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455화 (455/485)
  • 455화.  < 138화. 고독한 시험 (3). >

    7.

    레벨업.

    게임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예외 없이 설레게 만드는 단어.

    그러나 레벨업, 그 자체에서 설렘을 느끼는 건 아니었다.

    레벨을 올리면서 새로운 스킬을 찍고, 새로운 아이템을 착용할 수 있다는 것, 그게 설렘의 이유였지.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신의 무덤에서의 이벤트는 어느 때보다 설렘이 가득할 수밖에 없었다.

    - 어드도 430레벨 찍었다!

    - 아페르타도 430레벨 찍음!

    - 대박! 사다함이 레벨업 카드 보상으로 레전더리 뽑았다!

    다른 누구도 아닌 갓워즈 최고의 플레이어들, 스타들 중의 스타인 슈퍼 스타들, 무엇을 하든 최초투성이인 그들이 어느 때보다 빠른 레벨업을 보여주고 있었으니까.

    결과물 역시 설레는 마음에 부응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 사다함 이기어검 나왔다!

    ㄴ 미친? 진짜?

    ㄴ 와, 이기어검 스킬이 있었구나.

    ㄴ 창성 길드 쪽 보니까 제우스의 번개 조각 뽑은 애도 있던데?

    ㄴ BJ대마도사가 쓴 그거? 대박이네.

    갓워즈에 이제껏 등장하지 않았거나 지극히 희귀하기 그지없던 레전더리 등급 스킬들이 마치 홍수처럼 몰려왔다.

    - 피스타 길드는 세 번째 노네임드 유니크 풀셋 나왔네.

    ㄴ 와, 아까 두 번째 나왔잖아?

    ㄴ 템 진짜 쏟아짐!

    그와 동시에 신의 무덤에서 낮은 확률로 나오던 유니크 등급 아이템들이 대거 풀렸다.

    - 이거 스펙업들이 장난 아니네.

    ㄴ 이 기세면 신의 무덤 다들 금방 졸업할 듯?

    그건 곧 신의 무덤 공략이 쉬워졌다는 의미.

    막연한 생각이 아니었다.

    - 어비스 길드 미쳐 날뛰네.

    ㄴ 노네임드 숫자가 평소의 배 단위인데도 오히려 이제 10대 길드 연합이 압도하네.

    이벤트 발생과 함께 폭주를 시작한 노네임드를 상대로 초반에는 밀렸던 10대 길드 연합이 어느 순간부터는 폭주한 노네임드를 상대로 우세를 점하기 시작했다.

    - 투핸드는 그냥 노네임드 무리 사이로 혼자 들어가서 썰어버리네.

    ㄴ 어? 대박! 멀린이 지진 썼다!

    ㄴ 맙소사, 멀린도 어스 퀘이크 배운 거야?

    ㄴ 잠깐, 그렇다는 건 440레벨 찍었다는 건데?

    ㄴ 맙소사, 벌써?

    심지어 이제까지 신의 무덤에 입성한 이후 몸을 사리던 슈퍼 스타 플레이어들이 예전의 모습을, 전장에서 미쳐 날뛰는 모습마저 보였다.

    - 이 맛에 갓워즈 보는 거지!

    그 모습을 보던 모든 이들은 자연스레 의문을 품었다.

    - 그래서 BJ대마도사는 뭐하고 있음?

    이 역대급 이벤트 앞에서 BJ대마도사는 왜 아무런 소식도 없는가?

    그에 대한 의문은 오래 가지 않았다.

    - 뭐하고 있긴, 라이브 방송 준비 중이지!

    ㄴ 뭐?

    ㄴ 공지 떴어! 봉인된 지역 공략한다고! 내일 라이브 방송을 한대!

    8.

    이벤트 발생과 함께 신의 무덤에 찾아온 변화는 크게 세 가지였다.

    본래는 물 상태로 있던 노네임드들이 폭주를 시작하며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는 것.

    다른 하나는 경험치와 아이템 드랍률이 대폭 상승했다는 것.

    나머지 하나는 안개가 사라졌다는 것.

    “안녕하십니까, BJ대마도사입니다. 오늘은 저기, 저곳을 공략할 예정입니다.”

    때문에 미다스가 등장과 함께 손가락으로 안개가 자욱하다 못해 벽처럼 존재하는 곳을 가리키는 순간 모든 시청자들은 알 수 있었다.

    - 벌써 비주얼부터 범상치 않은데?

    - 다른 곳은 안개가 사라졌는데 여긴 안개가 자욱하다, 시작부터 느낌이 안 좋네.

