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457화 (457/485)

457화.  < 139화. 부활 (2). >

4.

- 전 대륙 이벤트라고?

갓워즈에 접속한 모든 플레이어에게 적용되는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그때 세간의 반응은 똑같았다.

- 그래, 이제야 뭔가 대박 게임답네!

- 게임이 이런 이벤트도 해야지! 이런 날이 오기를 기다렸다고!

- 갓워즈 다시 복귀하러 갑니다!

부활 이벤트에 격렬하게 열광했다.

비단 플레이어들이나 시청자들만 그런 게 아니었다.

“지금 이벤트 소식 들으셨죠? 그래서 바로 방송 켰습니다. 이런 빅 이벤트를 제가 빠질 수 있겠습니까?”

“몬스터 강해졌다고 하는데, 바로 뚝배기 깨드리는 모습 한 번 보여드리겠습니다. 좋아요, 구독, 즐겨찾기 잊지 마세요.”

길드나 프로 플레이어들 역시 부활 이벤트에 격렬하게 열광했다.

“BJ대마도사는 평생솔로 님 후원금 10달러 감사합니다! 아, 바로 부활 이벤트 어떤지 알려달라고요? 넵! 사냥터로 달려가겠습니다.”

“광고주님이 갑자기 연락 주시더라고요. 라이브 켜달라고. 그래서 접속했습니다.”

한몫 당기기엔 이보다 좋은 이슈가 없었으니까.

열광은 딱 거기까지였다.

부활 이벤트가 어떠한지 직접 경험하는 순간 플레이어들은 확실하게 깨달았으니까.

“지금 상황 어떻지?”

“최악이요.”

“어느 정도?”

“스펙업한 몬스터들을 상대로 10분 이상 버틴 케이스가 손에 꼽을 정도예요.”

이번 부활 이벤트로 말미암아 그들 앞에 펼쳐진 건 부귀영화로 가득한 꽃밭이 아닌 저승사자들로 가득한 지옥이었으니까.

그 정도로 부활 이벤트와 함께 이루어진 모든 몬스터들의 스펙업은 엄청난 수준이었다.

“몬스터 자체의 스펙업도 엄청난데, 개체수도 엄청 늘어나니까요.”

아직 확실하게 밝혀진 건 아니지만, 능력은 2배 이상 증가, 리젠 개체수 역시 3배 이상 증가된 수준이었다.

체감되는 난이도는 계산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의미.

“그러는 멀린, 당신 쪽은 어때요?”

멀린, 그가 신의 무덤에서 신명나게 사냥을 하던 것을 멈추고 급하게 로그아웃을 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상황이 매우 심각하게 돌아간다는 것.

“버틸 만했어.”

그런 멀린의 대답을 들은 엠마가 눈가를 찡그렸다.

“좋지 않군요.”

멀린이 말하는 버틸 만하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현재 어비스 길드를 포함한 8개 길드 연합 기준이었다.

10대 길드 중 8곳이 손을 잡았고, 심지어 이미 몇 차례의 힘겨운 전투를 치르면서 팀워크를 다지는 건 물론 압도적인 스펙업도 이룩한 상태에서.

그런 상태에서 나오는 대답이 버틸 만하다?

더군다나 이미 앞서서 폭주한 노네임드 무리를 상대로 압도를 했던 그들이?

“최악이지.”

현재 전체적인 게임 난이도가 말도 안 되는 수준을 넘어 말이 나오지 않을 수준으로 올랐다는 의미.

“게임오버를 당하는 경우는 더 최악이고.”

결정적으로 이벤트 기간 내에 게임 오버를 당했을 경우의 페널티가 너무 컸다.

이제까지 갓워즈에 존재했던 그 어떤 페널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

그 역시 난이도가 높아진 또 다른 이유였다.

누군가 몸을 사린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다른 누군가의 부담감이 늘어난다는 의미였으니까.

그게 이유였다.

멀린이 미소를 짓는 이유.

“BJ대마도사 상황은 최악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최악이지.”

“그렇죠.”

그리고 엠마 역시 그 미소에 미소로 대답하는 이유.

“이 시간부로 여론은 절대 BJ대마도사에게 호의적이지 않을 테니까요.”

그도 그럴 것이 일단 지금 이 부활 이벤트를 반길 갓워즈 플레이어는 없었다.

