. 무엇을 원하십니까? 원하시는 게 있다면 그에 맞춰드리겠습니다.”
“맞춰준다?”
“원하시는 가상현실을 만들어드리겠습니다. 그게 김민수가 BJ대마도사에게 남긴 유산입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존 켈리 비서실장은 더 이상 그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았다.
그 역시 스마트폰을 들었다.
그뿐이었다.
추가적인 대화나 설명은 필요 없었다.
-잘 들었네.
이미 이 모든 대화는 존 켈리 비서실장의 폰을 통해서 한 인물의 귀에 들어갔으니까.
-미합중국의 대표자로 말하겠네.
백악관의 주인의 귀에.
그리고 그 주인이 말했다.
-BJ대마도사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네. 이 시간부로 BJ대마도사가 김민수의 유산을 상속자가 됐다는 것에 서명하겠네.
그 말에 박영준은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내 임기 중에 이런 크나큰 결정을 하게 될 줄은 몰랐네.
“그 결정에 부합할 수 있도록 좋은 결과를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러면 기쁜 일. 하지만 그것보다 궁금한 건 하나일세.
이어진 질문에 박영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BJ대마도사의 정체 말이죠?”
-대단하군, 그걸 어떻게 알았나?
“와튼이니까요.”
그 대답과 함께 박영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3년 전, 상속의 날과 관련해서 BJ대마도사와 모든 준비를 끝낸 놓은 상태입니다.”
-준비?
“예, 영상을 하나 찍어놨습니다.”
-어떤 영상인가?
그 질문에 박영준은 웃으며 말했다.
“지금 당장 보여드리겠습니다.”
14.
“후우.”
통화를 마친 정현우가 긴 한숨을 내뱉었다.
여한은 없었다.
‘그래, 이게 맞았어. 애초에 티끌만 먹어도 세계적인 부자가 될 수 있는 건데. 과한 욕심이었지.’
오히려 이 순간 정현우는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그보다 이렇게 되면 이제 내가 번 돈은 조금 개인적으로 써도 되는 거 아닌가?’
지분 전부를 상속하는데 필요한 막대한 상속세, 그것을 위해 모든 돈을 아꼈던 정현우 입장에서는 이제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었으니까.
이제 충분히 돈을 써도 된다는 셈.
그쯤이었다.
“현우 형.”
이혁주가 그에게 다가와 캔콜라 하나를 건네주며 말했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힘내세요. 제가 쏘는 겁니다.”
그 사실에 정현우는 피식 웃었다.
“야, 됐다. 그러지 말고 내가 쏠게.”
이어진 말에 이혁주의 표정이 구겨졌다.
“형, 괜찮아요. 무리하지 마세요. 안 쏘셔도 됩니다.”
정현우가 없는 형편에 무리를 한다고 생각한 모양.
비단 이혁주만 그런 게 아니었다.
“그래, 현우야. 괜찮아. 괜히 억지로 할 필요 없어.”
“아무렴, 현우한테 얻어먹는 건 벼룩에게 간 이식받는 거랑 다를 게 없지.”
모두가 한마음으로 정현우를 걱정했고, 그 말에 정현우가 어이가 없는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아니, 내가 B…….”
그쯤에서 정현우가 제 입을 막았다.
‘어우, 갑자기 선 넘을 뻔했네.’
자칫 잘못했으면 정체를 밝힐 뻔.
‘후우, 입조심 하자.’
그 순간이었다.
검은 화면만 보이던 휴게실의 TV 위에 영상이 송출됐다.
“뭐야? 채널 돌린 거야?”
“라이징 스타 채널 그대로일 텐데?”
“라이징 스타 채널이 라이브 시작한 거야?”
그 사실에 모두의 관심이 TV를 향했고, 이내 그들은 볼 수 있었다.
“현우?”
“현우네?”
“현우야?”
익숙한 얼굴을 가진 사내가 말을 하는 것을.
-내가 BJ대마도사입니다.
작가의 말
드디어 외전이 끝났습니다!
일단 부족한 글임에도 여기까지 읽어주신 독자분들께 감사의 인사부터 드립니다.
동시에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제가 그동안 여러 글을 써오면서 처음으로 외전을 써보면서 너무나도 부족한 게 많았음을, 이것이 괜한 사족이 된 것 같아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그럼에도 외전을 쓰게 된 이유는 하나였습니다. 제 스스로 BJ대마도사에 확실한 종지부를 찍고 싶었습니다.
BJ대마도사 이후 많은 글들을 썼으나, 좋은 결과를 남기진 못 했습니다. 이유는 제가 능력이 부족한 탓이지만, 그 이유를 다른 곳에서 찾게 되더군요. 그래서 BJ대마도사에 대한 여한이 남아 그런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 후에 BJ대마도사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보자, 라는 생각에 이르러 이렇게 외전을 쓰게 됐습니다.
결과물은 부족한 것투성이었으나, 덕분에 제 마음속에서 BJ대마도사란 글은 이제 충분히, 더 이상 여한이 남지 않은 글이 됐습니다.
그렇기에 이제 새로운 글을 쓰러 떠나겠습니다. 최대한 이른 시간 내에 찾아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