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447화 (447/485)

447화.  < 137화. 대마도사의 무덤 (1). >

1.

BJ대마도사의 신의 무덤 솔로 공략.

- 맙소사, 신의 무덤을 이렇게 쉽게 공략할 줄이야.

그 공략을 보는 순간 세상은 크게 놀랐다.

개중에서도 가장 놀란 건 이미 신의 무덤에서 노네임드를 사냥해본 플레이어들이었다.

10대 길드를 포함한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들, 그들이 느끼는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제까지 길이 보이지 않던 상황에서, 망망대해에서 갑자기 등대의 빛이 보이는 것과 같았으니까.

“사생결단 같은 스킬이 없으면 공략법을 따라할 순 없지만……."

물론 BJ대마도사가 보여준 공략법을 모두가 똑같이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대부분의 탱커들이 보유한 어그로 관련 스킬들은 이미 전투 모드인 부류에게 통하는 것들.

럭키가 가진 사생결단처럼 특정 존재의 어그로를 절대적으로 끄는 스킬을 가진 경우는 없거나 극히 드물었으니까.

“리젠이 된 것이 아니라, 리젠이 되어 있는 상태라면…… 사전에 작업을 해두는 게 도움이 된다는 건데……."

하지만 BJ대마도사를 통해 증명된 사실은 이제까지 신의 무덤에서 이루어진 전투의 패러다임을 바꾸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미 리젠이 되어 있다는 건, 사전에 파이어 스텝 같은 스킬을 써두면 도움이 된다는 의미였고 그에 맞는 전술 전략을 얼마든지 있었으니까.

무엇보다 갑자기 튀어나오는 게 아니라는 것,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전술을 바꾸면 신의 무덤 공략 속도를 30퍼센트, 아니, 50퍼센트 이상 올릴 수 있겠어.”

멀린, 그가 이 중요한 순간 머릿속으로 쉬지 않고 신의 무덤 공략을 하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는 갓워즈를 대표하는 슈퍼 스타 플레이어, 갓워즈란 게임을 어느 누구보다 잘하는 재능과 본능을 타고난 그에게 BJ대마도사가 준 정보는 며칠을 굶은 사자 앞에 핏내음 가득한 생고기를 던져준 것과 같았으니까.

다른 것을 생각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는 의미.

물론 엠마는 달랐다.

플레이어가 아닌 그녀의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은 오로지 단 하나였다.

“그래서 BJ대마도사가 문지기를 잡을 수 있을 것 같나요?”

지금 새로운 공략법을 손에 쥔 BJ대마도사가 이대로 전진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가?

“응? 아!”

그 질문을 받은 후에야 비로소 멀린이 정신을 차리고는 라이브 방송을 집중했다.

- 크러러!

- 크어어!

그러자 럭키와 골드, 실버가 트윈 헤드 트롤을 무자비하게 사냥하는 게 보였다.

보는 입장에서는 트윈 헤드 트롤이 불쌍해질 지경.

정말 압도적인 결과였다.

그러한 결과물을 한동안 말없이 보던 멀린이 이내 한마디 했다.

“저 정도는 우리도 가능해.”

그 말의 의미는 간단했다.

저것만으로는 어비스 길드가 어찌하지 못한 문지기를 처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엠마가 바라던 대답이었고, 때문에 엠마는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참고로 우리는 그 문지기의 몸에 흠집조차 내지 못했지. 아주 빌어먹게도 말이야.”

이어서 짤막한 말을 내뱉은 멀린이 회상을 시작했다.

그 문지기를 사냥했을 때의 회상.

원거리 딜러들이 마법과 화살을 쉴 새 없이 쏘아댔음에도 조금의 흠집도 나지 않던 문지기를 떠올린 멀린이 짧게 혀를 찼다.

- 장난 아닌 거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때 아무것도 하지 않은 BJ대마도사가 시청자들을 향해 가슴을 두드리며 호언장담을 했다.

그것을 본 엠마가 멀린을 바라봤다.

