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J대마도사 외전 12화
5화 세계수 (3)
7.
미드가르드가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놀랐다.
만렙이 확장되고, 아예 새로운 사냥터가 나왔는데 놀라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일.
그러나 그 놀람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성좌 시스템 말고는 볼 거 없잖아?
└성좌 시스템이 어디임?
└이거라도 고마워해야지.
막상 보이는 것들이 새로울 게 없었으니까.
그러나 그러한 생각은 세계수가 공개되는 순간 눈 녹듯이 단숨에 사라져버렸다.
세계수 필드가 주는 존재감은 그 정도로 강렬했다.
그리고 강렬할 수밖에 없었다.
세계수로 가는 길, 그것을 뚫고 나온 플레이어들은 볼 수 있었으니까.
자신들을 개미, 그보다 더 보잘것없는 존재로 만드는 거대한 나무 한 그루의 존재를.
사실 너무 거대해서 세계수 안에 들어가면 자신이 나무에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없었다.
그저 나뭇가지색 땅 위에 거대한 나뭇잎들이 숲처럼 펼쳐져 있다고 느껴질 따름.
일단 필드와의 차이점은 하나였다.
-저기! BJ대마도사 뒤에 봐!
어지간한 탑, 그보다 드높은 세계수 위에서는 지평선이 남다르게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
즉, 그게 증거였다.
“다들 보셨죠? 지금 저는 세계수에 왔습니다.”
BJ대마도사, 그가 세계수에 있다는 증거.
그 어마어마한 지평선은 결코 그 무엇으로도 조작할 수 없는 증거였으니까.
-열흘 동안 잠수 타던 양반이 현상금 거리니까 귀신 같이 등장하네!
당연히 사람들은 생각했다.
-딱 봐도 이미 세계수로 와서 대기 타고 있었네!
BJ대마도사는 현상금이 걸리기 전에, 그 전에 이미 세계수 필드로 온 게 분명하다고.
-세계수로 가는 길 난이도가 미쳤는데, 설마 현상금 걸리자마자 움직였겠어? 미리 대기 타고 있었던 거지!
└ㅇㅇ 움직였다고 해도 이렇게 빨리 오는 건 불가능하지!
그게 아니라면 세계수로 가는 길, 그 험난한 길을 단숨에 주파한다는 건 납득할 수 없었으니까.
무엇보다 사람들은 생각했다.
-BJ대마도사가 열흘 동안 레벨 올려봐야 20레벨 안팎일 텐데, 혼자서 저길 주파하는 게 가능하겠어?
└하긴, 그러네!
└끽해야 430레벨일 텐데, 세계수 필드가 450레벨 사냥터인 걸 생각하면 혼자서 갑자기 돌파하는 건 불가능하지.
└누가 같이 데려다줬을 듯!
그들이 생각하는 BJ대마도사의 스펙을 생각하면 더더욱 미리 대기하고 있었을 수밖에 없다고.
‘후우, 간신히 왔다.’
실제로도 미다스 입장에서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냥 세계수로 가는 길을 뚫는 게 아니라, 최단 시간 내에 그 길을 뚫어야 했으니까.
그러나 딱히 고민할 일도 아니었다.
‘판을 이렇게 깔아주셨는데 제대로 춤춰 드려야지.’
미다스는 이게 라이징 스타 채널이 마련해 준 기회라고 생각했으니까.
‘아무리 그래도 리치 소환이라니!’
그게 아니더라도 리치 소환 스킬북을 준다는데 그걸 마다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진짜 대단하다. 이걸 구하다니. 진짜 이거 끝내주는 스킬인데.’
그만큼 리치 소환 스킬은 강력했다.
‘리치는 해골 군단에 버프를 걸어주니까.’
리치 자체가 공격형 소환물이 아니라 버프형 소환물이었으니까.
지금 미다스의 해골 군단에는 가장 도움이 되는 스킬인 셈.
여러모로 미다스 입장에서는 기쁜 일이었다.
해서 미다스는 진심으로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언제 주실 거죠?”
8.
-그래서 언제 주실 거죠?
그 말이 나오는 순간 차오스와 대화 중이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짙은 침묵이 깔렸다.
이런 경우의 수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바.
아니, 예상을 넘어 상상도 못 했으니까.
“흠.”
그러한 침묵을 깬 차오스였다.
“재미있군요.”
그렇게 나온 차오스의 반응은 놀람이나 분노보다는 오히려 흥미였다.
-재미있다고? 지금 이게?
-지금 그런 소리가 나오나? 자네의 계획이 실패했는데?
“죄송합니다.”
그러한 차오스의 반응에 분노하는 투자자들을 향해 차오스는 사과를 했다.
그러나 그는 담담하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말했다.
“설마 BJ대마도사가 가짜를 두 개나 준비했을 줄은, 그럴 줄은 예상치 못 했습니다.”
