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J대마도사 외전 9화
4화 3년 만의 라이브 (2)
5.
“오로지 흑마법사 스킬만으로 잡겠습니다.”
미다스가 그 발언을 했을 때 시청자들의 반응은 하나였다.
-ㅋㅋㅋㅋ BJ대마도사가 또 헛소리 하네.
-이래야 우리 BJ대마도사지!
-누가 BJ대마도사가 짭이래? 개소리하는 게 누가 봐도 찐이구먼!
모두가 웃고 떠들었다.
-딱 봐도 해골들 달려들었다가 굴팍시에게 개털리고, BJ대마도사가 결국 마법 쓸 듯.
└마법 쓰고 빗나가는 바람에 결국 럭키님 나설 듯.
└ㅇㅇ 라이브 방송 콘텐츠 넣으려고 연출하는 거 티 확남.
└이해해주자고. BJ대마도사가 본격적으로 나서면 너무 쉽게 끝나잖아?
그 누구도 흑마법사 스킬만으로 굴팍시를 잡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그게 정상이었다.
-다른 몬스터면 모를까, 굴팍시 상대로 해골들이 뭘 할 수 있겠어?
└굴팍시 쫓아다니다가 지들끼리 부딪치고 박살날 듯!
└해골 궁사랑 해골 마법사들이 굴팍시한테 한 방이라도 제대로 맞추면 BJ대마도사한테 후원한다 ㅋㅋㅋ
모두가 아는 흑마법사의 해골들은 그리 유능한 존재가 아닌 반면 지금 잡아야 하는 굴팍시는 실력 좀 되는, 그러니까 난다 긴다 하는 플레이어들도 제대로 잡는 게 쉽지 않은 보스 몬스터였다.
그런 상황에서 무언가 제대로 된 사냥을 하는 듯한 그림이 나온다, 라고 생각하는 게 이상한 일.
해골 군단이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그저 제 몸을 희생해 굴팍시의 발목을 잠시 잡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그 정도면 훌륭했다.
-그래도 나쁘진 않네. 해골 군단이 시간 끄는 사이 BJ대마도사가 캐스팅하면 되잖아?
플레이어 대신 희생해서 시간을 끈다, 그것만으로도 흑마법사의 가치는 충분히 높았으니까.
어쨌거나 모두는 기다렸다.
BJ대마도사가 소환한 해골들이 굴팍시를 상대로 처참하게 무너지는 순간을.
그 광경에 BJ대마도사가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이내 마법을 캐스팅하는 모습을.
히이잉!
-굴팍시다!
그런 기대감 속에서 굴팍시가 등장했고, 이내 수억 명의 시청자들은 볼 수 있었다.
덜그럭덜그럭!
-해골 군단 애들한테 달려온다!
└삼가 해골의 명복을 빕니다.
└이미 죽은 거 아님?
└아, 그런가?
└어? 저거 봐!
└뭐지? 굴팍시 달려오자마자 해골 병사들 갈라지네?
└어? 잠깐? 해골 궁사랑 해골 마법사들 명중률 왜 이래?
└이거 뭐야?
보스 몬스터 굴팍시를 상대로 포위망을 갖춘 채 완벽하게 공략을 해내가는 해골 군단의 모습을.
그 모습에 미다스는 웃으며 말했다.
“말했잖습니까? 흑마법사 스킬만으로 끝내겠다고.”
그러나 보던 시청자들은 웃을 수 없었다.
이윽고 그들은 봤다.
6.
[굴팍시를 처치했습니다.]
굴팍시.
미드가르드의 첫 번째 필드인 이미르의 숲에서 등장하는 보스 몬스터로 처음 등장했을 때 플레이어들은 이런 별명을 붙여줬다.
-굴팍시, 저 미친 말을 잡다니!
미친 말.
그만큼 사냥하기 힘들고, 골치 아픈 보스 몬스터였다.
물론 못 잡을 건 없었다.
미드가르드가 등장한지 3년째가 되어가는 지금 굴팍시를 잡은 플레이어들은 차고 넘쳤으니까.
이제 공략법도 나올 만큼 나와서, 그래서 잡는다고 해서 크게 놀랄 건 없는 몬스터.
-맙소사!
-이거 갓워즈 맞아? 다른 게임 아니야?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굴팍시 레이드 광경을 본 모든 시청자들은 기겁을 했다.
-진짜 해골 군단만으로 잡았네?
400레벨, 고수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플레이어들조차 쉽지 않은 그것을 한 번 쓰고 버리는 소모품이나 다를 바 없는 흑마법사 스킬만으로 잡아냈다는 것.
-데스나이트나, 리치, 본 드래곤은 나오지도 않았잖아!
심지어 그 흑마법사 스킬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레전더리 등급 스킬은 나오지도 않은 상태였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해골들이 저렇게 움직일 수 있는 거야?
└해골 병사들 몸놀림 미쳤던데!
└해골 병사가 문제야? 해골 궁사랑 해골 마법사들 명중률이 BJ대마도사급이었어!
└해골 기사들도 엄청나더라! 굴팍시랑 붙어서 요리조리 피하면서 딜 넣던데?
