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477화 (476/485)
  • BJ대마도사 외전 11화

    5화 세계수 (2)

    4.

    워즈튜브에는 철칙이 있다.

    -워즈튜브에서 방송하는 인간이면 1주일에 한 번은 라이브 방송 때려주는 게 기본 예의지!

    법적으로 정해진 건 아니지만, 워즈튜브를 하는 이라면 절대 어길 수 없는 아주 중요한 철칙이.

    그 때문이었다.

    -BJ대마도사는 또 잠수 탔다!

    └열흘 동안 아무 소식도 없는 게 말이 됨?

    └그러면 그렇지! 이래도 BJ대마도사 빠는 흑우 없제?

    └데스나이트 스킬북 먹튀요 ㅋㅋㅋㅋ

    복귀 라이브 이후 열흘이란 시간이 지났음에도 이렇다 할 소식이 없는 BJ대마도사를 향해 여론이 안 좋은 쪽으로는 불타오르는 것은.

    -BJ대마도사는 스펙업 중이라서 라이브 방송 못 하는 것뿐이야! 절대 튄 게 아니야!

    └스펙업 같은 소리 하네, 게임에 접속한 걸 본 사람이 없는데!

    └BJ대마도사 위치만 알려줘도 100만 달러 준다고 하는데 아무도 못 찾았거든?

    └어쩌면 깝치다가 게임오버 당해서 강제 휴식 취하는 걸지도?

    더군다나 BJ대마도사는 그 어떤 행적이 드러나지 않은 상태, 사냥 중이라서 라이브 방송을 하지 못했다, 같은 변명조차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쯤에서 사람들은 생각했다.

    -BJ대마도사가 사실은 짭마도사라는 썰, 그거 리얼 아니야?

    └ㅇㅇ 아무리 봐도 가짜 같음.

    └가면 쓴 것도 그렇고, 애초에 진짜면 가면을 왜 씀?

    └럭키랑 골드는?

    └그건 누구나 따라할 수 있잖아! 실제로 전투한 것도 아니고!

    └맞아. 신수랑 가디언이 대단하지만 특별한 건 아니니까.

    └솔직히 내가 보기엔 럭키도 원래 BJ대마도사 럭키랑 달랐음.

    └뭐가?

    └원래 럭키보다 덜 귀여웠음.

    정말 BJ대마도사가 가짜일지도 모른다고.

    “그럼 왜 가짜가 등장했을까?”

    “아스가르드 길드 견제하려고 그럴 수도 있지. BJ대마도사 등장하면 아스가르드 길드에 좋을 건 없잖아? BJ대마도사가 아스가르드 길드에 가입할 것도 아니고. 심지어 검은 가면까지 썼잖아?”

    “잠깐만! 그렇게 할 정도로 아스가르드 길드가 강한 건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뭔가 있을지도 모르지. 실제로도 엄청나게 강하긴 하잖아?”

    그리고 그 이유가 아스가르드 길드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자연스레 BJ대마도사에 대한 여론은 안 좋은 쪽으로 기울어질 수밖에 없었다.

    “BJ대마도사가 설마 진짜 잠수 탔겠어요? 분명 뭔가 큰 걸 준비하고 있는 걸 겁니다.””

    “혁주야, 이젠 인정해야지. 그냥 쇼였던 거야.”

    동네 캡슐방에서조차도 이제 응원을 받지 못할 정도.

    “다들 BJ대마도사를 못 믿으시는 모양인데…….”

    “혁주야.”

    “예? 무슨 일이세요, 현우 형?”

    “나 조금 쉬었다가 들어갈 테니까 청소만 좀 해줘.”

    “아, 네.”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정현우는 어느 때보다 침울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현우 왜 저래?”

    “내가 그걸 어떻게 알겠어? 그런데 최근에 게임도 다시 미친 듯이 하던데?”

    “갑자기? 사실상 즐겜모드였던 거 아니었어?”

