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8화. < 139화. 부활 (3). >
7.
- 어머니, 여기는 지금 전쟁터입니다.
- 맙소사, 몬스터 공략 난이도 장난 아니야! 그냥 아주 다른 놈이야, 다른 놈!
- 미친, 여기 정리한 지 얼마나 됐다고 리젠이 또 돼! 몬스터 좀 그만 뿌리라고!
- 갓워즈는 몬스터를 그만 뿌려라!
- 씨발 이게 게임이냐?
갓워즈 안을 가득 채우기 시작한 곡소리들.
“젠장, BJ대마도사는 뭘 하고 있는 거야? 빨리 이 빌어먹을 부활 이벤트를 끝내라고!"
“일해라, BJ대마도사!”
“아니, 연애도 못하는 주제에 게임이나 하지 왜 아무런 소식도 없는 거야?”
그리고 갓워즈 밖은 BJ대마도사를 향한 불만과 분노로 가득 차고 있었다.
여러모로 살벌한 분위기,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드디어 BJ대마도사 소식이 들렸다.
“다들 BJ대마도사 소식 들었어? 중대 발표한다고 공지 떴다!”
중대 발표, 어느 때보다 무게감 넘치는 단어와 함께.
“이 시국에 중대 발표라니, 뭔가 대단한 걸 하려는 모양이지?”
그 무게감 가득한 단어가 투척되자, 갓워즈와 관련된 모든 곳의 분위기는 어수선해졌다.
“설마 대국민 사과 같은 건 아니겠지?”
“그럴 수도 있지. 사태가 심각하잖아?”
“아무렴, 아주 심각하지. 나도 게임 오버 당해서 지금 접속 못하고 있다고, 씨발!”
더욱이 그 어수선함 속에서 흐르는 이야기들은 대부분 안 좋은 이야기들 뿐이었다.
“하루에 죽어나가는 플레이어 숫자가 장난 아니던데?”
“숫자도 숫자인데, 겁 먹어서 접속 안 하는 플레이어도 상당해. 그리고 접속을 안 하니까 몬스터 개체수가 줄어들지 않아서 게임 오버 확률이 더 높아지고.”
“악순환이지, 악순환. 무서워서 접속 안 하고, 접속 안 하니 몬스터 넘치고, 그러니까 더 게임하기가 무서워지고.”
작금의 상황이 그만큼 안 좋다는 증거.
“BJ대마도사도 지금 마음고생이 심하겠어.”
“하긴, BJ대마도사가 이런 걸 예상했을 리는 없으니까. 아닌 밤중에 홍두깨지.”
당사자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허나, 막상 그 이야기를 듣는 당사자 정현우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무덤덤했다.
‘어차피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각오를 한 탓이었다.
동시에 여유도 있었다.
‘주사위 놀음에서 내가 질 이유는 없고.’
상대가 어비스 길드이든 뭐든 간에 이번 대결에서는 자신이 이길 수밖에 없었으니까.
막연한 확신이 아니었다.
‘이름 잃은 신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은 용 밖에 없는데, 그 용을 가진 건 나뿐이니까.’
애초에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내용상 어비스 길드가 무슨 짓을 하든 간에 BJ대마도사가 이길 수밖에 없는 대결.
사실 까놓고 말하자면 사기였다.
나중에 이 사실이 알려지는 순간 BJ대마도사를 향해 어마어마한 욕설이 쏟아질 만큼 비열한 짓.
그 사실을 정현우도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번에 제대로 한탕만 하면 돼.’
그리고 그에 대한 각오도 이미 끝난 상태였다.
이번에 크게 한몫 잡고 그냥 이 판에서 손 씻자고.
어차피 그 이후에는 더 이상 판을 열고 싶어도 열 수 없다고.
‘그것만 집중하자.’
그런 상태의 정현우에게 지금 몰아치는 태풍은 그 어떤 영향도 주지 못했다.
“특급 정보! 특급 정보!”
“오, 혁주! 뭔 소식 들었구나?”
“그래, 이번에는 무슨 소식이야?”
때문에 이혁주가 등장했을 때도 정현우의 얼굴에는 어떤 감정 변화도 떠오르지 않았다.
‘뭔 소리를 하든, 나랑 상관없는 일이지.’
