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453화 (453/485)
  • 453화.  < 138화. 고독한 시험 (1). >

    1.

    “역시 BJ대마도사가 최고라니까. 오늘도 끝내줬어. BJ대마도사 없이도 엄청났잖아?”

    “아무렴 엄청났지. BJ대마도사가 필요 없을 정도로.”

    “기왕에 아무것도 안 할 거면 뒤에서 아가리도 좀 같이 아무것도 안 해줬으면 더 끝내줬을 텐데.”

    오로지 BJ대마도사에 대한 이야기로만 가득 찬 캡슐방 휴게실.

    “여자 친구가 없는 애들은 다 이유가 있다니까.”

    그 휴게실 안에서 대화를 나누던 이들의 시선이 마치 약속한 듯이 소파 한 곳에 앉아있는 정현우를 향했다.

    무슨 의미인지는 굳이 물어볼 필요 없는 시선.

    때문에 그 시선을 받은 정현우가 눈살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여자 친구 없는 이유 이야기를 하다가 왜 날 보는 겁니까? 제가 누누이 말하지면 전 안 만나는 거지 못 만나는 게 아니거든요?”

    그 항변을 들은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다고 해줄게.”

    “아무렴, 안 만나는 거겠지.”

    “현우, 네 말이 맞다고 하자.”

    씁쓸한 미소를 지은 채로.

    “에이, 진짜.”

    그 미소를 본 정현우는 더 이상 항변을 포기했다.

    당장 저 반응에 딱히 반박할 말이 없다는 게 첫 번째 이유.

    ‘가뜩이나 머리 아파 죽겠는데.’

    다른 이유는 지금 그런 일에 신경 쓸 여유가 조금도 없다는 것이었다.

    ‘아, 나 잡으러 몰려오는 걸 어떻게 막지?’

    지금 자신이 퀘스트를 진행하는 동안 자신을 방해하러 올 노네임드를 막아줄 이들을 구해야 했으니까.

    아니, 구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었다.

    대가만 맞는다면 10대 길드도 기꺼이 정현우를 위해서 발품을 팔아줄 테니까.

    ‘얼마를 줘야 할까?’

    문제는 거기서 필요한 대가가 어느 정도인지, 정현우의 상식선으로는 도무지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일단은 미팅이 우선이야.’

    사실 이미 그에 대해서 정현우는 혼자 고민하는 것을 포기하고, 라이징 스타 채널에 미팅을 요청한 상태였다.

    이 건수는 이미 정현우가 제 깜냥만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났으니까.

    더욱이 시간 여유도 없었다.

    ‘이거 끝내고 올마이티 스킬 카드북을 까자.’

    자신이 얻은 그 어마어마한 스킬 카드북을 아직 개봉조차 하지 않을 정도, 그 정도로 이번 일은 시급했다.

    당장 몬스터들이 몰려오고 있는 상황, 1분 1초라도 빨리 결단을 해야 하는 일이었다.

    여러모로 속 쓰린 일.

    ‘호언장담한 게 며칠 전인데…….'

    그런 정현우의 가뜩이나 쓰린 속을 더 아프게 만드는 건 자신이 라이징 스타 채널 사장님에게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을 드러낸 게 고작 며칠 전의 일이라는 점이었다.

    그렇게 자신 있게 말했는데 이제 와서 도움이 필요하다, 그것도 정말 큰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염치가 있다면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일.

    ‘젠장.’

    오랜만에 내세운 자신감이었기에 자존심이 더더욱 상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해야 해.’

    물론 그러한 자존심은 지금 아무래도 좋았다.

    만약 여기서 퀘스트에 실패한다면 그 여파는 걷잡을 수 없는 일.

    ‘돈이 부족하면 내 몸을 팔아서라도.’

    팔 수 있는 건 뭐든지 팔아야 했다.

    ‘그렇게 해서 되면 다행이지만.’

    그마저도 일이 원하는 대로 풀리리란 보장은 없었다.

    갓워즈란 게임 그리고 그 게임에서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의 난이도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었으니까.

    사실 그게 가장 큰 문제였다.

    ‘거절당하면 답이 없고…… 실패하면 끝장이고.’

    최악의 경우 자신을 도와주던 길드들이 실패를 할 가능성도 없진 않았으니까.

    달리 말하면 그런 리스크 때문에라도 10대 길드는 이 제안을 거절할 가능성이 높았다.