당연했다.

“강제로 게임 이용이 불가능해지는 거니까요.”

당장 게임 오버를 당할 가능성이 대폭 증가한 상태에서 게임 오버를 당하면 게임 이용을 못하는 상황.

“심지어 피해 보상도 받을 수 없지.”

“아무렴요, 다들 그 기나긴 계약서상에서 게임 내 발생하는 이벤트에 의한 게임 이용 문제는 배상 받지 못한다는 조항을 읽지도 않고 동의를 하니까요.”

하물며 돈을 냈음에도 게임 이용 불가에 따른 그 어떤 보상도 갓워즈는 해주지 않았다.

그렇게 모인 분노는 당연히 이 모든 일의 시발점이자 원흉이라고 할 수 있는 BJ대마도사를 향할 터.

동시에 그 분노를 품은 채 요구할 터였다.

“결국 BJ대마도사가 부활 이벤트를 끝내줘야 한다는 건데……."

네가 일을 저질렀으니, 네가 일을 마무리하라고.

“과연 퀘스트를 클리어할 수 있을지 의문이군. 그것도 혼자 힘으로.”

문제는 지금 퀘스트 난이도를 보건대 BJ대마도사가 짧은 시간 내에 혼자 힘으로 공략을 마칠 가능성은 한 없이 가까웠다.

“하게 놔두지도 않을 거지만.”

심지어 어비스 길드와 7개 길드는 그러한 BJ대마도사를 방해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준비와 각오가 끝난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이벤트 진행은 지지부진한 정도가 아니라 답보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을 터.

그 무렵에 이르렀을 때 갓워즈의 모든 플레이어들은 진심으로 바랄 것이다.

“그렇게 한 일주일만 지나면 모든 플레이어들이 요구할 거예요. BJ대마도사를 죽여서라도 이 이벤트를 끝내달라고.”

어떤 방법을 써도 좋으니 이 빌어먹을 부활 이벤트를 끝내고 게임 좀 하게 해달라고.

“그걸 해줄 수 있는 이들에게 간절히 바라겠죠.”

다른 누구도 아닌 어비스 길드에 읍소를 할 터.

“완벽하군.”

어비스 길드 입장에서는 바라지도 않던 명분마저 손아귀에 들어오는 순간.

달리 말하면 BJ대마도사 입장에서는 예상치도 못한 최악의 순간이었다.

그렇기에 멀린은 더더욱 진한 미소를 지었다.

“BJ대마도사가 지금 썩을 표정을 지을 것까지 생각하면 더더욱.”

5.

종종 그럴 때가 있다.

너무 분노했을 때, 어처구니없을 만큼 분노한 탓에 표정을 구기기보다는 멍한 표정을 짓는 때가.

“아……."

지금 미다스의 표정이 그러했다.

소위 영혼이 사라진 듯한 표정, 그의 얼굴에서는 분노의 감정은 한 점도 찾을 수 없었다.

‘이건 진짜 말도 안 돼.’

실제로 지금 그 때문에 생긴 일은 엄청난 일이긴 했다.

갓워즈 최초로 모든 플레이어가 참가하는 이벤트가 발생했으며, 그 이벤트가 결코 플레이어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긴 힘들었으니까.

누구라도 그런 일을 일으킨 당사자, 소위 원흉이 된다면 얼빠진 표정을 지을 터.

하물며 당사자 입장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갑자기 원흉이 된 꼴 아닌가?

넋을 잃는 게 당연한 일.

물론 그 부활 이벤트 때문에 미다스가 이토록 얼빠진 표정을 짓는 건 아니었다.

그를 그렇게 만든 건 창이었다.

[드래곤 하트]

- 스킬 등급 : 없음

- 스킬 효과 : 용의 마력을 빌린다. 잠시 동안 마력이 무한해진다.

!스킬 쿨타임 : 144시간

부화도가 98퍼센트에 이른 용의 알이 준 네 번째 용의 힘, 드래곤 하트의 능력을 말해주는 창.

“어우……."

그것을 보던 미다스의 몸뚱이가 느낄 리 없는 현기증을 느낀 듯 잠시 비틀거렸다.

그만큼 엄청난 일이었다.

‘마력 무한이라니…….'