    “뭔가 급한 돈이 필요한 거 아닐까? 이러니저러니 해도 알바보단 갓워즈에서 뭔가 하는 게 돈은 더 되잖아?”

    “그렇긴 한데…… 많이 힘든 모양이네. 저렇게 얼굴이 죽을 때까지 게임하는 거 보면.”

    “에휴, 현우는 좀 잘 풀렸으면 좋겠는데.”

    보는 이들조차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낼 정도로 힘들어 보였다.

    그리고 실제로도 힘들었다.

    ‘열흘 동안 풀사냥 뛰니까 장난 아니네.’

    요 며칠 동안 정현우는 숨 쉴 시간조차 아껴서 레벨업 사냥에 투자했으니까.

    그것도 그냥 사냥이 아니었다.

    ‘해골 군단이 추가되니까 더 힘들어.’

    기존에 있는 해골 군단은 물론 대마도사의 모든 마법을 총동원한 사냥이었고, 그래서 더 어려웠다.

    ‘신경 쓸 게 너무 많아졌어.’

    해골 군단은 강력하지만, 그 유지를 위해서는 마력 소모량이 엄청나게 드는 바.

    그렇기에 어떻게든 정현우는 효율적인 전투를 위해 모든 것을 동원해야만 했다.

    하물며 그가 사냥한 사냥터는 세계수로 가는 길, 본래는 사냥을 위해 만든 장소가 아니었다.

    ‘덕분에 재활은 제대로 되네.’

    더욱이 정현우가 이렇게 본격적으로 게임을 하게 된 건 3년 만.

    힘든 게 당연했다.

    물론 정현우 입장에서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어차피 만렙을 찍는 게 목표인 상황.

    그러니 더더욱 짜내는 것도 당연지사.

    ‘레벨업 속도는 미쳤지만.’

    다행히도 결과물은 노력, 그 이상이었다.

    ‘열흘 동안 38레벨을 올리다니.’

    아니, 정확히는 상식을 벗어나는 수준이었다.

    ‘이것도 알려지면 골 때릴 거 같지만.’

    어떤 의미에서 데스나이트가 발뭉을 든 것보다 더 말도 안 되는 수준의 일.

    그렇다고 해서 멈출 순 없었다.

    아니, 오히려 정현우는 그런 생각을 했다.

    ‘이렇게 된 거 차라리 500렙 찍고 데스나이트 공개해 버리자. 그럼 레벨빨이라고 납득할지도 모르니까.’

    차라리 더 레벨을 올리자고.

    물론 언젠가는 모습을 드러내야 했다.

    ‘그래도 조만간 세계수로 가야 하는데…….’

    세계수로 가는 길에서 만렙을 찍을 수는 없었으니까.

    그렇게 고뇌 속에 굳은 정현우.

    “어?”

    그런 그의 귀에 들렸다.

    “BJ대마도사 소식 떴어요!”

    ‘응?’

    그 말에 정현우가 고개를 갸웃했다.

    “엄청난 걸로!”

    ‘뭐가? 내가?’

    지금 정현우는 딱히 뭔가 하고자 하는 게 없었으니까.

    “BJ대마도사한테 누군가 현상금 걸었어요!”

    이어진 말에 정현우의 표정은 구겨졌다.

    ‘에휴.’

    자신의 몸값이 높은 것도, 왜 자신을 잡고 싶은지도 알겠지만 그에게는 그리 유쾌하지 않았으니까.

    그렇기에 정현우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이번에는 어떤 관심병자 환자야?”

    그러나 그 퉁명스러움은 오래 가지 않았다.

    “BJ흑마도사1호팬 아시죠?”

    “응?”

    “데스나이트 준 그 시청자 말이에요! 그 시청자가 BJ대마도사한테 현상금 걸었어요! 5일 안에 세계수로 오면 보상을 주겠다고!”

    “보, 보상?”

    그 말에 바로 자세를 고쳐 잡는 정현우가 조심스레 물었다.

