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451화 (451/485)

451화.  < 137화. 대마도사의 무덤 (5). >

14.

보는 순간 화가 날 정도로 복잡하고 어려운 미로를 볼 때, 그럴 때 사람들 대부분은 생각한다.

이 빌어먹을 미로 벽을 그냥 박살을 내면서 일직선으로 뚫고 목적지에 가고 싶다고.

갓워즈에서 게임 공략, 그것도 매우 어려운 몬스터나 던전을 공략하기 위해 플레이어들이 머리털을 쥐어뜯는 장면을 보는 이들의 심정도 그와 비슷했다.

그런 걸 볼 때면 대부분은 이런 생각을 했다.

- 공략이고 나발이고 그냥 힘으로 박살을 내네.

그냥 압도적인 폭력을 앞세워서 쉽게쉽게 게임을 깨는 걸 보고 싶다고.

- 장난 아니다.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무덤, 그곳에 등장한 노네임드를 상대로 BJ대마도사가 보여주는 건 그런 거였다.

크어어!

크아아!

고블린부터 오우거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모든 종류의 몬스터로 변신한 수백 마리의 노네임드들.

그중에 간간이 섞인 보스 몬스터까지.

보는 순간 아득해지고, 도무지 공략법이란 개념은 눈곱만큼도 찾을 수 없는 무자비한 광경.

쿵!

쿵!

그 광경 앞에서 주눅이 들기는커녕 위엄 넘치는 존재감을 드러내는 블레이즈 골렘들이 기꺼이 몰려오는 노네임드를 막아서는 벽이 되는 사이.

퍼엉!

그 활활 타오르는 블레이즈 골렘의 몸 위에 올라탄 불의 중급 정령들이 불덩이 포탄 세례를 날리고, 불의 정령 전사들은 손에 쥔 창칼을 휘둘렀다.

“압도적인 힘으로!”

크아아!

그리고 뇌전의 정령 기사들은 뇌전 줄기를 쏘아대며 노네임드의 입에서 비명을 짜냈다.

“나쁜개!”

왕!

“저 놈이다! 내가 왼쪽 다리, 네가 오른쪽 다리다!”

왕!

그렇게 정령들과 골렘들이 만들어준 전장 속에서 두 마리의 늑대는 거침없이 노네임드들 사이를 헤집으며 노네임드들의 다리와 목덜미를 물어뜯으며 빠르게 전력을 무력화시켰다.

“주인님을 위하여!”

실버는 일당백이었다.

폭군의 몸뚱이는 주변의 도움이나 지원 따위는 요구치 않았다.

팀워크란 개념도 없이 드넓은 공간 한가운데에 선 채 홀몸으로 오는 노네임드들을 짓밟고, 때리며 짓뭉개기만 하면 될 뿐.

콰왕!

그 압도적인 존재감 앞에서 노네임드, 그 무시무시한 괴물들이 처량한 모습이 될 따름이었다.

꽈르릉!

그사이사이 떨어지는 성스러운 벼락들, 잭팟의 서포트 마법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 대신 소름을 돋게 만들었다.

- BJ대마도사 대단하다.

그렇게 노네임드 수백 마리를 그저 상대하는 수준을 넘어 압도하는 수준에 시청자가 혀를 내둘렀다.

- 정확히 말해야지. BJ대마도사가 대단한 게 아니라 BJ대마도사만 빼고 대단한 거지.

ㄴ 아, 그렇네. BJ대마도사는 하는 게 없구나.

더 놀라운 건 그 압도적인 광경 속에서 BJ대마도사의 활약이 없다는 점이었다.

“와라! 고작 이게 네가 보여줄 수 있는 전부냐! 고작 이것뿐이냐?”

그가 하는 것은 뒤에서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열심히 입을 놀리는 것뿐.

“쯧쯧, 진짜 고작 이 정도 수준으로 감히 나한테 10분을 버티라고 한 건가? 우습네요, 우스워.”

그것도 그냥 놀리는 게 아니라 조롱하듯이.

“게임 좀 어렵게 만듭시다, 어렵게. 이렇게 쉽게 만들면 하는 재미가 없잖아요. 진짜 내가 게임 만들면 갓워즈보다 3배는 어렵게 만들 겁니다. 그래야 할 만하죠.”

