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482화 (481/485)

BJ대마도사 외전 16화

7화 가짜가 되다 (2)

4.

가름.

니플헤임의 보스 몬스터인 녀석의 겉모습은 보스 몬스터라고 하기에는 추레하기 그지없었다.

긴 털을 가진 개가 수십, 수백 년에 걸쳐 제대로 된 관리를 받지 못한 모습.

온몸의 털이 오물과 함께 뒤엉킨 그 모습은 누더기 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 가름을 향해 추레하다, 불쌍하다, 라고 여기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툭 튀어나온 주둥이, 그 주둥이 안으로 보이는 이빨은 날카롭기 그지없었고.

그 이빨 위로 보이는 노란색 눈빛은 이빨보다 더했으니까.

크르르!

무엇보다 그 덩치가 남달랐다.

코끼리쯤 대여섯 마리를 뭉친 듯한 어마어마한 크기!

쾅!

물론 가장 무시무시한 건 그 거대한 덩치에서 나오는 엄청난 수준의 기동력이었다.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순간 보이는 가름의 모습은 시커먼 형태, 마치 그림자 같았다.

제대로 눈으로 좇는 게 불가능할 정도!

“지금 이 시간부로 가름 레이드를 하겠습니다!”

그런 가름을 상대로 BJ대마도사가 레이드를 외쳤을 때 시청자들의 머릿속엔 물음표가 떠올랐다.

-아니, 니드호그가 아니고 가름이라고?

-그보다 BJ대마도사는 대체 언제 니플헤임에 간 거야? 세계수 초입에 있던 게 며칠 전이었잖아?

-그 며칠 만에 500레벨을 찍은 건가? 설마? BJ대마도사 레벨업 속도 미친 거 아니야?

상상도 못 한 상황이었으니까.

“흑마법사 스킬만으로 잡겠습니다!”

-뭐라고?

그러나 이어진 BJ대마도사의 발언이 나오는 순간, 물음표는 오래 가지 않았다.

-역시 BJ대마도사다!

-그래! 이렇게 질러야 우리 BJ대마도사지!

-모르겠고, 한 번 가즈아아아!

누가 보더라도 화끈한 라이브 방송인 건 분명했으니까.

그리고 그게 시청자들이 BJ대마도사에게 기대하는 바였으니까.

때문에 시청자들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BJ대마도사가 이렇게까지 나오는 거 보면 진짜 엄청난 거 준비해온 모양인데?

└ㅇㅇ 아무렴! BJ대마도사하면 화끈, 그 자체잖아!

└그동안 BJ대마도사 깐 놈들 반성문 쓸 준비해라 ㅋㅋㅋ

└숨어 있던 BJ대마도사 팬분들 나오세요! 오늘 축제의 날입니다!

분명 BJ대마도사가 가름을 상대로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줄 거라고.

그러나 그러한 예상은 전투가 시작되는 순간, 그 순간 달라지기 시작했다.

-어? 해골들 너무 쉽게 부서지는데?

-데스나이트는? 리치는?

-BJ대마도사 형, 이거 위험한 거 아니야?

가름을 상대로 보여주는 해골 군단의 모습 어디에도 압도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사실 그냥 그 상황 자체가 대단한 일이었다.

애초에 가름을 혼자 잡는다, 그것도 흑마법사 스킬만으로 잡는다는 건 보통 플레이어라면 엄두도 내지 못하는 일.

-이게 진짜 BJ대마도사?

-형, 고작 이거 보여주려고 그 설레발을 떤 거야?

그러나 BJ대마도사를 향한 팬들의 기대에는 결코 부응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고작 이거라니? 이것도 대단한 거 아님? 해골 군단만으로 가름 상대로 어쨌거나 딜 넣는데? 솔플 뛰는데?

└대단한 건 맞는데 BJ대마도사잖아?

└BJ대마도사라면 가름 정도는 물리 마법으로 잡아야지!

채팅창에 실망감이 피어올랐다.

물론 동시에 많은 이들은 생각했다.

-급하게 니플헤임 온 거 아닐까?

└급하게?

└지금 500레벨 안 될지도?

└그러니까 스펙업 덜 한 상태라고?

└그보다 데스나이트랑 리치는 왜 안 쓰는 건데?

└F랭크짜리 써봤자 무슨 의미가 있어? 오히려 마력만 잡아먹을 뿐인데!

└BJ대마도사라면 마스터 스킬북하고 레전더리 스킬북 얻어서 바로 S랭크에 레전더리 에픽 만들어야지!

└야, 레전더리 카드를 볼 수 있는 눈알이 박히지 않는 이상 그게 가능하겠냐?

이러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여러모로 뒤숭숭한 분위기,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가름 레이드는 치열하게 진행됐다.

해골 군단 숫자는 줄어들었고, 그 줄어든 숫자만큼 가름의 몸에는 상처가 쌓였다.