오히려 여유를 가진 채 이제는 이혁주가 무슨 헛소리를 할까, 기대마저 할 정도.
“BJ대마도사가 아즈모랑 손잡는대요!”
그러나 이어진 이혁주의 말에 정현우는 살짝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짜식, 개소리를 해도 정도껏 해야지. 어디서 말도 안 되는 구라를 치고 있어.’
너무나도 말도 안 되는 소리였으니까.
“손을 잡는다고?”
“진짜 그 둘이?”
달리 말하면 듣는 입장에서는 관심이 폭발할 수밖에 없는 소리였다.
“지금 BJ대마도사가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잖아요? 그래서 아즈모가 BJ대마도사 보디가드를 해준대요.”
“맙소사, 그 아즈모가?”
“진짜? 그거 사실인 거지?”
“그동안 제 정보력이 어떤지 보셨잖아요? 진짜 엄청난 루트를 통해서 얻은 정보에요. 아즈모가 예전부터 준비했대요.”
그 이후에 이혁주의 입에서 나온 말은 더더욱 말이 안 되는 말, 개소리라고 하는 게 개한테 미안해질 정도의 소리였다.
'쯧쯧쯧.'
결국 듣다 못한 정현우가 한마디 했다.
“혁주야, 그게 말이 되냐? 아즈모가 뭐가 아쉬워서 BJ대마도사 보디가드를 해? BJ대마도사가 아즈모를 돈 주고 고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안 그래? 아즈모가 돈으로 움직이겠어?”
정현우의 태클에 이혁주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 현우 형. BJ대마도사 알지도 못하면서, 형, BJ대마도사가 그럼 그냥 이벤트 매치 하나 하겠다는 걸 가지고 중대발표라고 하겠어요? 그 정도 급은 되어야 중대발표지. 가끔 생각하는 건데 현우 형은 BJ대마도사를 너무 무시해요. BJ대마도사한테 여친이 뺏기기라도 한 것처럼.”
그러한 이혁주의 태클에 정현우가 피식 웃었다.
“야, 그럼 너 내기할래?”
“내기요?”
“아즈모랑 BJ대마도사랑 아무 일도 없다는 거에, 불고기 버거 1개를 걸지.”
“흥, 전 받고 콜라 한 캔 추가요. 아니, 2캔이요.”
“오케이, 콜라 2캔 받고 핫바 1개 추가한다!”
그 광경에 주변이 놀라며 말했다.
“맙소사, 저걸 콜했어?”
“현우가 콜라도 아니고, 불고기 버거 1개에 핫바에 콜라 2캔 내기를 한다고?”
“현우, 로또라도 당첨됐나?”
“현우 소비 패턴 생각하면 최소한 로또 1등 당첨된 거 아니면 저렇게 안 지를 텐데, 무슨 일이지?”
다른 누구도 아닌 정현우가 저토록 엄청난 베팅을 하는 건 모두가 처음 봤으니까.
물론 정현우는 자신감이 넘쳤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아즈모가 미쳤다고 내 보디가드를 하겠어?’
누구도 아닌 BJ대마도사인 자기가 아니라는데, 그런 일이 있을 리 만무했으니까.
그때였다.
“어? 아즈모 방송 켰다!”
때마침 들려온 아즈모의 라이브 방송 소식에 정현우가 진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혁주야, 햄버거랑 핫바 준비해라.”
그리고 이내 TV위로 등장한 아즈모, 그가 모두에게 말했다.
- 아즈모입니다. 오늘 중대 발표를 합니다. 이 시간부로 저는 BJ대마도사의 방패가 되겠습니다.
자신이 방송을 켠 이유를.
8.
아즈모.
갓워즈에 존재하는 수억 명의 플레이어 중에 가장 많은 돈을 가진 자.
더불어 BJ대마도사가 등장하기 전까지 솔로 플레이란 단어를 쓸 수 있는 유일한 자였다.
물론 아즈모가 BJ대마도사처럼 순수하게 솔로 플레이를 해온 것은 아니었다.
아즈모의 주변에는 그를 돕는 플레이어들이, 일명 아즈모의 아이들이라고 불리는 플레이어들이 있었다.
아즈모가 솔로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몬스터를 처리해주고, 주변을 청소해주고, 무대를 꾸며주는 이들.
