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444화 (444/485)
  • 444화.  < 136화. 신의 무덤 (1). >

    1.

    헥헥!

    “주인님, 저기 저들이 주인님의 위엄을 보고 겁에 질린 것이 느껴집니다.”

    양옆에 두 마리의 거대 늑대.

    “선배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다들 주인님의 위엄에 뱀 앞의 개구리처럼 꼼짝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 선 폭군.

    도무지 다른 무언가에 눈을 돌리는 것을 용납할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는 그들.

    “어허.”

    그러나 세상의 모든 이목은 그것에 비해 조촐하기 그지없는 플레이어만을 향했다.

    BJ대마도사의 존재감은 폭군, 그 이상이었다.

    또한 그럴 만한 자격이 충분했다.

    갓워즈에서 이제까지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것을 그리고 앞으로도 해내지 못할 것을 이룩하며, 결국 이제 최강의 플레이어가 됐음을,

    플레이어들만을 놓고 보면 그 정상에 있는 왕이 되었음을 증명한 자 아닌가?

    그런 미다스는 어느 때보다 즐거워 보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얘들아 그런 말 하면 못써. 다들 고마우신 분인데.”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게임 밖에서 신의 무덤에서 어떻게 퀘스트를 진행해야 할까, 하는 고민이 한가득하였던 상황.

    ‘맙소사, 10대 길드가 전부 신의 무덤에 입장해준다니?’

    그런 상황 속에서 어비스 길드를 제외한 10대 길드 중 9곳이 신의 무덤 입장을 선언했다.

    ‘이 정도가 입장하면 신의 무덤도 낙승이지!’

    당연한 말이지만 신의 무덤이 아무리 난이도가 높다고 해도 그 초입에 몰린 몬스터들보단 이들의 전력이 훨씬 높을 수밖에 없을 터.

    즉, 이 전력이 전부 입장해준다면 신의 무덤 초입 부근에서는 어느 정도 여유로운 사냥이 가능했다.

    ‘잘만 하면 같이 움직일 수도 있고.’

    그보다 더 매력적인 건 콜라보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만약 미다스가 혼자 신의 무덤에 있는데 다른 길드에 콜라보를 요청하면 이 새끼가 뒈지려면 혼자 뒈지지 갑자기 물귀신 짓을 하는 미친놈 보듯이 하겠지만, 똑같이 신의 무덤에서 사냥 중이라면 이야기는 다른 법이니까.

    ‘그보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더욱이 폭군을 잡을 준비를 일찌감치 하고 있던 소드 길드를 제외한 나머지 8개 길드 입장에서 신의 무덤은 버거운 사냥터였다.

    ‘역시 10대 길드, 도전정신이 대단하다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대 길드란 이름이 그들을 기꺼이 신의 무덤에 도전케 했다.

    여러모로 미다스 입장에서는 맞이할 수 있는 최선의 상황, 미소가 지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좋아.’

    물론 미다스는 여기서 끝낼 생각이 없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도전자가 된 10대 길드들이 힘을 하나로 모으게 해주는 게 미다스 입장에서도 나을 일.

    그렇기에 미다스는 미소를 지은 채 모두가 들을 수 있을 만큼 큰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 계신 분들, 다들 신의 무덤으로 가시는 거죠?”

    그 말에 좌중이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냥 넘어갈 생각은 없군.’

    ‘뭔가 하려는 모양이야.’

    ‘저 웃는 걸 봐. 악마나 할 법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게 분명해.’

    그냥 왕이 미소를 지으면 좋은 신호이지만 폭군이 미소를 짓는다면 서슬 퍼런 신호로 보일 수밖에 없는 법.

    그러나 정보는 봐도 속마음을 보는 눈은 가지지 않은 미다스 입장에서는 제 할 말을 이어갈 뿐이었다.

    “들어가기 전에 이야기라도 한 번 하는 게 어떻습니까? 그냥 이대로 들어가는 건 좀 그렇잖아요?”

    그 말에 이제는 모두가 확신했다.

    ‘역시 뭔가 할 생각이다.’

    BJ대마도사가 작정을 했음을.

    그 사실에 9개 길드 마스터들은 마치 이런 상황을 예상했다는 듯이 먼저 나섰다.

    그렇게 9개 길드의 마스터 혹은 마스터를 대행하는 대행자들 BJ대마도사의 앞에 모였다.

    ‘젠장.’

    그건 무척이나 굴욕적인 일이었다.

    다른 곳도 아닌 10대 길드의 마스터들이 BJ대마도사가 오라고 하는데 오는 상황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인 이유는 하나였다.

    ‘어쩔 수 없지. 놈이 막으면 명분이 없으니까.’

    문을 연 자가 출임자를 정할 수 있는 법.

