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460화 (460/485)

460화.  < 140화. 라스트 매치 (2). >

4.

입을 조심해라, 인생을 살다 보면 지겨울 정도로 많이 듣게 되는 충고.

하지만 막상 인생을 살다가 그 충고의 의미를 깨닫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문제는 한 번 깨달을 때 아주 뼈저리게, 몇몇 이들은 뼈가 저리다 못해 부러지는 듯이 느낀다는 것.

“아……."

지금 멀린이 느끼는 충격이 그러했다.

“아……."

그저 장난삼아 던진 말.

자신이 그런 말을 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의미 없이 툭 던진 말.

그런데 그렇게 던진 말이 설마 이토록 중요한 순간 자신의 발목…… 아니, 발목 정도가 아니라 목을 세게 쥐게 될 줄이야?

"나는......."

그 사실에 너무나 충격적인 나머지 멀린은 엠마 앞에서 감히 미안하다, 라는 사과의 말조차 꺼낼 수 없었다.

“사과하지 마세요.”

그런 멀린에게 엠마가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당신이 자신에게 사과를 수백, 수천 번 해봤자 지금의 상황에는 아무런 긍정적인 영향도 줄 수 없었으니까.

더욱이 지금 상황은 그냥 상황이 아니었다.

“지금은 비상사태에요, 우리가 서로 사과를 하고, 용서를 하는 데에 정신을 팔 때가 아니에요.”

BJ대마도사가 어비스 길드에 날린 치명적인 공격에 맞대응을 할 차례.

그러한 엠마의 말에 멀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렇지.”

그러나 멀린은 표정에는 여전히 얼빠진 기색이 역력했다.

엠마는 그런 멀린을 나무라지 않았다.

본인이라도 멀린의 처지였다면 저보다 심하면 심했지 결코 덜하진 않았을 테니까.

‘빌어먹을 BJ대마도사.’

그 정도로 BJ대마도사의 수법은 치명적이고, 위력적이었다.

‘이런 식으로 시간까지 벌다니.’

당장 멀린에게 타격을 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은 채, 이제는 어비스 길드 연합에 정신적 타격을 주고 있었으니까.

‘이제는 시간이 길어져서 우리에게 좋을 게 없다는 걸 알고 있는 거야. 당연히 그 점을 파고들려고 할 테고.’

그러한 공격은 당장 엠마의 머릿속도 복잡하게 만들고 있었다.

‘어떻게 하지? 그냥 강행돌파를 할까? 바로 공격? 하지만 지금 아즈모의 가드가 단단할 텐데? 시간을 두고 보고 상황을 파악할까? 아니야, 어쩌면 그렇게 우리가 행동하는 것조차 BJ대마도사의 노림수일지도 몰라.’

판이 바뀌었는데 전략을 안 바꿀 순 없는 노릇.

‘대체 BJ대마도사의 노림수가 뭐지?’

그 사실에 엠마의 머리가 비명을 지를 무렵.

우웅!

우웅!

엠마와 멀린, 둘의 스마트폰이 동시에 문자 도착을 알리는 알림을 토해냈다.

그 알림을 본 엠마와 멀린이 서로를 마주 봤다.

그렇게 서로를 보면서 확신했다.

‘BJ대마도사다.’

이 알림이 누구로부터 시작됐는지.

그러한 예상은 적중했다.

“……놈이 대결 방식을 말했군.”

BJ대마도사는 어비스 길드에 통보했다.

자신이 최종 보스인 미르수를 잡는 순간 이 게임은 끝난다고.

그걸 막아보라고.

막으면 어비스 길드의 승리라고.

파격적인 방식이었고, 때문에 엠마와 멀린은 그 방식을 보는 순간 눈살을 찌푸렸다.

“대체 이게 뭐하자는 거지?”

일단 당장 든 의문은 방식이었다.

게임 진행을 방해하는 데에는 PK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법.

그래서 이미 어비스 길드는 BJ대마도사가 무슨 요구를 하든 간에 PK를 할 속셈이었다.

세상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는 한이 있더라도.

“그냥 대놓고 덤비라는 건가?”

그런데 BJ대마도사의 제안대로라면 이 시간부로 어비스 길드는 대놓고 BJ대마도사를 공격해도 무방했다.

명분이 생기는 셈이었고, 손가락질 받을 일도 없어지는 셈이었다.