그리고 그 말에 투자자들의 눈빛이 바뀌었다.
-가짜가 두 개?
“간단한 겁니다. 우리가 본 BJ대마도사와 별개로 세계수에도 가짜 BJ대마도사를 배치해둔 거죠.”
-그게 무슨 말인가?
“애초에 가짜의 목적은 시간과 시선을 버는 겁니다. 그렇다면 각 사냥터마다 가짜 BJ대마도사를 배치해두는 게 여러모로 효과적이죠. 지금 보이는 것처럼.”
그 말에 투자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BJ대마도사와 라이징 스타 채널은 예전부터 대비를 했을 겁니다. 3년 이란 시간이라면 각 사냥터별로 배치할 캐릭터를 모아두는 건 어렵지 않죠.”
이어진 차오스 설명, 솔직히 어렵지 않은 일은 결코 아니었다.
400레벨, 450레벨, 이렇게 흑마법사 캐릭터를 두 개 혹은 그 이상 준비해놓는다는 것.
그것도 그냥 흑마법사가 아니라 BJ대마도사처럼 신수 펜리르와 가디언 스킬을 습득한 흑마법사를 준비한다는 것.
그러나 어렵지 않다는 그 표현에 대해서 차오스를 비롯해 화상 회의 중인 투자자들은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그들은 확신했으니까.
“BJ대마도사라면.”
-그라면 하고도 남지.
-지금까지도 정체를 감출 만큼, 그 대단한 유산을 귀찮다는 이유로 마다하는 사내이니까.
-정말 대단하군.
그들이 알고 있는 BJ대마도사에게는 그 정도는 아주 가소로운 일일 따름이라고.
-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이지?
어쨌거나 이제 결정을 해야 했다.
“약속은 지켜야죠. 선물은 줄 겁니다.”
BJ대마도사에게 한 방을 맞았다.
그리고 그게 전부였다.
“그리고 애초에 우리가 노리던 건 가짜 BJ대마도사. 가짜가 미끼를 물었으니 이제 사냥을 해야죠.”
-사냥?
“계획한 대로.”
결국 해야 할 건 달라지지 않았으니까.
“500레벨 이하 모든 사냥꾼을을 소집할 겁니다. 세계수 초입으로.”
가짜를 잡아서 BJ대마도사를 무너뜨리는 것!
그 계획을 말하는 차오스가 단호하게 말했다.
“가짜 BJ대마도사가 세계수 초입에서 살아 움직이는 일은 결단코 없을 겁니다.”
9.
[리치 소환]
-스킬 등급 : 레전더리
-스킬 효과 : 리치를 소환한다. 소환한 리치는 소환된 언데드 몬스터에게 강력한 버프를 걸어준다.
리치 소환 스킬북.
그것을 바라본 미다스는 무릎을 꿇고 있었다.
두 손을 모은 채로.
‘감사합니다.’
그렇게 미다스는 진심을 다해 기도하고 있었다.
‘어느 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를 위해 이렇게 후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데스나이트에 이어 리치 소환 스킬까지, 매물조차 없는 스킬을 대가 없이 준 것 아닌가?
감사한 마음이 우러나오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한 일.
‘제가 성공하면 이 은혜는 꼭 갚겠습니다.’
그렇기에 미다스는 각오를 다지면서 되새김질했다.
‘꼭 해내겠습니다. 후원자님을 위해서 아스가르드 길드를 제가 어떻게든 막겠습니다.’
이것을 후원해준 고마우신 분이 원하는 건 결국 BJ대마도사가 아스가르드 길드를 무너뜨리는 것, 그것임이 분명하다고.
그런 미다스에게 더 이상 기도하거나 감상에 젖을 시간은 없었다.
지금은 스펙업을 할 때.
당연히 미다스는 바로 썼다.
마스터 스킬북을.
그리고 레전더리 에픽 스킬북을.
그렇게 미다스는 볼 수 있었다.
[리치 소환]
-스킬 등급 : 레전더리 에픽.
-스킬 효과 : 리치를 소환한다. 소환한 리치는 소환된 언데드 몬스터에게 강력한 버프를 걸어준다. 그리고 마주한 적에게 강력한 저주를 걸어준다.
말도 안 되는 스킬 옵션을.
그러나 그 대목에서 미다스는 놀라지 않았다.
‘아직 놀라긴 이르다.’
알았으니까.
‘얘도 무조건 머리 위에 느낌표가 있을 테니까.’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더 강해질 수 있음을.
“리치 소환!”
그렇게 미다스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리치를 소환했고, 그런 미다스의 부름에 리치가 등장했다.
땅 위에 시커먼 구덩이가 생기더니, 그 아래에서 5미터 장신의 거대한 해골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시커먼 구덩이가 생물처럼 움직이며 삽시간에 거대한 해골의 로브로 변했다.
리치!
데스나이트에 버금가는 흑마법사의 최강의 소환물이 등장하는 순간.