    막말로 여기서 BJ대마도사가 님들 존심이 있지, 남이 차린 밥상에 공짜로 숟가락 올리는 건 좀 그렇지 않나요? 네? 님들 양심 어디 팜? 이라고 말하면 10대 길드들 입장에서는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한 가지 명심해주실 게 있습니다. 신의 무덤으로 가는 입구는 저와 그리고 소드 길드가 열었습니다. 내색하고 싶진 않지만 어쨌거나 신의 무덤으로 가시는 분들은 제 덕을 보는 거죠. 그만큼 요구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이어진 미다스의 말, 그 말에 담긴 요구라는 단어에 좌중은 올 것이 왔다, 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 뭘 요구할 거냐?’

    ‘돈? 아이템?’

    ‘절대복종?’

    ‘싸우자고 할지도 몰라.’

    ‘설마 소개팅 요구? 차라리 돈을 요구해라. 그건 절대 불가능해.’

    그 긴장감 어린 분위기 속에서 미다스가 말했다.

    “신의 무덤으로 넘어가면 최소 한 달 동안은 서로 견제하거나 싸우지 말고 공략에 집중합시다.”

    우리 싸우지 말자!

    그 요구에 좌중은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평화 협정이라고?’

    말만 들어보면 아주 평화로운 요구.

    ‘BJ대마도사가?’

    그러나 문제는 그 평화를 요구하는 게 다른 누구도 아닌 폭군이라는 점이었다.

    ‘뭔가 있다.’

    절대 순수한 의도로 평화 협정을 요구할 리 만무.

    ‘아!’

    그때 동시에 모두가 떠올렸다.

    ‘선언이구나! 한 달 동안 준비해서 어비스 길드를 잡겠다는 선언!’

    이 평화 협정이 평화를 위해서가 아니라 반대로 전쟁을 위한 협정이라는 것을.

    대놓고 전력을 구축한 후에 어비스 길드를 공격하겠다는 의지라는 것을.

    ‘괜한 소모전을 피하고, 단판 승부를 볼 셈이야.’

    ‘역시 BJ대마도사, 여지를 남겨둘 생각이 없어.’

    BJ대마도사의 배포와 결단력에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

    물론 미다스의 의도는 그런 게 아니었다.

    “한 달 동안은 필요하면 협력도 하고, 신의 무덤을 공략하는데 힘쓰도록 합시다.”

    ‘서로 싸우지 말고 열심히 몬스터 좀 잡아주세요!’

    그가 바라는 건 그저 이 대단하신 분들이 몬스터 사냥에 집중해주는 것뿐.

    “물론 강요는 아닙니다.”

    사실 이러한 제안은 미다스 입장에서는 꽤 부담스러운 것이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상대는 10대 길드 아닌가?

    그런 그들 입장에서는 대단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봐야 플레이어일 따름인 BJ대마도사의 말에 곱게 수긍할 리 만무.

    “어디까지나 부탁입니다.”

    때문에 미다스는 자신의 이 제안이 부탁임을 한 번 더 강조했다.

    ‘이 부탁을 무시하면 제일 먼저 죽이겠다, 이거군.’

    ‘무서운 놈.’

    허나, 그러한 강조는 10대 길드에는 그저 협박으로 들릴 따름.

    “그렇게 하죠."

    “뭐, 난이도 있는 사냥터 가는데 초장부터 서로 경쟁하다가 피 볼 필요는 없지.”

    “한 달 동안 워밍업하지 뭐.”

    당연히 그 제안을 거절하는 이는 없었고, 그 사실에 미다스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이제 무덤으로 가봅시다.”

    2.

    견고한 각오를 한 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법.

    - 한 달 동안은 필요하면 협력도 하고, 신의 무덤을 공략하는데 힘쓰도록 합시다.

    탐험가 길드 마스터가 주는 비공개 라이브 방송 영상을 통해 실시간으로 BJ대마도사의 멘트를 들었을 때 멀린과 엠마는 딱히 놀라지 않았다.

    “또 새로운 수작을 부리는군.”

    예상했던 멘트는 아니었다.

    “뭐, 상관없지. 어차피 BJ대마도사와 정면으로 붙어줄 생각은 없으니까.”

    앞서 말했듯이 견고한 각오를 했기에 흔들리지 않을 뿐.

    그리고 그 각오만큼 준비도 한 상태였다.

    “그럼 BJ대마도사가 신의 무덤에 입장하면 시작하자고.”

    최후의 무대가 될 신의 무덤에서 BJ대마도사를 상대하기 위한 준비를.

    “예, 그 지옥으로 안내해줘야죠.”

    3.

    신의 무덤으로 가는 협곡.

    그러한 협곡을 향해 무수히 많은 플레이어들, 그것도 10대 길드란 이름 아래에 놓인 플레이어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건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어비스 길드가 없긴 하지만, 그래도 10대 길드가 동시에 무언가를 하는 건 이번이 최초였으니까.