BJ대마도사가 저리 말하는데 무언가 의심가거나 생각되는 게 없느냐? 어떠한 새로운 무언가를 꺼낼 가능성은 없느냐?

그 의미를 읽은 멀린이 피식 웃었다.

“폭군을 잡은 게 1주일 전도 아니고 바로 엊그제 일이야. 그때 BJ대마도사는 보여줄 수 있는 전부를 보여줬다고. 그런 상황에서 새로운 게 나올 리가 없잖아?”

숨긴 패는 있을 수 없다.

“그냥 아무것도 안 한 게 무안하니까 분위기 쇄신을 위해 내뱉는 말을 뿐이야.”

그러니 저 행동은 BJ대마도사다운 허세일 뿐이다.

“무엇보다 BJ대마도사는 알지도 못할 거라고. 조만간 자신 앞에 무엇이 등장할지 말이야.”

아무것도 모르기에 부릴 수 있는 허세.

- 어? 저기 뭔가 있네요?

그렇기에 그 멘트가 나왔을 때 멀린은 미소를 지으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BJ대마도사가 허세를 부렸다는 것에 오늘 저녁 값을 걸지.”

2.

발목을 쉼 없이 스쳐 지나가는 검은 물줄기, 그 위로 뜬 자욱한 검은 안개.

여러모로 무언가를 보고, 찾는 것이 힘든 곳.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의 존재감은 제법 거리가 떨어졌음에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 대충 보니까 크기는 3미터 정도 같은데…….

크기가 거대한 건 아니었다.

- 몸에서 빛이 나네요? 신기한 놈일세.

아주 미약하지만 은은한 빛을 낸다는 것.

덕분에 안개 너머에서도 그것의 형태를 가늠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 골렘? 골렘하고 비슷하네요. 느낌이 아이언 골렘 같군요.

3미터짜리 아이언 골렘.

그러한 아이언 골렘의 등장에 시청자들의 반응이 뒤숭숭해지기 시작했다.

“저런 게 있었다?”

아즈모도 그중 한 명이었다.

신의 무덤에서 노네임드 말고 다른 어떠한 몬스터가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으니까.

물론 아즈모가 관심을 가지는 건 처음 보는 몬스터라는 점이 아니었다.

솔직히 이제까지 아즈모가 마주한 몬스터들 중 대부분은 처음 보는 것들 뿐이었으니까.

최전선에서 뛰는 그의 입장에서는 최초나, 처음이란 단어가 너무나도 당연했으니까.

“그런데도 어비스 길드가 말을 안 해줬다?”

그가 관심을 가지는 건 저런 존재감을 드러내는 몬스터를 어비스 길드가 보지 못했을 리 만무하다는 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비스 길드가 그 사실을 주변은 물론 BJ대마도사에게도 말해주지 않아다는 것.

“어떻게 생각해? 어비스 길드가 실수로 까먹고 말을 안 해준 것 같아? 멀린에게 건망증이 생기거나 그래서?”

“그럴 리가요. 그리고 멀린은 3년 전 먹은 저녁 메뉴도 기억할 만한 사람인데 그런 그가 건망증이라니, 있을 수 없죠."

당연히 그게 실수일 가능성은 없었다.

“알고도 말 안해준 걸 겁니다. 저게 어비스 길드가 실패한 이유일 테니까요.”

오히려 반대, BJ대마도사의 파멸을 바라는 마음으로 염치 불구하고 숨긴 히든 카드일 터.

“쉽지 않겠어.”

“그렇죠. 어비스 길드도 못 잡은 놈이란 거니까요.”

확실한 건 어비스 길드가 결코 실패하고 싶어서 실패했을 리는 없다는 점이었다.

“그 어비스 길드가.”

그들에게 실패란 단어는 그 누구보다 무거우니까.

해보려고 했으나 안 되니까 물러섰을 터.

“그래, 그러니까 골치 아프겠군. 여러모로. 특히 신의 무덤에서 사냥하는 이상 긴장의 끈을 풀 수 없을 테니까."

또한 제아무리 신의 무덤 공략법을 알아냈다고 하더라도 신의 무덤은 매우 어려운 사냥터였다.