    ‘10대 길드 대부분이 손을 잡아줘야 해.’

    장담컨대 섭외하고자 하는 이들은 다른 길드들의 참여를, 최소 5개 이상 길드의 참여를 조건으로 내걸 것이다.

    ‘어우…….'

    생각할수록 숨구멍이라고는 단 하나도 찾기 힘들 만큼 지랄 맞은 일.

    “현우야.”

    “아, 진짜.”

    그런 상황에서 오는 부름에 정현우는 날 선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저 사실 여자 친구 있거든요? 잘 만나고 있으니까 솔로라고 놀리지 마세요.”

    “진짜? 그럼 소개팅 필요 없겠네? 난 진짜 솔로인 줄 알고 소개팅 해주려고 했지.”

    “네?”

    그 순간 두 눈을 크게 뜨는 정현우, 이내 상황을 파악한 정현우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사실은 저……."

    그때였다.

    정현우가 저 소개팅해주시면 영혼을 갈아서라도 나가겠습니다, 라는 말을 하려는 순간.

    “대박 사건! 대박! 진짜 리얼 대박 사건!”

    이혁주가 다급하게 휴게실 안으로 들어오더니 모두가 질문을 던지기도 전에 크게 소리쳤다.

    “어비스 길드랑 7개 길드가 파티 플레이하고 있어요! 노네임드 미친 듯이 잡고 있어요! 그리고 벌써 멀린이 1레벨 올렸어요!"

    ‘어?’

    그 말을 듣는 순간 정현우의 머릿속에 소개팅이란 단어는 사라지고 없었다.

    2.

    - 신의 무덤에 이벤트가 발생했다!

    - 어비스 길드랑 7개 길드가 연합했다!

    하나만으로도 세상을 뒤흔들기에 부족함이 없는 태풍급 속보 두 개.

    - 맙소사, 이벤트 장난 아니야!

    - 경험치 4배!

    - 드랍률도 4배!

    그 뒤를 이어서 세 번째 속보가 들어왔을 때 세상은 오히려 잠시 동안 고요해졌다.

    - 아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 상황이 지금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세상을 뒤집어엎을 만한 재해 앞에서 사람들이 도망치는 것조차 잊어버리는 것처럼.

    그 재해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는 속보 앞에서 갓워즈와 관련된 모든 이들의 사고 능력은 소위 렉이 걸렸다.

    혹여 사고 능력 정상적으로 돌아가더라도 다를 건 없었다.

    - 미치겠네, 그래서 어떻게 되는 건데?

    경험해본 적 없는 경우를 앞에 두고 정상적인 판단을 내리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그렇게 마비된 사고 능력을 돌아가게 만든 건 세 번째 소식이었다.

    - 멀린이 레벨업했다!

    - 투핸드도 레벨업했다!

    어비스 길드의 멀린과 투핸드의 레벨업.

    - 잠깐, 그 둘 레벨업한 거 이틀 전 아니야? 그런데 벌써 1레벨을 올렸다고?

    ㄴ 이틀에 1레벨?

    ㄴ 아니지, 본래는 1레벨 올리는데 3~4일 걸렸으니, 오늘 하루에만 경험치 70퍼센트 넘게 한 거지.

    ㄴ 경험치 4배라고 했으니까 하루 1업 가능하다는 거네?

    ㄴ 이제 시작이니까 더 빠를지도 몰라.

    ㄴ 하루에 1업 이상 한다고?

    그 둘이 하루에 1레벨을 올린다는 사실에 모두가 단숨에 깨달을 수 있었다.

    - 이거 미친 거 아님?

    이번에 일어난 사건이 얼마나 대단한 사건인지.

    - 하루 1레벨이면 열흘이면 10렙 올린다는 거네?

    ㄴ 심지어 멀린과 투핸드만 그러는 게 아니라 어비스 길드랑 모든 길드원들이 렙업하는 거지.

    ㄴ 전력 증가 장난 아니겠는데?

    ㄴ 템 드랍률도 4배임. 진짜 템 세팅 확 바뀔 듯.

    세상이 들썩이기에 부족함이 없는 상황.

    ‘생각한 것보다 더 심각하다.’

    박영준의 마음을 들썩이게 만들기에도 부족함이 없었다.

    ‘배신은 예상했지만…….'

    그만큼 상황은 매우 좋지 않았다.

    당장 7개 길드가 어비스 길드 편에 섰다는 것부터가 결코 좋지 않은 일이었다.