그러한 BJ대마도사의 혀 차는 소리에 시청자들도 혀를 찼다.

- BJ대마도사가 아가리 좀 밀봉해줬으면 좋겠다.

ㄴ 언제는 형이라며?

ㄴ 우리 형은 죽었어. 이제 없어.

BJ대마도사가 아무것도 안 하고 꿀만 빠는 주제에 너무 주둥이를 놀린다, 그 사실에 대해 혀를 차는 게 아니었다.

- 장난기 빼고 진심을 말하면 진짜 대단하다. BJ대마도사도 안 싸우는데 이 정도면 BJ대마도사가 나서면 어느 정도일까?

ㄴ 말도 안 되는 수준이겠지.

ㄴ 이쯤 되면 10대 길드보다 세다, 정도가 아니라 압도한다, 라고 해도 될 듯?

BJ대마도사의 부재 속에서도 이 정도 전투력이 나온다는 사실, 그 사실에 혀가 내둘러질 뿐.

“자, 이제 6분 지났는데……."

그런 시청자들에게 미다스가 말했다.

“아무래도 10분 못 버틸 것 같습니다. 아, 당연히 저 말고 쟤네들이요.”

15.

- 남은 시간 39초인데, 이거 뭐 더 이상 노네임드가 없네요. 아, 게임 진짜 발로 만들었나? 이게 말이 됩니까? 10분 버티라면 최소한 10분 치 몬스터는 줘야죠! 아, 시간 낭비했네. 진짜 게임 쓰레기 게임이네요.

10분을 버텨라, 그 퀘스트 조건 앞에서 10분 안에 등장한 몬스터를 전부 제거한다는 것.

압도적이다, 라는 표현조차 이제는 무색할 정도의 퍼포먼스에 시청자들 모두가 혀를 내둘렀다.

그러나 엠마는 달랐다.

평소라면 인상이라도 찌푸렸을 광경이었으나 이번에는 오히려 담담한 표정으로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을 보고 있었다.

- 오케이, 10분 끝! 퀘스트 완료!

이어서 BJ대마도사의 발언 앞에서도 여전히 그녀의 표정은 담담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각오를 한 표정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짊어지고 있던 무거운 무언가를 내려놓은 듯한 표정.

‘전부 말했다.’

그 대목에서 그녀의 머릿속에는 자신이 짊어지고 있던 무거운 것이 떠올랐다.

그 무거운 짐을 알게 된 건 6년 전, 당시 알파 컴퍼니의 최고재무책임자 직속 팀 소속이었던 그녀는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됐다.

김민수가 갓워즈란 게임에 자신이 이룩한 모든 것에 대한 권리를 담았다는 사실.

물론 그 사실은 극비였고, 외부로 유출하는 순간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했다.

‘김민수가 원한대로.’

그러나 김민수는 사적인 자리에서 엠마에게 말했다.

이 사실을 외부에 말하고 싶으면 얼마든지 말하라고.

사실 자긴 그게 더 재미있을 것 같다고.

퍼뜨려도 좋고, 숨겨도 좋다고.

당사자 본인이 비밀 유지 서약 따윈 무시하라고 했고, 그때에 엠마는 스마트폰의 녹음 기능을 켠 채 그것을 김민수 앞에서 보여주며 말했다.

정말 이 정보를 내 마음대로 해도 되겠냐고.

그에 대해서 김민수는 웃으며 말했다.

재미있겠네, 한 번 해 봐요, 내가 허락하죠, 라고.

그 순간 엠마는 작업에 착수했다.

갓워즈란 게임의 끝을 그 누구보다 빨리 그리고 가장 먼저 보기 위한 작업에.

그러면서 생각했다.

김민수가 큰 실수를 했다고.

실언을 했다고.

그 실언으로 말미암아 자신에게 일생일대를 넘어 역사적인 기회가 오게 됐다고.

‘……생각해 보면 이렇게 될 줄 알았던 것 같아.’

하지만 상황을 돌이켜보면 김민수는 엠마가 결코 순탄하게 원하는 바를 이룩하지 못하리란 걸 알고 그런 말을 했던 듯했다.

