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J대마도사 외전 5화
3화 흑마법사 육성(1)
1.
흑마법사.
업데이트와 함께 추가된 이 직업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간단했다.
-흑마법사? 초보자가 하기 좋은 직업이지! 컨트롤이 필요 없으니까!
└반대로 아무리 컨트롤을 잘하는 플레이어라도 흑마법사로 할 수 있는 건 없지!
좋지만 최고는 될 수 없는 직업이라고.
-소환하는 해골 병사들이 잘 싸우지만 솔직히 그래봐야 일반 몬스터 수준이니까.
그 이유는 바로 흑마법사의 주력 스킬은 해골 병사들의 전투 인공 지능이었다.
-솔직히 해골 병사들은 그냥 닥돌만 하잖아?
방어를 염두에 두지 않고 오로지 공격만 하도록 설정된 해골 병사의 전투 인공 지능은 일반 몬스터에게는 통할지언정 플레이어들과 비교했을 때는 수준이 낮았으니까.
-사실 그게 맞지. 해골 병사 애들이 플레이어들보다 잘 싸우면 다 흑마법사하겠지!
그리고 게임 내 밸런스를 생각하면 오히려 그게 당연했다.
미다스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흑마법사는 어디까지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요소로만 생각할 따름이었다.
그러니까 대마도사가 가진 강력한 마법 스킬을 사용하기 위한 시간을 벌 요소 정도.
‘맙소사.’
그런데 지금 미다스의 눈에는 보였다.
[네버다이]
단 한 번도 파괴되지 않고 11시간 11분 11초 생존 시 진화
진화 시 능력치 강화 및 새로운 스킬 습득
‘진화? 새로운 스킬?’
해골 병사 머리 위에 뜬 내용을.
‘럭키나 골드처럼?’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설마. 신수가 가디언만큼 강해지는 건 아니겠지.’
물론 미다스는 여기서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그 꿈에 취하거나 그러지 않았다.
‘그렇다고는 해도 전투 능력이 달라지면…….’
그래도 희소식인 건 분명한 사실.
‘그런데 이거 조건이 너무하네.’
더불어 이 정보가 왜 이제까지 공개되지 않았는지도 알았다.
‘단 한 번도 파괴되지 않고 11시간 생존이라니, 그냥 이거 하지 말라는 거잖아?’
흑마법사가 가장 먼저 배우는 스킬인 해골 병사 소환으로 소환하는 해골 병사는 소모품이었다.
10분 버티면 잘 버텼네! 소리가 나오는 소모품.
또한 컨트롤도 불가능했다.
사냥개처럼 공격 명령을 내리는 순간 제 몸 따위는 돌보지 않고 무조건 공격만 할 뿐이었으니까.
‘플레이타임 11시간 채우기도 쉽지 않은데.’
결정적으로 흑마법사가 소환한 소환물은 흑마법사가 로그아웃을 하게 되면 사라진다.
11시간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
그리고 어지간한 플레이어들은 한 번에 플레이타임 10시간을 채우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게임을 한다는 건 생각보다 뇌가 굉장히 격렬하게 활동하는 행위였으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숨만 쉬지 않는 이상 11시간을 버티는 게 불가능하다는 의미.
‘확실한 건 이거 발견한 플레이어는 단 한 명도 없다.’
어쨌거나 미다스 입장에서는 나쁠 건 없었다.
‘내가 처음이야.’
해골 병사가 생각보다 강하면 기쁠 일.
‘아무것도 안 하고 시간 때우는 건 누구보다 잘할 자신 있고.’
더불어 갓워즈에서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는 건 미다스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해서 기다렸다.
하염없이.
흐아아암!
“멋진 하늘입니다!”
럭키의 하품 소리와 눈 풀린 골드의 혼잣말을 배경 삼아.
이윽고 11시간 11분 11초를 채우는 순간, 그 순간 들렸다.
따다다다닥!
해골 병사의 몸이 전율하듯 거세게 요동치는 소리가.
동시에 보였다.
[당신이 직접 해골 병사의 새로운 능력을 선택하십시오!]
백 장의 카드가!
‘어?’
그리고 그 백 장의 카드 중 유일하게 황금빛으로 빛나는 카드 한 장을.
[발할라의 영웅]
-스킬 등급 : 레전더리
-스킬 효과 : 발할라의 영웅들이 해골 병사에 깃든다.
그것을 본 미다스는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았다.
미다스가 3년 만에 손을 뻗었다.
동시에 생각했다.
‘이거 미드가르드 특전이구나.’
지금 해골 병사에 생긴 이 능력은 오로지 미드가르드에서만 얻을 수 있는 능력이라는 것을.
[해골 병사가 발할라의 영웅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해골 병사 소환 시 발할라의 영웅이 깃듭니다.]
그렇게 스킬을 얻은 미다스가 짧게 탄식을 내뱉었다.
‘진짜 엄청난 게 손에 들어왔어.’
