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456화 (456/485)
  • 456화.  < 139화. 부활 (1). >

    1.

    중요한 경기를 코앞에 둔 프로야구선수에게 글러브와 배트를 빼앗은 후에 혼자서 상대팀을 상대하라고 한다면 대부분은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웃기지도 않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봉인된 지역, 그곳에서 치르는 고독한 시험이 그러한 경우와 매우 비슷했다.

    평생 파티 플레이를 해온 플레이어에게 갑자기 혼자 싸우라고 하는 건 물론, 신수나 가디언과 같은 동료마저 빼앗아간다는 건 앞서 말 한 것과 크게 다를 게 없었으니까.

    - 이건 말도 안 돼.

    보는 입장에서도 어처구니가 없을 만한 일.

    - 진짜 어떻게 이게 가능하지?

    - 말이 안 나온다, 말이 안 나와.

    - 이딴 게 게임이냐?

    고독한 시험을 치르기 시작한 BJ대마도사, 그의 라이브 방송을 보는 22억 명의 시청자들로 채워진 시청자들이 어이가 없다는 반응만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물론 BJ대마도사의 경우는 앞서 설명한 경우와 달랐다.

    “자, 이번 스킬은 쇼크 어택입니다! 대상의 머리통을 방망이로 때려서 쇼크가 오르게 하는 마법 스킬이죠!”

    퍽!

    이 어려운 시험에서 고난과 역경을 곱씹기보다는 오히려 넘치는 여유 속에서 마법조차 쓰지 않은 채 물리 공격만으로 마주한 시험관을 상대하고 있다는 것.

    그것도 그냥 상대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퍽!

    “아싸 좋구나! 이제부터 시작되는 나의 40단 콤보에 자비심은 없을 것이다!”

    압도하는 수준.

    말 그대로였다.

    - BJ대마도사가 아니라 BJ물리법사로 제목 바꿔야 하는 거 아님?

    - 저게 격수지, 어떻게 마법사임?

    - 지금 여러분들은 갓워즈 역사상 최강의 대마도사의 게임 플레이를 보고 계십니다.

    마법 한 번 쓰지 않았음에도 BJ대마도사는 마주한 고독한 시험관을 무참하게 압도했다.

    "머리."

    퍽!

    “가슴!”

    퍽!

    “배!"

    퍽!

    손에 든 몽둥이로 조롱하듯 상대를 농락하며 공격했다.

    - 다 머리잖아, 미친놈아!

    - 머리 가슴 배라고 했는데 왜 전부 머리만 공격함?

    - 아주 가지고 노네, 놀아.

    보는 입장에서는 너무 혀를 내두르던 탓에 그 혀가 닳아 없어질 정도.

    그러나 이상할 건 없는 결과였다.

    ‘끽해봐야 300레벨 중반대 근접 딜러 수준이다.’

    등장한 고독한 시험관의 스탯은 350레벨 정도의 근접 딜러 플레이어 수준.

    물론 스탯 외에도 다른 부분에서는 강력한 요소가 많았다.

    다양한 스킬을 사용할 수 있었으며, 전투 인공지능 역시 매우 훌륭한 수준이었다.

    이동 속도와 공격 속도 역시 레벨에 비교해서는 매우 빨랐으며 마법 방어력 역시 꽤 높았다.

    일반적인 마법사 클래스에게는 그야말로 저승사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

    하지만 BJ대마도사는 달랐다.

    그가 가진 체력과 근력 스탯 수준은 400레벨대 랭커급 근접 딜러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

    무엇보다 그에게는 경험이 충분했다.

    - 그런데 싸우긴 진짜 잘 싸우네.

    ㄴ 맞아, 스탯도 스탯인데, 싸울 줄 안다니까.

    ㄴ 당연하지, 물리 마법 한두 번 썼어?

    물리 공격을 해본 경험이.

    - 그걸 다 떠나서 혼자 싸우는 건 익숙하니까.

    ㄴ 그렇지, 평생 솔로로 살아와서 누구보다 솔로 플레이를 잘 하지.

    ㄴ 오히려 옆에 사람 있으면 전투력이 떨어진다는 게 BJ대마도사 학계의 정설.

    ㄴ 여자 사람이면 전투력 사라진다는 것도 정설.

    그리고 혼자서 어마어마한 몬스터를 마주하고, 상대했던 경험이.

    - 와, 불쌍하다, 불쌍해.