그러나 어비스 길드 입장에서는 결코 기꺼운 일이 아니었다.

“응? 우리 따위는 가소롭다는 건가?”

이쯤 되면 BJ대마도사가 어비스 길드를 별거 아닌 것으로 치부하는 느낌이었으니까.

“끝까지 우리를 흔들려고 도발을 하는군.”

더군다나 이미 그러한 명분이 없어도 PK를 준비했던 어비스 길드 아닌가?

자신들이 한 그 절박한 각오가 무색해지는 셈.

자연스레 이 모든 게 불쾌하고, 짜증이 날 따름이었다.

“잠깐만요.”

반면 엠마는 다른 것에 의문을 두었다.

“왜 이렇게 빠르죠?”

“뭐?”

“왜 이렇게 빨리 대결 방식을 발표한 걸까요?”

그녀가 보기에 BJ대마도사가 대결 방식을 나중으로 미룬 건 시간벌이를 위함이었다.

그렇게 번 시간으로 어비스 길드를 흔들기 위해서.

“이렇게 빨리 발표할 거라면 뜸을 들일 필요가 없었잖아요?”

그런데 이렇다 할 행동도 없이 바로 대결 방식을 발표한다?

시간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제 스스로 갈기갈기 찢어 버린다?

이상한 일.

멀린 역시 엠마의 말을 듣고는 고민을 시작했다.

“그냥 심리전을 하려는 거 아닐까?”

그리고 내놓은 멀린의 답에 엠마는 대답하지 않았다.

BJ대마도사라면 멀린의 말처럼 그 짤막한 심리전을 위해서라도 이러한 수작을 부리고도 남는 자.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그게 아니라 부득이한 일 때문에 급하게 대결 방식을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면요?”

“그러면……."

필시 BJ대마도사의 계획에 오류가 생겼다는 의미.

“틈이 생긴 건가?”

그건 곧 이 견고하기 짝이 없는 BJ대마도사에게 한 방 먹일 기회가 생겼다는 의미였다.

그 순간 멀린의 눈빛이 달라졌다.

“틈이 정말 생긴 거라면 그 점을 노려야지. 이대로 바로 공격할까? 분명 문제가 생긴 거라면 어수선한 분위기일 테니까."

그러한 멀린의 말에 엠마는 이번에도 대답하지 않은 채 고민했다.

길게.

무려 10분이 넘는 장고 끝에 그녀가 말했다.

“도박을 해보죠.”

5.

- 드디어 BJ대마도사 대 어비스 길드다!

- 이제 갓워즈 최고를 가릴 때가 왔네.

- 이게 사실상 라스트 매치네. 이 다음에는 더 이상 붙을 상대도 없을 테니까.

중대 발표라는 표현에 부족함이 없는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에 갓워즈와 관련된 모든 커뮤니티는 들썩였다.

동시에 의문을 던졌다.

- 그래서 대결 방식은 뭘까?

ㄴ 마지막 대결인데 보통 방법은 아니겠지.

다른 무엇도 아닌 갓워즈의 최고를 가리는,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라스트 매치의 방식이 대체 무엇일지.

- 보스 몬스터 레이드?

ㄴ 아니면 그냥 PK일수도 있지.

BJ대마도사가 어비스 길드에 어떤 방식을 요구할지.

- 아니, 그보다 BJ대마도사가 대결 방식을 마음대로 정하는 거, 이거 너무 불공평한 거 아니야?

ㄴ 어비스 길드는 길드 연합이거든요? 그게 더 불공평한 거 아닌가?

ㄴ 뭐야? 이야기 들어보니까 그냥 막 한다는 건가? 심플하게 BJ대마도사 대 어비스 길드만 가야 하는 거 아니야?

ㄴ 이거 보니까 어비스 길드도 골치 아프겠네. 어지간한 방식이면 받아들일 수 없잖아?

그리고 그에 대한 어비스 길드의 대답이 무엇일지.

- 아니, 자기 라이브 방송에서 뱉은 말이 있는데 지켜야지? 어비스 길드빠들 왜 이렇게 추해?

ㄴ 추한 건 BJ대마도사 빠들이지. 자기들 유리한 식으로 싸우면 누가 못 이겨? 정정당당하게 하자!

ㄴ 정정당당하게 1대1 PK 고?