현재 미다스는 용언 효과로 인해 스킬을 쿨타임 없이 쓸 수 있는 상황, 여기에 마법 융합마저 있는데 여기에 마력마저 무제한이 된다면?

‘이거 너무한 거 아닌가?’

당사자조차 기쁨을 표시하기보다는 우려와 걱정을 표시할 정도, 그 정도로 말도 안 되는 능력이었다.

그렇기에 미다스는 확신했다.

‘이거 공개되는 순간…… 끝이다.’

이제 끝이 왔음을.

‘이거 보여주면 그 누구하고도 대결할 수 없어.’

그도 그럴 것이 이런 말도 안 되는 능력을 선보이는 순간, 과연 그 누가 BJ대마도사의 라이벌이 되어줄 것이며, 대결을 해줄 것인가?

결국 미다스 혼자 게임을 공략하게 될 터.

‘그렇게 되면 지금 같은 인기나 응원은 없겠지.’

그 순간 BJ대마도사의 수명은 더 이상 오를 곳 없이, 오로지 내리막길만 걷게 될 터였다.

제아무리 대단한 투수도 타석에 타자가 서주지 않으면 관중의 환호를 받을 수 없는 법이니까.

이 어마어마한 능력은 어떤 의미에서 BJ대마도사란 이름에 사형선고를 주는 셈.

‘얼마 안 남았어.’

일종의 시한부 선고가 내려진 셈이었다.

"쯧."

‘게임도 솔직히 이제 최종보스만 남은 격이고.’

그게 아니더라도 이름 잃은 신이 부활한 이상,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공략에도 시한부 선고가 내려진 것과 다를 바 없었다.

그걸 잡는다고 해서 게임이 갑자기 끝나진 않겠지만 BJ대마도사의 기나긴 여정에는 마침표가 찍힐 테니까.

또한 그에 대한 확신도 있었다. 그 최종보스를 상대로 기꺼이 승리를 거두를 수 있으리란 확신.

여러모로 이제 끝만 남은 상황.

‘그래, 모든 건 끝이 있는 법이지.’

이러한 상황에서 미다스가 이제 추구할 수 있는 것은 하나였다.

‘그러니까 마지막에 크게 한탕 해야지.’

이 끝에서 빅 이벤트를 통해 뽑아낼 수 있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뽑아내는 것.

그것을 위해 필요한 대결 상대는 당연히 하나였다.

‘이제 어비스 길드랑 제대로 붙어야겠어.’

어비스 길드, 이제는 그들이 BJ대마도사란 이름을 건 마지막 한탕을 위한 제물이 될 차례였다.

6.

대개 이벤트가 열리면 주최자에게 박수가 돌아가는 법.

그러나 이번 부활 이벤트가 주최자인 BJ대마도사에게 결코 좋을 리 없다는 걸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이 깨닫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벤트가 언제 끝나는지 알고 싶으시고요? 그건 현재 대외비이기 때문에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확실한 일정이 발표되면 공지를 통해 올릴 예정입니다.”

라이징 스타 채널로 이벤트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이벤트가 끝나는 날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아니, 나도 모른다니까. 응? 왜 욕을 하고 그래? 내가 하는 것도 아닌데?”

“미치겠네. 빨리 끝내라고 욕을 퍼붓네, 퍼부어.”

“통화는 그나마 다행이지. 게시판 댓글 봐. 지금 욕이 미친 듯이 달리고 있어.”

그것도 매우 험악한 방식으로.

당연했다.

“후원금 받을 기회랍시고 좋다고 몬스터 잡으러 갔다가 기약 없이 손가락 빨게 됐는데, 욕 나오겠지.”

보통의 PC게임을 하다가 갑자기 전원 장치가 내려가서 급격한 상황 변화만 마주해도 분노를 주체 못하는 법인데, 아예 게임을 강제로, 심지어 기약 없이 못하게 됐다?

“프로 플레이어들은 더더욱.”

심지어 갓워즈란 게임은 플레이어들에게는 삶이자, 직장이었다.

그런 곳이 갑자기 폐쇄됐는데 앉아서 답이 오기만을 기다릴 수 있을 리 만무.

여러모로 BJ대마도사 쪽에서는 좋지 않은 분위기.

라이징 스타 채널의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가라앉은 상태인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툭툭!

그중에서도 가장 깊게 가라앉은 건 박영준이었다.

툭툭!