    - 이름이 뭔지 모르지만 파이팅! 난 몬스터를 응원하겠어!

    - BJ대마도사를 이겨라! 제발 이겨줘!

    - 차라리 마법으로 죽여라!

    - BJ대마도사 넌 마법사야, 마법 좀 써! 제발 좀 써!

    그렇게 BJ대마도사는 마주한 적에게 모두가 동정심이 생길 정도로, 일방적으로 전투를 진행했다.

    “크윽! 적이 너무 강력해서 마법 캐스팅을 할 여유가 없습니다! 이대로 물리 공격으로 계속 하겠습니다!”

    - 무빙 캐스트 있잖아!

    ㄴ 됐어, 즐기시게 나둬.

    일방적이기에 전투의 끝도 금방 왔다.

    “게임 진짜 어렵게 만드네, 이렇게 디자인 하는 게 말이 됩니까? 마법사 혼자서 격수 딜러를 상대하라니, 이거 게임 밸런스 조절 완전히 개쓰레기처럼 했네. 이게 게임이냐? 여러분, 갓워즈가 이렇게 빌어먹을 게임입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의 응원이 필요합니다. 응?”

    [고독한 시험관을 처치했습니다.]

    고독한 시험이 시작되고 11분째, 그 알림과 함께 검은 안개로 만들어진 마네킹이 달구어진 아스팔트 위에 떨어진 눈꽃처럼 사르르 녹아내리고 사라졌다.

    - 뭐야? 사라졌어?

    - 설마 여기서 끝나는 건 아니지?

    - 이게 시험이냐? 시험이냐고!

    그것을 본 미다스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 저한테 시간과 여유가 있었으면 메테오 마법을 쓰는 걸 보여드릴 수 있었을 텐데…… 너무 강력한 적이라서 그럴 여유가 없었네요.

    그 말.

    - 또또 구라 친다.

    - 메테오 같은 소리 하네.

    - BJ대마도사가 메테오 쓸 확률은 여자친구 있을 확률보다 낮은데 무슨 개소리야?

    당연히 아무도 믿지 않았고, 그러한 반응에 미다스는 미소를 지었다.

    ‘완벽하군.’

    이보다 더 확실한 마무리는 없을 터.

    그런 미다스에게 이제 남은 건 하나였다.

    [시험을 통과했습니다.]

    이 어려운 시험에 합격한 대가를 받는 것.

    - 어? 갑자기 안개가 사라지는데?

    - 길이다!

    그 순간 검은 안개가 홍해 갈라지듯 갈라지며 길 하나가 등장했고, 그것을 본 미다스가 웃으며 말했다.

    “아, 오늘 너무 시험이 어려워서 그런지 많이 지치네요. 오늘 라이브 방송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그럼 여러분. 나중에 뵙겠습니다."

    2.

    안개가 갈라지면서 만들어진 길.

    타닥!

    그 길 위로 리듬감 넘치는 소리가 들렸다.

    타닥!

    소리의 정체는 다름 아니라 미다스가 발소리, 미다스가 탭댄스를 추면서 길을 거닐고 있었다.

    그럴 만했다.

    “캬!"

    ‘진짜 이렇게 완벽하게 일이 풀릴 줄이야.’

    최악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최악은커녕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상황이 펼쳐진 상황.

    그런 상황에서 춤이 절로 나오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더욱이 미다스를 기쁘게 만드는 건 이번 퀘스트가 결코 쉬운 퀘스트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솔직히 난이도만 놓고 보면 이제까지 미다스가 치른 그 어떤 퀘스트보다 높았다.

    대부분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퀘스트.

    스펙은 물론 그 스펙을 120퍼센트 발휘할 수 있는 진짜 실력이 있어야만 깰 수 있는 퀘스트.

    막말로 미다스가 보통의 대마도사 클래스와 똑같은 스탯이었다면 결코 깰 수 없었을 퀘스트였다.

    그래서 기뻤다.

    ‘이 정도 난이도라면 보상은 확실해.’

    시험이 어려울수록 대가는 무거워지는 법이니까.

    ‘메테오 쓸 수 있을 것 같다.’

    즉, 이 퀘스트의 끝에 보상으로 메테오 마법을 쓸 수 있는 방법이 있어도 이상할 건 없었다.

    ‘메테오 쓰면 다 죽었어.’

    그렇게 기쁨으로 부푼 마음을 품은 채 탭댄스를 추며 길을 걸어가던 미다스, 그런 미다스의 눈앞에 보이던 풍경이 바뀌었다.