“여기서는 안전하게 가는 게 답이겠죠?”

때문에 비서의 말에 아즈모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모로 위험 요소가 넘치는 상황에서 무모하게 전력 질주를 할 필요는 없는 법.

또한 이미 폭군을 통해서 자신의 강력함을 증명한 미다스에게는 새로운 무언가는 필요 없었다.

“화력은 확실하니까 적에 대한 분석이 우선이지.”

자신이 잡고자 하는 사냥감을 아는 게 더 중요했지.

- 이런 몬스터가 있다는 건 들어본 적 없는데, 뭐 일단 봤으니 공략을 시도해보겠습니다.

그러한 아즈모의 예상에 BJ대마도사가 호응했다.

- 일단 저 놈이 어떤 놈인지 분석부터 하는 게 좋겠네요.

착실하게 단계를 거치면서.

- 주변에 노네임드가 몇 마리일지도 모르는데 무작정 저거 잡으러 뛰어드는 건 미친 짓이니까요.

주변을 경계하면서.

- 그 후에 어느 정도 견적 보이면 천천히 딜 쌓아가면서 페이즈 확인도 해야죠.

그렇게 천천히 시간을 들여가면서 잡겠다.

“역시 정석대로 가는군.”

정석 중의 정석, 틈 하나 보이지 않는 그 사냥 방식에 그 누구도 토를 달지 않았다.

- ……라고 하면 BJ대마도사 이름이 울죠.

단 한 명, BJ대마도사만 빼고.

- 제가 말했죠? 장난 아닌 거 보여드리겠다고. 저 BJ대마도사, 한 번 내뱉은 말은 무조건 지킵니다.

BJ대마도사의 발언과 함께 갑자기 달라지는 분위기,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BJ대마도사가 소리쳤다.

- 여러분 이제부터 대폭발쇼를 시작합니다.

3.

“여러분 이제부터 대폭발쇼를 시작합니다.”

그 멘트가 나왔을 때 시청자들의 반응은 대부분 똑같았다.

- 대폭발쇼? 대폭발 던진다는 건가?

ㄴ 그게 아니라 대폭발 일으킨다는 거 아닐까? 플레임 드래곤 여러 마리 소환해서?

ㄴ 지진 콤보 아니야?

ㄴ 인성 대폭발한다는 의미 아닐까?

뭔가 펑펑 터지는 걸 하려는 모양이구나.

그러한 예상에 미다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일단은 포션부터 마셨다.

포션이 무엇인지 설명도 하지 않았다.

- 어? 오우거의 눈물 같은데?

- 십색이끼다!

눈썰미 좋은 시청자들이 바로 그 자리에서 마시는 포션의 정체를 설명해주었으니까.

사실 딱히 눈썰미가 좋을 필요도 없었다.

- 와, 저거 1천 골드짜리 아님?

- 십색이끼는 2천 골드짜리야!

- 어? 잠깐? 지금 먹은 거 실피의 영혼 아닌가? 병에서 바람이 나왔잖아?

ㄴ 실피의 영혼이면 5천 골드짜리 아니야? 캐스팅 속도 미친 수준으로 올려주는 거.

술에 문외한인 사람도 발렌타인 30년이 비싼 술이라는 것을 알듯이, 미다스가 마시는 것 하나하나가 정말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 그 정도로 비싼 것들 뿐이었으니까.

눈썰미가 좋은 이들이 눈치챈 건 따로 있었다.

- 잠깐, 지금 마신 것들 대부분 캐스팅 속도 빠르게 해주는 것들 같은데?

ㄴ 캐속 도핑이다!

BJ대마도사의 의도가 무엇인지.

그 의도를 파악한 다음에는 의문이 생겼다.

- 캐속이라니, BJ대마도사 캐속은 이미 끝판왕 급이잖아?

ㄴ 맞아, 지금도 쿨이 못 따라가지.

대부분의 마법사 플레이어들은 캐스팅 속도가 너무 느려서 마법 쿨타임이 차도, 캐스팅 중이고는 했다.

