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4화. < 140화. 라스트 매치 (6). >
14.
미르수를 공격함과 동시에 등장하기 시작한 노네임드.
- 폭군!
- 더블 헤드 드래곤이다!
- 맙소사, 보스급 대거 등장이다!
그렇게 등장한 노네임드의 면면을 확인하는 순간 모든 라이브 방송의 채팅창은 경악으로 도배되기 시작했다.
- 이게 말이 돼? 죄다 보스만 등장하다니, 너무하잖아!
- 게임 진짜 쓰레기네, 쓰레기야!
보는 순간 욕이 절로 나올 만한 광경.
그러나 막상 그 광경을 직접 보는 플레이어들은 그 어떤 욕지거리도 내뱉지 않았다.
흔들리지도 않았다.
“당황하지 마라, 다 잡아본 것들뿐이잖아?”
이미 이 괴물들을 상대해본 경험이 있다는 것.
더욱이 지금 이 무리를 지휘하는 건 그 모든 경험 속에서 최고의 결과물만을 만들었던 멀린이었다.
“내가 타깃팅하는 것들부터 처리한다.”
그러한 그의 지휘 아래에서 원거리 딜러들은 일말의 흔들림 없이 딜링을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 근접 딜러들 지금 상황 어때?
미르수를 상대하기 위해 접근한 검객과 투핸드를 비롯해 그들을 따르던 근접 딜러들.
- 어떻긴 졸라게 잘 싸우는 중이지.
ㄴ 뭐?
ㄴ 검객, 투핸드 라이브 방송으로 봐봐!
갑작스러운 노네임드의 등장으로 사실상 적의 품 안에 고립된 상태나 다름없는 그들은 그 처지에 혼란을 느끼기보다는 오히려 덤벼드는 노네임드들을 능숙하게 상대했다.
“이 놈은 내가 맡는다!”
“얘는 내가!”
“우리들이 맡을 테니, 두 분은 최종 보스 상대로 딜하시죠!”
근접 딜러들이 보스급 노네임드를 맨투맨으로 상대하며 놈들의 어그로를 끄는 사이, 투핸드랑 검객이 미르수를 상대했다.
- 와! 여기서 이런 팀워크가 나오네!
- 끝내준다!
보는 입장에서 감탄이 나올 만한 팀워크.
동시에 그들의 활약은 갑자기 등장한 몬스터 벽 너머의 동료들에게도 힘을 줬다.
“안에서 최종 보스 상대하는 중이래!”
“우리는 보이는 것만 처리하면 된다!”
아군이 위기에 빠지기는커녕 오히려 시간을 벌어준다는데, 그보다 고마운 일은 없었으니까.
그러한 용기에 기름이 부어졌다.
“용열병.”
- BJ대마도사도 움직인다!
BJ대마도사라는 이름의 기름이.
“용언, 드래곤 하트.”
- 드래곤 하트?
- 진짜 있는 기술인 건가?
- 그냥 외친 거 아니야?
그렇게 단숨에 세 개의 버프 스킬을 만들어낸 미다스가 꺼낸 건 다름 아니라 소환수들이었다.
“블레이즈 골렘 소환.”
자신만이 보여줄 수 있는 그 막강한 군대!
그렇게 삽시간에 모든 병력을 소환하는 순간, 미다스가 명령을 내렸다.
“럭키, 워하울링이다!”
아우우우!
“그래, 나쁜 개! 주인님의 영광을 위하여 함께 달리자!”
“위대한 주인님의 영광을 위하여!”
그러한 럭키의 하울링을 배경음 삼은 채 BJ대마도사의 군대들이 협곡을 가로질러 노네임드를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마치 파도와 파도가 부딪치듯이.
- 실버가 폭군 잡으러 간다!
특히 폭군 노네임드와 폭군 실버가 충돌하는 순간 채팅창은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 크으! 끝내준다!
- 이게 바로 BJ대마도사다!
- BJ대마도사님만 믿고 갑니다!
- 다들 우리 형 봤지? 우리 형이 캐리해줄 거야!
그 환호성 속에서 미다스는 읊조렸다.
“메테오.”
그러한 미다스의 읊조림에 활활 타오르던 채팅창의 반응이 바뀌었다.
- 아, 갑자기 분위기 싸해지네.
- 결국 개소리 꺼냈네.
- 형, 우리 이러지 말자. 쿨타임 무제한인데 그냥 대폭발쇼하라고!
다들 믿지 않는 분위기.