    BJ대마도사가 마주하게 된 이번 던전 역시 결코 쉽지 않은 난이도를 자랑하리란 것을.

    더 나아가 그러기를 고대했다.

    - 제발 이번에는 난이도 좀 헬모드 나와서 BJ대마도사 고생하는 거 보고 싶다.

    - 내 소원이 BJ대마도사가 힘들다고 진심으로 징징거리는 거임.

    - 갓워즈, 자존심이 있으면 어렵게 가자! 그래도 그동안 씹망겜 소리 들어온 게 있는데 여기서도 BJ대마도사 꿀빨게 하는 건 자존심 상하잖아!

    제발 정말 어려운 난이도가 오기를.

    그저 단순히 BJ대마도사가 엿 먹는 걸 원해서 그런 건 아니었다.

    - 맞아, 진짜 던전이 좀 어려워야 BJ대마도사가 전력으로 싸우는 걸 볼 수 있지.

    어지간한 난이도로는 BJ대마도사의 진심 모드를 볼 수 없다는 것.

    이러니저러니 해도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하는 건 자신이 응원하는 플레이어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으니까.

    “저도 부디 이번에 난이도가 어려웠으면 좋겠네요.”

    물론 당사자의 심정은 달랐다.

    ‘제발 쉽게 가자, 쉽게.’

    말은 어렵게 가자고 했지만 속내를 말하자면 좋은 게 좋은 거, 쉬운 게 좋은 거 아닌가?

    ‘뭐가 있을지도 여기서는 모르겠고.’

    더욱이 지금 미다스의 눈에는 정보가 보이지 않았다.

    안개 너머에 몬스터는커녕 어떤 정보도 보이지 않았다.

    이상할 건 없었다.

    ‘몬스터가 이 정도로 안 보인다는 건, 인스턴스 던전이라는 건데…….'

    이제까지 조우한 인스턴스 던전들 대부분이 그러했으니까.

    어쨌거나 이 안에 뭐가 있는지는 들어간 후에야 비로소 알 수 있다는 것.

    그 사실 앞에서 미다스는 주저하지 않았다.

    ‘어지간한 거 아님 깰 수 있지만.’

    난이도가 부디 별 볼 일 없기를 바라는 것과 별개로 지금 자신감은 어느 때보다 충만했으니까.

    “자, 그럼 괜히 안 빼겠습니다. 들어갑니다!”

    그렇게 미다스가 망설임 없이 자욱한 검은 안개 너머로 자신의 몸을 집어넣었다.

    [봉인된 지역에 입장했습니다.]

    그런 미다스를 가장 먼저 반긴 건 알림이었다.

    그 알림 속에서 미다스가 주변을 빠르게 훑었다.

    “아무것도 안 보이네요. 설마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이런 상태인 건 아니겠죠?”

    안 보이는 척 연기를 하면서.

    그러면서 상황을 살폈다.

    ‘어디 보자, 몬스터는…… 없네?’

    그러나 보이는 건 없었다.

    ‘뭐지?’

    던전이라면 마땅히 몬스터가 있어야 하는 게 정상.

    ‘길도 안 보이네?’

    하지만 미다스의 눈에는 몬스터는커녕 보통 길을 알려주는 선이나 기둥마저 보이지 않았다.

    ‘설마 내 눈이 맛이 간 건가?’

    보이던 게 안 보이니 당혹감을 느끼는 건 당연지사.

    그런 상황에서 대부분이 보일 수 있는 태도는 하나였다.

    “얘들아 뭐 보이는 거 없니?”

    믿음직한 동료를 확인하고 용기를 얻는 것.

    "응?"

    그렇게 동료들을 확인하기 위해 제 뒤편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미다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 어? 뭐지?

    - 없네?

    - 뭐? 없다고?

    미다스의 시선을 따라 움직인 카메라 화면에는 오로지 검은 안개만이 가득했으니까.

    말 그대로였다.

    - 럭키님 어디 감?

    - 골드님 안 보이네?

    - 실버님 안 보인다!

    - 잭팟도 안 보임!

    - 아, BJ대마도사 얼굴 봤어. 눈 썩는다.

    언제나 BJ대마도사를 따르던 동료들이 보이지 않았고, 그 사실에 채팅창이 어수선해졌다.

    - 뭐지? 숨은 건가?

    ㄴ 말이 됨? 그 덩치들이 숨는다는 게?

    ㄴ 딱 봐도 BJ대마도사 보기 싫어서 튄 듯. 솔직히 이제까지 같이 와준 게 이상한 거지.

