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454화 (454/485)

454화.  < 138화. 고독한 시험 (2). >

4.

올마이티 클래스.

갓워즈에서도 가장 어려운 콘텐츠인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그 퀘스트의 끝에 이른 자에게 단 한 번만 주어지는 기회.

선택을 함에 있어 심사숙고해야 마땅한 기회였으나 미다스에게 그런 건 없었다.

고민 따윈 없었다.

‘곧 죽어도 메테오다.’

어떤 스킬이 더 유용할 것인가, 이익이 될 것인가, 그런 건 솔직히 아무래도 좋았다.

‘데미지가 쓰레기라도 좋아, 메테오면 다 돼.’

비주얼적인 면에서 그 어떤 스킬도 메테오라는 스킬을 뛰어넘을 리가 없을 테니까.

때문에 선택은 금방 이루어졌다.

[스킬을 선택했습니다.]

[메테오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올마이티 클래스를 깨우친 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운석을 부르는 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이 끝났음을 알림이 들렸을 때, 그때 미다스는 기뻐하지 않았다.

환호성은커녕, 즐거워하는 표정은커녕 오히려 입가에 이미 짓고 있던 진한 미소를 지웠다.

‘이거 리얼인가?’

의심이 됐으니까.

‘진짜 배운 거 맞나?’

지금 자신이 정말 메테오라는, 하늘에서 운석을 소환하는 스킬을 습득한 것이 맞는지.

[메테오]

- 스킬 효과 : 운석을 소환한다.

그러한 의심은 눈앞에 스킬창이 뜬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여전히 미다스는 자신이 메테오 스킬을 가진 건지 아니면 그냥 지금 이 순간이 꿈인 건지 그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그러한 의심을 풀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하나였다.

‘써보자.’

직접 눈으로 위력을 확인하는 것.

“후우."

그 생각에 이른 미다스는 일단 길게 숨을 골랐고, 그러자 머릿속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강할까?’

그 순간 가장 먼저 든 의문은 스킬의 위력이었다.

미다스의 머릿속으로는 운석 도시에서 퀘스트를 진행할 당시, 진짜 운석이 떨어졌을 때, 그때의 광경이 떠올랐다.

‘데미지도 데미지인데 범위도 장난 아니겠지?’

이제까지 봐온 그 어떤 것보다 충격적이었던 광경.

특히 운석이 떨어진 지점, 그 크레이터가 만들어진 곳은 지금도 뇌리에 각인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정말 그 정도 위력이면…….'

그 광경을 떠올린 미다스가 슬쩍 자신의 뒤에 있는 럭키와 골드, 실버와 잭팟을 바라봤다.

“얘들아, 잠깐 모여 봐.”

왕!

“명을 받듭니다!”

“명을 받듭니다!”

그리고는 모두를 불렀다.

꾸우!

그렇게 잭팟마저 부름에 미다스의 머리 위에 올라오는 순간 미다스가 이지스의 방패 스킬을 발동했다.

메테오의 위력에 혹여 다치지 않게.

“후우."

그렇게 준비를 마친 후에야 비로소 미다스는 각오를 머금은 채 준비를 했다.

‘해보자.’

메테오, 그것이 진실인지를 파악하기 위한 준비를.

그렇게 준비를 마친 미다스가 어느 때보다 각오 어린 표정을 지은 채 경고를 뱉었다.

“얘들아, 위험하다 생각되면 도망쳐!”

왕?

“주인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주인님을 버리고 도망칠 순 없습니다.”

그러자 곧바로 나오는 럭키와 골드, 실버의 놀란 반응.

꾸우!

반면 미다스의 머리 위에 앉아 있던 잭팟은 잽싸게 날갯짓을 하며 언제든 바로 날아갈 수 있는 준비를 시작했다.

그 광경 속에서 미다스가 소리를 외쳤다.

“메테오 소환!”

그 어느 때보다 각오 어린 표정을 지은 채.

그러한 미다스의 귓속에 들리기 시작했다.

[마력이 부족합니다.]

김빠지게 만드는 알림.

그러나 미다스는 그 알림에 조금의 실망감도 표현하지 않았다.

‘그럴 수 있지.’