    ‘하필이면 이런 이벤트라니.’

    더 큰 문제는 하필이면 이런 상황에서 적들의 전력을 급상승시킬 수 있는 이벤트가 발생했다는 점이었다.

    ‘하루에 1렙업, 말도 안 되는 이벤트야.’

    지금도 엄청난 수준, 그런데 여기서 만약 10레벨이라도 더 오른다면?

    스탯은 물론 새로운 스킬을 얻을 터.

    그중에서 필시 레전더리 등급 스킬을 얻는 이들도 적지 않을 터였다.

    ‘이걸로 새로운 스킬이 나올 가능성이 다분해.’

    BJ대마도사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다수 등장한다는 의미.

    ‘BJ대마도사가 긴급하게 미팅을 요청하는 게 당연하지.’

    그렇기에 박영준은 BJ대마도사가 다급하게 미팅을 요청했을 때, 그 사실에 의문을 품지 않았다.

    오히려 준비했다.

    ‘동향은 실시간으로 파악 중이다.’

    나름대로 열심히 모은 정보를 전달해주기 위한 준비.

    그때였다.

    - 아, 사장님.

    박영준이 보던 모니터 위로 BJ대마도사가 등장했다.

    - 갑자기 급하게 미팅을 잡아서 죄송합니다. 상황이 꽤 이상하게 흘러가서 말이죠.

    이윽고 나온 말에 박영준이 대답했다.

    “예, 골치 아프게 흘러가고 있죠.”

    - 혹시 아는 정보가 있습니까?

    이어서 나온 질문에 박영준은 생각했다.

    ‘교차 검증을 하려는 모양이군.’

    BJ대마도사의 정보력이 박영준의 정보력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한 건 맞지만, 언제나 그렇듯 과신과 맹신은 위험한 법.

    다른 쪽이 얻은 정보와 자신들이 얻은 정보를 보고 교차 검증하는 작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또한 지금 상황 자체도 시급했다.

    자체적인 검증을 하는데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는 의미.

    ‘역시 BJ대마도사, 허투가 없다.’

    한편으로는 이 상황 속에서도 이런 식으로 꼼꼼하게 짚고 가는 BJ대마도사의 모습에 감탄이 나왔다.

    “현재 불사자 길드와 소드 길드를 제외한 7개 길드가 어비스 길드와 손을 잡고 사냥 중입니다.”

    - 어느 정도죠?

    “지금 G베이에 있는 400렙제 이상 소모 아이템 매물이 사라질 정도입니다. 전부 매수한 것 같습니다."

    - 미친 듯이 한다, 이거네요.

    “예. 이런 호기가 쉽게 오지 않으니까요.”

    - 잘 됐네요.

    “예?”

    그때 나온 BJ대마도사의 발언에 박영준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 그래서 말인데 어비스 길드를 포함한 8개 길드분들에 응원 영상을 보내고 싶습니다.

    그 대목에서 박영준은 잠시 말문을 잃었다.

    ‘뭐지?’

    응원 영상을 보내자고?

    이 긴급한 상황에서?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를 죽이려고 배신을 하고 손을 잡은 저 사악한 무리들에게?

    - 그래야 더 열심히, 파이팅해주실 테니까요. 몸을 사리지 않고요

    그리고 이어진 발언을 듣는 순간, 그 순간 박영준은 눈치를 챘다.

    ‘그래, 도발!’

    BJ대마도사가 노리는 바가 무엇인지.

    ‘어차피 주사위는 던져졌고, 어비스 길드와 무리를 막을 순 없어. 그렇다면 차라리…… 폭주시키는 게 낫지.’

    지금 어비스 길드와 그 무리는 스펙업을 위해서 전력을 다하는 중.

    그런 상황에서 BJ대마도사가 더 열심히 하라고 응원 영상을 올리면 어떻게 될까?

    그걸 보고 고맙다고 미소를 지을까?

    힘을 낼까?

    아니면 BJ대마도사가 응원해서 기분 나빠졌으니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고 접을까?

    그럴 리는 만무, 필시 폭주를 할 터였다.

    ‘여긴 신의 무덤이다.’

    그리고 그러한 폭주는 어떤 식으로든 어비스 길드와 그 무리에 안 좋은 결과를 남길 터였다.

    박영준의 생각처럼 이렇게 된 상황에서는 이게 도리어 최선.

    ‘진짜 대단하군.’