그 말도 안 되는 것을 가능케 한 건 남다른 해골 군단의 전투 인공 지능!
-BJ흑마도사 할 만하네!
3년, 더 이상 새로울 건 없다고 생각하던 갓워즈에 BJ대마도사가 다시 한 번 새로운 것을 가져오는 순간이었고 당연히 모두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중에는 아스가르드 길드도 있었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BJ대마도사에게 저런 능력이 있었다는 걸 왜 몰랐던 것이오?
정확히는 아스가르드 길드에 막대한 투자를 한 8명의 투자자들, 화상 채팅으로 같이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을 보던 그들은 기겁했다.
예외는 한 명뿐이었다.
“예상을 벗어났지만 크게 벗어나진 않았습니다.”
차오스, 그는 이 상황에서 오히려 여유를 보였다.
“오히려 이것으로 확실해졌습니다. 지금 저기 라이브 방송에 나온 BJ대마도사가 가짜라는 것을.”
-가짜?
“결국 BJ대마도사는 메테오 마법 같은 강력한 마법은 물론 그 대단한 럭키와 골드가 싸우는 걸 제대로 보여주지도 않았습니다.”
-흑마법사 스킬만으로 잡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아닌가?
“다르게 보면 흑마법사 스킬만으로 잡을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가짜가 될 수 있었던 거죠.”
말을 하던 차오스가 화상 채팅에 뜬 8명의 투자자들을 향해 말했다.
“상대는 BJ대마도사입니다. 혼자 힘으로 어비스 길드를 무너뜨리고 갓워즈의 주인이 된 자입니다. 그리고 그 주인의 자격을 정체를 드러내기 싫다는 이유로 거부하는 자입니다. 범인의 범주에서 아득히 벗어난 자, 그런 그가 가짜를 준비하는데 어수룩한 걸 준비했을 리 없지 않습니까?”
-그럼 이걸 예상했다는 건가?
“이런 디테일한 부분까지는 예상할 수 없지만 스케일 정도는 예상할 수 있지요.”
차분한 설명.
그러나 웅성거림은 잦아들지 않았다.
-그런 걸 알고 있으면서 데스나이트 스킬을 왜 준 건가?
이러니저러니 해도 차오스가 BJ대마도사, 가짜라고 하더라도 그에게 스펙업의 기회를 준 건 사실.
가뜩이나 보통이 아닌데 날개를 달아준 격 아닌가?
그에 대해 차오스는 웃으며 말했다.
“우리가 주지 않았어도 어떻게든 구할 수 있는 물건입니다. 그런 물건을 줘서 가짜 BJ대마도사의 화력을 확인했으면 남는 장사 아닙니까?”
-남는 장사라고?
“화력을 확인했으니, 이제 남은 건 그 화력에 걸맞은 대응을 하면 될 따름이죠.”
-바로 잡을 생각인가?
“가짜라고는 해도 BJ대마도사가 설치는 걸 놔둘 이유는 없지 않습니까? 바로 처리할 겁니다.”
그 말에도 여전히 투자자 중 한 명은 걱정스런 기색으로 말했다.
-쉽지 않을 텐데? 당장 보여준 화력만 보더라도 보스 몬스터를 혼자 잡을 정도 아닌가? 심지어 데스나이트까지 추가된 거 아닌가? 이렇게 된 거 차라리 데스나이트 스킬을 안 보내는 게 낫지 않은가?
“이미 스킬북은 보냈습니다.”
-벌써? 대체 왜?
그 물음에 차오스는 입가에 걸린 미소는 바꾸었다.
“상관없으니까요. 데스나이트 스킬이 좋다고는 하지만 이제 막 얻었습니다. 좋아봐야 F랭크 스킬인데 무서울 게 뭐가 있습니까?”
차오스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받은 본인도 그걸 알기에 그리 좋아하지 않을 겁니다.”
7.
“누군지 몰라도 감사합니다.”
말과 함께 미다스가 그대로 그 자리에서 절을 올렸다.
그런 미다스의 앞에는 창이 하나 떠 있었다.
[데스나이트 소환]
-스킬 등급 : 레전더리
-스킬 효과 : 데스나이트를 소환한다.
설명이 담백함을 넘어서 허탈하기까지 한 스킬.
그러나 미다스는 알았다.
‘이게 들어올 줄이야!’
이 데스나이트 스킬이 얼마나 대단한 스킬인지.
‘구하기 진짜 어려운데.’
특히 데스나이트 소환 스킬북은 단 한 차례도 거래된 적이 없었다.
‘억만금을 줘도 판매자가 없는.’
정말 스킬 하나에 수십억 원이 넘는 금액이 걸릴 정도.
그리고 그럴 만했다.
‘이거 있으면 흑마법사 수준이 달라지니까.’
소모품 취급을 받는 흑마법사의 해골 군단과 다르게 데스나이트는 아주 강력한 딜러였으니까.
어지간한 플레이어들조차 무색하게 만드는 강력한 딜러!
‘이걸로 솔플의 유무가 갈리지.’