    ㄴ 장난하지 마, 지금 상황 심각하거든?

    ㄴ 진지 빨고 말하면 도망쳤을 리는 만무하고, 설마 사냥터에 입장이 안 된 건가?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기에.

    ‘어? 뭐지?’

    그렇기에 미다스 역시 여러모로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진짜 없잖아?’

    더욱이 미다스의 눈에는 정말 동료들의 존재가 보이지 않았고, 그건 정말 동료들이 이곳에 없다는 명확한 증거였으니까.

    “얘들아? 럭키야? 골드야? 실버, 잭팟!”

    그러나 그 사실을 쉬이 받아들이지 못한 듯 미다스가 동료들의 이름을 불렀다.

    물론 대답은 없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그 대신 시스템 알림과 퀘스트창이 미다스의 말에 대답했다.

    [고독한 시험]

    - 퀘스트 랭크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444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봉인된 지역에 온 자, 고독한 시험을 통과하라.

    - 퀘스트 보상: 알 수 없음

    !퀘스트 보상 : 이름 잃은 신의 정수

    !퀘스트 완료 시 ‘부활’ 진행 가능

    !퀘스트 실패 시 재도전 불가

    그리고 보이는 퀘스트창을 보는 순간 미다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고독한 시험이란 의미가 설마?’

    그 순간 미다스는 모든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 뭔지 모르겠는데, 여기 혼자 깨야 하는 곳 같은데?

    - 신수랑 가디언 없이 깨야 하는 곳인 듯.

    - 진짜 솔로 공략해야 하는 곳인 것 같다.

    이제까지 BJ대마도사의 가장 훌륭한 칼이자 든든한 방패였던 동료들, 이번 던전에서는 그들과 함께 할 수 없다는 것.

    - 이거 위험한데?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보통 일이 아니었다.

    분명 이제까지 BJ대마도사는 럭키나 골드, 실버나 잭팟 없이도 활약을 해왔었다.

    허나, 그 활약의 배경에는 동료들이라는 보험이 존재했다.

    그런 상황에서 솔로 플레이를 한 건 손발을 묶어도 될 만한 상대라서 손발을 묶는 것과 같았다.

    반대로 그 동료가 사라진다는 건, 그냥 손발을 그냥 강제로 묶는 일.

    - 난이도 장난 아닌 모양이야.

    - 대체 뭐가 나오려고?

    더 큰 문제는 이게 끝이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는 의미였다.

    ‘너무 쉽게 생각했어.’

    그 대목에서 미다스 역시 어느 때보다 긴장했다.

    ‘이 게임이 쉬운 게임이 절대 아닌데.’

    어쩌면 이 순간이 자신이 갓워즈를 해온 모든 순간 중에 가장 위험할 수도 있었으니까.

    ‘실패하면 재도전도 못 해.’

    결정적으로 이번 퀘스트에 다음 기회는 없었다.

    단 한 번의 도전이 자신이 이제까지 쌓아온 공든 탑의 운명을 가른다는 의미!

    “갑자기 제가 말없이 전투에 집중해도 이해해주십시오.”

    그런 상황에서 라이브 방송을 신경 쓸 여유 따윈 없었다.

    당연히 표정 연기도 없었다.

    어느 때보다 긴장감 가득한 표정,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미다스가 주변을 경계했고, 그 모습에 불만을 가지는 시청자들은 없었다.

    - 진짜 제대로 헬모드 난이도 온 거 같다.

    - 나 손에 땀 흐르기 시작했어.

    그때였다.

    [고독한 시험이 시작됩니다.]

    미다스의 귓속으로 알림이 들렸고, 그 알림이 들리는 순간 미다스는 전력을 다해 소리쳤다.

    “스트렝스, 헤이스트, 용열병, 리볼버!”

    당장 자신이 쓸 수 있는 모든 버프 스킬을 시전한 후에 곧바로 소리쳤다.

    “파이어볼 앤 대폭발 앤 쇼크 웨이브, 사역마 아이스 스톰, 사역마 썬더스톰!”

    5개 마법 캐스팅, 그저 생각나는 대로, 마구잡이로 한 캐스팅은 아니었다.

    - 영리하네.

    - 파이어볼로 간보고, 대폭발 맞추고 쇼크 웨이브로 상태 이상 걸고.

    - 그다음에 위험할 때 아이스 스톰이랑 썬더스톰으로 홀딩하고.

    어떤 적을 마주하더라도 상대할 수 있는 마법 콤보들.

    ‘긴장해.’

    무엇보다 미다스는 자신의 감각을 곤두세웠다.