더불어 그 아이들의 숫자는 10대 길드와 비교해서 부족하기는커녕 오히려 압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즈모와 아이들이 길드로 분류되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모든 운영자금이 아즈모의 주머니에서 나온다는 것.
길드의 기본 개념을 서로의 이익을 위해 뭉친 집단이라고 해석한다면, 아즈모와 그 아이들은 길드라고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물론 그런 개념 같은 건 아무래도 좋았다.
중요한 건 아즈모란 존재가 10대 길드라는 거대한 범주조차 수용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존재라는 것.
그리고 그에게 있어 갓워즈란 게임을 플레이한다는 건 정말이지 가소로운 일일 따름이라는 것.
“이거 긴장되네.”
그러한 아즈모가 어느 때보다 긴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 광경에 시청자들 모두가 놀람을 표시했다.
- 맙소사, 아즈모님 방송 한 번도 빠짐 없이 봐왔는데 아즈모님 긴장하는 거 처음보네요.
- 연기가 아니라 진짜인 듯?
- 폭군 레이드 할 때도 긴장 안 하셨던 것 같은데?
그 어떤 상황, 심지어 최근 있었던 라이브 방송 중 가장 위험했던 레이드인 폭군 레이드에서조차 긴장 대신 여유를 보였던 게 아즈모 였으니까.
한편으로는 이해했다.
- 하긴, BJ대마도사랑 만나는 자리이니까.
- 폭군보다 BJ대마도사가 무섭긴 하지.
다른 누구도 아닌 BJ대마도사와 만난다는 것.
- 하물며 그냥 만나는 것도 아니고 만나서 손잡는 거잖아? 이건 역사적인 일이지.
그것도 그냥 만남이 아니라 갓워즈를 대표하는 두 거물이 공식적으로 손을 잡는 자리였다.
긴장감이 없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
“저기 오는 군요.”
그리고 그러한 긴장감은 BJ대마도사가 오는 순간 끊어지기 직전의 고무줄처럼 팽팽해졌다.
‘드디어 만나는구나. BJ대마도사.’
아즈모, 그조차도 잠시 말문을 닫을 정도로.
그리고 이내 둘이 서로의 표정을 확인할 만큼 가까워졌을 때.
‘응?’
- 어?
그때 아즈모와 시청자들, 주변 이들은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
‘뭐지?’
- 자다 왔나, BJ대마도사 표정이 왜 이래?
긴장감이라고는 한 점 없는 BJ대마도사의 표정 탓이었다.
“어, 아즈모님 안녕하세요.”
그러한 맹물 같은 표정 속에서 나온 BJ대마도사의 첫 마디는 맹물보다 밍밍하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도무지 이 역사적인 순간에 어울리지 않는 맥 없는 모습.
‘대단하군.’
그 모습에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던 아즈모는 이내 감탄했다.
‘이 정도 일에는 감흥조차 안 느낀다, 이거군.’
자신조차도 긴장할 만한 엄청난 빅 이벤트도 BJ대마도사에게는 그저 일상에 불과하다는 증거였으니까.
‘그래, 이런 모습을 보여야지. 연기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어비스 길드가 보고 있는데.’
더욱이 거대한 전쟁을 앞둔 상황에서 그 전쟁의 최선봉에 설 자가 긴장한 표정을 보여서 좋을 건 없었다.
그 대목에서 아즈모는 확신했다.
‘그래, 이건 연기다. 조금의 틈도 보이지 않기 위한 연기.’
큰 그림을 앞둔 BJ대마도사가 자그마한 디테일조차 빼놓지 않고 챙기고 있다고.
이 표정이 그 증거라고.
- 긴장 따윈 안 한다, 이건가?
- 역시 BJ대마도사. 소개팅 자리 말고는 긴장하지 않는 남자!
- 이건 좀 멋졌음.
실제로도 이 긴장감 한 점 찾아볼 수 없는 BJ대마도사의 표정에 모두가 감탄을 보냈다.
아즈모의 아이들도 감탄을 할 정도.
물론 미다스가 그런 표정을, 정신이 나간 듯한 표정을 짓는 이유는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아니, 이게 현실인가?’
그저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는 것.
‘아즈모가 내 보디가드를?’