그러나 미다스는 더 이상 그러한 세상의 반응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운석을 부릅니다.]
[599초 후 운석이 떨어집니다.]
그저 들리는 알림에 두 눈을 감을 뿐.
15.
- 메테오.
31억 명.
갓워즈에서 최초로 시청자 숫자가 30억 명을 돌파하는 순간, 다시는 오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그 순간에 나온 BJ대마도사의 그 메테오란 단어는 많은 이들의 손가락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 진짜 메테오 쓰는 건가?
ㄴ 응, 구라야.
ㄴ 구라 아니면?
ㄴ 구라 아니면 BJ대마도사 여친 생김!
ㄴ 그럼 구라지.
믿는 자와 믿지 않은 자들이 채팅창을 전장 삼아 싸웠다.
단 한명, 엠마는 달랐다.
그녀는 BJ대마도사가 꺼낸 메테오란 단어에 조금의 감흥도 보이지 않았다.
상관없는 탓이었다.
BJ대마도사가 무엇을 하든, 이제 엠마가 할 수 있는 건 기다리는 것, 그것뿐이었으니까.
그러한 엠마가 고개를 돌리자 시계 하나가 보였다.
10:11:33.
그것은 카운트다운이었다.
‘10분 후 총공세다.’
어비스 길드를 포함해 지금 전장에 있는 모든 전력들이 등을 돌려 BJ대마도사를 향할 때를 알려주는 카운트다운.
‘네놈도 뭔가를 준비했겠지.’
물론 엠마는 BJ대마도사가 이런 자신들의 계획을 눈치채고 그에 대한 대비책도 준비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
BJ대마도사가 정말 아무것도 모른 채, 배신은 상상도 못한 채 이 자리에 나왔을 리는 없으니까.
당장 메테오를 언급한 것도 대비책의 일환 아닌가?
‘맞불을 놓는다거나.’
엠마가 생각하기에는 BJ대마도사는 자신을 향한 배신에 맞불을 놓을 속셈일 가능성이 높았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BJ대마도사 입장에서는 아즈모와 소드 길드, 불사자 길드를 편으로 둔 상태.
나름의 세력이 있었으니까.
여기에 하나 더, 어비스 길드와 7개 길드가 기꺼이 보스 몬스터와의 최전선에 서는 것을 자처한 상태 아닌가?
‘최종 보스가 모두의 상상 이상으로 강하다면, 그러면 오히려 상황이 쉽게 풀릴 테니까.’
그런 상황에서 최종 보스의 예상치 못한 광역 스킬에 어비스 길드를 비롯한 주변 이들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다면?
‘풀을 제거하려면 뿌리를 확실하게 뽑아야지.’
오히려 BJ대마도사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이빨을 드러내는 자들을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는 기회일 터.
더욱이 부활 이벤트 도중에 게임 오버 당한 이들은 재접속도 불가능하지 않은가?
‘PK라면 누구보다 자신 있을 테니까.’
또한 BJ대마도사에게는 능력이 있었다.
플레이어를 상대로 압도적인 폭력을 선보일 능력, 그 어떤 플레이어도 가차 없이 짓밟을 수 있는 능력이.
‘그게 네놈 성격이고.’
결정적으로 BJ대마도사는 그런 자였다.
그를 프로파일링한 모든 세계 유수의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BJ대마도사는 결코 자신에게 이빨을 드러낸 자를 회유와 타협으로 마주하는 자가 아니라, 이빨과 철퇴로 심판하는 자라고.
그런 그가 어비스 길드와 7개 길드를 상대로 어설픈 타협책을 택할 리 만무.
사실 이쯤 되면 사실이나 다름없었다.
어비스 길드 역시 그걸 알고 있음에도, BJ대마도사의 의중을 파악했음에도 전략을 바꾸지 않았다.
이제부터는 누구 불이 더 큰지, 이제 그 단순한 대결만 하면 될 뿐이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운이 좋았어.’
사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최종 보스 미르수의 능력은 어비스 길드에 유리했다.
보스급 몬스터들이 대거 출현한 건 분명 어마어마한 사건이었다.
난이도만 놓고 보자면 정말 상식을 벗어나는 수준.
최종 보스라는 단어에 어울리다 못해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 진짜, 라는 말이 나올 정도.
그러나 어비스 길드 입장에서는 엄청난 광역 스킬을 쓰는 것보단 이게 나았다.
‘시간은 버는 건 어렵지 않으니까.’