그러면서 BJ대마도사는 쉴 새 없이 새로운 해골 군단을 소환하고, 흑마법으로 공격을 달렸다.

자연스레 전투는 길어졌다.

그렇게 33분이 흐른 후에야 비로소 끝이 났다.

[가름을 처치했습니다.]

BJ대마도사가 흑마법사 스킬만으로 가름을 잡는 순간.

‘좋아, 해냈다.’

그 성과에 미다스는 만족했다.

‘데스나이트랑 리치는 안 꺼냈어.’

계획대로였으니까.

‘시청자들 반응은 안 좋지만.’

물론 미다스라고 해서 채팅창 분위기가 최악이라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예상한 바였고, 각오한 바였다.

그렇기에 미다스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분명 그랬다.

-이 BJ대마도사 가짜야!

‘응?’

그러나 그 순간만큼은 달랐다.

-BJ짭마도사였어! 진짜는 지금 아스가르드 필드에 있다고!

‘뭐?’

폭탄이 터졌으니까.

5.

-지금 라이브 중인 BJ대마도사는 가짜다!

BJ대마도사 가짜설!

-또 음모론자들 나왔네!

그건 사실 BJ대마도사가 복귀한 이후부터 꾸준하게 나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나올 만했다.

그 어떤 소식도 없는 상태에서 3년 만의 갑작스러운 복귀.

그런데 검은 가면으로 얼굴을 감춘 채 갑자기 흑마법사 스킬만 쓰겠다고 한다?

또한 럭키와 골드는 제대로 된 활약도 보여주지 않은 상태.

결정적으로 BJ대마도사의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는 마법들도 나오지 않은 상태.

누가 보더라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요소들은 넘쳐나는 대목.

그럼에도 그것이 음모론으로 치부되는 이유는 간단했다.

-BJ대마도사가 아니면 누가 저런 미친 퍼포먼스를 보여줘?

└BJ흑마도사 포스 못 봄? 해골 수준이 다른데?

└레벨업 속도 봐라! 저게 BJ대마도사 아니면 누가 할 수 있는 건데?

여전히 압도적인 무언가를 보여줬다는 것.

그리고 그 압도적인 것이 BJ대마도사를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증거이자, 근거라는 것.

해서 이런 음모론이 나올 때면 대부분은 그저 흥미 있는 개소리로 치부할 따름이었다.

-영상 떴어!

└뭐?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증거가 있었다.

-BJ대마도사가 아스가르드 필드에서 싸우는 영상 나왔다고! 봐봐!

└어? 럭키랑 골드도 있잖아!

└스킬들 봐봐! BJ대마도사가 쓰는 것들이잖아!

아주 신빙성 높은 증거가.

그러한 증거가 나오는 순간 음모론들이 신빙성 높은 가설로 취급받기 시작했다.

-그럼 지금 BJ대마도사는 뭐야?

└시선을 끌려는 가짜야!

└가짜라고? 왜 가짜를?

└BJ대마도사는 이미 만렙 찍은 상태인데 그냥 나오면 포스가 없잖아! 그래서 일부러 엄청나게 레벨업한 것처럼 꾸미려고 수작을 부린 거야!

└ㅇㅇ 애초에 각 필드마다 BJ대마도사처럼 연기하는 가짜가 배치되어 있었던 거지!

└생각해 보니까 검은 가면 쓴 BJ짭마도사들은 제대로 된 대마도사 스킬을 쓴 적이 없네?

└럭키도 제대로 싸운 적이 없지!

└진짜 가짜 같은데?

└그런데 대체 왜?

└아스가르드 길드 견제하려고?

그리고 그 이유조차 그럴싸해지는 순간, 그 순간부터 그것은 음모론이나 가설 따위가 아니었다.

“BJ대마도사가 빅피쳐를 그렸네.”

“만렙 미리 찍은 것도 놀라운데, 일부러 자기 존재감 늘리려고 각 사냥터마다 가짜를 배치했을 줄이야.”

“어떤 의미에서는 대단하다, 대단해.”

모두가 그것을 진실이라 생각했다.

예외는 한 명이었다.

“와, 현우 형. 이게 말이 되나요? 그게 가짜라니!”

“……후우, 그래 BJ대마도사가 가짜일 줄이야. 너무 놀랍다, 놀라워.”

정현우, 그는 그것을 진실이라 생각할 수 없었다.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더 나아가 정현우는 고뇌해야 했다.

‘왜 가짜가 등장하는 거지?’

이 시점에서 아무런 이유도 없이 BJ대마도사인 척하는 무리가 등장했을 리 만무.

더군다나 그냥 등장한 게 아니라 아스가르드 필드에, 그 치열한 전쟁 중인 전장에 등장했다.

필시 이유가 있을 터.

‘대체 누가 한 거지?’