    휘이이!

    거센 바람 소리와 함께 미다스의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던 검은 안개가 사라졌다.

    그리고는 이내 신전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파르테논 신전을 떠올리게 하는 거대한 신전.

    ‘봉인된 지역이군.’

    그 신전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오래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또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 역시 오래 고민할 필요가 조금도 없었다.

    ‘저 안에 유물이 있겠지.’

    미다스, 그가 망설임 없이 신전 안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그러한 미다스를 가로막는 것은 없었다.

    이윽고 신전 안으로 들어간 미다스를 반긴 건 신전 한 가운데에 자리 잡은 거대한 돌덩이였다.

    단순한 돌덩이는 아니었다. 당장 형태부터가 심장과 매우 흡사했다.

    실제로도 심장이었다.

    <이름 잃은 신의 심장>

    다른 무엇도 아닌 신의 심장.

    그것을 본 미다스가 자신의 가슴팍을 바라보았다.

    물론 자신의 심장을 보는 건 아니었다.

    시선이 향한 것은 용의 알.

    ‘이걸 먹으면 부화도 90퍼센트.’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보건대 이 심장 근처에 가는 순간 퀘스트는 완료되고 용의 알이 새로운 힘이 각성할 가능성이 컸다.

    ‘그게 메테오를 쓰는 조건일 거야.’

    그리고 새로운 용의 힘이 필시 단서가 될 터.

    “후우."

    여러모로 두근거릴 수밖에 없는 일이었기에 미다스가 심호흡으로 마음을 가다듬었다.

    ‘차근차근, 무리하지 말고.’

    그러면서 동시에 경계했다.

    ‘혹시 또 뭔가 나올지 몰라.’

    이제까지 갓워즈가 보여준 것들을 생각하면, 갑자기 말도 안 되는 새로운 퀘스트가 등장해도 이상할 건 없었으니까.

    라이브 방송을 종료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좋은 분위기를 만들었는데 말도 안 되는 헤프닝이 일어나서 그 분위기를 망칠 순 없는 노릇이니까.

    ‘천천히, 차근차근.’

    그때였다.

    [이름 잃은 신의 힘을 용의 알이 흡수합니다.]

    미다스가 각오를 다듬기도 전에, 목표를 향해 접근하기도 전에 이름 잃은 신의 심장이 가루가 되기 시작하더니 미다스의 가슴팍에 빨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 어!”

    이제 막 마음을 정리하려던 미다스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놀랄 수밖에 없는 상황.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반면 상황은 미다스의 심정을 고려치 않은 채 정신없을 만큼 신속하게 지나갔다.

    [용의 알이 새로운 힘을 각성했습니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됐습니다.]

    용의 힘을 새로이 얻는 순간, 곧바로 미다스의 눈앞에는 퀘스트창이 등장했다.

    ‘에이, 진짜. 이딴 건 필요 없어.’

    물론 미다스는 등장한 퀘스트창을 무시할 속셈이었다.

    ‘능력, 새로운 능력을 보자.’

    지금 그의 입장에서 시급한 건 퀘스트 내용 따위가 아니라 새로 얻은 용의 힘 능력이었으니까.

    당연히 잽싸게 퀘스트창을 닫으려고 했다.

    '응?'

    그때 얼핏 보이는 퀘스트 내용이 미다스의 손을 멈칫하게 했다.

    [부활]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444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이름 잃은 신이 부활하며, 그의 추종자들이 새로운 힘을 얻었습니다. 융을 찾아가 방법을 구하십시오.

    - 퀘스트 보상 : 없음.

    !퀘스트 완료 시 ‘부화' 진행 가능

    범상치 않은 내용.

    ‘부활했다고?’

    더욱이 미다스를 놀라게 한 건 부활했다는 사실이었다.

    ‘이렇게 바로?’

    다음 퀘스트가 부활이란 걸 알고 있었지만, 설마 진짜 이렇게 바로 부활할 줄은 상상도 못했으니까.

    ‘미치겠네.’

    더욱이 퀘스트 내용을 보건대, 이번 퀘스트 내용은 다른 플레이어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이벤트 타입일 가능성이 컸다.

    ‘다른 분들한테 알려야 해.’

    신의 무덤에 있는 플레이어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새로운 무대가 열린다는 의미.

    그 순간이었다.

    [부활 이벤트가 시작됩니다.]