애초에 어비스 길드 입장에서는 최종 보스 몬스터를 잡을 이유가 하나도 없었으니까.
더군다나 비좁은 협곡은 공격하는 관점에서는 골치 아픈 요소이지만 버티는 관점에서는 전력을 보존하면서 시간을 끌기에 굉장히 좋은 요소 아닌가?
‘하늘이 우리를 돕는다.’
여러모로 어비스 길드에 승리의 여신이 미소를 짓는 모양새.
물론 그 사실에 엠마는 미소 짓지 않았다.
분명 유리한 건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확신을 가질 만큼 유리한 건 아니었으니까.
무엇보다 이제까지 BJ대마도사를 상대로 어비스 길드는 단 한 번의 승리라는 달콤함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
분명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확신은 금물.
때문에 엠마는 기다렸다.
‘8분.’
차근차근.
‘5분.’
주어진 시간과 약속된 시간 사이의 거리가 좁아지기를.
‘2분.’
약속된 시간이 오기를.
그때였다.
- 메테오 떨어지기 1분 전! 다들 대피하십시오! 다시 말합니다! 메테오 떨어지기 1분 전입니다. 이건 연습이나 경고나 장난이 아닙니다. 실제상황입니다!
BJ대마도사가 멘트를 내뱉었고, 엠마는 그 멘트를 무시했다.
‘남은 시간은 1분.’
무시한 채 조만간 주어진 시간이 전부 소진됐을 때, 그 사실을 멀린에게 알려줄 준비를 했다.
오늘 자신이 할 유일한 일을 훌륭하게 완수하는 것에 모든 정신을 집중했다.
‘20초, 19초…….'
그리고 이제 마지막 카운트에 돌입하는 순간, 그 순간 그녀의 사고는 정지했다.
‘아.’
동시에 카운트다운도 멈췄다.
보인 탓이었다.
- 어? 저거? 설마?
16.
미르수 레이드가 시작되고 10분이 지났을 때.
- 어? 저거 잠깐만. 트원 헤드 트롤 조금 전에 잡았던 놈 아니야?
- 그러네? 조금 전에 잡았던 놈이네?
- 이거 설마?
- 부활! 부활이다!
그때 시청자들에게 첫 번째로 충격을 준 건 다름 아니라 보스급 노네임드의 부활이었다.
- 미친, 간신히 잡았는데 부활하다니!
- 설마 10분마다 부활하는 거 아니지?
- 그냥 일회성 아닐까?
- 아무렴 10분마다 부활하라면 그냥 잡지 말라는 거 아님?
일반 몬스터도 아니고 보스급 몬스터가 10분마다 부활한다?
욕조차 나오지 않을 정도로 어처구니 없는 일.
그 사실에 모두가 경악했다.
‘차라리 잘 됐군.’
반면 멀린은 부활하는 보스급 노네임드를 보며 오히려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전력 재정비한다! 탱커 라인들 뒤로 무르고, 원거리 딜러들은 기본 스킬만 사용하고, 강력한 스킬들은 아껴둬!"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전력을 아낄 수 있지.’
갑작스러운 상황을 앞에 두고 총력전 대신 전력을 비축하는 건 결코 이상하지 않은 일.
‘얼마 안 남았다.’
그렇게 아껴둔 힘을 이제 BJ대마도사를 향해 쓰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느낌이 좋아.’
그 사실에 멀린이 미소를 짓는 사이, 곧바로 주변 이들을 향해 눈빛으로 신호를 줬다.
그 신호를 받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또다시 주변을 향해 눈빛을 줬다.
찰나의 순간 눈빛이 사방으로 퍼졌고, 삽시간에 모두가 이제 각오를 머금은 채 준비했다.
‘BJ대마도사를 잡는다.’
진짜 사냥감을 향해 달려들 준비를.
“여러분! 메테오 떨어지기 30초 전입니다! 도망치세요!”
그런 그들 중에 BJ대마도사의 말을 믿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래, 어디 한 번 지껄일 수 있을 때까지 지껄여 봐라.’
‘30초 남은 건은 네 명줄일 테니까.’
저 빌어먹을 입을 막을 생각만이 있을 뿐.
그러한 생각을 이제 실천에 옮기려는 순간, 그 순간 누군가가 고개를 들었다.
"응?"
“어?”
“아?”
그리고 그것을 시점으로 모두가, 이 치열한 전장 속에서 무언가에 홀린 듯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기 시작했다.
- 뭐지?