압도되어야 마땅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막상 그 리치를 바라보는 미다스의 표정에는 압도라는 단어는 존재치 않았다.
오히려 미다스는 고개를 갸웃했다.
‘없네?’
리치의 머리 위에 있으리라 생각했던 느낌표가 보이지 않았으니까.
‘이러면 나가리…….’
기대했던 것보다 더 큰 스펙업이 불가능해진다는 의미.
그 사실에 미다스가 실망감을 표했다.
물론 이내 미다스는 깨달았다.
‘아니지. 나가리는 무슨 나가리야.’
지금 실망감을 표현하기에 미다스는 너무 말도 안 되는 스펙업을 한 상태라는 것을.
‘이 정도만 되더라도 세계수 필드에서 사냥하는 건 일도 아니야. 아니, 세계수 중간지점도 충분히 가능할 거야. 하고도 남지. 데스나이트도 리치의 버프를 받으니까. 여기에 디버프까지 쓰잖아?’
총 3단계로 나뉘는 세계수 지역, 그 모든 지역에서 무리 없이 사냥이 가능한 수준임을.
그 순간이었다.
‘가만.’
미다스는 다시 한 번 더 계산을 해봤다.
‘이 정도면 세계수가 아니라 니플헤임에서도 충분히 사냥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는데?’
세계수의 마지막 지역인 뿌리, 그 뿌리 너머에 존재하는 니플헤임 필드에서의 계산을.
상식적으로는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니플헤임은 500레벨 이상 플레이어들을 위한 사냥터.
지금 아직 450레벨조차 달성하지 못 한 미다스가 세계수로 가는 길에서 사냥하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본래는 지금 미다스 레벨의 플레이어는 가고 싶어도 갈 수조차 없는 사냥터였다.
‘가는 건 문제없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세계수란 사냥터는 미다스에게 더 이상 의미가 없는 상황.
물론 그렇다고 해도 니플헤임 사냥터의 난이도는 엄청났다.
무엇보다 니플헤임에는 플레이어들의 사냥 난이도를 매우 높이는 요소가 있었다.
‘문제는 니플헤임의 혹한인데…….’
서있는 것만으로도 HP가 날아가고, 몸이 얼어서 움직이지 않는 혹한의 지옥이라는 것.
그 때문이었다.
미다스가 오히려 니플헤임에서 매력을 느끼는 이유.
‘해골 군단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미 죽어버린 것들이 혹한의 지옥은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못 했으니까.
또한 미다스는 잊지 않고 있었다.
‘세계수로 온 이상 날 죽이고 싶어 하는 인간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단 말이야.’
자신이 어째서 세계수로 가는 길, 그 무대에서 그동안 미친듯이 레벨을 올렸는지.
‘하지만 니플헤임이라면…… 차라리 여기보다 낫다.’
그런 PK를 염두에 두어야 하는 상황에서 니플헤임이 주는 메리트는 매우 높았다.
‘사냥만 되면, 50레벨 차이니까…… 되기만 하면 진짜 미친 듯이 레벨 찍겠지.’
그리고 사냥이 됐을 때의 스펙업 속도는 상상을 벗어날 터.
물론 가장 중요한 건 하나였다.
과연 사냥이 가능한가?
사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지금 당장 미다스가 내놓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확인해보자.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
이번에 추가된 리치가 얼마만큼 전력에 도움이 될지 알고 난 후에 가능한 일이었으니까.
그리고 곧바로 미다스는 그것을 확인했다.
확인은 어렵지 않았다.
“데스나이트 소환.”
데스나이트와 리치, 각각 한 마리씩이면 충분히 알 수 있었으니까.
자신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그 후에 자신의 스펙업을 확인한 미다스.
“럭키, 골드야.”
왕!
“예, 주인님! 명만 내리십시오!”
그는 바로 말했다.
“니플헤임으로 가자.”
더 이상 세계수에 있을 이유는 없다고.
그 말을 뱉는 순간 미다스는 바로 세계수를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세계수의 꼭대기, 그곳에서 지극히 낮은 확률로 발견할 수 있는 구멍이 세계수의 뿌리 끝에 있는 니플헤임으로 가는 통로였으니까.
말했다시피 구멍을 발견할 확률은 매우 낮았다.
그러나 미다스는 걱정하지 않았다.
‘구멍 발견하는 건 일도 아니지.’
그에게는 눈이 있었으니까.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눈을.
그렇게 미다스는 꼭대기에 오자마자 곳곳에 솟아오른 붉은빛 기둥을 볼 수 있었다.
‘저게 니플헤임으로 가는 구멍들…… 잠깐. 저거 뭐야?’
붉은빛 기둥들과 다른 기둥 하나를.
‘왜 쟨 황금빛이야?’
그리고 그 기둥 앞에 도달한 미다스는 볼 수 있었다.
[미미르의 샘으로 향하는 길]
‘미미르의 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