메테오란 스킬의 존재감을 생각한다면 어지간한 마력으로 쓸 수 있을 리 만무.

‘아니, 이래줘야지.’

도리어 이 사실이 미다스에게 신뢰를 줬다.

지금 가진 마력으로도 쓸 수 없을 정도의 스킬이라면, 그 정도로 막대한 마력을 요구하는 스킬이라면 그 위력 역시 범상치 않을 테니까.

무엇보다 미다스에게는 있었다.

“용한증.”

[용한증에 걸립니다.]

이 상황을 해결해줄 버프 스킬, 용한증.

그것마저 사용한 미다스가 다시 한 번 더, 더 각오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말했다.

“메테오 소환!”

그러자 알림이 들렸다.

[마력이 부족합니다.]

그 대목에서 미다스는 잠시 그대로 굳었다.

약 1분 동안.

그렇게 석상처럼 굳은 채로 있던 미다스가 이내 두 눈을 감으며 소리쳤다.

“진짜 이 빌어먹을 쓰레기 게임!”

그 외침을 기점으로 폭발했다.

“아니, 용한증을 썼는데도 마력이 부족하면 어떻게 하라고? 내 이럴 줄 알았어. 이 씹망겜 진짜, 내가 이 게임 다 깨면 이 알파 컴퍼니 상대로 소송할 거야. 내가 변호사 써서 소송할 거라고! 정신적 피해 보상, 손해 배상 청구할 거라고!”

설마 어렵게 얻은 메테오 스킬을 마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못 쓰게 될 줄이야?

“양심적으로 게임 좀 만들어라, 개새끼들아! 이게 게임이냐? 게임이냐고!”

더욱이 미다스를 미치게 하는 건 이러한 문제는 해결을 기약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미치겠네.’

미다스의 마력량은 갓워즈에서 산술적으로 올릴 수 있는 최고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

‘내가 마력이 부족하다는 건, 그냥 평범한 방식으로는 못 쓴다는 건데.’

그 정도의 마력량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법 시전이 안 된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그렇다면 쓰려면 조건이 있다는 거겠지.’

올마이티 클래스 스킬을 쓰기 위해서는 다른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것.

좋게 말하면 이대로 순조롭게 퀘스트를 진행하다보면 어떻게든 쓸 수 있다는 의미이지만, 안 좋게 말하면 결국 당장은 못 쓴다는 의미였다.

"후우,"

그 대목에서 미다스는 숨을 골랐다.

‘그래, 이 게임 쓰레기인 거 하루이틀도 아니고, 여기서 화낸다고 패치해주는 것도 아니고.’

여기서 분노해봤자 결국 본인만 손해.

“후우.”

‘이너피스, 이너피스.’

그렇게 거듭 심호흡으로 스스로를 진정시킨 미다스가 이내 고개를 들어 정면을 바라봤다.

‘메테오 없어도 저 던전을 깨는 건 어렵지 않아. 아니, 오히려 필요 없어. 저 안에서 쓰면 오히려 다 휘말려서 골치 아플 테니까. 쓰려면 드넓은 공간에서 써야지. 아무렴.’

메테오보다 중요한 건 퀘스트 공략, 그 사실을 깨달은 미다스가 이내 걸음을 내디뎌다.

‘그러니까 빨리 처리하자. 어쨌거나 퀘스트를 진행해야 메테오를 쓸 방법이 나올 테니까.’

이윽고 자욱하기 그지없는 검은 안개에 닿은 미다스, 그런 그의 귓속에 알림이 들렸다.

[레벨이 낮아 입장할 수 없습니다.]

그 알림 뒤로 괴성 한 줄기가 신의 무덤에 울려 퍼졌다.

5.

[레벨이 올랐습니다.]

기꺼운 알림.

[440레벨을 달성했습니다.]

[전쟁만을 위한 용이 당신에게 새로운 기회를 줍니다.]

이어서 들리는 더 기꺼운 알림.

그러나 그 알림을 들은 멀린은 기분 좋은 미소 대신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레벨업이 이렇게 쉬운 날이 올 줄이야.’

멀린.

갓워즈 최고의 대마도사라는 타이틀은 진작에 BJ대마도사에게 넘겨줬지만, 가장 레벨이 높은 대마도사 플레이어라는 타이틀은 손에 쥐고 있는 자.