    “그, 그래서 무슨 보상인데?”

    5.

    [BJ대마도사가 3일 안에 세계수 필드에 오면 리치 소환 스킬북을 드리겠습니다!]

    그 글이 올라왔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당연히 폭발적이었다.

    -와! 그냥 필드에 오기만 해도 리치 소환 스킬북이라니!

    └이건 못 참지!

    └BJ대마도사 뭐 하냐? 빨리 세계수로 가자!

    일단 조건 자체가 엄청나게 파격적인 바.

    -그런데 왜 이런 현상금을 건 거야?

    └왜긴, 이렇게 하면서까지 얼굴이라도 좀 보고 싶다는 거지!

    └ㅇㅇ 딱 봐도 잠수 그만 타고 올라오라는 거지. 이런 미끼 던졌는데도 안 올라오면 그건 잠수 탄 게 아니라 뒤진 거지.

    또한 잠수 중인 BJ대마도사가 이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반응할 수밖에 없는 바.

    여러모로 관심이 끌릴 수밖에 없었다.

    -응, 주작이야.

    └야, 진짜로 주겠냐? 딱 봐도 짜고 치는 고스톱이지.

    └저번 데스나이트도 그렇고 너무 짜고 치네.

    └주작을 하더라도 좀 성의있게 하자!

    물론 이 역시 BJ대마도사의 기획이라는 여론 역시 작지 않았지만, 어쨌거나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건 BJ대마도사에게 역대급 기회라는 것.

    적어도 모두가 보기엔 그랬다.

    “함정이군.”

    하지만 박영준의 눈에는 다르게 보였다.

    “BJ대마도사를 꾀어내기 위한 함정.”

    사실 다르게 보이고 자시고 할 만한 건수도 아니었다.

    “예, 그렇겠죠. 애초에 BJ흑마도사1호팬은 아스가르드 길드 관계자이니까요.”

    적인 상대가 이렇게 나오는데 그게 호의일 가능성은 티끌만큼도 없을 테니까.

    더 나아가 의도도 명확했다.

    “BJ대마도사가 라이브 이후 잠수를 탄 지 10일. 여기에 3일을 더하면 13일. 아무리 빨리 레벨업을 하더라도 430레벨을 넘기기 힘든 상황에서 세계수로 넘어가는 건 매우 위험하니까.”

    제아무리 BJ대마도사가 강하더라도 레벨 차이는 무시할 수 없는 법.

    “세계수에는 500레벨 플레이어들도 있으니까.”

    더군다나 3단계로 나뉘는 세계수 필드는 쉽지는 않지만 몇 가지 루트를 거치면 450레벨 플레이어들이 활동하는 세계수 초입에 500레벨 플레이어들이 올 수 있었다.

    지금 시점에서 잘해봐야 430레벨대로 판단되는 BJ대마도사를 500레벨의 플레이어들이 공격한다는 의미.

    제아무리 BJ대마도사라고 해도 그런 공세 앞에서 이겨낼 도리 따위는 조금도 없었다.

    “당연히 거절해야겠죠?”

    “그게 좋지. 그렇게 되면 세간은 BJ대마도사를 더더욱 가짜라고 생각할 테니까.”

    더군다나 여기서는 제안을 거절하는 게 원래 계획에 훨씬 더 유리한 측면이 있었다.

    “그 후에 관심이 꺼진 상태에서 착실하게 레벨업을 할 시간을 버는 거지.”

    여러모로 응할 가치가 없는 제안.

    그러나 박영준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아는 탓이었다.

    “하지만 BJ대마도사는 절대 오는 도발을 상대로 도망치지 않는다. 이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BJ대마도사가 어떤 인간인지.

    “일단 바로 대답을 할 거다. 그 대답이 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순간이었다.

    우웅!

    비서와 대화 중인 박영준의 스마트폰이 울렸고, 박영준이 바로 스마트폰 문자 내용을 확인한 후 말했다.