    이 순간에도 그러한 최선의 방법을, 틈을 찾아 그것을 공격하고자 하는 BJ대마도사의 모습에 박영준은 이제 의문 어린 표정을 짓지 않았다.

    “예, 영상을 보내주시죠.”

    ‘BJ대마도사, 그를 믿은 게 내 인생 최고의 선택이 될 거다.’

    믿음으로 가득 찬 표정을 지을 뿐.

    - 예! 바로 찍겠습니다!

    그렇게 미팅이 끝났다.

    3.

    “열심히 사냥 중이신 어비스 길드를 포함한 8개 길드 여러분, 저 BJ대마도사가 당신들을 응원합니다. 가장 많은 레벨을 올리신 분들에게는 제가 깜짝 선물도 드릴 테니, 더 열심히 하십시오. 어비스 길드 파이팅! 아! 멀린 님도 파이팅! 열렙 득템하세요!”

    움켜쥔 주먹을 든 채 파이팅을 외친 미다스가 이내 고개를 돌려 럭키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땠어?”

    왕!

    “아주 좋았다고?”

    왕!

    “절로 힘이 날 것 같다고? 그렇지?”

    왕!

    럭키의 그 대답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지어진 미소는 꺼지지 않았다.

    꺼질 수가 없었다.

    ‘진짜 이보다 완벽할 수는 없다.’

    최악이라고 생각했던 상황이 이보다 더 나을 순 없을 정도, 최고로 변했으니까.

    이제 남은 건 하나.

    ‘난 이제 공략에만 집중하면 돼.’

    고개를 들면 보이는 검은 안개로 자욱한 곳, 그곳에 들어가서 시험을 통과하는 것.

    그 사실 앞에서 미다스의 미소는 잠잠해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진해졌다.

    있었으니까.

    “후후후.”

    ‘이제 까볼까?’

    이 던전을 가소롭게 만들 수 있는 자신감을 줄 것이.

    미다스, 그가 인벤토리에 숨겨놓았던 올마이티 클래스 스킬 카드북을 꺼냈다.

    파앗!

    그러자 일곱빛깔 무지개색이 솟아올랐고, 그것을 본 미다스는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그것을 보는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 다른 생각 따위는 들지 않았다.

    럭키에게 하울링을 요구하지도 않았고, 골드나 실버, 잭팟에게 응원을 요구하지도 않았으며 하늘을 향해 진심 어린 기도를 하지도 않았다.

    [스킬 카드북을 개봉합니다.]

    그저 무언가에 홀린 듯 자신의 눈앞에 있는 스킬 카드북을 개봉할뿐.

    그러한 미다스의 눈앞에 세 장의 카드가 등장했다.

    모두가 일곱빛깔 무지개색을 찬란하다 못해 눈부실 정도로 뿜어대는 카드들.

    그런 눈부심 속에서 미다스는 볼 수 있었다.

    ‘아.’

    그 세 장의 카드 너머에 있는 것들.

    [제우스의 심판]

    - 스킬 등급 : 올마이티 클래스

    - 스킬 효과 : 제우스의 번개를 뿌린다.

    그중 가장 먼저 눈에 보인 건 제우스의 심판이었다.

    그것을 보는 순간 미다스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제우스의 번개 조각을 막 뿌린다고? 그걸?’

    하나만으로도 어마어마한 데미지 딜링을 자랑하는 제우스의 번개 조각이 쏟아진다?

    상상이 되지 않음에도 온몸에 소름이 돋을 만한 일.

    [대홍련지옥]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클래스

    - 스킬 효과 : 주변을 대홍련지옥으로 만든다.

    그 뒤를 이어서 보이는 스킬 역시 보는 이로 하여금 아득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건 아예 지옥이네, 지옥이야.’

    스킬 이름부터가 그냥 지옥, 그것도 불교의 팔한지옥 중에서도 가장 춥다는 대홍련지옥 아닌가?

    ‘미쳤네, 미쳤…… 헉.’

    그러나 그런 미다스의 생각은 세 번째 카드를 보는 순간 그대로 굳어버렸다.

    [메테오]

    - 스킬 등급 : 올마이티 클래스

    - 스킬 효과 : 운석을 소환한다.

    드디어 나왔으니까.

    ‘……진짜 메테오다.’

    모두가 상상할 수 있으나 반대로 그 누구도 본 적 없는 것이.

    그리고 가장 보고 싶은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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