그런 그이기에 갓워즈에서 레벨을 올리는 게 누구보다 힘든 일임을 알고 있었다.

‘그동안 한 고생이 우습게 느껴지는군.’

그러한 상황에서 지금 경험하게 된 어마어마한 수준의 레벨업 속도는 기쁨보다 회의감을 짙게 만들었다.

[보상을 받으시겠습니까?]

“예."

물론 그렇다고 해서 회의감에 지금 주어진 행운을 마다할 생각은 없었다.

또한 지금 행운은 매우 중요한 행운이었다.

‘그래도 BJ대마도사를 잡을 수만 있다면야.’

이 급격한 스펙업을 통해서 BJ대마도사를 막을 수 있을 가능성이 올라갔으니까.

‘그 빌어먹을 새끼를 잡을 수만 있다면 뭐든 하겠어.’

더욱이 최근 BJ대마도사는 멀린을 비롯해 모두에게 영상을 보냈다.

열심히 사냥해달라고.

열렘하고, 득템하라고.

당신들의 성장을 응원하겠다고.

그러한 BJ대마도사의 응원이 당사자들에게는 이렇게 들렸다.

네놈들이 손을 잡아봤자 나한테는 안 된다, 그러니까 열심히 뺑이나 쳐라, 라고.

‘그래, 네가 바라는 대로 열렙, 득템해주마. 네가 바라는 대로.’

듣는 입장에서는 없던 분노도 치솟을 만한 도발.

실제로 그 도발 이후 어비스 길드와 손을 잡은 7개 길드의 태도가 전혀 달라졌다.

그전까지는 어쩔 수 없이 BJ대마도사와 싸우기 위해 손을 잡는다, 라는 느낌이었지만 그 도발 이후에는 목숨을 걸고 BJ대마도사를 어떻게든 엿 먹이겠다, 라는 느낌이 된 상태.

“다들 들어가!”

“몸 아끼지 마! 일단 잡아!”

“길드로 나누지 말고, 다 같은 동료라고 생각해!”

최근 레벨업 페이스가 더 빨라진 것 역시 그 덕분이었다.

강력한 목표를 가진 이들이 모이면 동지 의식도 강력해지는 법이었으니까.

그러한 동지 의식이 10대 길드 사이에 보이지 않는 알력, 경쟁 심리조차도 무색하게 만들었다.

그러한 분위기를 바라보던 멀린이 이내 눈앞에 있는 1백 장의 카드, 개중 한 장을 손으로 집었다.

그 순간 멀린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어스 퀘이크를 습득했습니다.]

440레벨 보상에서 나온 스킬은 다름 아닌 레전더리 등급!

‘이게 여기서 나오다니!’

그 구하기 힘든 귀하디 귀한 것이 갑자기 주어지는 순간이었다.

‘미쳤군.’

더욱이 어스 퀘이크의 위력은 이미 BJ대마도사를 통해 증명된 상태였다.

얻을 수 있는 레전더리 등급 스킬 중에서도 최고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그렇기에 새로이 얻은 스킬을 보는 순간, 멀린은 확신했다.

‘아무래도 하늘이 우리에게 미소를 지어주고 싶은 모양이야.’

지금 이 기세라면 BJ대마도사를 충분히 잡고도 남는다고.

그러한 멀린의 미소를 확인한 여인, 뮤즈가 다가와 그에게 말했다.

“멀린, 무슨 일 있나요?”

상황을 진두지휘 하던 그가 갑자기 아무것도 안 하더니 미소를 짓는 모습에 의문이 생기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일.

그때 한 명이 다가와 말했다.

“소피가 레벨업 보상으로 레전더리 등급을 얻었답니다.”

또 다른 한 명도 말했다.

“화랑 길드 쪽에서 레전더리 등급을 얻은 플레이어가 나왔답니다.”

“탐험가 길드에서는 둘 나왔답니다!”

마치 메아리처럼 연속해서 들리는 그 소식에 멀린이 진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정말 운이 좋군.”

6.

“에휴, 운도 없지.”

투정을 내뱉은 미다스가 손에 든 파이어볼을 오크 형태를 갖춘 노네임드를 향해 그대로 던졌다.