- 하늘에 뭐 있음?
- 카메라 돌려봐, 카메라!
이윽고 시청자들 역시 볼 수 있었다.
- 운석?
대지를 향해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운석 하나를.
- 설마?
- 진짜 메테오였어?
그 순간 미다스가 소리쳤다.
“젠장, 제가 말했잖아요! 진짜 메테오 쓴다고!”
그러나 그 소리는 그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았다.
꾸릉!
운석이 대지 위로 떨어졌으니까.
17.
운석 충돌, 상상만으로도 소름이 끼치는 일.
꾸릉!
그러나 막상 그 일이 눈앞에서 일어났을 때 사람들이 느끼는 충격은 생각보다 작았다.
현실감의 부재 탓이었다.
- 어? 운석 떨어진 거야?
- 허허허, 웃음도 안나오네.
- 만우절 방송 아니지? 무슨 소꿉장난 같은데?
그 무시무시한 몬스터들은 물론 지형지물을, 그 거대한 협곡을 마치 어린 아이가 모래사장에서 모래를 가지고 소꿉장난을 치듯이 가뿐하게 짓뭉개는 광경에 현실감 따위가 있을 리 만무했으니까.
그 운석 충돌에 휘말린 플레이어들도 마찬가지였다.
비명이나 당혹감조차 없었다.
그냥 갑자기 하늘 위에서 무언가가 내리꽂히는 순간, 대부분은 그 순간 즉사했으니까.
버티는 인물은 탱커들 중에서도 극소수뿐이었으며, 그 살아남은 자들조차도 제정신인 경우는 없었다.
굳건한 수준을 넘어 초인적인 정신력의 소유자들만이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뿐.
멀린이 그러했다.
모두의 이성이 녹아내려 제 구실을 못하는 순간, 멀린의 초인적인 정신력과 사고 능력은 작금의 상황을 이해했다.
‘진짜구나.’
BJ대마도사가 메테오를 썼으며, 그로 인해 지금 정말 말도 안 되는 타격을 입었음을.
그 때문이었다.
‘진짜 메테오라니…….'
멀린이 어느 때보다 짙은 절망을 맛본 것은.
"씨발."
그 절망의 맛에 저도 모르게 욕이 나올 지경.
그를 더 절망케 한 건 메테오가 떨어지면서 펼쳐진 광경이었다.
분명 협곡이었던 곳, 좁은 공간에서 거대한 몬스터들과 플레이어들이 뒤엉켰던 곳에 드넓은 크레이터가 등장했다.
메테오란 스킬의 위력이 뼈저리게 느껴지는 순간.
‘플레이어가 이런 스킬을 쓰게 하다니, 어이가 없네. 어이가 없어.’
사실 이쯤 되자 멀린의 가슴과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절망감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허무함이 대신 차지하기 시작했다.
그 덕분이었다.
‘가만.’
오히려 허무함 탓에 차갑게 식어버린 멀린의 이성이 빠르게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최종 보스는 살아있다.’
일단 당장 보이는 건 최종 보스 그리고 이지스의 방패 효과로 이 메테오의 영향을 받지 않은 럭키와 골드, 실버를 비롯한 BJ대마도사의 소환수들이었다.
건재한 그들의 존재가 아직 이 최종 보스 레이드가 끝나지 않았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생존자도 제법 있어.’
두 번째로 보인 건 어비스 길드와 7개 길드 연합의 생존자들이었다.
메테오의 범위에 직격 당한 이들은 대부분이 즉사했으나, 애초에 이번 전투는 중심지에 있는 플레이어들보다는 후방에서 딜링 또는 지원을 위해서 대기하고 있는 플레이어가 더 많았다.
중심지에 있고 싶어도 협곡이라는 특성 탓에 그러지 못하는 구조였으니까.
‘아직 끝난 게 아니야.’
정리하면 지금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
그 사실에 이르는 순간 멀린은 소리쳤다.
“엠마!”
엠마, 그녀가 부디 이 상황에서 내릴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실행해주기를 바라면서.
“엠마!”
재차 엠마의 이름을 소리쳤고,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자신이 결단코 잡아야 하는 사냥감을 향해.
“리볼버.”
그때 목소리가 들렸다.
“파이어볼.”
결코 잊을 수 없는 목소리가.
“리플레이 메테오 융합 대폭발 애드원.”
최종 보스 레이드를 끝낼 준비를 하는 목소리가.
“메테오 스트라이크로 끝내겠습니다.”