사실상 시간벌이에 불과한, 딜을 기대하기 힘든 해골 군단을 충분히 딜이 가능한 전투 부대로 만들어주는 스킬이었다.
물론 그게 있었다.
‘스킬 랭크는 낮지만.’
데스나이트의 경우에는 스킬 랭크 말고는 개체의 스펙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소환자의 스탯에 영향을 받지 않았으니까.
즉, F랭크 데스나이트는 상대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
더군다나 데스나이트 스킬은 250레벨에 습득 가능한 스킬이었다.
그런 스킬을 400레벨 사냥터에서 F랭크 상태로 쓴다면 기대치는 낮을 수밖에.
‘문제없지.’
단, 미다스는 달랐다.
있었으니까.
[마스터 스킬북(레전더리)]
‘나에겐 성좌 찬스가 있으니까.’
성좌를 통해 얻은 보상이.
그게 끝이 아니었다.
[스킬 카드북(레전더리 에픽)]
-개봉 시 소유한 레전더리 스킬 중 하나를 레전더리 에픽 스킬로 진화시킬 수 있다.
-411레벨 이상 사용 불가
미다스는 이미 레전더리 에픽까지 확보한 상태!
즉, 미다스는 가능했다.
데스나이트 소환 스킬을 단숨에 마스터 랭크로 만든 후에 레전더리 에픽으로 만드는 게!
‘원래는 한 마리만 소환 가능하지만,’
심지어 미다스에게는 하나 더 있었다.
‘나한테는 원모어가 있지.’
소환 가능한 소환수의 숫자를 하나 더 늘려주는 스킬이!
모든 스펙업을 마친 데스나이트를 무려 2마리나 소환할 수 있다는 의미!
‘스킬북만 있으면 됐는데, 이렇게 올 줄이야!’
미다스가 절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그렇게 절을 마친 미다스는 이제 바로 작업에 착수했다.
마스터 스킬북을 사용했고, 바로 레전더리 에픽 스킬카드북을 활성화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제까지 그 누구도 데스나이트 스킬을 레전더리 에픽으로 뽑지 못 했다.’
과연 레전더리 에픽이 된 데스나이트 스킬이 무엇일지.
그렇게 궁금해 하는 미다스의 눈앞에 카드들이 등장했다.
그중에서 미다스의 눈이 한 곳에 멈췄다.
[데스나이트 소환]
-스킬 등급 : 레전더리
-스킬 효과 : 데스나이트를 두 마리 소환한다.
그리고 그것을 보는 순간 미다스가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잠깐.’
이윽고 미다스가 정신을 차렸다.
그러면서 깨달았다.
‘그럼 데스나이트가 세 마리라고?’
한 마리만으로도 흑마법사의 가치를 바꿔주는 데스나이트가 세 마리나 소환 가능하다는 것.
‘맙소사.’
그쯤 되자 미다스는 기쁨을 느끼기 보다는 충격을 느꼈다.
자신이 예상했던 것, 상상했던 것, 그 이상의 결과물이 눈앞에 나와버리고 말았으니까.
“후우, 후우.”
그런 미다스가 심호흡을 하며 제 스스로를 추렸다.
‘릴렉스, 긴장하지 마. 좋은 거야, 좋은 거. 응? 현우야, 지금 이건 엄청난 기회가 온 거야.’
그렇게 침착함을 되찾았고, 그제야 비로소 미다스는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지금 강력한 해골 군단에 데스나이트 3기가 추가되면…… 화력의 수준이 달라진다.’
그러면서 그림을 그리는 미다스의 얼굴에는 흥분된 기색이 드러났다.
‘이건 진짜 장난 아니야. 당장 레벨업 속도부터가 이제까지와 비교할 수가 없을 거야.’
지금도 엄청난 속도로 레벨업 중이지만, 지금 스펙업은 그 속도를 거북이 속도로 만들 터.
이건 매우 중요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미다스의 최우선 목표는 600레벨을 달성한다, 바로 그거였으니까.
물론 마냥 좋은 것만 있는 건 아니었다.
‘마력 소모량이 문제이지만.’
데스나이트 1기가 먹는 마력량은 이제까지 미다스가 소환한 그 어떤 소환수보다 많을 터.
그런데 그걸 세 마리나 소환한다?
여기에 해골 군단까지?
솔직히 지금 있는 마력량으로는 불가능했다.
‘어쩌면 더 소모될지도…….’
더 나아가 레전더리 에픽 스킬이 된 데스나이트가 더 많은 마력을 요구할 경우에는 운용 가능한 해골 군단 숫자가 대폭 줄어들 가능성도 있었다.
그 대목쯤에서 미다스는 정신을 차렸다.
‘확인부터 하자.’
지금 자신이 기뻐할 때가 아님을.
“데스나이트 소환.”
그 사실에 이제는 긴장감과 고민, 걱정을 머금은 채 데스나이트를 처음으로 소환하는 미다스.
‘어?’
그러나 미다스의 고민과 걱정은 오래 가지 않았다.
소환된 데스나이트 머리 위에 보였으니까.
‘얘도?’
느낌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