그도 그럴 것이 아즈모를 만나는 것조차 신기할 따름인데, 그런 아즈모가 자기를 지켜준다?
‘진짜?’
정신이 나가도 그냥 나가는 게 아니라 돌아올 수 없는 곳까지 나갈 지경.
“이렇게 만난 건 처음이라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오늘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니까. 그래서 중대 발표란 게 뭐지?"
‘아.’
그렇게 너무 정신이 나간 나머지 아즈모의 그 말을 들은 후에야 미다스는 깨달을 수 있었다.
‘그래 , 중대 발표!’
자신이 왜 지금 게임에 접속했는지 그리고 라이브 방송을 켰는지.
“아, 그렇죠. 그게 중요하죠.”
물론 여전히 나간 정신이 제대로 돌아오지 못한 상태의 미다스는 무미건조하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다름 아니라 이번 부활 이벤트에서 어비스 길드랑 같이 대결을 할 생각입니다. 그게 중대 발표 내용입니다.”
그러나 그 내용은 무미건조함과는 전혀 달랐다.
- 뭐? 어비스 길드?
- 드디어!
- BJ대마도사가 어비스 길드랑 결판을 내려고 한다!
하늘 아래에 존재하는 가장 큰 별 두 개가, 두 개의 태양이 하나가 되기 위한 마지막 전쟁을 치를 때.
그야말로 천지가 개벽하는 일이었다.
물론 싸움이라면 모를까 대결이란 건 한 명이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없는 법.
그렇기에 모두가 기다렸다.
- 그래서 어비스 길드의 대답은?
9.
- 이번 부활 이벤트에서 어비스 길드랑 같이 대결을 할 생각입니다.
BJ대 마도사의 그 발언이 나오는 순간 세상 모든 이들은 기대감을 품었다.
"흥."
그리고 멀린은 콧방귀를 뀌었다.
이미 BJ대마도사와는 대결을 하지 않겠다고 각오는 물론 모든 준비도 마친 상황.
이제 시간조차도 자기 편이 된 상황 아닌가?
“웃기지도 않는군.”
그런 상황에서 저렇게 대결하고 싶다고 하는 BJ대마도사의 발언은 그저 가소로울 따름이었으니까.
엠마도 마찬가지였다.
"표정을 보니까 우리를 도발해서 자기 제안에 넘어오게 하려는 것 같은데......."
그녀가 보기에 지금 BJ대마도사가 하려는 수작질은 가소로운 수준에 불과했다.
“혹시 도발에 넘어가시는 건 아니겠죠?”
이어진 엠마의 물음에 멀린이 비웃음을 머금었다.
그때였다.
- 이 게임도 거의 끝나가는데, 그전에 어비스 길드랑 결판은 내고자 합니다. 최고의 길드랑 최고의 플레이어, 이 두 가지가 따로 존재 한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어비스 길드도 저와 비슷한 생각일 겁니다. 어비스 길드의 자존심이 있잖아요?
이어진 BJ대마도사의 멘트에 멀린이 지은 비웃음이 더 진해졌다.
“이거 너무 도발이 세서 넘어갈 것 같은데?”
고작 준비한 게 이거냐? 하는 비웃음을.
한편으로는 안심했다.
혹시나 BJ대마도사가 뭔가 엄청난 걸 준비했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했었는데, 이 정도가 준비한 전부라면 이제 그 걱정을 구겨서 쓰레기통에 던져도 됐으니까.
- 그리고 멀린 님, 우리 약속했잖아요?"
"응?"
그때 나온 약속이란 단어에 멀린의 비웃음이 살짝 일그러졌다.
그리고 엠마가 그런 멀린을 바라봤다.
나 몰래 무슨 약속한 거 있냐? 라는 시선으로.
그 시선에 멀린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사이, BJ대마도사가 멘트를 내뱉었다.
- 드래곤 슬레이어 두고 올스타팀이랑 저랑 경쟁했을 때 이런 말 하셨잖아요.
“아."
그 순간 멀린은 떠올렸다.
- 드래곤 슬레이어 먼저 얻은 쪽한테 기회를 주겠다고. 우리가 있는 곳까지 온다면 그리고 도전한다면 기꺼이 받아주겠다고. “으아아!”
자신이 했던 그때의 약속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