그녀는 말했으니까.

‘결국 내 입으로 10대 길드 마스터들에게 정보를 알렸으니까.’

이 게임의 끝을 보는 자에게 김민수의 유산을 얻을 수 있다, 라는 말을.

그 꽁꽁 숨겨오던 정보를 다른 누구도 아닌 10대 길드의 마스터들에게.

물론 그를 통해서 10대 길드가 전부 어비스 길드 편이 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10대 길드가 바보도 아니고, 오히려 이 대목에서는 누가 보더라도 가장 좋은 패를 들게 된 BJ대마도사 편에 서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먼저 들 터.

‘이걸로 10대 길드 몸값이 올라갔다.’

문제는 이런 상황을 안 상태에서 헐값에 BJ대마도사를 도울 생각은 그 누구도 하지 않으리란 것이었다.

이 엄청난 것을 앞에 둔 상태에서 고작 푼돈에 움직이기엔 10대 길드에는 이미 많은 돈과 명예 그리고 자존심이 있었다.

‘BJ대마도사가 돈을 아끼면 그쪽 편에 서지 않아.’

푼돈을 손에 쥘 바에는 오히려 BJ대마도사와 붙는 선택을 기꺼이 하고도 남는다는 의미.

그러면서 계산기를 다시 두드릴 터였다.

BJ대마도사를 무너뜨릴 수만 있다며, 그의 발목을 잡을 수만 있다면 갓워즈가 자신들의 것이 된다는 계산이 나올 때까지. 사실 엠마는 확신했다.

‘돈을 주더라도 서지 않겠지만.’

도전을 했고, 베팅을 해서 승자가 된 10대 길드가 이 거대한 판에서 결코 소극적인 베팅을 하지 않으리란 것을.

승자답게 승자가 되리란 자신감 속에서 기꺼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에 주사위를 던지리란 것을.

그 사실 앞에서는 기존의 계약 따위도 무의미했다.

‘소드 길드랑 불사자 길드도 계산기를 다시 두드리겠지. 계약서란 건 어디에나 허점이 있는 법이니까.’

이 세상이 계약을 했다는 것만으로 돌아갔다면 변호사나, 법무사란 직업은 존재치 않았을 테니까.

‘그러니까 BJ대마도사, 네가 얼마나 강해지든 상관없어.’

그렇기에 더 이상 BJ대마도사의 강함은 무의미했다.

‘네가 아무리 강해져도 10대 길드를 합친 것보다 강해질 순 없을 테니까.’

제아무리 BJ대마도사라고 해도 10대 길드를 뛰어넘을 순 없기에.

- 그럼 오늘 라이브 방송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음에 더 강해진 모습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그렇기에 BJ대마도사의 그 발언에 엠마는 더 이상 그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은 채 그저 방송을 종료했다.

모니터를 시커멓게 만들었다.

그러한 검은 모니터 너머로 비친 엠마의 표정은 여전히 담담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16.

“다음에 만나요.”

인사를 끝으로 라이브 방송을 종료한 미다스가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와……."

그 한숨에 담긴 첫 번째 의미는 감탄이었다.

‘이 정도일 줄이야.’

자신의 동료들이 보여주는 어마어마한 퍼포먼스에 대한 감탄.

미다스 입장에서도 이렇게 모든 전력을 소환하는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감탄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마력도 버텼어.’

더 감탄이 나오는 건 이 엄청난 전력을 유지하는데 있어서 마력 부족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예전에는 이 체급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아예 불가능했었으니까.

‘내가 마법 쓰기 시작하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본격적으로 미다스가 원거리 딜링을 시작하면 마력이 비명을 지르겠지만, 어쨌거나 장족의 발전이었다.

‘뭐, 올마이티 클래스 스킬 앞에선 아무래도 좋지만.’

물론 미다스를 가장 감탄케 하는 건 이제 이 던전의 끝에 존재하는 보상이었다.

[시험을 통과했습니다.]

이윽고 알림과 함께 미다스의 귓속으로 알림이 들렸고 그 알림과 함께 드드드드! 문이 열렸다.

문의 크기는 크지 않았다.