    “역시.”

    “역시라면?”

    “BJ대마도사가 라이브 방송을 요청했다.”

    6.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 카운트다운 들어갔다!

    └진짜?

    └잠수 중이던 BJ대마도사가 낚였다!

    └리치는 못 참지!

    라이징 스타 채널에 올라온 소식에 세상이 들떴다.

    무언가 대단한 게 나오리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나 차오스의 생각은 달랐다.

    “시간벌이를 위해 수작을 부릴 겁니다.”

    다시 모인 투자자들 앞에서 그는 자신 있게 말했다.

    “그게 가짜의 역할이니까요.”

    이 라이브 방송에서 모두가 기대하는 큰 건수 따위는 결코 존재치 않을 거라고.

    그러나 투자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개중 한 명이 말했다.

    -BJ대마도사가 제안을 거절할 경우에는 어떻게 할 거지?

    그 말에 다른 투자자도 말했다.

    -리치 소환 스킬을 미끼로 건 건 이해한다. 하지만 BJ대마도사가 이미 배웠다고 한다면 거절할 명분은 충분하다.

    -BJ대마도사 정도라면 쉽진 않겠지만 리치 소환 스킬북을 구하는 것도 불가능하진 않을 터.

    차오스의 계획에는 허점이 있음을.

    그 지적에 차오스는 더 진한 미소를 지었다.

    “상관없습니다. 일단 그렇게 빠져나간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티끌 만큼의 손해도 없습니다. 결국 리치 소환 스킬북을 줄 필요가 없으니까요.”

    -아!

    “그뿐만이 아닙니다. 거듭 말했다시피 저 BJ대마도사는 가짜입니다. 그저 시간벌이를 위해 쓰는 소모품이죠. 그런 소모품에 값비싼 대가를 치러서 리치 소환 스킬북을 소모한다? 적지 않은 낭비가 될 겁니다. 정리하면 거절하면 우리는 손해 볼 게 없습니다.”

    그런 차오스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BJ대마도사도 그걸 알겠죠. 때문에 그는 거절하지 않을 겁니다. 손해를 볼 순 없으니까요.”

    그 말에 투자자들이 다시 의문을 표했다.

    -함정인 걸 알 텐데?

    “알겠죠. 그래서 전 제안을 했습니다. 3일 후라는 시간을. 즉, 여기서 가짜 BJ대마도사는 오케이를 하는 것만으로도 최소 3일 동안의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손해를 보더라도 그 시간을 벌고 손해를 보는 게 낫겠죠.”

    -결국 3일을 주겠다는 건가?

    “예, 그래야 3일 동안 BJ대마도사는 주변 여러 곳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한 접촉을 할 테니까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BJ대마도사의 행보가 노출되기 시작하겠죠. 우리가 10대 길드를 포함해 1티어 길드들 곳곳에서 매수한 스파이들에 의해서.”

    -아!

    그 말을 들은 후에야 비로소 투자자들은 눈빛 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의문을 지웠다.

    -대단하군!

    차오스가 어째서 이런 계획을 세웠는지.

    그 순간이었다.

    -안녕하세요, BJ대마도사입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검은색 화면이었던 영상에 BJ대마도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제가 세계수 필드에 오면 선물을 주시겠다는 분이 있어서 이렇게 라이브 방송을 켰습니다. 일단 이런 끝내주는 제안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도무지 거절할 수가 없네요.

    이어진 그의 말에 투자자들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차오스가 했던 말대로였으니까.

    차오스 역시 미소를 지었다.

    “그럼 이야기를 시작해보죠.”

    그러면서 보냈다.

    [BJ흑마도사1호팬 님이 100,00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BJ흑마도사1호팬 : 그래서 언제 세계수로 오실 겁니까?]

    후원 메시지를.

    그러면서 미소를 지었다.

    -지금 세계수인데요?

    “뭐?”

    BJ대마도사가 그 대답을 하기 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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