18.
꾸릉!
메테오가 떨어지는 순간, 거대한 크레이터가 등장하는 순간.
[미르수가 강력한 충격을 받아 잠시 동안 모든 행동을 멈춥니다.]
그리고 이내 알림을 듣는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 든 생각은 하나였다.
‘최대한 빨리 끝내자.’
괜한 감상 따위에 젖지 말고 끝내자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
‘확실하게.’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하는 상황에서 무언가를 즐기고, 감상할 여유 따위가 있을 리 만무.
“리플레이 메테오 융합 대폭발 애드원.”
그러한 각오 속에서 나온 자신의 마지막 히든 카드, 그것을 뽑는 순간에도 미다스는 여유를 품지 못했다.
“메테오 스트라이크로 끝내겠습니다.”
‘제발 먹혀라.’
메테오를 쓰는 게 이번이 처음인 상황에서 과연 이런 식으로 메테오와 대폭발이 융합이 될 지, 애드원이 적용이 될 지는 아무도 몰랐으니까.
그리고 이게 먹히지 않는다면 이제부터는 보통 스킬로 미르수를 잡아야 한다는 건데, 그 과정에서 어떤 해프닝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몰랐으니까.
‘제발.’
그러한 미다스의 기도에 갓워즈는 대답했다.
[캐스팅이 완료됐습니다.]
그래, 이 게임은 네가 끝내라고.
‘어? 벌써?’
그 사실에 놀라는 미다스.
‘캐스팅 타임은 대폭발을 따라간 건가?’
설마 이렇게 빨리 캐스팅이 끝날 줄은 미다스도 예상하지 못한 바였으니까.
‘아무렴 어때.’
그러나 미다스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는 일이었다.
마다하기는커녕 미다스는 자신에게 주어진 이 메테오 스트라이크를 가장 확실하게 쓸 방법을 실행에 옮겼다.
“용의 힘 발동.”
파 어웨이 스킬을 극대화하기 위해 하늘에 떠올랐다.
“폴링 스타.”
별을 던지는 데에 꼭 필요한 버프도 잊지 않았다.
"스트렝스."
그리고 그 별을 보다 세게 던지기 위해 조금이라도 필요한 것을 빼먹지 않고 챙겼다.
그렇게 하염없이 하늘 높이 떠오른 미다스가 고개를 내려 최종 보스 미르수를 바라보았다.
‘스턴 효과가 아직 여유가 있어.’
거대한 크레이터의 중심에 동상처럼 꼿꼿이 서있는 미르수, 그런 미르수의 머리에 보이는 붉은색 원 속의 황금빛 과녁을 바라보는 미다스가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러니 서두르지 말자.’
천천히 심호흡을 하면서 손에 쥐인 첫 번째 마법, 파이어볼을 던졌다.
그러한 미다스의 그 파이어볼이 머나먼 거리를 곧게 지나며 이내 미르수의 황금빛 과녁에 그대로 명중했다.
퍼엉!
그와 동시에 미르수의 황금빛 과녁 주변에 붉은빛 원 하나가 더 생겼다.
퍼엉!
그렇게 두 번째 파이어볼을 던지는 순간 미다스의 손에 새로운 구슬이 잡혔다.
쿠쿠쿠!
마치 태양처럼 쉴 새 없이 속에서 폭발을 거듭하는 야구공 크기의 구슬이.
그것을 본 미다스가 씨익 웃었다.
‘그래, 마무리는 삼구삼진이지.’
그야말로 하늘이 미다스가 한때 그토록 오르길 원하던 최고의 마운드를 선물해주는 순간.
‘이제 여한은 없다.’
더 이상 미다스가 자신의 그 어떤 과거에도 미련을 가지지 않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순간이었다.
그 순간에 말은 필요 없었다.
미다스, 그가 이번에는 앞서서 와는 다르게 마운드 위에 오른 투수처럼 자세를 잡았다.
그냥 던지는 게 아니라 다리를 드는 와인드업 자세를 시작으로, 정말 투수의 피칭을 하며 손에 든 자그마한 태양을 던졌다.
그리고 그 태양이 미르수의 머리에 꽂혔다.
두둥!
그러자 미르수를 중심으로 거대한 충격파가 삽시간에 주변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하물며 미다스의 대폭발은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두둥!
이어서 나온 폭발과 그 폭발이 만들어낸 폭풍이 삽시간에 주변을 다시 한 번 더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주변 이들에게는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
이 순간 정신을 차릴 수 있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기세는 잡았을 때 몰고 가야지.’