사람 하나가 지나갈 만한 크기.

그것을 본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사람과는 비교할 수 없는 덩치를 가지게 된 럭키와 골드 그리고 실버를 보며 말했다.

“얘들아 기다리고 있어.”

왕!

“주인님, 위험할지도 모릅니다.”

그러자 곧바로 경고하는 럭키와 골드.

그 모습에 미다스가 웃으며 말했다.

“에헤이, 나 BJ대마도사야. 혼자일 때 최강이 되는 사내. 솔로킹 BJ대마도사다. 혼자일 때 난 무적이야."

자신을 위협할 위기 따윈 있을 리 없다, 라는 자신감의 표현.

그때 미다스의 시선이 가만히 있는 수호자 모드 상태인 잭팟을 향했다.

그 후에 미다스가 다시 문을 확인했다.

럭키나 골드, 실버는 힘들어도 잭팟은 충분히 미다스를 따라 들어갈 수 있는 크기.

주인을 수호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기꺼이 앞장 서겠다고 말이 나올 수 있는 크기.

그때 미다스의 심정을 이해한 듯 잭팟이 한 마디 했다.

“주인, 잘 다녀와라.”

그 말에 미다스가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은 채 고개를 돌리고는 이내 문을 향해 걸었다.

그렇게 약 1분 남짓 걸어간 후에 등장한 건 10평 남짓한 방 하나였다.

오로지 석관 하나만이 존재하는 방.

미다스가 그 석관 앞에 섰다.

그 상태로 굳었다.

‘맙소사.’

미다스의 눈에는 보였으니까.

[스킬 카드북(올마이티)]

이 석관 안에 잠들어 있는 물건이.

‘올마이티 클래스다!’

그 사실에 놀란 미다스의 눈에 더 이상 다른 무언가는 들리지 않았다.

미다스가 곧바로 석관의 뚜껑을 손으로 밀기 시작했다.

끼기긱!

그러자 석관은 무서운 소리를 내며 열리기 시작했다.

말도 안 되는 근력 스탯을 가졌기에 가능한 일.

한편으로는 죽은 이에 대한 아주 무례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런 사실 따위는 미다스의 머릿속에 조금도 없었다.

‘올마이티, 올마이티, 올마이티.’

있는 건 오로지 올마이티 클래스 스킬에 대한 생각뿐.

쿵!

이윽고 관뚜껑이 깔끔하게 사라졌고, 미다스의 시선이 바로 관 안을 향했다.

그러자 무지개색 일곱빛깔로 빛나는 스킬 카드북 하나만이 보였다.

‘응?’

그 순간 미다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왜 이것뿐이지?’

관이라 하면 마땅히 시신이 있어야 하는 법.

‘이름 모를 대마도사는?’

하물며 이곳은 다른 누구도 아닌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무덤 아닌가?

그렇다면 마땅히 이름 모를 대마도사가 있어야 할 터.

‘느낌이 싸한데?’

결코 좋은 징조는 아니었고, 그 사실에 미다스가 머릿속으로 몇 가지 시나리오를 그릴 무렵.

처벅.

발소리가 들렸다.

플레이어의 발소리.

‘맙소사.’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미다스가 어느 때보다 경계심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 던전 안에 존재하는 플레이어는 오직 단 한 명, 미다스 자신 밖에 없어야 했으니까.

“파이어볼 앤 아이스볼 앤 파이어 스피어.”

그 경계심에 미다스가 일단은 마법부터 캐스팅하면서 자신이 지나온 출입구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러면서 걱정했다.

‘밖에 있는 럭키랑 얘들은 어떻게 된 거지?’

이곳까지 오는 길은 단 하나, 그런데 그 길을 걸어온다면 럭키를 비롯한 모두를 지나쳤다는 의미.

그리고 럭키를 비롯한 모두가 얌전히 방문객을 받아줬을 리는 만무.

‘설마?’

최악의 경우가 나올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젠장, 너무 방심했…….'

그 사실에 자책하던 미다스는 모든 생각을 멈췄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어?’

보였으니까.

이곳에 오는 인물이 누구인지.

‘융?’

NPC융, 시작의 마을 촌장이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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