퍼엉!

[노네임드를 처치했습니다.]

그러자 들리는 알림.

[노네임드를 처치했습니다.]

[노네임드를 처치했습니다.]

그 뒤를 이어서 곧바로 두 줄기 알림이 더 들렸다.

왕!

“흥! 나쁜개! 이번에는 네가 더 빨랐지만 다음은 내가 더 빠를 것이다!”

럭키와 골드, 둘이 동시에 노네임드를 처치했음을 알리는 알림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쿵!

실버를 비롯해 미다스가 소환한 소환수들이 노네임드를 가차 없이 처리하고 있었고, 미다스의 귓속으로는 거듭해서 노네임드 사냥을 마쳤음을 알리는 달콤한 알림이 들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다스는 울상을 지은 채 한숨을 내뱉었다.

‘이런 개꿀 타임을 못 즐기다니, 왜 이렇게 난 운이 없지?’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미다스는 이 달콤한 이벤트를 즐길 수 없는 처지였으니까.

알고는 있었다.

현재 신의 무덤이 역대급 개꿀 사냥터가 됐다는 것을.

그 덕분에 어비스 길드를 포함한 8개 길드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열심히 폭주한 노네임드를 처치해준다는 것을.

그것을 알았을 때 미다스는 아쉬움을 느꼈다.

‘지금이 역대급 꿀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그러나 그냥 맛있는 음식을 못 먹어서 느끼는 아쉬움과 맛보기를 했을 때 느끼는 아쉬움은 수준이 다른 법.

‘이 개꿀을 즐기지 못하다니, 진짜 운이 지지리도 없네, 없어.’

당연히 지금 느끼는 아쉬움은 이전과는 전혀 달랐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400레벨을 달성했습니다.]

[전쟁만을 위한 용이 당신에게 특별한 기회를 줍니다.]

그런 상황에서 들리는 달콤한 알림에 미다스의 아쉬움은 더 진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제 꿀빠는 것도 끝이구나.’

400레벨들 달성했으니 이제 사냥을 멈추고 다시 봉인된 지역으로 이동해야 했으니까.

어쨌거나 지금 상황에서는 레벨업보다 퀘스트 던전을 공략하는 게 더 중요했으니까.

[기회를 사용하시겠습니까?]

“예."

그 때문에 대답하는 미다스의 목소리에는 어느 때보다 힘이 없었다.

이윽고 1백장의 카드가 등장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400레벨 보상, 레전더리 등급 카드가 무조건 등장하는 기회인 만큼 황금빛이 미다스를 반겼으나 그 앞에서도 미다스의 반응은 예전과 달랐다.

‘뭐, 좋은 거 나오겠지.’

기대감이 크지 않았다.

‘그래 봐야 메테오만은 못하겠지만.’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엄청난 마법들을 배운 건 물론, 수중에 그 어떤 레전더리 등급 마법과도 비교할 수 없는 마법을 손에 넣은 상태 아닌가?

기대감이 예전과 같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일 터.

물론 기대감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레전더리 등급 스킬이 생기면 나쁠 건 없기에.

‘그래도 뭐가 나왔으려나?’

그렇기에 이제는 슬슬 기대감이 품어지기 시작하는 순간.

‘어?’

그 순간 미다스는 굳어버렸다.

"어!"

나왔으니까.

[작열의 정령왕]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 스킬 효과 : 작열의 정령왕을 소환한다. 소환 시간은 소환자의 마력량에 비례한다.

“저, 정령왕?”

정령술의 끝판왕이.

“작열의 정령왕이면 내가 최초일 텐데?”

더욱이 현재까지 등장한 정령왕 중에 작열의 정령왕은 존재한 적이 없었다.

갓워즈에 등장한 적 없었던 스킬이 손에 들어왔다는 의미.

‘쩐다!’

당연히 식어가던 미다스의 마음이 다시 뜨겁게, 작열하듯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이거면 게임 끝이다, 끝.’

이미 가득하던 자신감은 이제 끓어 넘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미다스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소리쳤다.

“얘들아, 사냥 끝! 바로 퀘스트 깨러 가자! 이제 레벨업 같은 거 안 해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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