쉴 새 없이 손가락으로 제 관자놀이를 두드리는 박영준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최악이다.’

박영준이 보기에 지금 이 상황은 어떠한 최악을 상상하든, 그 이상일 만큼 최악이었으니까.

‘하필이면 어비스 길드에 명분이 생겼어.’

제아무리 강력한 군대와 집단도 명분 없이 각오만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법.

그게 어비스 길드 연합의 가장 큰 약점이었다.

리스크를 감수할 만큼의 메리트가 생기긴 했지만, 그 메리트가 모두에게 공평하게 돌아가지는 않는 법.

또한 10대 길드원이라면 이제까지 언제나 찬양과 환호성으로 가득한 밝은 스포트라이트만 받아온 이들이었다.

그런 이들이기에 나쁜 짓을 한다, 손가락질을 당한다, 라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억누를 순 있어도 없앨 순 없는 일.

그런데 지금 이벤트로 말미암아 어비스 길드 연합은 BJ대마도사를 심판할 명분과 여론을 손에 넣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해.’

더욱이 시간마저 이제 어비스 길드 연합의 편이 된 상태에서 어비스 길드 연합이 할 선택은 뻔했다.

‘그러니까 어비스 길드는 BJ대마도사와의 대결을 더더욱 피하려고 하겠지.’

시간을 질질 끄는 것.

그게 고민의 이유였다.

대결을 피하는 어비스 길드 연합을 상대로 BJ대마도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것.

‘싸움을 피하는 건 아니지만.’

더욱이 어디까지나 정면 대결을, 같은 무대 위에서 정정당당하게 붙는 것을 피한다는 것뿐이지, 어비스 길드 연합은 BJ대마도사 길드의 행보에 사사건건 개입해서 발목을 잡을 게 뻔했다.

툭툭!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

그 대목에서 부하 직원 한 명이 박영준에게 다가와 조심스럽게 말을 전달했다.

“BJ대마도사로부터 이메일이 왔습니다.”

그 말에 박영준은 대답 대신 자신의 관자놀이를 두드리던 손가락으로 눈앞의 키보드와 마우스를 두드렸다.

그리고 도착한 이메일 내용을 확인했다.

[부활 이벤트에서 어비스 길드와 대결을 하고 싶습니다. 라이브 방송 날짜는 언제가 좋을까요?]

그 내용을 보는 순간 박영준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방법이 있다는 건가?’

같은 무대에서의 정면 대결을 피하고자 하는 어비스 길드를 강제로 BJ대마도사가 선 무대에 앉힐 방법.

‘이길 방법이?’

그리고 그렇게 무대 위에 앉힌 후에 그 8개 길드가 손을 잡아 만들어진 거대한 적을 상대로 승리를 거둘 방법.

그 두 가지 방법이 없다면 이런 메일을 보낼 리 만무.

물론 의심은 없었다.

의심이 있었다면 눈빛이 빛나지 않았을 터.

‘역시 BJ대마도사, 대단하군.’

빛나는 건 다른 누구는 몰라도 BJ대마도사는 그 말도 안 되는 것을 현실로 가능케 하리란 확고부동한 믿음 때문이었다.

때문에 여기서 박영준은 짙은 고민을 하지 않았다.

또한 그가 해야 할 것 역시 하나뿐이었다.

‘날짜를 잡으라는 건, 라이브 방송 도중에 습격을 당하거나 하는 불상사를 막을 준비를 하라는 거겠지.’

라이브 방송을 한다는 건 어떤 의미에서 자기 위치를 노골적으로 공개하는 꼴.

작금의 어비스 길드 연합이라면 그것을 노리고 선제 공격을 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즉, 날짜를 잡으라는 건 그 라이브 방송을 하는 날 어비스 길드 연합의 수작에 대응할 방법을 준비하라는 의미였다.

그리고 이미 준비는 끝난 상태였다.

“어? 사장님? 어디 가시게요?”

“아무래도 병원에 좀 가야겠어.”

“병원이요? 왜요?”

“병원에 왜 가긴, 설마 사람 만나러 가겠어?”

이런 사태에 BJ대마도사를 보호해주기 위한 보디가드를 고용하고, 대기시켜둔 상태였으니까.

‘아즈모, 그가 움직여줄 차례가 왔군.’

세상에서 가장 비싼 보디가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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