    또한 그 이유나, 배경 역시 일반적인 경우와 달랐다.

    최후의 전쟁에 관객이 아닌 전사가 되기 위해 희망보다 절망이 더 많다는 것을 알면서도 발을 디디는 것 아닌가?

    이제까지 이루어진 그 어떤 도전보다 결사적인 순간.

    라이브 방송을 했다면 어마어마한 시청자 숫자는 물론 후원을 받을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 라이브 방송을 공개적으로 하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자, 그럼 일단 저부터 가보겠습니다.”

    BJ대마도사, 그의 존재가 자신을 제외한 모든 존재를 엑스트라로 만들었으니까.

    그런 상황을 라이브 방송을 통해 자신들을 사랑하는 팬들에게 보여준다?

    그것보다 비참한 굴욕은 없을 터.

    왕!

    “응? 뭐라고, 럭키야?”

    왕!

    “다들 즐겜, 득템하시라고?”

    왕!

    “들으셨죠? 다들 들어가셔서 득템하세요!”

    그런 상태에 있는 10대 길드원들에게는 BJ대마도사의 그 멘트가 이렇게 들렸다.

    ‘아주 제대로 놀리는군.’

    ‘뛰어봤자 벼룩이라 이건가?’

    너희들은 뭘 하든 나한테 안 돼, 라고.

    “역시 우리 럭키, 마음씀씀이가 착하네.”

    왕!

    물론 그들의 심정을 알 리 없는 미다스는 럭키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은 후에 협곡을 향해 발을 들여놓았다.

    그러한 미다스를 가장 먼저 반긴 것은 협곡을 가득 채운 어둠이었다.

    휘이이!

    갑자기 어둠 속에서 채찍 같은 줄기가 튀어나오더니 그대로 미다스를 비롯한 모두를 휘감았다.

    그리고는 그대로 어둠으로 끌어당겼다.

    삽시간에 벌어진 일.

    허나, 그것뿐이었다.

    미다스의 눈에는 검은 안개로 자욱한 세상 그리고 어렴풋이 여러 개의 갈림길이 보였다.

    [신의 무덤에 입장했습니다.]

    [신의 무덤에 도달한 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끝을 앞둔 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그 뒤를 이어 알림이 말해주었다.

    신의 무덤에 도착했음을.

    다른 사냥터들이 무척이나 힘들고 어려운 입장 퀘스트를 제한하는 것을 생각하면 무척이나 쉬운 입장.

    물론 갓워즈에서 입장 퀘스트가 쉽다는 건, 본 무대의 난이도가 지랄맞다는 보증과도 같았다.

    ‘여기가 그 지옥이구나. 어비스 길드도 피를 토하는 지옥.’

    그리고 그 보증은 다른 누구도 아닌 갓워즈 최고의 길드를 통해서 증명된 상태였다.

    ‘하긴, 몬스터는커녕 지형도 눈에 제대로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상대를 해?’

    더불어 신의 무덤이 난이도가 높은 건 바로 시야가 제한된다는 점.

    ‘낌새도 없이 접근하고.’

    동시에 이곳에 등장하는 몬스터들이 그 어떤 낌새도 없이 갑자기 등장한다는 점이었다.

    말 그대로였다.

    신의 무덤에서 등장하는 몬스터, 이름 잃은 흉물 노네임드들은 그 어떤 낌새 없이 갑자기 등장했다.

    더욱이 이런 노네임드들의 형태는 가지각색이었다. 오우거 모양부터 드래곤 형태까지!

    공통점은 오직 하나, 그 몸뚱이가 검붉은 핏덩이로 만들어져 있다는 것.

    그런 거대한 괴물들이 낌새 없이 등장하는데 쉽다면 그게 이상한 일일 터.

    ‘믿을 건 내 눈뿐이지만…….'

    그나마 미다스에게는 안개를 꿰뚫어볼 수 있는 눈이 있었으나, 그마저도 제대로 통할지는 미지수였다.

    앞서 말했듯이 낌새 없이 등장한다는 건 갑자기 지척에서 몬스터가 생성된다는 의미.

    보여도 피하거나 대비할 시간이 짧으면 고생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래도 저건 보이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미다스가 가야 할 방향, 퀘스트를 깨기 위한 장소는 보인다는 점이었다.

    갈림길, 그중 한 곳으로 붉은색 실이 나풀거리고 있었다.

    ‘남은 건 저길 어떻게 들어가느냐, 이건데.’

    그것을 보며 머릿속으로 준비한 여러 가지 계획들을 되새김질 시작할 무렵

    “후우!"

    속속 10대 길드들이 신의 무덤에 입장하기 시작했다.

    “결국 이곳에 오는군.”

    “이렇게 오고 싶진 않았는데.”

    “안개가 생각보다 더 짙네. 귀찮겠어.”