    [부활 이벤트는 이름 잃은 신을 처치하기 전까지 지속됩니다.]

    미다스의 귓속으로 알림들이 연달아 꽂혔다.

    ‘역시.’

    그 내용은 예상한 그대로였다.

    [모든 지역의 몬스터가 이름 잃은 신으로부터 힘을 얻습니다.]

    ‘응?’

    그러나 이어진 내용에 미다스의 사고는 일순간 정지했다.

    ‘모든 지역? 신의 무덤의 모든 지역을 말하는 건가?’

    만약 여기서 말하는 모든 지역이 신의 무덤만이 아닌 갓워즈에 존재하는 모든 사냥터에 적용된다면, 그건 보통 일이 아닐 테니까.

    ‘그게 말이…….'

    그리고 보통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수억 명의 플레이어들을 갑자기 물에 빠뜨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일, 게임 개발사가 망하려고 작정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된다. 갓워즈라면.’

    그러나 갓워즈란 게임은 그런 일반적인 게임과는 모든 것이 달랐다.

    하고도 남는다는 의미.

    실제로도 그랬다.

    [이벤트 기간 내에 게임오버 시 이벤트가 끝날 때까지 게임 접속이 불가능합니다.]

    갓워즈는 그 이상을 보여줬으니까.

    3.

    - BJ대마도사가 이번에도 BJ대마도사했네.

    - 퀘스트 난이도 장난 아닌데, 그걸 그렇게 쉽게 끝내다니.

    - 역시 BJ대마도사야. 혼자 있을 때는 무적이라구!

    언제나 그렇듯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에 직후에 갓워즈 관련 커뮤니티는 그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었다.

    - 어비스 길드 사냥 속도 장난 아님! 투핸드가 보스급 노네임드 상대로 하드 캐리함!

    ㄴ 야, BJ대마도사 이야기하는데 이상한 잡소리는 넣어두지?

    ㄴ 네 다음 어비스 길드 빠.

    ㄴ 아직도 어비스 길드 빠는 흑우 없제?

    ㄴ 넌 씨발 눈치가 없냐? BJ대마도사 이야기하는데 어딜 투핸드 따위를 들이대?

    감히 다른 무언가가 끼어드는 걸 용납지 않을 정도.

    이제는 BJ대마도사가 별을 넘어 태양과도 같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순간.

    그 순간이었다.

    - 대박 사건!

    - 우와! 이거 장난 아니다!

    - 속보! 대사건 터졌다!

    갓워즈 관련 커뮤니티에 동시다발적으로 속보가 번지기 시작했다.

    - 또 뭔데?

    - BJ대마도사가 관련된 거 아니면 그냥 접어라.

    - BJ대마도사가 소개팅 한다, 그런 웃기지도 않는 개소리도 접고.

    그 사실에 대부분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 부활 이벤트 발동했다!

    ㄴ 뭐?

    ㄴ BJ대마도사 때문인 것 같은데 부활 이벤트 발동했다고 전 지역에 알림 퍼졌어!

    그러나 속속 들어오는 자세한 내용에 사람들은 반응은 달라졌다.

    - 전 지역?

    ㄴ 그래, 전 지역.

    ㄴ 신의 무덤?

    ㄴ 아니, 모든 필드!

    ㄴ 진짜?

    ㄴ 모든 몬스터들 파워업했음!

    그렇게 소식이 이어질수록 관심도 달라졌다.

    - 게임 오버되면 이벤트 기간 내 접속 불가!

    이윽고 마지막 그 사실이 알려지는 순간, 더 이상 BJ대마도사에 대한 이야기하는 이는 없었다.

    - 잠깐, 뭐라고? 게임 오버 되면 접속 불가?

    ㄴ 이벤트 끝날 때까지?

    ㄴ 잠깐, 그럼 이벤트 못 끝내면? 영영 게임 접속할 수 없는 거 아님?

    ㄴ 이벤트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거 이벤트 못 깨면 갓워즈 망하는 거 아니야?

    ㄴ 진짜 갓워즈가 씹망겜 되는 거야?

    ㄴ 한 가지는 확실해.

    ㄴ 뭐가?

    ㄴ 그 어떤 게임도 보여줄 수 없는, 갓워즈 같은 진짜 운빨씹망겜만 보여줄 수 있는 역대급 이벤트라는 거지.

    갓워즈에 찾아온 이 역대급 이벤트에 대한 이야기만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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