여러모로 정현우 입장에서는 골치 아픈 일.

당연히 이쯤에서 정현우는 스마트폰을 들었다.

‘일단 영준 형하고 이야기해보자. 영준 형이라면…….’

그렇게 조언을 구하기 위해 박영준에게 연락을 하려는 정현우, 그런 그의 귓속에 대화가 들렸다.

“그보다 이렇게 되면 BJ짭마도사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어떻게 되긴, 짭인 거 들켰으니 잠수 타야지.”

“잠수 탄다고? 확실해?”

“알 게 뭐야. 이제 누가 짭에게 관심을 가지겠어?”

그 대화를 듣는 순간 정현우는 스마트폰을 내려놓았다.

‘이건 기회다.’

애초에 정현우의 목적은 최대한 빨리 아스가르드 필드에 입성해서 아스가르드 길드를 견제하는 것!

그 과정에서 주변의 방해를 뿌리치기 위해서 이제까지 이런 고생을 한 상태였다.

‘아무도 나한테 관심이 없어.’

그런데 지금 주변의 방해는커녕 관심조차 사그라진 상황.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이쯤 되면 더 이상 고민은 무의미했다.

이 순간 정현우가 해야 하는 건 하나였으니까.

‘최단 시간 내에 아스가르드 필드로 간다.’

목적을 달성하는 것.

‘다음 사냥터인 무스펠하임에서 레벨업은 문제없어. 열흘 정도면 충분히 아스가르드 필드에 갈 수 있는 스펙업이 가능해.’

그때였다.

문자가 도착했다.

[본 드래곤 스킬북을 받았습니다.]

그것을 보는 순간 정현우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누군지 모르지만…….’

그리고 진심을 담아 보냈다.

‘이 은혜 꼭 갚겠습니다!’

6.

“BJ대마도사에게 본 드래곤 스킬북을 보내도록.”

“예?”

차오스의 말에 부하 직원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걸 대체 왜…….”

이제는 BJ대마도사가 가짜인 게 드러난 상황.

그건 곧 BJ대마도사와 했던 약속을 지킬 필요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차오스는 웃으며 말했다.

“보내도록. 여러모로 속이 쓰릴 텐데 이거라도 받고 위안을 가져야지.”

그 말, 당연한 말이지만 진심이 아니었다.

차오스, 그는 현 시점에서 BJ대마도사가 엄청난 충격을 받았으리라 확신했다.

BJ대마도사, 그가 자신을 괴물로 포장하고자 했던 노력이 단숨에 물거품이 됐으니까.

BJ대마도사를 빛나게 해주던 위엄이 단 한순간에 송두리째 빛을 잃어버렸으니까.

“본 드래곤 스킬북을 받은 BJ대마도사의 표정이 궁금하군.”

그런 상황에서 아스가르드 길드로부터 본 드래곤 스킬북을 받는다?

그게 도발이란 걸 모를 리 만무.

“얼마나 분노하고 있을지.”

차오스는 BJ대마도사를 분노케 하는데 본 드래곤 스킬북 정도면 저렴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뭐, 이제는 필요도 없고.”

차오스, 그는 더 이상 갓워즈의 아이템이나 스킬북에 대해 큰 가치를 두지 않았다.

정확히는 가치를 없앨 생각이었다.

“이 시간부로 아스가르드 길드의 가면을 쓰지 않은 이들은 무차별적으로 PK하도록. 예외 없이. 보이는 전부를.”

갓워즈란 게임이 아무도 하지 않는 게임이 된다면 본 드래곤 스킬북을 포함해 모든 아이템의 가치는 무가치한 게 될 테니까.

“그리고 BJ대마도사를 제거한다.”

그러한 모든 과정의 마침표는 BJ대마도사의 게임오버로 삼을 생각이었다.

그에 대해 차오스는 조금의 망설임이나 주저함, 불안함 따위는 느끼지 않고 있었다.

모든 준비는 완벽했으니까.

“BJ대마도사를 중심으로 10대 길드가 모일 텐데 괜찮을까요?”

“이제 BJ대마도사의 도금은 벗겨졌다. 구심점이 없는 이상, 10대 길드가 제대로 모일 리 만무. 아니, 오히려 10대 길드가 전부 모이는 게 우리한테는 유리하지. 그들이 모인다는 건, 우리가 매수한 자들 역시 모인다는 의미랑 같으니까.”

말을 하던 차오스의 입가에 미소가 진해졌다.

“여차하면 10대 길드에 있는 스파이들로 BJ대마도사를 죽이는 것도 괜찮겠군. 뒤에서 공격하면 답이 없을 테니까.”

그 말을 끝으로 차오스는 미소를 지웠다.

얼굴에서 감정을 지웠다.

그 어느 때보다 차가운 무표정을 했다.

그 표정으로 말했다.

“이 시간부로 라그나로크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