    그렇게 입장한 이들은 예외 없이 모두가 신의 무덤 풍경을 보며 쓴소리를 내뱉었다.

    오직 한 곳만이 달랐다.

    “BJ대마도사.”

    “아, 탐험가 길드의 최고 랭커 어드 님이시군요.”

    탐험가 길드의 길드 마스터이지만 게임을 제대로 하지 않는 벤처를 대신해 게임 내에서 탐험가 길드를 이끄는 최고 실력자, 어드.

    그가 미다스에게 다가와 말했다.

    “어비스 길드의 전언이다.”

    전언, 그 단어에 좌중에 긴장감이 흘렀다.

    ‘어비스 길드의 말을 탐험가 길드가?’

    ‘둘이 손을 잡은 건가?’

    어비스 길드와 탐험가 길드를 손을 잡았다는 걸 모르는 이들은 그 사실 자체에 놀랐다.

    ‘손 잡은 건 알고 있었지만 대놓고 말하는군.’

    ‘이제 숨길 생각도 없다는 건가?’

    그 사실을 아는 이들은 그것을 숨기지 않는 것에 대해 놀랐다.

    그리고 그보다 더 깊은 사정을 아는 이들은 이것이 의미하는 바에 대해 놀랐다.

    ‘도발이다.’

    더 이상 BJ대마도사, 네놈을 물어뜯기 위한 이빨을 감추거나 그러지 않겠다는 것.

    이제 기꺼이 네놈을 향해 드러낼 수 있는 이빨은 전부 드러내겠다는 것.

    그래서일까?

    ‘BJ대마도사 표정이 굳었군.’

    모두의 눈에 비친 BJ대마도사는 결코 좋다고 할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사실 미다스 입장에서는 당연했다.

    ‘아, 젠장. 라이브 방송 켰으면 후원 채팅으로 받는 건데!’

    어비스 길드가 자신에게 무언가 말을 할 때는 대개 후원 채팅을 통해서 이루어졌으니까.

    ‘10대 길드분들 눈치 보느라 방송 안 켰는데…….'

    그 귀중한 후원금이 날아갔는데 표정이 굳는 건 당연지사.

    “약속한 대로 공략을 포기한 던전의 위치를 알려주겠다.”

    ‘아!’

    그러나 이어진 발언에 미다스는 후원금에 대한 미련은 송두리째 날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그게 있었지.’

    현재 어비스 길드로부터 선물을 받은 상태.

    ‘미치겠네.’

    당연한 말이지만 그 귀한 선물을 받았으면 당장 그 선물부터 개봉하는 게 예의.

    미다스 입장에서는 다른 일도 급한 상태에서 그 선물부터 열어야 하는 셈이었다.

    ‘어떻게 하지? 거절은 안 될까?’

    여러모로 표정이 더 굳을 수밖에 없는 대목.

    반면 어드는 만족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기다.”

    말과 함께 손가락으로 갈림길 중 한 곳을 가리켰다.

    “저곳은 오히려 단 하나의 길만이 존재하는데, 그 길의 끝에 입구 하나가 있다. 어비스 길드도 공략을 보류한 던전 입구가."

    그 손가락 끝을 본 미다스가 이제는 굳은 표정을 넘어 무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을 본 좌중은 생각했다.

    ‘어비스 길드도 포기한 던전인데 BJ대마도사 입장에서는 결코 쉽지 않겠지.’

    ‘역시 BJ대마도사라고 해도 이건 힘들 것 같군. 표정을 도무지 감추지 못하는 걸 보니까.’

    BJ대마도사가 최후의 결전을 앞두고 마지막 고비를 마주했다고.

    “정말 저기입니까?”

    이어서 나온 미다스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마치 감정 따위는 단 한 톨도 올라오는 것을 막으려는 듯이.

    당연했다.

    ‘캬!’

    만약 감정이 한 톨이라도 떠오른다면 미다스는 여기서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으니까.

    ‘겹쳤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제안으로 인해 미다스는 시간을 낭비할 필요도 사라지는 건 물론, 이로써 명분이 생겼다.

    “어쩔 수 없네요, 선물 주신 성의를 봐서라도 저기를 가는 수밖에.”

    그 어떤 고민 없이, 준비한 어설픈 시나리오를 실행할 필요 없이 당장 목적지로 향할 수 있는 명분이.

    ‘고맙습니다, 어비스 길드! 감사합니다, 멀린님! 제가 꼭 나중에 밥 한 끼 사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속으로 감사의 인사를 날린 미다스가 붉은실이 있는 방향을 바라봤다.

    이제 남은 건 하나.

    “그럼 일단 신의 무덤 사냥터 맛 좀 보고 오겠습니다.”

    ‘이렇게 판 깔아줬으면 혼자서라도 가봐야지.’

    공략하는 것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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