그럼 이제 남은 건 실전을 통해 보다 확실히 확인하는 것.
‘당장은 통하지 않겠지만.’
물론 미다스는 현실을 알았다.
지금 미다스가 습득한 해골 병사 소환 스킬의 스킬 랭크는 F랭크!
더불어 해골 병사 소환 스킬 자체는 흑마법사가 가장 먼저 배우는, 마법사로 따지면 파이어볼 같은 스킬이었다.
무엇보다 미다스는 알았다.
‘이곳은 미드가르드다.’
2.
미드가르드.
400레벨 이후 사냥터인 이곳을 플레이어들은 꿈의 무대로 여기고는 했다.
“드디어 미드가르드다!”
“저기! 저기 고블린이다!”
그 꿈의 무대의 첫 시작점인 이미르의 숲, 그곳에 발을 들여놓은 이들이 가장 먼저 마주한 건 다름 아니라 갈색 피부를 가진 고블린이었다.
우스운 일이었다.
400레벨, 업데이트 이후 아무리 레벨업이 쉬워졌다고는 하지만 400레벨 찍을 정도면 어지간한 몬스터들은 다 잡아본 바.
끼이이!
끼이! 끼이!
그런데 그런 그들에게 피부색만 다를 뿐인, 외형은 초보자 사냥터에서 본 것과 똑같은 고블린을 잡아라?
“긴장해!”
그러나 그 고블린 앞에서 400레벨을 찍은 플레이어들은 긴장의 끈을 바짝 조였다.
알았으니까.
“생긴 것만 고블린이야! 레벨은 400레벨이 넘어간다고!”
MMORPG장르 게임에서는 레벨이 깡패라는 것을.
그만큼 이미르의 숲에서 등장하는 브라운 고블린은 매우 강했다.
“젠장, 저게 무슨 고블린이야? 플레이어들보다 잘 싸우네!”
능력치도 능력치이지만 전투 인공 지능 자체가 달랐다.
쉽게 말하면 영리했다.
“패턴이 없어!”
“골치 아프네, 차라리 PK를 하는 게 낫겠어!”
특히 몬스터를 상대할 때 패턴을 분석하고, 대처하는 기존의 플레이어들에게는 매우 까다로웠다.
물론 예외는 있었다.
순간순간의 대처 능력, 그러니까 센스가 좋은 플레이어들은 거기서 예외였다.
애초에 그들은 패턴이 의미가 없는 부류였으니까.
그래서 그들을 재능을 가진 자라고 분류했으니까.
끼이이!
‘맙소사.’
지금 미다스의 눈앞에서 브라운 고블린을 상대로 그 재능을 보여주고 있었다.
덜덜덜!
‘해골 병사 주제에?’
다름 아니라 F랭크 해골 병사가.
그것도 그냥 재능이 아니었다.
쉬익!
브라운 고블린이 휘두르는 단검, 보기에는 볼품없지만 빗줄기처럼 쏟아지는 그 단검 공격들을 해골 병사는 종이 한 장 차이로 훌륭하게 피해내고 있었다.
꿀꺽!
‘장난 아니다.’
미다스조차도 힘을 꼴깍 삼킬 정도.
물론 모든 게 좋기만 한 건 아니었다.
‘마력 소모량도 장난 아니고.’
F랭크 해골 병사 한 마리를 유지하는 데 소모되는 마력의 양이 미다스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는 정도였다.
그건 엄청난 일이었다.
‘내 마력인데.’
미다스의 마력 스탯 그리고 마력 회복 속도는 3년이 흐른 지금도 600레벨 플레이어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
그런데도 부족함을 느낀다?
저 해골 병사 하나 유지비가 블레이즈 골렘급이라는 의미.
‘그래도 나쁘지 않아.’
그렇다고 해서 미다스는 그 사실에 불만 따윈 가지지 않았다.
‘저 정도면 PK에서는 블레이즈 골렘보다 훨씬 유용할 테니까.’
이제는 PK도 염두에 두어야 미다스 입장에서는 화력을 강력하지만 플레이어들에게는 그냥 맞추기 편한 블레이즈 골렘보다는 해골 병사처럼 작지만 까다로운 상대가 더 골치 아플 터.
무엇보다 해골 병사는 앞으로 머릿수를 얼마든지 늘릴 수 있었다.
‘블레이즈 골렘도 백 마리는 유지할 수 있으니까.’
미다스의 마력에 기별이 간다는 것, 그 자체가 놀라울 뿐 여전히 미다스의 마력이 아득한 수준이란 건 변함이 없었으니까.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다.
‘스킬 랭크만 올리면.’
해골 병사 숫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해골 병사 소환 스킬을 비롯해 다양한 스킬을 배우는 건 물론 스킬 랭크를 올려야 했다.
사실 이게 핵심이었다.
스킬을 구하는 건 돈으로 어느 정도 가능했지만, 스킬 랭크를 올리는 방법은 두 가지밖에 없었으니까.
열심히 스킬을 사용해서 랭크를 올리는 것.