그 순간 미다스는 뜸들이지 않은 채 곧바로 손에 쥔 태양을 바로 던졌다.
그 누구도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두둥!
그렇게 날아간 공격이 이번에도 정확하게 미르수의 머리에 그대로 명중했다.
그와 동시에 알림이 들렸다.
[초지일관 스킬이 발동했습니다.]
이제 남은 건 하나.
그 순간 미르수의 HP상태를 확인한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끝났다.’
그렇게 마지막 하나 남은 태양마저 던지는 순간, 그 순간 미다스는 모두에게 말했다.
“그동안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을 사랑해주신 무수히 많은 시청자 여러분.”
마지막 인사.
두둥!
그 인사 사이로 폭발이 들렸고, 동시에 미다스의 귓속으로 알림이 들렸다.
[미르수를 처치했습니다.]
그러한 알림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 이 시간부로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은 종료됩니다. 이 부족한 저를 위해 아낌없이 응원해주신 시청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그제야 비로소 넋을 잃은 채 라이브 방송을 바라만 보고 있던 시청자들이 정신을 차렸다.
- 뭐야? 뭐야뭐야, 이거? 잠깐! 진짜 끝난 거야?
- 형, 왜 이래? 잠깐만 생각할 시간을 좀 줘! 지금 정신 간신히 차렸어!
- 이거 무효야! 제대로 못 봤어! 다시 한 번 더 해!
그러나 미다스는 시청자들의 애원에 응하지 않았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위대한 야구 선수 요기베라가 남긴 명언처럼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닌 법, 그렇다면 끝내야 할 때 확실하게 끝내야 하는 법이기에.
그렇기에 미다스는 확실하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제가 여자 친구를 사귀지 않은 건 제게 있어서 시청자 여러분이 여자 친구보다 가장 소중한 존재였기 때문입니다.”
- 응, 그건 아니야.
- 내가 정신이 지금 나가긴 했지만 그건 아니라는 것쯤을 알아.
- 형, 안 하는 거랑 못 하는 건 전혀 달라.
그렇게 미다스가 끝을 맺었다.
“여하튼 제 라이브 방송을 시청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이제 돌이킬 수 없도록.
다시는 돌아오고 싶어도 돌아올 수 없도록.
시청자들에게 그리고 스스로에게 확실하게 이별을 선고한 미다스의 몸이 땅에 착지했다.
- 아.
그제야 이제 모두가 깨달았다.
- 와, 이게 이렇게 끝나네. 좀 어이 없네. 최후의 전투가 이렇게 끝나다니?
감히 그 누구도 상상도 못한 방법으로.
- 그래, BJ대마도사답긴 하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끝내는 게.
- 맞아, BJ대마도사는 언제나 이랬으니까.
그야말로 BJ대마도사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방법으로.
그 사실에 이제 모두가 여운을 느끼는 사이, 바닥에 착지한 미다스 역시 여운을 느꼈다.
‘정말 끝났다.’
기나긴 여정이 끝나고 이제 내려놓을 때가 왔음을.
왕!
그때 때마침 미다스의 귓속으로 럭키의 울음 소리가 들렸고, 그 울음 소리에 미다스가 씨익 웃었다.
“그래, 럭키야. 너도 마지막 인사해야지.”
왕!
“일로 와! 다 같이 인사하자.”
왕!
“럭키야, 이리오라니까.”
이내 럭키를 부르는 미다스.
왕!
그러나 럭키는 오기는커녕 오히려 그 자리에 꼿꼿이 선 채 미다스를 역으로 불렀다.
“어허! 럭키야. 이제 말 들어야지. 여기서……."
그 순간 미다스는 알 수 있었다.
‘잠깐.’
럭키가 지금 다른 누구도 아닌 미르수의 사체 옆을 지키고 있음을.
“아!"
‘이름 잃은 신이 남았지!’
그제야 아직 끝난 게 아님을 확인한 미다스가 기겁하며 여운을 곱씹는 시청자들을 향해 소리쳤다.
“저기! 여러분 잠깐! 잠깐! 조금 전에 한 말 취소! 라이브 방송 끝낸다는 거 취소! 여러분 아직 안 끝났습니다! 아직 퀘스트 안 끝났습니다! 방송 계속합니다. 나가지 마세요! 여러분! 여러분! 나가지 마세요! 제발!”
라스트 매치가 끝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