ㄴ 에휴, BJ대마도사 빠들 수준 하고는, 말을 말아야지.

ㄴ 쫄았네, 쫄았어.

그러한 라스트 매치 방식에 대해서 갓워즈에 관심이 있는 수십억 명의 사람들의 갑론을박이 본격적으로 치열해질 무렵.

- 어? 라이징 스타 채널에 공지 또 올라왔는데?

ㄴ 뭔데?

ㄴ 중대 발표한다는데?

ㄴ 또?

BJ대마도사가 두 번째 중대 발표를 했다.

“시도 때도 없이 중대 발표하게 되어서 죄송합니다.”

그 사실에 몇몇은 불만을 표했다.

- 형, 중대 발표 너무 남발하는데?

ㄴ 맞아. 소개팅 성공급 사건 아니면 이제 중대 발표 표현 쓰지 말자.

ㄴ 그럼 이제 앞으로 중대 발표 없는 거네?

ㄴ 소대 발표만 할 듯.

ㄴ 형, 봤지? 이런 개그하면 소개팅 자리에서 바로 얼굴에 물 맞는 거야.

중대 발표란 게 그리 남발할 수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다름 아니라 어비스 길드와의 대결 방식이 정해져서 이렇게 발표하게 됐습니다.”

- 어?

- 매치업 방식을?

그러나 이어진 BJ대마도사의 발표 내용에 불만은 빠르게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방식은 간단합니다. 이제부터 저는 이 게임의 최종 보스 사냥만을 남기고 있습니다.”

- 헉!

그 후에 최종 보스란 단어가 언급됐을 때 불만이란 단어는 더 이상 존재치 않았다.

- 최종 보스라고?

- 드디어 나왔다!

- 이 게임에도 최종 보스가 있구나!

- 다들 정신 차려! BJ대마도사가 말하는 최종 보스가 소개팅 상대일 수도 있어!

게임을 하는 이라면 그리고 보는 이라면 그 단어에 불타오를 수밖에 없었으니까.

“제가 최종 보스를 잡고 이 게임을 끝내면 저의 승리. 반대로 어비스 길드가 그걸 막으면 어비스 길드의 승리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나온 대결 방식에 세상의 열기는 잠시 꺼질 수밖에 없었다.

- 뭐라고? 지금 뭐라고 한 거야?

- 잠깐, 진짜 저게 대결 방식이야?

- 잡거나 혹은 막거나?

- 캐치 미 이프 유 캔 마지막 시즌인가?

상상하지 못한 방식, 그만큼 파격적인 방식이었으니까.

- 끝내주네!

- 그래, 이거지! 끝장을 보려면 이렇게 봐야지!

- 역시 BJ대마도사, 화끈하다니까!

- 라스트 매치에 어울리는 방식이네.

그렇기에 보는 이로 하여금 더더욱 불타오르게 만들었다.

그러한 분위기에 BJ대마도사가 정점을 찍었다.

“라스트 매치답게 이 모든 과정은 올 라이브로 가겠습니다. 게임에 접속하는 순간부터 로그아웃까지 그리고 이 라스트 매치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모든 과정을 라이브 방송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올 라이브!

- 와, 이제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만 보고 있으면 되겠네!

- BJ대마도사의 솔로 라이프가 어떤지 제대로 볼 수 있겠어.

- 지금 구독 중인 다른 워즈튜브 채널 다 삭제함.

BJ대마도사의 그 선언에 그의 라이브 방송을 보고 있는 25억 명의 시청자들이 기꺼이 환호했다.

‘오케이.’

그러한 분위기에 미다스는 미소를 지었다.

‘이걸로 끝장 분위기는 완성됐다.’

사실 올 라이브는 워즈튜브를 하는 이들에게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올 라이브를 하면 안 좋은 모습 그리고 해프닝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었으니까.

스타 플레이어에 대한 기대감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쉽게 말하면 워즈튜브의 수명을 깎는 행위인 셈.

‘어차피 마지막이다.’

달리 말하면 이미 그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미다스 입장에서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물론 밑도 끝도 없이, 한없이 라이브를 할 수는 없는 노릇.

미다스 역시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다.

‘딱 3일만 하자.’

3일 후.

그 후에 미다스는 지금 자신의 시선이 향하는 곳, 그 붉은빛 기둥으로 향할 생각이었다.