    그 순간이었다.

    휘이이!

    바람 소리와 함께 검은 안개들이 한 곳에 뭉치기 시작했다.

    - 뭔가 나온다!

    - 신의 무덤에서는 물이었는데 이번에는 안개인가?

    그것을 본 시청자들이 놀랐다.

    그리고 미다스 역시 놀랐다.

    ‘어?’

    그렇게 모두가 놀라는 뭉친 안개가 갖추기 시작한 형태는 몬스터와 달랐다.

    - 플레이어?

    - NPC?

    사람의 형태, 결코 좋은 징조는 아니었다.

    갓워즈에서 보스 몬스터의 경우에는 덩치가 큰 것보다 작은 쪽이 골치 아픈 경우가 훨씬 많았으니까.

    이윽고 검은 마네킹과 같은 형태를 갖추는 순간, 그 순간 그 검은 존재가 손가락으로 미다스를 가리켰다.

    그러자 소리가 들렸다.

    - 이곳은 봉인된 지역.

    목소리가 나오는 방향은 눈앞의 검은 존재가 아니었다.

    - 자격이 되지 못하는 자는 지나가지 못한다.

    사방.

    - 이제부터 자격을 검증하기 위한 시험을 시작하겠다.

    - 고독한 시험이다.

    - 그 어떤 동료의 도움도 없이 홀로 눈앞의 적을 상대하라.

    마치 사방에 설치된 스피커가 번갈아 가면서 소리를 내듯이 들렸다.

    시스템 알림이 아니었고, 덕분에 시청자들 역시 퀘스트의 내용을 알 수 있었다.

    - 그러니까 플레이어 같은 몬스터를 상대하라는 건가?

    - 파티 플레이 없이 오로지 혼자서?

    그렇게 주어진 퀘스트는 굉장히 어려운 퀘스트였다.

    갓워즈에서는 모든 것은 파티 플레이를 하지 않고서는 이루어질 수 없었으니까.

    하물며 400레벨 이상이 될 정도면 파티 플레이 외에 다른 방법은 아예 모르는 문외한이나 마찬가지.

    그런 상황에서 솔로 플레이로 적을 상대하라?

    그것도 근접 딜러나 탱커도 아니고, 1대1 대결에서 매우 불리한 마법사 클래스에게?

    장담컨대 폭군 레이드보다 공략 난이도 자체는 훨씬 어려운 퀘스트.

    - 아, 진짜 쓰레기 게임이네.

    보는 입장에서는 혀를 찰 수밖에 없는 퀘스트였다.

    - 갓워즈가 또.

    - 이게 게임이냐?

    물론 지금 채팅창에 혀 차는 소리가 올라오는 건 그 말도 안 되는 난이도 때문이 아니었다.

    - 하필이면 솔로도사한테 이런 퀘스트가 나오냐.

    - 평생 솔로로 살아온 솔로한테 솔로 공략을 하라니, 갓워즈는 밸런스 조정 좀 안 하나요?

    - 차라리 서큐버스를 데려와! 서큐버스를! 그게 더 헬모드이겠다!

    이 시험을 치르는 자가 BJ대마도사라는 것.

    말 그대로였다.

    갓워즈에서 이제까지 파티 플레이 없이, 솔로 플레이로 위대한 업적을 세운 BJ대마도사에게 이보다 더 쉬운 시험은 없을 터.

    “후후, 그러니까 저 혼자 저걸 잡으라는 거죠? 파티 플레이 없이? 솔로 플레이로? 후후후, 아, 게임 진짜 어렵네. 어떻게 이렇게 어려운 난이도를 기획할 수 있을까요?”

    그 순간 여유를 되찾은 미다스가 조롱이나 다름없는 투정을 부렸다.

    그러면서 말했다.

    “아, 너무 난이도가 어려워서 멘붕 오네요. 현기증도 나네요. 이거 전혀 마법을 못 쓰겠어요! 캐스팅 취소!”

    이미 해둔 모든 마법을 취소하고는 손에 든 지팡이마저 인벤토리에 집어넣고는 인벤토리에서 몽둥이처럼 생긴 아이템 하나를, 본래는 정령 전사용으로 가지고 다니던 유니크 등급 아이템 하나를 꺼낸 후에 다시 말했다.

    “진짜 지금 제가 너무 혼란스러워서 마법을 쓰기 힘들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긴급한 상황이니 그 상황에 맞게 물리 마법을 쓰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미소를 지은 미다스가 검은 존재를 향해 왼손으로 까닥까닥하며 말했다.

    “야, 드루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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