해서 캐스팅 속도를 늘리는 것이 필수였다.

그러나 BJ대마도사의 경우에는 이미 가진 바 마법을 다 돌려도 쿨타임에 걸릴 만큼 캐스팅 속도가 빠른 상태.

- 의미 없지 않나? 빨리 캐스팅하면 뭐해? 쿨이 도는데.

캐스팅 속도가 빠를수록 나쁠 건 없지만 BJ대마도사에게는 정말 저렇게 캐스팅 속도만 미친 듯이 올려주는 포션 도핑만 하는 건 효율이 떨어진다는 의미.

- 마법 빨리 써두고 쿨 도는 동안 물리 마법이라도 쓰려는 건가?

ㄴ BJ대마도사라면 가능할 듯?

그런 이유로 말도 안 되는 예상까지 나올 지경.

그렇게 포션 도핑을 마친 미다스가 이내 소리쳤다.

“용열병.”

다른 것도 아닌 용열병을 꺼냈다는 것, 그것은 더더욱 확실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 진짜 뭘 하려는 거지?

ㄴ 캐스팅이 10분 넘게 걸리는 엄청난 마법이라도 배운 건가?

ㄴ 메테오! 메테오다!

그 의지에 모두의 의문이 하늘을 찌르는 순간, 그 순간 미다스가 소리를 내질렀다.

“용언 발동."

용언.

- 잠깐? 뭐?

그 두 글자가 나오는 순간 채팅창이 아수라장이 됐다.

- 용언이 뭐지? 용의 말인가?

ㄴ 판타지 소설에서 드래곤이 용언 쓰지 않나?

ㄴ 그게 뭔데?

ㄴ 마법 주문을 외우면 즉시 시전함.

ㄴ 미친, 그건 소설이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지금 소설 읽는 게 아니잖아!

그러나 미다스의 눈에는 더 이상 그런 채팅창 반응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모든 마법 스킬의 쿨타임이 사라집니다.]

[남은 용언의 지속 시간은 119초입니다.]

이제 주어진 2분, 그 시간 동안 미다스가 봐야 할 건 오로지 하나뿐이었으니까.

‘보인다.’

350미터 전방에 있는 무덤의 문지기, 그 몸뚱이 위에 보이는 3개의 황금빛 과녁뿐.

“대폭발 애드원.”

그것을 바라보던 미다스가 이제 마법 시전을 시작했다.

알림은 없었다.

바로 미다스의 손바닥 위로 대폭발의 구슬이 잡혔다.

그 사실에 시청자들은 딱히 놀라지 않았다.

- 이야, 빠르긴 빠르네.

앞서 미다스가 한 도핑을 생각하면 대폭발의 캐스팅 속도는 빠를 수밖에 없었으니까.

- 그래도 좀 많이 빠른 듯?

일부는 그 사실에 의문을 제기했으나, 말 그대로 일부였을 뿐이었다.

무엇보다 부질 없었다.

미다스가 바로 대폭발의 구슬을 던지는 순간, 그것이 문지기에 닿기도 전에 소리쳤으니까.

“대폭발.”

- 뭐?

바로 새로운 대폭발을.

- 잠깐? 또 써?

- 리플레이?

ㄴ 아니야! 리플레이 발동 안 했어!

그 사실에 경악으로 물드는 채팅창.

“애드원.”

그러나 미다스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다시 한 번 더 애드원을 썼다.

애드원 역시 쿨타임이 존재하는 스킬, 그렇기에 용언이 유지되는 동안 애드원 역시 무제한 사용이 가능했다.

그렇기에 그것을 보는 순간 모두가 깨달았다.

- 쿨타임 없다!

BJ대마도사가 했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콰과광!

콰과광!

그 순간 강렬하기 그지없는 폭발음이, BJ대마도사만이 보여줄 수 있는 대폭발의 폭발음이 터졌다.

콰과광!

콰과광!

연속해서.

콰과광!

콰과광!

쉼 없이.

“대폭발 애드원.”

그렇게 미다스가 대폭발쇼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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