“자, 그럼 이제부터 라이브 하겠습니다. 바로 최종 보스 미르수를 잡으러 가겠습니다! 럭키야!"

왕!

"저쪽으로 가보자!”

말과 함께 한곳을 가리키는 미다스, 당연히 그 방향은 붉은빛 기둥이 있는 곳과 정반대였다.

“진짜 최대한 빨리 끝내고 싶네요. 어비스 길드가 절 막으러 오기 전에 말이죠. 마음 같아서는 당장 최종 보스 발견해서 이 게임을 끝냈으면 좋겠습니다. 방송 길어져봤자 좋을 게 뭐가 있겠어요? 후원금이나 더 들어올 텐데, 저한테는 별 의미 없잖아요?”

그리고는 모르는 척 연기를 했다.

그 순간이었다.

‘3일 동안 후원금하고 광고비면 퇴직금으로 충분하지!’

미다스가 속으로 이번 3일간 쌓일 자신의 수익을 상상하며 기쁨을 되새김질하려는 순간.

[멀린 님이 10,00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멀린, 그가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에 후원 채팅을 했다.

[멀린 : 이제 이게 마지막 후원 채팅이 되겠군.]

아주 의미심장한 말과 함께.

“어, 멀린님?”

멀린의 그 말에 미다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 마지막 후원?

- 무슨 의미이지?

- 느낌이 싸늘한데?

그냥 한 귀로 듣고 다른 귀로 넘기기에는 무거운 표현이었으니까.

이후 몇몇은 생각했다.

- 진짜 전쟁하겠다는 건가?

- 어비스 길드가 진짜 BJ대마도사 상대로 PK를 하려는 거 아니야?

오늘 이 시간부로 어비스 길드가 BJ대마도사를 상대로 끝장 승부를 선언할지도 모른다고.

미다스도 마찬가지였다.

‘설마 진짜 PK 선언을 하시려는 건가?’

어비스 길드가 극단적인 방법으로 자신을 방해하는 경우.

‘그럼 안 되는데?’

그 경우를 생각한 미다스가 몸서리를 쳤다.

‘그러면 어비스 길드분들 전멸시킬 수밖에 없는데?’

정말 그리된다면 미다스 입장에서는 어비스 길드를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짓뭉갤 수밖에 없었으니까.

말 그대로였다.

미다스는 어비스 길드를 상대로 PK를 할 경우, 자신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막연한 확신이 아니었다.

당장 미다스가 가진 화력은 어비스 길드를 단숨에 박살을 내고도 남을 수준.

여기에 미다스는 이제 혼자도 아니었다.

옆에 아즈모라는 든든한 보디가드가 붙은 상황.

‘너무 극단적으로 안 갔으면 좋겠는데…….'

그런 상황에서 어비스 길드가 덤비면 이러니저러니 해도 처참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모든 게 정리되면 미다스 입장에서도 찝찝한 결과가 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게임이 마지막 장이라고 해도 어디까지나 게임일 뿐, 현실에서 살아갈 날은 많지 않은가?

막말로 그런 식으로 게임 접으면 어비스 길드가 현실에 있는 미다스를 찾아와 현실 PK를 걸 수도 있었다.

[멀린 님이 10,00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그렇게 미다스의 얼굴이 온갖 걱정 탓에 딱딱하게 굳을 무렵, 멀린이 마저 후원 채팅을 통해 말했다.

[멀린 : BJ대마도사의 제안은 잘 들었어. 하지만 우리는 그 대결 방식을 받아들이지 않겠어.]

대결 방식 거절!

‘어? 이게?’

그 사실에 미다스의 표정이 더 굳었다.

‘이러면 더 안 되는데?’

어비스 길드가 대결을 거부하는 경우 그의 머릿속에 든 예상 어디에도 없었으니까.

‘차라리 …하는 게 낫지!’

그럴 바에는 앞선 생각처럼, 끝장 승부를 보는 게 나을 정도.

[멀린 님이 10,00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멀린 : 이 시간부로 어비스 길드는 BJ대마도사의 최종 보스 레이드를 도울 거니까.]

그때 나온 후원 채팅에 미다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뭐라고요?”

이어진 반문에 대답이 왔다.

[멀린 님이 10,00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멀린 : 최종 보스, 같이 깨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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