그리고 이런 방식으로 스킬 하나를 S랭크까지 올리는 데에는 엄청난 시간이 걸렸다.
400레벨이 넘긴 플레이어들이, 대마도사 같이 다른 직업을 배울 수 있는 플레이어들이 섣불리 스타일을 바꿀 수 없는 이유였다.
‘그냥 올리려면 600레벨 되어서야 오를 테니까 사실상 의미가 없고.’
당연히 미다스는 두 번째 방법을 쓸 수밖에 없었다.
‘마스터 스킬북을 이용하는 수밖에.’
오로지 게임 플레이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마스터 스킬북으로 단숨에 스킬을 마스터하는 것.
물론 마스터 스킬북을 얻는 건 매우 힘들었다.
당장 미다스조차도 400레벨을 찍을 때까지 얻은 마스터 스킬북은 얼마 되지 않았다.
‘진짜 얻기 힘들긴 하지만.’
그 사실을 미다스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미다스는 자신이 있었다.
‘미드가르드는 다르지.’
그 이야기는 미드가르드에 오기 전이었으니까.
미다스, 그가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보였다.
‘신좌들이 보이는군.’
아낌없는 퍼주는 후원자들이.
그렇기에 이 순간 미다스가 해야 할 고민은 하나였다.
‘문제는 스킬북을 구매하는 건데…… 어지간한 건 내가 사면 되지만 G베이에 매물이 안 나온 건 어떻게 구할 방법이 없다.’
스킬을 얻는 것.
그리고 그 고민을 풀어줄 사람도 하나였다.
‘이럴 땐 역시 영준 형밖에 없지.’
3.
“흑마법사.”
BJ대마도사로부터 온 이메일을 얻는 순간 박영준은 손가락으로 제 관자놀이를 두드렸다.
하염없이.
그 모습에 비서가 조심스레 말했다.
“저기 사장님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그 질문에 박영준이 제 고민을 말했다.
“BJ대마도사가 아스가르드 길드를 상대하기 위해 흑마법사를 키운다고 했어.”
“아.”
그제야 비서도 표정을 구겼다.
고민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너무 말도 안 되는 계획이군요.”
현재 10대 길드를 차례차례 무너뜨리고, 미드가르드의 지배자가 되고자 하는 아스가르드 길드.
그 거대한 세력을 상대로 꺼낸 계획이 흑마법사를 키운다?
“말도 안 된다…….”
박영준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아스가르드 길드도 그렇게 생각하겠지.”
“아!”
그게 박영준이 고민하는 이유였다.
단순히 말이 안 되는 거라면 고민 따위 할 가치가 없는 일.
“이 시점에서 단순한 정면 승부로 아스가르드 길드를 무너뜨리는 건 상식적으로 불가능하지. 그러니까 상식 밖을 걷는 수밖에.”
하지만 BJ대마도사가 내놓은 이번 계획은 고민할 가치가 있었다.
“흑마법사를 키우면 일단 BJ대마도사인 건 감출 수 있다. 모두가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니까.”
물론 넘어야 할 상식은 너무나도 많았다.
보통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흑마법사를 키우는 게 가능할까요? 스킬이야 스킬북으로 배울 수 있다고 하더라도 스킬 랭크업은 돈으로 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건 문제가 되지 않아.”
“예?”
“그게 문제라면 대마도사라는 직업 하나만으로 어비스 길드를 잡은 것부터가 설명이 안 되지.”
그러나 BJ대마도사라는 것, 그 사실이 박영준을 고민케 했다.
그는 이제 이 불가능을 가능한 것으로 만들 방법을 강구했으니까.
‘일단은 스킬북이다.’
그 첫걸음은 스킬을 확보하는 것.
‘어지간한 건 다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어지간한 걸 구하는 걸 내가 할 필요는 없지.’
당연한 말이지만 박영준이 구해야 할 건 레전더리 등급의 스킬 카드북이었다.
G베이 올라오지 않으며, 극소수가 독점하고 있는 것들.
‘돈으로는 안 돼.’
애초에 독점 목적이 수익 창출이 아닌 협상을 위해서인 것들.
‘라이징 스타 채널 이름으로는 더더욱.’
그런 상황에서 박영준이 나서서 그걸 구하려고 한다?
가지고 있는 이들이 그 의도를 파악하지 못할 리 만무.
괜한 의심만 사고 소득은 없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이쪽이 제시하는 건 의미가 없다. 그럼 그쪽에서 제시하게 만들어야지.’
그 순간 몇 가지 계획들이 박영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하지만 섣불리 움직여서는 안 돼.’
그러나 박영준은 그 계획을 꺼내지 않았다.
확실하게 알아야 했으니까.
‘BJ대마도사의 스펙업 속도가 어느 정도인지.’
거기까지 생각이 다다른 박영준이 제 관자놀이를 두드리던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두드렸다.
BJ대마도사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일주일 동안 스펙업을 얼마나 하실 수 있으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